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 요
가. 유로 달러 및 유로 통화의 개념
유로달러(Euro dollar)란 초기에 유럽에 소재하는 은행에 예치된 미달러표시예금을 의미하였으나 현재는 보다 광범위하게 미국밖에 있는 은행(이 은행은 외국은행일 수도 있고 미국은행 해외지점 또는 IBF라고 불리는 특별계정일 수도 있다)에 예치되어 있는 미달러화표시예금을 말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Eurodollar를 External dollar 또는 Xeno dollar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싱가폴 또는 홍콩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미달러화표시예금도 유로달러에 해당된다. 그러나 근래에는 보다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미국 밖에서 거래되는 달러로 표시된 금융자산 및 부채를 지칭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로 달러란 용어보다도 유로 통화(Euro-Currency)란 말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유로 통화란 어떤 국가의 통화가 자국 이외의 은행에 예치된 경우 이 예금과 유로달러를 총칭하는 것이다. 유로 통화는 집시 커렌시(gypsy currency)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로 달러의 기본적 특징은 첫째, 미달러화로 지급해야 할 단기부채라는 점 둘째, 미국이외의 지역에 있는 은행의 채무라는 점에 있다.
유로 달러시장은 유로 달러자금의 소유자로부터 단기자금을 예수받아 자금의 최종수요자에게 대출하는 중개시장 또는 유로 달러자금을 차입·대출하기 위하여 은행간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금융시장을 의미하는 것이나 일반적으로 후자만을 지칭한다.
유로 달러시장은 특정지역의 시장을 의미하지 않고 세계각국에 존재하고 있지만 런던이 그 중심지로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유국제금융시장으로서 어떠한 정부나 국제기관의 감독과 통제를 받지 않으므로 지급준비율, 예금보험 등이 적용되지 않고, 원천징수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둘째로, 유로시장에는 일반금융시장과 같이 시장을 통제하는 중앙은행이 없다. 이것은 유로시장에는 최후의 자금공급자(last resort)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로, 유로시장 자체가 결제기구를 갖고 있지 않다. 유로거래는 각각 그 통화 본국에서 결제된다. 예컨대 우리 나라 은행이 영국은행으로부터 유로 달러를 차입하였을 때 그 자금은 뉴욕에서 결제된다. 넷째로, 유로시장거래는 원칙적으로 무담보 신용거래이다.
나. 유로 통화시장의 구조
(1) 유로 통화시장의 구성
국내시장과 마찬가지로 유로 통화시장도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 및 이들을 중개하는 중개업자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추상적 개념이며 구체적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유로 통화시장은 자유시장으로서 자금의 수요 및 공급을 결정하는 요인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유로 통화의 주요공급자는 각국 중앙은행, 국제기구 등의 공공기구, 상업은행 및 기업과 개인이며, 중앙은행 등 공적 기구는 직접 유로 달러를 공급하지 않으며 상업은행과의 스왑(swap)거래 또는 예금의 예치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유로 달러를 공급한다. 기업 및 개인은 무역거래가 활발하여짐에 따라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통화를 금리가 높고 기간 및 액면금액이 탄력적인 유로 통화시장에 투자하고 있으며, 상업은행은 유로 통화의 주된 공급자 및 유로 통화의 중개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더 큰 수익을 획득하기 위하여 그들이 매입한 통화를 이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시장발달 초기에는 공적 기구가 유로 통화의 공급자로서 큰 비중을 차지했었으나 근래에는 기업과 개인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로 통화의 수요자도 역시 공적 기구, 상업은행과 기업 및 개인을 들 수 있는데 주공급자인 공적 기구는 필요한 자금을 저렴한 방법으로 조달하기 위하여 유로 통화시장을 이용하는 수가 있지만 IMF 등 국제금융기관과 중앙은행간 스왑거래의 발달에 따라 수요자로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또는 개인은 대내 대외거래에 수반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유로 통화시장을 이용하고 있으며, 상업은행은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중개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대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유로통화시장을 이용한다.
(2) 유로 뱅킹
위에서 고찰한 거래당사자중 유로 통화시장의 핵심을 이루는 기관은 상업은행이며, 이와 같은 유로 통화시장 업무를 유로 뱅킹이라 하며, 유로 뱅킹을 취급하는 은행을 유로 뱅크라고 한다. 유로 뱅크란 "자기가 위치하고 있는 국가 이외의 통화로 정기예금을 예수하거나 대출을 끊임없이 취급하는 금융기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국내은행영업에 추가하여 유로 통화업무를 취급하는 세계의 주요은행이 유로 뱅크이다. 즉 유로 뱅크의 유로 통화업무는 사실상 대형상업은행 영업의 한 부분이다. 당초 유로 뱅킹은 영국의 [머천트]은행이 유로 달러업무에 진출하면서 기초가 확립되었고, 미국은행의 컨서시움은행(consortium bank)등이 업무에 참가하면서 중 장기금융중심의 머천트 뱅킹 전성시대를 맞게 되었다.
