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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에는 두 가지 사랑이 있다. 주인공 진이와 놈이의 사랑 그리고이금이와 괴똥이의 사랑이 있다. 진이의 몸종과 놈이를 삼촌으로 따르는 괴똥이는 진이와 놈이가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연인들. 바로 희망을 뜻하는 존재들이다. 이금이와 괴똥이를 연기한 정유미, 오태경이 들려주는 이들의 이야기는 황진이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롭다. 얼굴 만큼이나 야무진 배우 정유미, 아역배우의 꼬리표를 떼고 새롭게 연기 생활에 임하는 오태경의 대화는 쉽게 그칠 줄 몰랐다.
사자성어로 풀어보는 인생관&연애관
정유미 기자 지금 생각나는 사자성어 두 개만.
오태경 무위도식(無爲徒食 하는 일 없이 놀고 먹음), 장유유서(長幼有序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엄격한 차례가 있고 복종해야 할 질서가 있음)
정유미 고진감래(苦盡甘來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옴을 이르는 말),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겨 지킴),
정유미 기자 요즘 한창 유행하는 사자성어 놀이인데 송혜교 씨는 알고 계셔서 안타깝게도 이 놀이를 즐기시지 못했어요
오태경 그렇죠? 혜교 누나가 쉽게 말할 리 없지.
정유미 기자 맨 처음 게 인생관, 두 번째가 연애관이라고 하더라고요.
정유미 와 맞는 거 같아요.
오태경 으하하. 제 컨셉이 무위도식인데. (핸드폰 액정 화면을 보여주며) 보세요. 얼마 전에 친구가 무위도식이라는 사자성어를 보내줘서 배경화면으로 깔았잖아요.
정유미, 100억 프로젝트에 두 번 캐스팅 된 배우
정유미 기자 유미씨는 <실미도>에 이어 <황진이>까지 100억짜리 프로젝트에 두 번이나 캐스팅됐는데. 소감은?
정유미 미처 생각 못하고 있었던 걸 또 말씀해주시네요.
오태경 그러네 난 이번이 처음인데. 난 저 예산 영화 그런 거. (웃음)
정유미 <실미도>는 거의 첫 작품이나 마찬가지였고. 연기에 대해서 아무런 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찍었기 때문에 단순히 100억짜리 프로젝트니까 진짜 여기서 내 몫을 톡톡히 해야 돼, 이런 각오는 없었어요. 당시 현장도 제가 느끼기엔 100억짜리 라는 느낌은 안 들었어요. 왜냐면 다 훈련병들 모아놓고 머리도 바리깡으로 대충 옆에서 밀고 계시고 (웃음) 군대 안에 온 거 같았어요.
오태경 제가 출연한 <알포인트>는 여자 한 명 나와요. 그것도 귀신. 몇 번 못 봤어요.(웃음)
<황진이>의 또 다른 로맨스 - 이금이와 괴똥이
정유미 첫 번째 오디션에 합격하고 두 번째 오디션을 열심히 준비했죠. 시나리오도 분석하고. 그런데 두 번째 오디션을 보러 간 날이 이미 캐스팅된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더라고요. 당황했죠.
오태경 장윤현 감독님과 <알 포인트>로 인연을 맺었어요. 죄송한 건 영화에 출연할 때 몸이 안 좋았던 게 아쉽죠. 신기한 건데 장 감독님 때문에 제가 아픈 걸 알게 됐어요. 감독님 뵈러 갔을 때 살이 왜 이렇게 빠졌냐고 해서 아무래도 이상하다, 병원에 가보라고 하셔서 갔더니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고 진단을 받았어요.
정유미 기자 원작에서는 두 캐릭터 모두 꽃미남 꽃미녀더라. 특히 원작에서 이금이는 진이도 부러워하는 외모잖아요. 영화에서는 원작보다 캐릭터들이 작아진 게 아닌가?
