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모방의 수단 서사시와 비극, 희극과 디튀람보스, 그리고 대부분의 피리 취주와 키타라 탄주는 전체적으로 볼 때 모두 모방의 양식이다. 그러나 그들은 세 가지 점에 있어 상호간에 차이가 있으니, 즉 그들이 사용하는 모방의 수단이 그 종류에 있어 상이하든지, 그 대상이 상이하든지, 그 양식이 상이하여 동일하지 않다. 디튀람보스와 송가와 비극과 희극은 율동과 노래와 운문 등과 같은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예술이다. 이들의 차이점은 어떤 것들은 이러한 수단들을 동시에 모두 사용하고, 다른 것들은 따로따로 교대로 사용하는 데 있다. 여러 가지 예술들의 이러한 차이점을 모방의 수단에 있어서의 차이라고 부른다.
2장 모방의 대상 모방자(시인)는 행동하는 인간을 모방하는데, 행동하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선인이거나 악인이다. 인간의 성격이 거의 언제나 이 두 범주에 속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덕과 부덕에 의하여 그 성격이 구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방의 대상이 되는 행동하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우리들 이상의 선인이든지, 혹은 우리들 이하의 악인이든지, 혹은 우리와 동등한 인간이다. 바로 여기서 비극과 희극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는데, 희극은 실제 이하의 악인을 모방하려 하고, 비극은 시제 이상의 선인을 모방하려 한다.
3장 모방의 양식 이들 여러 가지 모방의 제 3원칙은 각종의 대상을 모방하는 양식에 있다. 동일한 수단으로 동일한 대상을 모방한다고 하더라도, 시인은 (1)호메로스가 한 것처럼 때로는 서술체로, 때로는 작중인물이 되어 말할 수 있고 (2)그러한 변화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서술체로만 말할 수 있고 (3)모방자들로 하여금 모든 4것을 실연(實演)하게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모방은 수단과 대상과 양식이라는 세 가지 점에서 상호간에 차이가 있다.. 그리하여 소포클레스의 모방은 선인을 모방한다는 점에서는 호메로스의 모방과 유사하지만, 등장 인물들을 실제로 행동하는 자로서 모방한다는 점에서는 아리스토파네스의 모방과 유사하다.
4장 비극과 희극의 발생과 발전 시는 일반적으로 인간 본성에 내재하고 있는 두 가지 원인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모방한다는 것은 어렸을 적부터 인간 본성에 내재한 것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도 인간이 가장 모방을 잘하며, 처음에는 모방에 의하여 지식을 습득한다는 점에 있다. 또한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모방된 것에 대하여 쾌감을 느낀다. 인간은 이와 같은 본성에서 출발하여 이에 점진적인 개량을 가함으로써 즉흥적인 것으로부터 시를 만들어 내었다. 원래 비극은 처음에 즉흥적인 것으로부터 발생하였다. 희극도 마찬가지였다. 비극은 디튀람보스의 지휘자로부터 유래하였고, 희극은 아직 많은 도시에서 관습으로 남아 있는 남근 찬가의 지휘자로부터 유래하였다. 그 후 비극은 그때까지 알려졌던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계속 개량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많은 변화를 거쳐 본연의 형식을 갖추게 된 뒤에야 비로소 비극의 발전은 정지되었다. 아이스퀼로스 처음으로 배우의 수를 한 사람에서 두 사람으로 늘렸고, 코러스의 역할을 줄이고 대화가 드라마의 중심이 되게 하였다. 소포클레스는 배우의 수를 세 명으로 늘리고 무대 배경을 도입하였다. 또한 비극은 그 길이가 길어졌다. 비극은 사튀로스 극으로부터 탈피함으로써 짧은 스토리와 우스꽝스런 조사를 버리고 위엄을 갖추게 되었는데,. 이는 다 후기에 일어난 일들이다. 그리고 그 운율도 사절 운율에서 단장격 운율로 바뀌었다. 처음에 장단격 사절 운율이었던 것은, 당시의 비극이 사튀로스 극이었고 지금보다 무용적 요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가 도입되면서 자연히 이에 적합한 운율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단장격 운율은 대화에 가장 적합한 운율이기 때문이다.