유로 통화운용면에서 보면 예금자로부터 예금을 받는 은행이 있고 자금수요자에게 유로 통화를 대출하는 은행이 있다. 또한 유로 통화예금을 한 은행으로부터 다른 은행으로 작은 차익을 획득하기 위하여 이전시켜주는 중개역할을 하는 은행이 있다. 이러한 유로 통화의 운용을 동기면에서 보면 세 가지 동기 즉 이윤, 유동성 및 기업확장 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유로뱅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데 주요한 것을 고찰하면 첫째, 금융중개 둘째, 은행업무확장을 위한 자금의 조달 셋째, 유동성 포지션조정을 위한 자금의 대차 넷째, 차익거래와 투기 등을 들 수 있다.
(가)중개기관으로서의 역할
유로 뱅크의 중개기관으로서의 역할은 은행 상호간 거래를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적고 또한 그 결과 적은 금리차로 만족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은행간 거래는 예수한 유로 달러예금의 금액과 기간의 범위내에서 예금을 중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유로 뱅크가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미국은행에 요구불예금으로 보유하는 경우 이 예금에 대하여 이자를 전혀 받지 못하는 반면 고객에게는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타 유로 뱅크에 재예금을 한다.
재예금을 하는데 있어서도 위험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유로 달러예금의 만기가 특정은행이나 특정시장에 일시에 집중적으로 예치하는 것을 피하고 있으며 외화신용을 받아들이는 은행의 자금용도까지도 고려하여 자금을 운용하는 예도 있다.
(나) 은행업무 확장을 위한 자금조달
유로 뱅크가 자금을 조달하는 동기에는 국내외에 대출을 하기 위한 것이 있으며 이때 국내거주자 또는 비거주자에게 무역을 위한 자금, 외국의 국내경제활동 및 자국내의 경제활동 등을 위하여 융자를 한다. 유로 뱅크가 자국의 국내거래활동에 대출을 해주기 위하여 유로 통화시장을 이용하는 이유는 국내 고객이 국내에서 필요한 원천을 충분히 얻을 수 없는 경우 국내의 업무를 확장하거나 원래의 대출수준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업무를 제한하지 않고 국제업무를 확장하는 방법은 유로 통화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에 신디케이트 론에 참여하거나 컨서시움은행 창설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이 금융을 통제하거나 하려고 할 때 이를 피하는 방법으로 쉽게 사용될 수 있다.
(다) 유동성포지션 조정을 위한 자금조달
유로 뱅크는 자행의 유동성포지션을 조정하기 위하여 유로 통화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자국내의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국가가 특히 그렇다. 유로 통화시장은 신축성이 있고 편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수익이 많은 유동적인 자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국내금융시장을 점탈하는 수도 있으나 유동성포지션 조정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유동성이 부족할 때에는 유로 통화시장에서 달러를 차입하고 유동성에 여유가 있을 때에는 유로 통화시장에 자금을 제공한다. 금융시장이 고도로 발달한 국가에서도 연말과 같이 자금수요가 많을 때에는 은행의 자금력을 과시하기 위하여(window dressing purpose) 단기간동안 유로 통화시장을 이용하는 수가 있다.
이러한 조작은 그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지만 다른 분야의 투자와 대차관계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극히 단기간에 유동성포지션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라) 환차익거래 및 투기거래
유로 뱅크가 자금운용면에 있어서 상기 세 가지뿐만 아니라 환차익거래(arbitrage in exchange)와 투기조작도 시도하고 있다.
(3) 유로 통화시장의 지역적 분포
유로 통화시장의 주도적 역할은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런던시장이 수행하고 있다. 주로 미국계은행인 유로은행이 유럽, 캐나다, 중동, 기타 지역으로부터 흡수한 유로 통화를 미국 또는 소재지의 거주자에게 대출하는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서유럽 은행은 영국에 유로 달러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캐나다를 통하여 미국에까지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는 영국을 통한 자금의 공급이외에 자신도 중개역할을 하고 있다.
유로 통화시장은 바하마, 싱가폴, 파나마 및 바레인 등에 오프쇼어(off-shore) 금융센터가 생겨남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2. 유로통화시장의 생성과 발전
가. 유로통화시장의 기원
역사적으로 유로통화시장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6·25사변 발발과 같은 동서냉전의 격화로 구소련의 여러 은행을 포함한 동유럽의 미달러예금주가 미국에 예치한 달러예금이 동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질 때 탄생하였다. 특히 동유럽 예금자는 파리와 런던의 구소련은행에 달러를 예치하였고, 이들 두 은행은 이 자금을 런던의 서유럽은행에 재예치하였다. 이 자금이 다시 은행간에 재예치되는 것이 일반화되는 과정에서 유로달러시장이 형성되었다.
