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오늘 난 내 인생의 동반자와 자유여행을 떠나기로한 날이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치다 보니 어느새 새벽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뜬금없이 웬 여행이냐고 의아해 하실 것 같아 잠깐 설명을 하자면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수학여행을 간다기에 황금같은 2박 3일의 시간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1박 2일간만 여행일정을 계획하게 되었다. 내 동반자의 사업때문에 오랜 시간은어려울것 같기 때문이다. 모처럼 생긴 알토란 같은 시간을 쪼개어 좀더 여유있고 알차게 보내고 싶어서 이번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6時쯤에 이른 아침식사를 마치고 김밥 몇줄을 챙겨 아들을 먼저 데려다 준 뒤 서둘러 해야할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뜨거운 보리차를 한통 준비해서 12시 30분쯤 집을 나섰다.
교통편은 물론 우리들의 애마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한 기온이지만 한낮에는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가 내 마음을 한껏 부풀려 주고 설레는 가슴을 애써 움켜 잡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여주휴게소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늦은 점심싯사를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어느 외국에서 온공연팀이 자기네 전통의상을 입고 열심히 공연에 몰두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에 잠시 눈과 귀가 즐거웠지만 서둘려 다시 차에 올랐다.
차창밖으로 흐르는풍경이 참 예쁘게 느껴졌다. 추수가 거의 막바지에 다달은 논과 밭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머릿속에는 온갖 어릴적 추억들이 필름처럼 지나가고
형형색색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높고 낮은 산들이 내 마음속에 살포시 들어와 앉는다 . 나는 차를 타고 달리면서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모습들을 구경하는 걸 아주 좋아한다.
우리의 일정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저녁때 주문진항쪽으로 가기로 되어있다.
둘이 떠난 여행이라 서두를 일도 없고 시간도 넉넉하고해서 중간에 월정사쪽으로 들러서 단풍 구경을 하고 가자는 동반자의 제의에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는데 정말로 그리하길 잘했다 생각했다. 어쩜 그렇게 경치가 아름다울수가 있는지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꼬불꼬불 고개를 오르고 내리기를 여러차례 반복하다보니 4시 30분경 주문진에 도착했다. 20년이 넘도록 찾는 곳이 바로 주문진인데 갈때마다 그느낌이 다르다. 그때 마다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나를 집어 삼킬 걱 같은 파도도 다른 모습이고 끼룩거리며 나는 갈매기도 새롭게 보이는건 왜일까?
우리는 단골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따뜻한 온수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고나니 시장기가 돈다 22년 단골 아주머니가 우리를 반겨 주시고 맛난 회 한접시와 소주 몇잔에 기분이 한층 즐거워졌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횟집 아주머니께서 손수 말리셨다는 오징어를 한보따리 챙겨주셨다.꼭 친정에 다녀올때 바리바리 챙겨주시는 친정어머니 같은 느낌을 받았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숙소에서 창을 열면 주문진 앞바다가 바로 눈앞에 들어온다. 거나하게 취해서 밤바다의 야경을 즐기노라니눈이 부시도록 밝은 불빛을 토해내며 군데군데 떠있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정겹다.
새벽 6시 40분경 바다가 이글거리는가 싶더니 커다란 해가 삐죽이 얼굴을 내밀고 검푸른 바다 저 끝에는 수평선이 손에 잡힐듯이 서있고 삶에 찌들었던 내 가슴속 찌꺼기들도 저 떠오르는 태양에 모두 태워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내일은 또다른 희망을 품고 역동감 있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 내 꿈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고 모두가 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아침 8시 30분쯤 숙소 근처 가궁식당에서 맛있게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부둣가 어판장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삶의 활력소들로 가득차 있었다.산 오징어가 펄떡거리고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갖가지 생선들 그리고 그 이른 시간부터 도루묵 구이에 소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시는분들까지 계신게 아닌가! 비릿한 바닷내음이 좋아서 검푸른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답답한 가슴이 뻥 뚤릴것 같아서 그래서 난 동해바다를 좋아한다. 가끔 가보긴 하지만 서해바다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바다 물빛이 좋고 구수한 강원도의 투박한 사투리가 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미역도 사고 생선도 사고 이것 저것 한아름 사서 차에 실은 우리는 방향을 양양쪽으로 틀었고 남대천에서 연어축제를 즐길 요량이었는데 축제는 이미 끝이 나 있었다.
