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 봉투를 따로 사서 쓰지 않는 나는 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담아오는 봉투를 쓰레기 봉투로 사용한다. 어떨 때는 너무 많아서 처치곤란이기도 하지만 다 떨어졌을 때는 구하기가 그리 쉬운 것도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장을 보면서 봉지를 두 겹으로 싸달라고 해야지.....생각을 하고 마켓에 갔다.
장을 보고 계산대(register)에 서서는 나름대로 자신 있게 준비 해 온 문장을 말했다.
'Can you make two bags for all?'
‘전부다 두 겹으로 넣어줄래요?'
내 뜻은 그.랬.다...
말할 당시에는 적어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은 못했으니까....
그랬더니 직원(cashier)이 되묻는다...
'everything?'
‘전부다 요?'
두 겹으로 넣어달라는데 왜 'Everything?'이라고 물어보지? 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것은 두 겹으로 원하고 어떤 것은 한 겹만 넣어달라는 것을 확인하느라 그러는가 보다 라고 혼자 생각했다.. 그래서 모두 두 겹으로 넣어달라는 의미로 아무생각없이 'Yes!'라고 말했는데....
그런데 가만히 서있다 보니 직원이 그냥 한 겹씩 넣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한 말은 어디로 알아들었남? 두 겹씩 넣어 달라니까 그냥 한 겹씩 넣는 저의가 대체 뭐야!’ 이러면서 속으로 당황하기 시작한 나. 가만 생각해 보니 그 직원은 내가 한말을 두 겹씩 넣으라는 뜻으로 알아들은 게 아니라 내가 산 물건을 전부 봉투 두 개로만 나누어서 넣어달라는 뜻으로 이해했던 것이다...듣는 사람이 잘못 이해 한게 아니라 말한 내가 잘못 말 한게지.
그럼 내가 그 많은걸 봉투 2개로 넣어달라고 했다는 의미??!!!
그러니 ‘everything’이라고 확인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손짓을 하며 'no, no, no…'그랬더니 그 직원이 하는 말이,
'Oh, you mean.... double bag?'
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
내가 원했던 두 겹으로 싸달라는 말은 'two bags'가 아니라 'double bag'이었던 것이다. 단어 하나 차이지만 이렇게 큰 차이가 나다니. 비닐봉투좀 많이 얻으려고 잔머리 굴렸다가 오히려 겨우 봉투 두개에 찟어질 정도로 물건 담아서 하나도 못 얻을 뻔 했다.
미국에 처음 오자마자 마트에 가서 십중팔구 못 알아듣는 유명한 표현이 또 하나 있다. 계산대에 서면 제일 먼저 점원이 하는 말이 있으니,
'plastic or paper?'
‘플라스틱 아니면 종이?????!!!!’
사실 단어라도 제대로 알아 들었다면 플라스틱은 뭐고 종이는 뭐람~ 이러면서 대충 둘 중 하나는 대답할 수 있겠지만 현지 영어는 테이프에서 듣던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분명 뭐라고 말은 하는데 들어보면 한 단어인지 세 단어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그냥 휘리릭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T.T.
‘yes’ 라고 해야 할지 ‘no’라고 해야 할지….사실 이 질문에는 ‘plastic’ 아니면 ‘paper’라고 대답해야지 만약 ‘yes’ 또는 ‘no’라고 했다면 더 망신이다.
‘ 설마~ 그 쉬운 두 단어가 안 들린다고?’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땅에 도착하자 마자 좌절하는 표현이 바로 이 표현이다. 미국에 도착했다는 설레임에 신나서 장을 보러 갔지만 계산대에서 직원이 말 하는 이 두 단어를 못 알아 듣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니까….
이 말은 ‘비닐 봉투에 넣어줄까요, 종이 봉투에 넣어줄까요?’라는 뜻이다. 영화에 보면 종이봉투에 장 본거 담고 차 트렁크 닫으며 집에 들어가는 멋진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 종이봉투에 물건을 넣어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비닐봉투와 종이봉투 중 어느 곳에 넣어줄까? 라는 뜻인 것이다.
더더군다나 비닐봉투를 플라스틱(Plastic bag)이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우리가 비닐봉투라고 하는 것은 ‘Plastic bag’이라고 하고 영어로 비닐[바이널, Vinyl]은 자재로서의 비닐을 말 한다. 게다가 발음이 '플라스틱 오알 페이퍼'라고 또렷이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 단어처럼 쓱 지나가듯 빨리 말하니 그게 한 단어인지 두 단어인지 조차도 처음엔 구분이 안 된다. 굳이 따라해 보자면 ‘플라스페퍼???” 보통은 비닐봉투에 담아가니 어떤 직원은 바로 ‘Plastic OK?’ 라고 물어보는데 그걸 경우에는 그냥 ‘YES’라고 대답하면 간단하지만 다 이렇게 물어봐 주는게 아니라는 것. 미국땅에 처음 오자마자 ‘Plastic OR Paper?’ 라는 너무나도 간단한 표현이 들리지 않을 때는 머리속으로 지금까지 배운 영어가 몇 년인지 계산하며 어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어진다. 부푼 희망과 설레임을 안고 미국에 도착한 첫날밤의 달콤한 꿈은?
‘Oh, no~ 이제 시작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