티비안 TUBUZ(구투부즈) 로 떠난 대한민국 6000리
(5박6일. 스쿠터로 다녀온 전국여행) |
스쿠터로는 장거리가 힘들다고? 타이어가 작고 속도도 얼마 나지 않아 위험스럽기만 하다고? 누가 그런 소릴 하시나? 땅기면(?) 달려주니 라이딩 편안하지! 수납공간 커서 물건 넣고 달리기 편하지! 어디든 가다 멈춰 경치감상하기 그만이지! 스쿠터로 4박5일 동안 전국일주를 마친 이야기가 지금 MB독자 여러분께 펼쳐지니 지금부터 여행에 동참해 보시라! |
8월 10일 / 기름 빵빵하게 채우고. GO! GO! GO! (적산거리 : 512~716Km) 지도를 펼치고 거쳐야할 지명을 간단히 체크하는데 은근히 들뜬다. 타이어를 체크하는데 이미 마음은 저 멀리 남도다. ?침착하자!하면서 나를 다스리려 하지만 연신 즐거워지는 것은 오랜 기다림 끝에 휴가를 떠나는 이등병 같다. 일정은 4일로 잡았다. 대략 거쳐야할 거리를 생각하니 2,000Km는 될 것 같아서. 그 길을 달리자면 스쿠터도 여간 힘들게 아니기에 점검은 꼼꼼해야한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부푼 마음이 위를 점령해 버렸는지 바이 들어갈 구멍이 없다. 슈퍼에 들러 빵과 우유를 하나씩 사서 비상용으로 가방에 담고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웠다. 첫 주유에 6,000원. 백만 원은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인데 달랑 6,000원밖에 안 들어가는 것도 즐겁기만 하다. 이게 여행인가 싶다. 전국 일주에 여자친구는 걱정이 먼저 앞섰는데 나는 왜 이리 즐겁기만 하지? 혹시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건 아닐까? |
8월 11일 / 백제야 잘 있었니? (적산거리 : 716~1108Km)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쿠터 점검을 했다. 얼마 달리지 않았기에 별 이상은 없을 거라 믿지만 그래도 또 모른다. 간단히 준비한 공구로 볼트 류의 풀림 상태는 물론 타이어를 살펴 주었다. 눈곱조차 떼지 않고 낑낑거리는 모습에 하룻밤을 묵었던 여관의 주인아저씨가 어데 고장 났는가?하며 어눌한 충청도 말로 묻는다. 헤헤~ 아니요. 스쿠터로 전국여행이라는 말에 혀를 끌끌 차며 놀라면서도 자신역시 어릴 적 자전거로 전국을 돌았다며 용기를 준다. 천안에서 남쪽으로 달리다보니 백제의 유적이 참 많다. 공주 근교는 백제 왕릉을 비롯해 부여에는 박물관이 그 아래로는 미륵사지 석탑의 유적과 후삼국을 이끌었던 견훤왕릉 등이 자잘 자잘하게 있다. 그런데 삼국 중 가장 화려했던 백제도 천년의 세월 속에 묻혀 버렸는지 문화재의 관리는 무척 초라해 보였다. 시골의 한 풍경 이상 보이지 않아 어딘지 모르게 소소하다는 느낌뿐이다. 이 중 무령왕릉에 들러 백제에 인사를 건넸다.백제야 내가 왔다!그리고 이날의 여장은 광주에서 풀었다. |
8월 12일 / 목포 찍고! 좀 달려야겠어! (적산거리 : 1108~1422Km)
이틀간 지체가 많았다. 이러다간 계획한 날짜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날 것만 같다. 그래도 광주의 상쾌한 아침이 무사안녕을 돕는 것 같아 기쁘다. 다음 목적지인 목포를 향해 출발하는 길에 교회가 보인다. 잠깐 들러 간단히 예배를 보았다. 즐거운 투어의 고마움과 앞으로의 안전을 바랬다. 열두시쯤 나주를 지나다 문득 오일 교환하는 걸 깜박했다. 새 차인지라 1000Km에서 오일을 교환하는 센스를 발휘해 줘야 이 녀석도 잘 달려주겠지? 목포에 도착한 것은 두시. 세발낙지는 다음기회로 돌리고 땅 끝 마을이라는 해남을 향했다. 바다와 평야가 어우러진 길들. 그 사이로 야트막한 꼬마 산들이 구불구불한 길을 만드는데 이게 시골길인가 싶다. 어느덧 그 유명한 보성 녹차 밭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고 있다. 새록한 찻잎의 향이 도심에 찌든 머릿속을 맑게 씻어 주었고 강진의 청자마을을 지나 순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기운 아홉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
8월 13일 / 늦잠 잤다! 부산까지는 가야하는데…(적산거리 : 1422~1765Km)
순천의 모텔은 초호화 시설에 가격은 무척 싸다. 알고 보니 물가 전체가 으리으리하게 싸다. 약 20가지가 넘게 나오는 일반 백반인데 가격은 자그마치 5000원 이다. 이걸 팔면 뭐가 남는지 의아해 물었더니 "거시기 묵고 살자고 하는 것인디 배터지고 맛나게 묵으믄 그만이제 잉"이라며 밥 까지 더 주신다. 이게 인심이려니 싶다. 여행이 끝나면 여자친구와 꼭 다시 와야겠다 느끼며 늦잠으로 짧아진 시간을 달래기 위해 길을 재촉했다. 경상도로 진입하며 화개장터에 들러보길 깜박했음을 깨달은 건 마산을 거쳐 진해에 다다라서 이었다. 정신없이 왔다고나 할까? 일단 전라도에 비해 잘 닦인 길 때문인지 편하게 와버렸던 것이다. 벚꽃과 군항의 도시라는데 계절이 여름이라 꽃은 없고 길거리에 꽃들이 많다. 커피 한 모금에 땀을 식히고 부산까지 새로이 뚫린 길을 따라 해운대에 도착하니 피로가 엄습해 왔다. 바다엔 한번 들어가 봐야 할 텐데… |