정유미 예, 감독님께서도 저한테 늘 말씀하시기로는 “이금이는 진이보다 더 예쁜 역할이야” 하셨지만 영화에서는 원작의 이미지 보다 황진이라는 아씨를 모시는 몸종 느낌으로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꼭 원작이 아니더라도 여배우니까 당연히 예뻐 보이고 싶은 게 있었죠.(웃음)
정유미 기자 유미 씨는 제일 힘들었던 장면이 편집돼서 속상했다는데. 어떤 장면이었나요?
정유미 괴똥이와 혼례 후 감옥에 갇힌 괴똥이를 만나고 돌아온 바로 그 순간을 찍은 장면이 있었거든요.
정유미 기자 태경 씨는 그 감옥 장면 힘들지 않았어요? 무릎이나 여기 저기 부러지기도 하는 설정이었는데.
오태경 무릎은 안 으스러졌어요. 대신 지짐을 당했죠. (웃음)
정유미 기자 출연 장면 중에서는 힘든 장면이지 않았나요?
오태경 핑계긴 한데요. 건강의 악화로 액션 씬이 힘들었죠. 자꾸 짜증이 나더라고요. 머리 속에는 다 계산돼 있는데 몸이 안되니까. 혼자 성질을 되게 많이 냈어요. 남한테 성질 낼 수 없잖아요.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거니까. 혼자 구석에 가서 짜증을 많이 냈죠.
정유미 기자 여성관객들이 괴똥이 고문 장면 보고 많이 괴로워하더라.
오태경 매달려 있으니까 손목이 조금 아팠을 뿐이죠. 촬영할 때는 스탭들이 뒤에서 줄을 당겨서 매달려 있고요. 컷 하면 뒤에서 내려주고. 저는 잠깐 힘든 거죠. 땡겨 주시고 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제 몸무게가 있는데.
정유미 기자 은근슬쩍 밥상 멘트 비슷한 게 나온다.(웃음)
오태경, 정유미 일동 웃음
오태경, 살이 빠진 이유
정유미 기자 액션 장면은 어떻게 준비했어요?
오태경 많은 준비에 참관을 못했습니다. 체육관에 두 번 정도 나갔을 때 오른쪽 가슴이 정말 아프더라고요. 병원에 갔더니 기흉이래요. 폐에 공기가 찼다고. 담배를 펴서 그런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래요. 폐에 공기가 차서 이걸 빼내야 하는데 수술을 하거나 입원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틀 뒤에 촬영이 있었어요. 나는 입원이나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의사가 강제로 입원시킨다고 하는 거예요. 의사의 권리로 충분히 그럴 수 있대요. 일단 3일의 시간을 달라, 그 때도 계속 안 좋은 상태면 자진해서 입원을 하겠다고 했죠. 촬영을 하고 담배를 끊어봤어요. 기흉은 공기 좋은데 가면 낫는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며칠 동안 동네 약수터 가고 공기 좋은데 좀 다니고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정말 많이 호전이 됐대요. (웃음)
정유미 오~ 대단하다.
정유미 기자 (정유미에게) 상대배우가 이렇게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어요?
정유미 듣긴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여러 군데가 겹친 줄은 몰랐어요. 오빠 되게 힘들었겠다, 미안해~!
오태경 아 갑자기 생각났다! 운동을 못한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지방 촬영 갔을 때 굉장히 일찍 일어난 날이었는데 매니저 엉아가 촬영이 한 시간 늦춰졌다고 더 자라더라고요. 잠도 안 오고 뭣하길래 숙소에서 샤워를 했죠. 화장실에 다시 들어가서 콘택트 렌즈를 끼고 손을 씻고 도는 순간 넘어졌어요. 그러면서 샤워부스 유리벽과 바닥 사이 그 틈으로 발이 들어가면서 엄지 발톱이 들렸어요.
정유미 (비명) 으으으으~!