유로달러란 말은 당초 이 자금을 예수하여 이것을 다른 서유럽은행에 재예치한 파리의 구소련계 은행인 the Banque Commerciale pour 1'Europe du Nord의 전신약호인 "Eurobank"에서 유래하였다.
은행이 외화예금을 받는 것은 오래 전의 일이며, 또 제1차 세계대전후 유럽대륙에서는 달러 및 파운드의 은행간 자금거래가 있었다. 그러나 그 때에는 외화예금을 받은 은행이 그 자금을 그대로 고객에게 대출한 반면에, 1950년대에 예수한 달러자금은 유럽은행간에 거래되어 유로달러시장이 형성되었다. 또 여기에 다른 통화도 가세하여 유로통화(Eurocurrency)가 성립되었다.
나. 시장확대의 배경
시장이 탄생한 후 유로시장이 눈부시게 발전한 배경에는 달러자금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있는 한편, 달러자금을 공급하는 시장이 기능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먼저 유로달러에 대한 수요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뉴욕은 제2차 세계대전후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여러 가지 금융규제로 자금조달기능이 경색되었다.
한편 영국은 전통적인 국제금융시장이나 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해져 파운드의 투매(투매)현상을 방어하기 위하여 영국정부가 외환관리를 강화하였다. 1957년 수에즈동란 후에는 외환관리가 더 강화되어 런던이 세계에 무역금융을 제공하는 기능이 정지되었다. 즉 비거주자가 런던 리파이난스를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비스털링지역 무역에서 런던인수어음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이와 같이 파운드에 의한 국제금융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영국의 머천트 뱅크는 적극적으로 달러자금을 예치받아 고객에게 달러표시 무역금융을 제공하였다. 또한 1960년대에 유럽통화가 교환성을 회복하면서 달러에 대하여 강세를 보인 것도 유로달러에 대한 수요를 촉진시켰다. 예컨대 달러가 독일마르크에 대하여 약세를 보여 환율이 차입시 US$1 DM2.0000, 상환시 US$1 DM1.5000이 되었다면 1백만달러를 차입한 독일기업은 차입시 이것을 2백만마르크로 환전하여 사용하고 상환시에는 1.5백만마르크만 있으면 차입금을 전액상환할 수 있으므로 차입자에게 유리하다.
다음으로 유로달러의 공급측면을 살펴보면, 1950년대 이후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누적으로 유로달러의 잠재적 자원이 풍부해졌고 더욱이 1960년대 초부터 미국은 국내의 예금금리상한규제(Regulation Q)를 했기 때문에 단기자금이 보다 높은 금리를 쫓아 유럽으로 유출되었다. 그러나 Regulation Q가 1986년까지 단계적으로 철폐되었으나 유로시장은 쇠퇴하지 않았다. 이것은 시장육성단계에서 Regulation Q가 발전에 기폭제 역할을 하였으나 유로시장의 발전은 결국 시장의 우수한 기능에 있는 것이므로 미국의 금리규제가 필요조건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 유로시장의 발전
(1) 미국은행의 활동
이와 같이 생성된 유로시장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것은 미국은행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까지 미국 다국적기업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여, 이러한 기업에 금융을 제공하고 경제적으로 부흥한 유럽에서의 업무를 강화하기 위하여 많은 미국은행이 런던을 중심으로 진출하여 유로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또한 유로달러예금은 지급준비율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유로달러시장은 한 단계 더 발전하였다. 미국의 달러방어책으로 유럽에 있는 미국계기업과 종래 미국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던 비거주자의 유로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또 미국은행은 본국의 금융제한정책에 대한 대응책으로 Regulation Q를 피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유로달러를 유치하여 본국으로 송금하였다. 1969년 10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은행이 수취한 유로달러가 본국의 본점계정으로 들어올 때 10%의 지급준비율을 부과하였다. 이 때문에 미국은행의 유로시장에서의 활동이 다소 둔화되었으나 유로달러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였다.
(2) 유로대출시장
1968년에 최초로 유로달러 신디케이트 론이 등장하였다. 이것은 다수의 은행이 신디케이션(syndication:차관단)에 참석하여 대출을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대출자의 자금 및 위험부담이 분산되었다. 이 대출은 중장기대출이지만 금리는 일반적으로 6개월 LIBOR에 스프레드를 가산한 변동금리부 대출이다. 이 신디케이트 론은 1970년대에 활황을 보였다.