5장 육절 운율에 의한 모방, 즉 서사시와 비극의 비교와 희극 희극은 보통 이하의 악인의 모방이다. 그러나 이때 보통 이하의 악인이라 함은 모든 종류의 악과 관련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종류, 즉 우스꽝스런 것과 관련해서 그런 것인데, 우스꽝스런 것은 추악의 일종이며, 남에게 고통이나 해를 끼치지 않는 일종의 실수 또는 기형이다. 서사시는 장중한 운율로 고상한 대상을 모방한다는 점에서는 비극과 일치하지만, 한 가지 운율만을 사용하며 서술체라는 점에서는 비극과 상이하다. 양자는 길이에 있어서도 상이하다. 비극은 가능한 한 태양이 일회전하는 동안이나 이를 과히 초과하지 않는 시간 안에 사건의 결말을 지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반하여 서사시는 시간적으로 제한이 없다. 이것이 양자의 차이점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비극에도 서사시와 마찬가지로 시간적인 제한이 없었다. 양자는 또한 구성 요소에 있어서도 상이한데, 어떤 것은 양자에게 공통되고, 어떤 것은 비극에만 고유하다. 비극은 서사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으나, 서사시는 비극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6장 비극의 본질과 여러 가지 구성 부분 분석 비극은 진지하고 일정한 크기를 가진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며, 쾌적한 장식을 가진 언어를 사용하되 각종의 장식은 작품의 상이한 제 부분에 따로따로 삽입된다. 비극은 드라마적 형식을 취하고 서술적 형식을 취하지 않으며 연민과 공포를 환기시키는 사건에 의하여 바로 이러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행한다. 비극의 일반적인 성질은 다음의 여섯 가지 구성 부분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여섯 가지로는 플롯과 성격과 조사와 사상과 장경과 노래가 곧 그것이다. 이 가운데 조사와 노래는 모방의 수단에 속하고 플롯, 성격, 사상은 모방의 애상에 속하고, 장경은 모방의 양식에 속한다. 이 여섯 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결합, 즉 플롯이다. 비극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생활과 행복과 불행을 모방한다. 그리고 행복, 불행은 행동 가운데 있으며, 비극의 목적도 일종의 행동이지 성질은 아니다. 인간의 성질은 성격에 의하여 결정되지만, 행, 불행은 행동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러므로 드라마에 있어서의 행동은 성격을 묘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격이 행동을 위하여 드라마에 포함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건의 결합 즉 플롯이 비극의 목적이며 목적은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또 행동 없는 비극은 불가능하겠지만, 성격 없는 비극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극의 제 1원리 또는 비극의 생명과 영혼은 플롯이고 성격은 제 2원리인 것이다. 제 3은 사상이다. 사상이란 상황에 따라 해야 할 말과 적당한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제 4의 것은 조사다. 조사란 언어로 사상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역할은 운문에 있어서나 산문에 있어서나 동일하다. 나머지 두 개 가운데 노래는 비극의 쾌감을 산출하는 양념 중에서 가정 중요한 것이다. 장경은 우리를 매혹시키기는 하나 예술성이 가장 적으며 작시술과는 가장 인연이 먼 것이다. 비극의 효과는 공연이나 배우 없이도 산출될 수 있는 것이며, 또 장경의 준비에 관한 한 의상계의 기술이 시인의 기술보다 더 유력하다.
7장 플롯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비극이 완결되고 일정한 크기를 가진 전체적인 행동의 모방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왜냐하면 전체 중에는 아무런 크기를 가지지 않은 전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체는 시초와 중간과 종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시초는 그 자신 필연적으로 다른 것 다음에 오는 것이 아니고 그것 다음에 다른 것이 존재하거나 생성되는 성질의 것이다. 반대로 종말은 그 자신 필연적으로 또는 대개 다른 것 다음에 존재하고 그것 다음에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성질의 것이다. 중간에 그 자신 다른 것 다음에 존재하고 또 그것 다음에 다른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플롯을 훌륭하게 구성하려면 아무 데서나 시작하거나 끝내서는 안 되고 위에서 말한 원칙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플롯의 길이에 있어서는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어야 하는데, 대체로 말해 주인공의 운명이 일련의 개연적 또는 필연적 경로를 거쳐 불행에서 행복으로 또는 행복에서 불행으로 바뀔 수 있는 길이라면 스토리의 크기의 한계로서 충분할 것이다.
