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규 칼럼] 100년 뒤 한의학을 생각하며
100년 뒤 한의학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 짐작이 어려울 것 같다. 100년 전에 지금처럼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을 지원하고, 국가시험을 거쳐 개원을 하는 한의사가 한 해에 800여명이 되며, 전국 어디를 가도 ‘한의원’이라는 이름을 쉽게 볼 수 있으며, 해외에서 우리나라 한의학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있고 혹은 해외로 나가 그 나라에서 개원을 하는 가운을 입은 한의사의 모습을 상상이나 하였을까 생각하면 미래 한의학은 더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의사제도가 부활하고, 한의학교육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관학 교육역사에서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동제의학교(東濟醫學校)’가 강제로 문을 닫은 지 100년 만에 한의학이 국가교육기관으로, 다시 부산대학교에 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된 것은 100년 뒤를 생각한 이들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904년 최초의 근대적 한의과대학이라 할 수 있는 ‘동제의학교’의 실제적인 후원자였던 고종이 퇴위하여 ‘동제의학교’가 문을 닫게 되었을 당시, ‘청강의감(晴崗醫鑑)’이란 책으로 유명한 김영훈 선생을 비롯한 한의학의 원로였던 홍철보, 장용준 선생 등이 ‘팔가일지회(八家一志會)’를 만들어 한의학의 부흥에 힘썼다는 역사를 보면 한의학의 부활을 꿈꾸었던 그 분들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되었다.
이제 부산대 국립한의전은 2주 뒤가 되면 임시 교사에서 진행되었던 강의를 끝으로 장전동캠퍼스를 떠나 양산캠퍼스로 이전하게 된다. 양산캠퍼스에는 양방종합병원, 치과병원, 소아병원, 간호센터 등의 의료시설과 한의학전문대학원을 비롯하여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간호대학의 교육기관이 함께 이전하며, 향후 약학대학을 비롯하여 첨단바이오 관련 대학들도 합류하게 될 계획이다. 내년 2월 한의전 이전이후, 1기 석사생들이 임상과목을 시작하게 되는 2010년에는 부속한방병원이 개원하고 그 다음해 국립한방임상연구센터가 설립되면 시설계획은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내년 3월자로 오게 될 새로운 교수들까지 합하면 이제 한의전의 교수 수도 20여명을 넘게 된다. 지금까지 국립한의전 교수들은 대구나 부산에서 옮긴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멀리 서울에서부터, 나주, 대전, 춘천의 생활연고지를 떠나 부산으로 옮겨왔다.
대학시절 은사들께서 대학의 핵심은 건물이 아니라 교수들이라던 말씀들이 부족한 시설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교육의 중심에는 늘 교수가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교수충원 과정에 참여하면서 연고중심이 아니라 전국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우수한 분을 모시려면 열의에 부응할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연고를 떠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전까지 머물 푸근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립 한의전의 100년 뒤를 꿈꾸는 그 누군가의 이름으로 ‘○○학숙(學塾)’이 양산캠퍼스에 건립되어, 전국의 유능한 원로들이 방문하여 머물며 한의학에 대하여 토론하고 후학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 줄 수 있게 되기를 원하는 것이 불가능한 꿈일까 생각해 본다. 캠퍼스 이전에 맞추어 작은 후원으로도 교수 연구실마다 ‘○○○ 후원연구실’이라는 명패가 붙게 되길 기대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꿈일까 생각해 본다. 며칠 전 방문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는 건물마다 유명한 후원자들의 이름과 작은 세미나실마다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100년 국립 한의전의 모습을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