8월 14일 / 신라를 지나 동해안 타고 북으로 북으로 (적산거리 : 1765~ 2208Km)
해운대의 인파는 서울 명동의 몇 만 배는 되어 보였다. 넓은 백사장이지만 사람들의 머리로 모래알은 보이질 않았다. 부산을 빠져나가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스쿠터라지만 초행에 가까운 길이라 물어물어 간다는 게 마음만 앞서게 하였다. 그래도 어느새 울산을 지나 경주에 도착했다. 학창시절 배울 때는 신라가 백제에 비해 화려하지 못하다고 하였는데 경주의 신라는 화려하고 웅장했다. 석굴암과 불국사 그리고 도심 모두는 그 당시의 서라벌그대로 이었다. 장거리 주행이라 엔진이 걱정 돼 경주의 바이크 원에 들러 오일을 교환해보니 너무 깨끗해 빼내버린 오일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동해안 도로는 서해와는 달리 경치가 시원하다. 왼쪽으로는 높은 산이 오른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한창이나 펼쳐져 있다. 크다싶은 해수욕장에는 역시 사람들로 빼곡하고 햇살은 어김없이 따갑게 쏟아졌다. 포항을 돌아 대개로 유명한 영덕과 울진, 그리고 삼척을 거쳐 정동진에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를 잡았다. |
8월 15일 / 미시령을 넘고 강촌을 지나 집으로! (2208~2699Km)
동해까지 왔는데 막상 바다에 몸 한번 못 담그고 돌아간다면 후회다 싶어 속초 앞 바다에 뛰어 들었다. 혼자 오길 잘했단 생각과 두고 온 여자친구, 그리고 아무 탈 없이 잘 달려주는 투브즈의 기특함이 물속에서 스쳐 갔다. 날씨도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미시령을 넘어서는데 춥다. 얇게 입은 팔 언저리에 닭살이 돋는 게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빗방울이 가세하는 바람에 비옷을 입어야만 추위를 피할 수 있었다. 어느덧 나를 태운 투부즈는 춘천을 거쳐 서울의 입구에 다다르고 있었다. 꽉 막힌 도시지만 그래도 며칠 만에 돌아오는 집이 바둑이 꼬리치듯 반갑게 여겨졌다. 여행기간동안 여자친구에게 전화 몇 번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을 뿐 예정의 하루를 넘겨 달린 육일간의 모습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스쳐가 뭉클 했다. 내가 해냈구나! 그리고 ?작게만 여겨졌던 스쿠터가 해냈구나? 라는 생각에 스스로가 무척 대견해지고 있었다. |
후기. 5박6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5박6일간 달린 거리는 총 2187Km. 쉬엄쉬엄 스쿠터로 달렸지만 짧은 시간에 적은 거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다행히 4스트로크에 125cc 엔진이라 편할 수 있었다. 또 총 주행거리가 이렇게 되는 데도 실제 사용한 유류 비는 8만원이 채 안돼는 7만 7천 원 정도. 평균 기름값을 1450원이라 할 때 54ℓ가량 주유 했으니 연비는 40Km정도? 정말 무척 대단하다. 이것은 투브즈만 가지고 있는 P.S.G 기어라는 것 때문이라는데 내리막길 등에서는 엔진의 회전을 최소화 하며 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연비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덕분에 단기통임에도 불구하고 진동도 적었고 그래서 무척 쾌적했던 것 같다. 2005년 여름의 추억은 스쿠터 아니 투브즈와 함께 무척 소중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스쿠터는 장거리가 힘들다는 편견도 깼고, 더불어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눈과 귀로 그리고 따듯한 인심은 가슴으로 담아 올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또, 그리고 그땐 여자친구와 함께 다시 가고 싶어진다. 스쿠터를 타고 있다면 주저 말고 함께 떠난다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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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바이크 2005/09월호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