8장 플롯의 통일 플롯의 통일은 한 사람을 취급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사건이 한 사람에게서 일어나는데, 그 중에는 통일을 이룰 수 없는 것도 있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해동이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통일된 행동을 이룰 수 없을 때가 많다. 따라서 다른 모방 예술에 있어서도 하나의 모방은 한 가지 사물의 모방이듯, 시에 있어서도 스토리는 줄거리의 모방이므로 하나의 완전한 줄거리의 모방이어야 하며, 사건의 여러 부분은 그 중 한 부분을 다른 데로 옮겨 놓거나 빼버리게 되면 전체가 뒤죽박죽이 되게끔 구성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있으나마나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전체의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9장 훌륭한 플롯의 조건 시인의 임무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일, 즉 개연성 또는 필연성의 법칙에 따라 가능한 일을 이야기하는 데 있다 희극의 경우에 이는 이미 명확해진 사실인데, 그 이유는 개연적 사건에 의하여 플롯이 구성된 후에야 비로소 거기에 알맞은 임의의 이름이 등장 인물들에게 붙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극의 경우는 기존 인명에 집착하고 있다. 그 까닭은 가능성이 있는 것은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일어나지 않은 것의 가능성은 아직 믿지 않지만, 일어난 것은 가능성이 있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극의 소재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꼭 여기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유명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아는 사람은 소수뿐이고, 아는 사람이 소수뿐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다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비극은 완결된 행동의 모방일 뿐 아니라,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의 모방이다. 이러한 사건은 불의에, 그리고 상호간의 인과 관계 속에서 일어날 때 최대의 효과를 이룬다.
10장 복잡한 행위(플롯)의 전제조건 주인공의 운명의 변화가 급전이나 발견, 또는 이 양자를 동반하여 이루어질 때 복잡한 행위 -복잡한 플롯- 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연속성과 통일성이라는 기본 조건 이외에도 필연성과 개연성에 의한 것이어야만 한다.
11장 급전, 발견 그리고 파토스 급전이란 사태가 반대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발견이란 무지의 상태에서 지의 상태로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함께 등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에 연민과 공포의 감정이 가장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요소 이외에 파토스라는 제 3의 요소도 있다. 이것은 파괴나 고통을 초래하는 행동을 말한다.
12장 비극의 형식적 구성 형식적으로 보아 비극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프롤로그, 삽화 그리고 결미가 그 한 부분이며 다른 한 부분은 등장가와 정립가로 이루어진 코러스이다. 이 두 부분은 모든 비극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나, 배우가 부르는 노래와 애탄가는 소수의 비극에서만 볼 수 있다.
13장 훌륭한 플롯과 이에 적합한 주인공의 유형 가장 훌륭한 비극이 되려면, 플롯이 복잡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모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덕한자가 행복에서 불행으로 빠져드는 플롯, 악한자가 불행하다가 행복해지는 플롯 그리고 극악한 자가 행복하다가 불행해지는 플롯은 피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연민이나 공포의 감정이 불러일으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민의 감정은 부당하게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 때 환기되며, 공포의 감정은 우리 자신과 유사한 자가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 때 환기된다. 따라서 가장 적합한 주인공은 앞에 언급한 자들의 중간형으로서 덕과 정의에 있어 월등하지는 않으나 악덕과 비행 때문이 아니라, 어떤 과실 때문에 행복에서 불행으로 빠져드는 인물이어야 한다. 훌륭한 플롯은 이중의 결말을 가지면 안 된다. 항상 단일한 결말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악한자의 운명은 행복에서 불행으로, 선한 자의 운명은 불행에서 행복으로 바뀌는 결말 구조는 피해야 한다.