오태경 (신이 나서) 넘어져서 아픈 건 둘째 치고 엄지 발톱에 굉장히 불안한 느낌이 와서 바로 잡았어요. 혹시 많이 벌어지지 않았겠지 하고 보니깐 피가 너무 많이 나는 거예요. 이걸 어떡하나 하고 들춰봤더니 발톱이 거의 다 들린 거에요. 매니저 형 깨우고 일단 병원으로 갔죠. 지방 병원에서는 발톱하고 살하고 꿰매주더라고요. 아파 죽는 줄 알았죠. 원래 그 날이 혼례장면 찍는 날이었는데 촬영을 못했어요. 서울 병원으로 갔는데 “이걸 왜 꿰매셨어요?” 그러면서 다 풀고. 그래서 운동을 더 못했어요. 근데 다 핑계에요. 다 제 잘못이지.
정유미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니야. 오빠가 그 때 정말 숙소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대요. 저는 자느라 못 들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장난 아니었다고. 서울 실려갔다고. 한동안 부안으로 안 내려오더라고요. 영영 안 내려오는 줄 알았어요.
오태경 다시 내려가서 피 흘린 그 방에서 또 잤잖아.
정유미, 정유미 기자 으아아악!
사극이 힘든 오태경, 사극을 잘 하는 정유미
정유미 기자 <황진이> 속의 황진이 의상은 화려하던데 이금이와 괴똥이는 몇 벌이나 입었어요?(웃음)
정유미 몇 벌 정도 입었지? 한 세 벌(웃음)? 세 벌에 믹스매치 이런 식으로 겹쳐 입기.
오태경 저는 더군다나 민소매 옷이었어요. 겨울 촬영까지 있었는데 다행히 추위를 안타는 체질이라. 괴똥이도 기본 의상 위에 옷 걸쳐 입는 레이어드 스타일이었죠. (웃음)
정유미 기자 대체 배우 오태경의 몸은 어떤지 한 번 <해부학 교실>에서 연구를 해봐야 될 거 같네요. 추위는 안타는데 속은 엉망이고.
정유미 겨울 촬영 때도 난로 가져다 주면 “에이 필요 없다”고 하고. 진짜 추위를 안타요.
정유미 기자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게 아닌가요?
오태경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극성이셔서 보약을 굉장히 많이 먹은 걸로 기억하거든요. 2년 정도 보약을 계속 먹은 거 같아요. 그 때문인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추위를 안 탄 거 같아요.
오태경 드라마 <허준>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드라마 <목민심서>는 한 장면 나왔어요. 아버지로 나오시는 분이랑 밤에 도망가는 거. <음란서생>은 우정출연으로 일주일 동안 촬영했는데 다 편집을 하시더라고요. 한석규 선배님 동생 역이었는데 정강이 부분만 잠깐 나와요. 사극을 하면 맨날 혼나요. 제 말투나 목소리가 약간 흐르는 듯한 스타일이라서 되게 많이 혼나요. <허준>때도 혼났고, <토지> 때는 덜 혼났고, <목민심서>는 말이 없었죠. 도망가는 거 하나 찍었으니까. (웃음) <음란서생>은 연구는 참 많이 했는데 하나도 안 나왔고요. <황진이>도 많이 혼났어요.
정유미 사극은 <황진이>가 처음이고. 사극을 한 번 하니까 다음 작품도 사극 제안이 들어오더라고요.
오태경 유미는 저랑 다르게 사극 잘 해요.
정유미 (웃음) 나는 대사가 많이 없었잖아. 행동과 감정으로 표현했지. 우리 역할이 그렇게 사극스럽게 표현 하는 역할은 아니어서 구어체 대사에 대한 부담은 덜 하지 않았나?
오태경 그 와중에 나는 많이 혼났지. 허허허허. 그래서 맨날 류승룡 선배님을 따라 했어요.
정유미 기자 그래도 영화 속에서 가장 신나는 장면은 두 사람이 찍었잖아요. 정작 진이와 놈이는 하지도 못하는 혼례 장면을 두 사람은 찍었잖아요.(웃음) 어땠는지?
정유미 (울상 지으며) 저는 너무 힘들었어요.
오태경 (즐거운 표정 지으며) 저는 너무 즐거웠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가가는 장면을 찍어봤기 때문에 너무 좋았어요.
