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에 출전이 확정된 이형택은
최근 머리를 짧게 깎고 연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본인은 “그냥 더워서 깎았어요”라고 얼버무리지만
노갑택 대표팀 감독은 “더워서 그런거면 매년 여름마다 저렇게 깎았게요?”라며
이형택의 올림픽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고 칭찬했다.
이형택이 이렇듯 다부진 각오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린
3개의 ATP 투어대회에서 모두 본선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이형택은 “운도 잘 안 따랐고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면서도
“귀국 일정을 앞당긴 것이 컨디션 조절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올림픽 준비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형택에게는 또 올림픽 본선에서
좋은 예감을 갖게 하는 징조가 있다.
노갑택 감독과의 좋은 인연이 바로 그것.
이형택은 노감독과 함께 출전했던 지난 99년
스페인 팔마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예상 밖의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형택은 “당시 나는 투어 경험도 없는 선수였고
결승에서 홈코트의 세계랭킹 80위대 앨버트 포르타스와 만났는데
마지막 4세트에서 다리에 쥐가 난 상황에서도 결국 3-1로 이겼다”면서
“그 대회 이후 상승세가 2000년 US오픈 16강까지 이어지는 등 한동안 계속됐다”고 회고했다.
이번 올림픽에도 노감독과의 좋은 인연이 다시 한 번 기대되는 것이다.
주원홍 삼성증권 감독은 “올림픽은 각 나라별로
출전 제한이 있어 상위랭커들이 몇 명씩 빠지는데다
상금이 없어 일부 선수들은 그다지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 측면도 있다.
초반 대진운만 따라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형택은
“투어대회에서 우승도 했고 4강에도 가봤는데
올림픽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느냐”면서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