14장 비극적 쾌감의 효과적인 환기와 비극적 사건의 전개 유형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다른 무엇보다도 사건의 구성 그 자체 즉, 플롯에 의하여 환기시키는 비극이 가장 좋은 비극이다. 무대장치나 분장에 의해 도출되는 쾌감은 비극 고유의 쾌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것은 비예술적이며 비용도 많이 들기에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혈연관계이거나 친구관계인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비극적 사건은 다른 경우 예를 들어 적대적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비극적 사건보다 효과적으로 비극적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비극적 사건의 전개 유형에는 혈연 또는 가족, 친구임을 알면서 고의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행하는 유형, 전혀 관계를 알지 못한 채 저지른 후에야 비로소 친근 관계임을 발견하게 되는 유형 그리고 상대방의 신분을 모른 채 살인을 저지르려고 하는 순간 상대방이 친근 관계임을 알게 되고 그래서 살인을 멈추는 유형이 있다. 그리고 알면서 고의적으로 살인을 행하려고 하였다가 실행하지 않는 유형도 있는데 이것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유형이다. 이 중에서 세 번째의 유형이 가장 바람직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15장 등장인물의 성격과 기계장치 사용의 주의 사항 등장인물의 성격은 다음의 4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성격은 첫째 선량하여야 하며, 둘 째 등장인물에 어울려야 하며, 셋 째 원전 스토리에 나오는 주인공의 성격과 유사하여야 하며, 넷 째 일관적이어야 한다. 성격의 구성도 사건의 구성과 마찬가지로 필연성과 개연성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즉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는 그의 성격의 필연적 개연적 결과이어야 한다. 그리고 사건의 해결을 플롯 자체로부터 이끌어 내지 않고, 급작스럽게 기계장치를 등장시킴으로써 사건을 해결해서는 안 된다. 기계 장치는 드라마 밖의 사건, 즉 인간이 알 수 없는 과거의 사건이나, 예언이 필요한 미래의 사건에 한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비극 내의 사건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불합리한 점이 있어서는 안되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전사 또는 다른 형식을 통해 비극의 테두리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16장 발견의 유형 발견에는 6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가 표지에 의한 신분의 발견인데, 여기서 표지는 선천적인 신체상의 특징과 후천적으로 얻게된 상처 또는 목걸이와 같은 물건을 뜻한다. 이 유형은 가장 비예술적인 경우로서 시인들의 창조력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이다. 두 번째는 시인에 의하여 조작된 발견으로 이것 또한 비예술적이다. 자기 스스로 신분을 밝히는 -이것을 시인이 요구하기 때문에-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 유형은 기억에 의한 발견으로 무엇을 보거나 듣고 지난 일을 회상함으로서 상대방의 신분을 발견하는 것이다. 네 번째 유형은 추리에 의한 발견이다. 다섯 번째 유형은 상대방의 오류 추리에 의한 복잡한 발견이다. 여섯 번째는 가장 훌륭한 유형으로써 사건 그 자체로부터 유발되는 발견으로 사건의 자연스런 진행에 의하여 경악이 야기된다.
17장 비극을 집필할 때 주의할 점 I 시인은 플롯을 구성하고 그것을 언어화함에 있어서 무대 위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모순을 미리 가려내기 위해 가능한 한 실제 장면을 미리 눈앞에 그려보아야 한다. 그리고 시인은 가능한 한 작중 인물의 몸짓으로 스토리를 실연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표현해야 하는 감정을 실제로 겪었던 사람이 좀 더 설득력 있게 그 감정을 표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시술은 남다른 재능이나 광기가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먼저 스토리를 설정하였으면 먼저 스토리의 대체적인 윤곽을 잡고 등장 인물에게 적절한 이름을 부여한다. 그리고 나서 세부적인 작업으로 들어가야 한다. 즉 각각의 장면들을 첫 째 플롯에 적합하도록 둘 째 상연 시간에 알맞도록 잘 꾸며야한다.
18장 비극을 집필할 때 주의할 점 II 모든 비극은 분규와 해결의 부분으로 양분된다. 드라마 밖의 사건과, 그리고 종종 드라마 안의 사건 가운데 일부가 분규를 구성하고 나머지는 해결을 구성한다. 스토리의 시작에서 주인공의 운명의 전환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는 분규이며, 운명이 전환된 시점부터 마지막까지가 해결이다. 비극에는 복잡한 비극, 파토스적 비극, 성격 비극 그리고 단순한 비극의 4가지 종류가 있다. 비극을 서사시적으로 구성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코러스도 배우의 한 사람으로 간주하여야 하며 비극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극의 행동에 참가하여야 한다. 코러스를 단지 막간가나 부르게 하는 정도로 천대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막간가를 부르는 것은 다른 작품의 대사를 따와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과 같이 플롯의 내용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이다.