정유미 세상에! 배우 경력 20년 가까이 된 사람이.(웃음)
오태경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이 주문하실 때 “좋아. 이제 해야지 괴똥이~” 이러시면 저는 “정말 좋아요! 감독님~”이랬어요.
정유미 가체 위에 혼례 가체를 또 얹고 거기에 대빵만한 비녀를 꽂고. 머리에 뭔가를 많이 했거든요. 진짜 전통혼례는 절대 못하겠다 이런 생각 했었고. 절 하는 장면 찍을 때 머리가 먼저 내려가고 벗겨지고 하니까. 그래도 뭐 송언니(송혜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
이금이와 괴똥이 로맨스가 너무 짧다!
정유미 기자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연애과정은 없더라도 서로 설정은 했을 것 같은데.
오태경 저희 둘이 붙어 있는 장면이 시나리오에 거의 없어요.
정유미 장난 치는 모습이 두 번 보이고 바로 결혼 허락 받으러 가요. 근데 그 장난치는 장면마저 하나가 잘리고 하나만 살았어요.(웃음)
오태경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굉장한 빠른 템포의 스토리였죠.
정유미 기자 이금이-괴똥이 번외편을 한 번 찍어요. 두 분 다 연극영화 전공이잖아요.
오태경 내가 제작해야지. (웃음)
정유미 유지태 오빠한테 찍어 달래야지.
오태경 아, 좋다.
아역배우 오태경, 스무 살부터 연기 인생 리셋!
정유미 기자 <황진이>에서 유미씨는 송혜교씨랑 함께 나오는 씬이 가장 많았고, 태경씨는 유지태씨랑 가장 많이 나왔는데 곁에서 본 두 스타들은 어땠나요?
정유미 송혜교 언니는 TV나 영화에서 보던 말 그대로 톱 스타셨죠.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가장 많이 옆에서 감정 소통을 해야 되는 사람이 황진이인데 언니가 처음엔 좀 멀게 느껴졌었어요.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언니가 의외로 되게 소탈해요. 촬영을 두 번 정도 했을 때였는데 (웃음) 소소한 부분들을 너무 챙겨주시는 데 감동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제가 조연이다 보니까 현장에서 주연배우와 다를 수 있잖아요. 못 앉아 있으면 의자 가지고 와서 앉아서 쉬라고 하고, 아침 못 먹고 오면 죽 사다 주시고. 배려를 잘 해줘서 너무 감사했어요.
오태경 송혜교 씨랑 지태 형은 같이 작품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혜교 누나는 <육남매> 때, 지태 형은 <올드보이>때. 뭐 친분은 없었어요.(웃음)
정유미 기자 <올드보이>는 어린 오대수 역이었죠? 태경 씨가 워낙 많은 작품을 해서.
오태경 많이만 했죠. 지태 형은 남자답고 이런 걸 떠나서 멋있는 배우 같아요. 다른 분들이 보기에 힘든 액션 없지 않았냐고 말씀 하시겠지만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혼자 하셨어요. 운동을 정말 괴물 같이 해요.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헬스장 가서 세 시간 동안 트레이닝 하고, 또 두 시간 복싱하고.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하루도 쉬지 않고. 또 배우로서의 자세 그런 것들도 굉장히 많이 배웠고.
정유미 기자 연기 경력으로 보면 태경 씨가 유지태 씨보다 고참이잖아요.
오태경 솔직히 말 그대로 아역부터 했던 일이라서요. 요즘 아역 친구들은 모르겠는데 아역 때 뭘 알겠어요. 막말로 <화엄경> 할 때도 장선우 감독님이 여기서 저 문까지 걸어가서 뒤돌아 봐 말씀하시면 그대로 걸어가서 뒤돌아 보면 끝이에요. 제 연기 인생은 스무 살 때부터 다시 리셋 되어 시작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육 년 됐네요. 스무 살 때부터 리셋 했으니까. (웃음)
정유미 기자 스무 살 때 했던 작품이?