(3) 석유위기와 오일달러의 환류
1973년과 79년 두 차례의 석유위기 때에 국제경제계의 가장 큰 문제는 산유국에 집중된 달러를 비산유개도국으로 어떻게 환류시키느냐 하는 것이었다. 일부 오일달러는 산유국이 수입대금결제에 충당하였으나 대부분의 오일달러는 유로시장으로 유입되었다. 비산유개도국은 부족한 외화자금을 유로시장으로부터 차입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 개발도상국 누적채무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4) 유로채 시장
1982년 8월 멕시코가 대외채무변제에 곤란을 겪자 컨츄리·리스크(country risk)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어 유로시장이 정체하기 시작했다. 한편 신용있는 국가나 기업은 유로대출을 받는 것보다 유로채를 발행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자금조달수단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소위 말하는 증권화(securitization)가 진행되어 1984년에는 유로채 시장발행 순금액이 유로대출금액을 상회하였다. 다만 1987년에 유로대출시장은 크게 신장된 반면에 유로채 발행은 대폭 줄었는데 이것은 그 해 10월의 블랙 먼데이(Black Monday)의 영향 때문이었다.
유로채시장이 런던에서 발전된 이유도 또한 관계국가의 국내시장 규제와 관계가 있다. 1960년대에 미국의 국제수지가 적자를 나타내 달러위기가 다시 발생하였다. 이 때문에 달러방어책으로 1963년 케네디대통령은 외국정부 및 기업이 미국에서 발행한 채권에 이자평형세를 도입하였다. 이것은 미국거주자가 비거주자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여 받은 이자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최종적으로 채권발행자가 부담하여야 하므로 외국차입자가 미국시장으로부터 멀어졌다.
한편 유로채는 원천과세가 없고 무기명식이기 때문에 베네룩스제국의 재산가와 고객의 자금을 운용하는 스위스 은행이 선호하였다. 미국은 그후에 달러방어책으로 1965년에 대외투자자율규제계획(외국정부 및 외국기업에 대한 미국은행의 대출규제), 68년에 대외직접투자계획(미국기업이 해외투자자금을 국내에서 차입하는 것을 규제) 등을 시행하였는데 특히 후자가 유로채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 후 유로채시장은 순조롭게 발전하였는데 각국의 자본시장규제와 금리문제 이외에도 채권발행자에게 여러 가지 매력이 있었다. 예를 들면 ① 무기명식이다, ② 원천과세가 없다, ③ 국내자본시장보다 발행절차가 간단하다, ④ 기채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⑤ 채권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유로채시장의 중심지가 런던이 된 내부적 이유는 런던이 외환거래 및 유로통화거래의 중심지이어서 편리한 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채권발행 노하우(know-how)가 축적되어 있고, 금융문제전문 변호사로부터 계획서를 인쇄하는 인쇄업까지 모든 여건이 완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채권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으로 원래 런던과 더불어 쮜리히가 발전하였으나 스위스정부가 증권거래세를 도입한 이후 런던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5) 유로시장의 신금융상품
유로채의 새로운 형태인 FRN은 변동금리방식이기 때문에 차입자가 신디케이트 론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 되었다. 근년의 유로시장의 신금융상품으로는 NIF(note issuance facility)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NIF란 은행이 차입자에게 중장기 back-up facility(긴급시 여신한도)를 제공하여, 그 한도내에서 차입자가 3∼6개월의 단기어음(note)을 계속적으로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차입자가 발행어음의 일부를 팔지 못하고 남으면 back-up facility 공여은행이 자금부족액을 융자해 주거나 남은 어음을 인수할 것을 보증한다. 이러한 종류의 facility는 1970년대 후반부터 있었으나 83년 이후에 크게 성장하였다. 유사한 facility로는 RUF(revolving underwriting facility)와 TRUF(transferable RUF)가 등장하였다. 후자는 facility를 공여한 은행이 이것을 다른 은행에 양도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차입자가 여러 종류의 자금조달방법에 선택권을 가지는 facility도 유행하였다. MOFFS(multiple option funding facility)와 GNF(global note facilities)는 차입자가 유로노트시장, 미국 CP시장 또는 은행차입중에서 조달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편의이다.
이 밖에 과거 수년간 현저하게 성장한 것이 ECP(Euro commercial paper)이다. Euro CP 자체는 1970년 초기에도 있었으나 이것은 미국계 유럽기업이 발행주체가 되었기 때문에, 1974년 미국의 대외자본관계 규제가 철폐된 다음에는 미국기업이 자국국내에서 발행하여 시장이 쇠퇴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NIF와 같은 인수facility시장은 쇠퇴하고 ECP시장이 세계의 차입자에게 중요한 시장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ECP가 차입자의 입장에서 NIF와 같은 인수facility에 비하여 자금조달이 신속하고 탄력적이라는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 은행으로서는 NIF와 같은 인수facility가 BIS가 규제하는 자기자본비율 규제대상이 되고 수익성도 낮기 때문에 그것의 취급에 소극적인 데에도 원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