19장 사상과 조사 등장 인물의 사상은 그들의 언어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것, 다시 말해 무엇을 증명하려 하거나, 반박하려 하거나, 감정(연민, 공포, 분노 등)을 환기시키려 하거나, 과장하려 하거나, 과소평가 하려는 그들의 노력 속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만일 그들의 행동이 연민이나 공포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또는 중요하다거나 개연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를 바란다면 그들은 행동에 있어서도 언어와 동일한 원칙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등장 인물의 사상과 감정은 그들의 언어뿐만 아니라 행동에 의해서도 표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소기의 효과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양자의 동일한 원칙, 즉 수사학에 속하는 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행동의 경우는 효과가 설명 없이 산출되어야 하는 데 반하여, 언어의 경우에는 화자의 언어에 의하여 산출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조사에 관해서 말하자면, 이 분야에 속하는 여러 가지 연구 대상 가운데 하나는 어조, 어조란 상이한 화법, 시칭 등의 사용에 의하여 의미의 변화를 초래하는 방법을 말하는 듯하다. 다시 말해 명령, 기도, 단순한 진술, 위협, 질문, 대답 등등의 차이를 연구하는 것이다.
20장 문자, 음절, 접속사, 관사, 명사, 동사, 격, 문 (1) 문자는 불가분의 음이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불가분의 음이 아니라, 유의미한 음을 구성할 수 있는 특수한 종류의 불가분의 음이다. 이 불가분의 음은 모음과 반모음과 무성음으로 구분된다. 모음은 혀를 움직이지 않더라도 들을 수 있는 음을 가진 문자이고, 반모음은 혀를 움직여야만 들을 수 있는 음을 가지는 문자이다. 무성음은 혀를 움직여도 단독으로는 아무런 음을 가지지 않고, 오직 모음을 덧붙일 때에만 들을 수 있게 되는 문자이다. (2) 음절은 무성음과 모음으로 구성되는 무의미한 음이다. (3) 접속사는 몇 개의 음으로부터 하나의 유의미한 음이 형성될 수 있을 때 그 결합을 방해하지도 않고 돕지도 않으며, 이렇게 하여 형성된 문이 다른 문들과 떨어져서 독립하여 있을 때 그 문의 첫머리에 놓음이 적당치 않은 무의미한 음이거나, 몇 개의 유의미한 음을 하나의 유의미한 음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무의미한 음이다. (4) 관사는 문의 처음이나 끝이나 구분점을 표시하는 무의미한 음으로서, 보통 문의 양쪽 가에나 중간에 위치한다. (5) 명사는 시간 관념을 포함하지 않는 유의미한 복합음으로서, 그 어떠한 부분도 단독으로는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6) 동사는 시간의 관념을 포함하는 의미 있는 복합음으로서, 명사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그 어떠한 부분도 단독으로는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7) 격은 명사는 동사에서 볼 수 있는데, 어떤 것은 '의'나 '에게'나 그와 유사한 관계를 표시하고, 어떤 것은 '사람들' 또는 '사람'과 같이 단수 복수를 표시하고, 어떤 것은 질문, 명령 등과 같은 어조의 차이를 나타낸다. '그는 걸어서 갔느냐?' 또는 '걸어가거라!'는 '걷는다'는 동사의 이 마지막 종류에 속하는 격이다. (8) 문은 유의미한 복합음으로서, 그 부분 중의 어떤 것은 단독적으로도 어떤 의미를 가진다. 모든 문이 다 명사와 동사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21,22장 단어 명사에는 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무의미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순명사와 유의미한 부분과 무의미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거나 유의미한 부분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복합명사가 있다. 모든 명사는 일상어이거나, 방언, 은유, 장식어, 신조어, 연장어, 단축어이거나, 변형어이다. 일상어: 한 지방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말 방언: 다른 지방에서 사용되는 말 은유: 유(類)에서 종(種)으로, 혹은 종에서 유로, 혹은 종에서 종으로, 혹은 유추(類推)에 의하여 어떤 사물에다 다른 사물에 속하는 이름을 전용하는 것이다. 신조어: 한 국민 사이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말을 시인 자신이 만들어 낸 갓을 의미한다. 연장어: 본래 단모음이던 것이 장모음으로 되었거나, 혹은 가외의 음절이 삽입된 말이다. 단축어: 그 일부분을 상실한 말이다. 변형어: 일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고, 일부분은 시인이 조작한 말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여러 가지 말 가운데 복합어는 디튀람보스에 가장 적합하고, 방언은 영웅시에 적합하며, 은유는 단장격 시에 적합하다. 영웅시에 있어선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말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나, 가능한 한 일상 대화를 모방하려고 하는 단장격 시에 있어선 일상어나 은유나 장식어와 같이 일상 대화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말이 적합하다.