한참을 달려 양양 미천골 자연 휴양림을 지나게 되었는데 병풍처럼 펼쳐지는 단풍들의 향연을 만끽하며 해발 1,000미터의 구룡령을 넘을때쯤 토돌이님의 전화를 받고 무척 반가웠다. 언제나 신경써서 내 건강을 챙겨주심에 새삼 감사를 드린다.
굽이굽이 돌아치는 령(고개)을 넘을때마다 펼쳐지는 단풍의 색깔도 다 틀리다. 산 아랫쪽을 지날때는 좀더 노랗고 한굽이 돌고 나면그 빛깔이 좀더 빨갛고 구룡령 정상에 다달을때쯤이면어느새 앙상한 가지들만 몸서리치고 세찬 바람에 떨고서 있는 겨울 나무들이 안스럽기까지하다.
강원도의 가을은 두 계절이 공존하는 것 같다. 우리는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여행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수 있다는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시기적절하게 자유를 만끽하며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이요 두계절의 정취에 흠뻑 취할수 있어서 금상첨화고 행운이아닐런지.....
내린천 줄기를 지나다 보니 광원1리보건소 간판이 눈에 띈다. 그 옆에서는 벌써 김장을 담그시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하고 방태산 자연휴양림~홍천군 내면 창촌리를 거쳐 상뱃재(해발886미터)에 당도했을때 낮 12시가 되었다.
서석쪽으로 접어드니 하뱃재(650미터)가 나온다. 조금씩 시장기를 느끼며 막걸리 한잔만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점심 먹을때 먹으라기에 꾹 눌려 참고 먼드레재 정상을 지날때는 길옆에 옹기종기 서 있는 억새꽃이 예뻤다.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산에 올라서 버러보는 경치도 물론아름답지만 이렇게 차를 타고 구경하는 재미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좋다. 한참을 더 달려서 우리는 원주공항 앞쪽에 있는 횡성 먹거리촌에 들렀다. 어느 집에서 점심을 먹을까를 고민하다가
박현자네 더덕밥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더덕 막걸리 한통을 시키고 더덕밥 정식을 마주하게 되는데 반찬이 30여가지 정도가 나오는데 거의 태반이 더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 나는 내 동반자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더덕 막걸리 한사발을 뚝딱 비우고 참 그 맛은 말로 표현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쯤 안산을 향해서 길을 재촉했다. 돌아오는 길에 원주 나들목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시원스레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도 괜찮았지만갑자기 떠나기로 마음먹고 일상에서 훌훌 터고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며 짧았지만 마음속을 꽉꽉 살찌우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충전받은 이 느낌을 나는 또 그리워 할 것이다. 끝으로 안전하게 운전해 주신 나의 인생 동반자님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첫댓글 아 여행기 너무 재미나고 실감나게 읽었습니다너무 부럽기도하고 그옛적에 홀로 50일간 돌아다닌 일부코스가 일치 하기에 주문진속초진부령인제원통홍천원주등 기억이 새롭군요새로운 활기 가득담으시고 기운 넘치는 활동 기대 됩니다
잼나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변변치 않은 글 지루하시진 않으셨는지요? ^^
엄대장님이 숨겨진 글솜씨가 있었군요 모처럼 여행이 활력소가 됐음 좋겠어요 힘내시고 우리가 항상 뒤에서 응원할께요
부끄러워요. 첨 써보는 글이라 많이 망설였는데.......
소박한 일상을 감사할줄 아는 엄대장님의 마음이 ㅜ예쁘게 전달되는듯 합니다.
쉼표의 박자을 잘 아시눈군요행복하세요
자유를 만끽하고 오셨군요 행복하시니 저도 기쁨니다
일상에서의 탈출 짜릿한 여행이지요스트레스 해소가 비싼보약보다 좋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