오태경 (귀여운 목소리로) <고양이를 부탁해>!
정유미, 정유미 기자 아!
오태경 활동은 일곱 살 때부터 했죠. <화엄경>은 열 한 살 때. 태어나서 맨 처음에 한 건 CF라고 하는데 기억이 안나요. 드라마는 기억 나요. 베스트셀러 극장 <촛불 동네>. 그때 어떤 분 애로 나왔어요. 대사도 다 기억 나요. 버스에서 엄마가 무릎 위에 앉히고 내가 산을 보면서 “엄마엄마 저게 뭐야?” 그러면 “아 그렇구나” 이게 제 첫 드라마 대사에요.
정유미 기자 유미 씨는 첫 대사 기억 나요?
정유미 자일리톨 껌 CF였어요. “너 양치했어?” (웃음) 고등학생 교복 입고. 데뷔작은 <싱글즈>가 처음 이었는데 그건 안 나왔어요. 그리고 <실미도>. (기자가 적어간 필모그래피를 일일이 짚어가며) 요거 요거 아니에요. 요것도 아니고.
오태경 (옆에서 지켜보다가) 네이버에서 찾아보셨죠? 거기에는 제 키가 178cm로 나와요. 실제로는 173cm인데. 수정해달라고 하고 싶은데. 친구들한테 맨날 욕 먹어요. 니 키가 무슨 178이야 이러면서.
정유미 기자 다른 배우들은 오히려 키를 올리고 나이는 약간 내리고 하잖아요.
오태경 저는 빨리 나이 먹고 싶어요. 빨리 서른이 되고 싶어요. 서른이 되면 빨리 마흔이 되고 싶을 거 같아요. 아직까지는.
정유미 남자라 그런가?
오태경 연기는 인생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라는 의문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서른이 되어봐야 알 거 같아요.
정유미와 오태경의 학교생활 극과 극
정유미 기자 학교 생활은 어때요?
정유미 지금 기말고사 기간인데 오늘은 법 시험을 보고 왔어요. 국제법 이런 거. 그래서 머리가 패닉 상태에요. 시험은 금요일까지 봐요. 지금까지 본 건 그럭저럭. 급 열공해서.(웃음)
오태경 학교는 지난 학기에 잘렸어요.
정유미 진짜?
오태경 다시 입학을 하려고요. 올해 2학기는 조금 힘들 거 같고요. 내년에 4학년으로 다시 입학을 할 거 같아요. (웃음) 모르겠어요. 학점이 딸려서 졸업을 시켜줄는지.
정유미 (얘기 듣다가) 아휴 머리야!
오태경 학교 다니면서 학점보다 동기들이나 선배, 후배들이랑 공연 올리는 과정이 너무 재밌거든요. 학교에서 배우를 한 번도 안 했어요. 1, 2학년 때는 총기획을 많이 했죠. 연출도 하고. 그런데 학교를 안 나갔더니 잘렸어요. 이제 학교 가면 아는 애들도 없을 텐데. 지금 나이에 학교 가면 ‘군대 갔다 온 아저씨구나’ 할 텐데, 조용히 다니려고요.
정유미 저는 학교 열심히 다녀요!
오태경 뮤지컬 연출은 <판타스틱스>라는 작품을 처음 했는데 학생 연출 최다 관객 기록을 갖고 있어요. 저는 오태경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잘 몰라요. 영화배우인지 연예인인지. 그런 상태로 작품을 올렸는데, 관객 수요? 음 그건 모르겠는데… 낮 공연 보신 분들이 저녁 때 또 오시고 소극장이 꽉 찼었다니까요. 정말 내가 생각해도 나의 발상은 끝이 없어요!
정유미 (웃음) 통계는 나오지 않은. 신빙성은 없는 얘기 같아요.