23장 서사시와 비극과의 공통점 (1) 그 스토리의 구성은 드라마의 그것과 같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스토리는 시초와 중간과 종말을 가진 하나의 전체적이고 완결된 행위를 취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작품은 유기적인 통일성을 지닌 생물과도 같을 것이며, 그에 고유한 쾌감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스토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역사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하나의 행위를 취급하지 않고, 한 시기와 그 시기에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에게 일어난 모든 사건을 취급하며, 사건 상호간에는 연관성이 없어도 무방하다. (2) 그 외에도 서사시의 종류는 비극의 그것과 동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그것은 단순하든지, 복잡하든지, 성격적이든지, 파토스적이어야 한다. 또한 그 구성 부분도 노래와 장경을 제외하고는 비극의 그것과 동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까닭은 서사시도 급전과 발견과 파토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상과 조사도 그 나름대로 훌륭해야 한다.
24장 서사시와 비극의 차이점 (1) 길이: 작품의 시초와 종말을 통관할 수 있는 정도라야 한다. 서사시는 길이를 연장하는 데 있어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비극은 여러 부분이 동시에 진행되는 사건을 모방할 수 없고, 오직 무대 상에서 배우에 의하여 연출될 수 있는 부분에만 국한되는데 반하여, 서사시는 서술 형식이므로 동시에 일어나는 많은 사건을 그릴 수 있다. (2) 운율: 영웅시의 운율이 서사시에 적합하다는 것이 경험에 의하여 알려졌다. 영웅시 운율은 실로 모든 운율 가운데서 가장 안정성이 있고 무게 있는 운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운율은 다른 운율보다도 방언과 은유를 더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이 점에서 또한 서사시는 다른 시들을 능가한다. 이에 비하여 단장격 운율과 장단격 운율은 동적인 운율로서 전자는 행동에, 후자는 무용에 적합하다. 비극에 있어서도 경이로운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서사시에 있어서는 경이로운 것의 주된 요인인, 있음직하지 않은 것이 더 많이 허용된다. 그 까닭은 서사시에 있어서는 행위자가 우리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26장 서사시적 모방과 비극적 모방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수한 것인가? 어느 것이 더 우수한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할 때, 만일 덜 저속한 모방이 더 우수한 모방이고, 더 훌륭한 관객을 상대로 하는 모방이 항상 덜 저속한 모방이라면, 아무나 가리지 않고 상대로 하는 모방이 아주 저속한 모방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서사시는 제스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교양 있는 관객을 상대로 하고, 비극은 교양 없는 관객을 상대로 한다는 것이다. 만일 비극이 이처럼 저속한 에술이라면 그것은 서사시보다 열등한 예술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는 두 가지 답변이 가능하다. 첫째, (1) 이러한 비난은 비극 시인의 작시술에 관련된 것이 아니고, 배우의 연기에 관련된 것이다. (2) 우리는 모든 동작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교양 없는 사람들의 동작만을 배척해야 할 것이다. (3) 비극 역시 서사시와 마찬가지로 동작 없이도 그 효과를 산출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작품을 단지 읽기만 하여도 그것이 어떠한 성질의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극이 다른 모든 점에서 더 우수하다고 한다면 이 점은 비극에 꼭 필요한 부분은 아니다. 둘째, (1) 비극은 서사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전부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서사시의 운율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 그밖에 중요한 부분으로서 음악과 장경을 가지고 있는데 전자는 드라마의 쾌감을 가장 생생하게 산출한다. (2) 비극은 우리가 그것을 읽을 때에도 무대상에서 연출되는 것을 관람할 때나 다름없이 생생하게 실감된다. (3) 비극적 모방은 더 짧은 시간에 그 목적을 달성한다. 보다 압축된 효과는 많은 시간에 걸쳐 분산된 효과보다 더 큰 쾌감을 준다. (4) 서사시인들의 모방은 통일성이 적다. 그 증거로 그들의 어떤 작품으로부터도 여러 개의 비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서사시가 통일성이 적다 함은 서사시가 다수의 행위로 구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비극이 이러한 모든 점에서, 그리고 또 시적 효과를 산출하는 점에서 (왜냐하면 비극과 서사시는 임의의 쾌감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특정한 쾌감을 산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더 우수하다면, 그것은 서사시보다 시의 목적을 더 훌륭하게 달성하므로 더 우수한 형식의 예술임이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