오태경 웃긴 건 그 공연할 때 동기들이 군대 가고 휴학해서 없었어요. 나는 연출이자 조연출이고 미술, 음악, 춤, 소품, 무대를 다 해야 되요. 나머지는 다 배우였고. 스탭이 없어서 혼자 다 했어요. 춤은 같이 했고. 음악은 경희대 최초로 포스트모던음악과랑 조인을 해서 라이브 음악을 했어요. 분장은 수빈 아카데미, 유명하죠? (웃음) 거기에 아시는 분이 계셔서 한솥 도시락 몇 끼 해결해 주셨고.
정유미 기자 음 이건 아무래도 태경 씨 고마운 분들 크레딧 같네요. 뭐 지면 제한도 없는데 다 언급하셔도 좋아요. 전에 신인 감독님 한 분도 맥스무비를 통해 고마운 분들께 일일이 인사하셨어요.
정유미 (웃음) 땡스 투 하면 한 바닥 채우겠는데요.
오태경 괜찮아요. 저는 언젠가 상을 받는 날 그날 다 얘기 할 거기 때문에. 근데 언제 받지? 연출은 재미로 해 본 건 아니었는데 해보니까 참 만만치 않은 직책이더군요.
정유미 처음에 연극 전공으로 들어갔다가 3학년 때부터 전공을 영화로 바꿨어요. 스탭으로 참여해서 작품도 찍고. 지금은 4학년이에요.
"지금은 한국 영화를 봐야 할 시기!"
정유미 기자 마지막으로 <황진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아직 <황진이>를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소개한다면?
정유미 황진이라는 인물을 그리는 방법에 있어서 기존 드라마는 황진이라는 여자가 기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단순히 그린 거잖아요. 그녀도 결국은 사람이고 사랑을 하고 아파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한 여자라는 게 촬영하면서 많이 느껴졌거든요. 영화 <황진이>는 또 다른 느낌의 황진이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거 같아요. 배우로서는 편집이 되고 그런 면에 섭섭하긴 하지만 이 영화가 황진이라는 인물을 조율해서 잘 만들어진 거 같아요.
오태경 드라마와 비교 하거나 드라마 황진이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영화와 드라마는 전혀 다른 거거든요. 왜 굳이 그걸 비교하면서 드라마는 어떻고 영화는 어떻고 이런 건 바람직하지 않은 거 같고. 무엇보다 지금 한국영화를 봐 줘야 될 시기에요.(웃음) 저도 뭐 한국영화 좋은 영화 많이 만들면 되잖아, 이랬는데 스크린쿼터를 접하고 보니 그게 아닌 거 같아요. 지금 와서 너무나 실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황진이>를 안 보셔도 되지만 지금 정말 한국영화를 봐 주셔야 할 시기에요. 그건 정말 꼭 명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친구들한테도 <황진이>는 안 봐도 되는데 니들 한국영화 봐야 된다고. 우리 나라 인디밴드들 인식은 좋은데 성장을 잘 못하잖아요. 한국 영화도 이런 식으로 가다가 우리 나라 인디밴드랑 똑 같은 꼴 나요. 아무리 내가 연주를 잘 하고 잘 만들면 뭐해요 누가 앨범 내주는 사람이 없는데, 내가 아무리 쇼맨십이 강하고 노래를 잘 하면 뭐해요 공연할 장소가 없는데. 지금 모든 사람들이 한국 영화를 봐 주셔야 할 때인 거 같아요.
<해부학 교실> <두 사람이다>로 다시 만나요
오태경 저는 <해부학 교실>로 7월에 찾아오겠습니다. 재밌을 거 같아요. 흐흠. <해부학교실>은 원초적으로 잠을 너무 못 자고 찍은 영화에요.
정유미 기자 <황진이>는 아팠던 영화고 <해부학 교실>은 잠을 못 자고 찍었던 영화?
오태경 한 때 충무로에 소문도 났었어요. <해부학 교실> 촬영 현장이 지금 현재 영화 현장 중에서 가장 힘든 현장이라고. 쓰셔도 되요. 써주세요. 진짜로 (웃음).
정유미 영화 <두 사람이다>가 개봉 할 거고, 아직 자세히 밝히면 안 되는 단계인데 사극 드라마를 준비 할 것 같아요.
사진_정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