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 그리기] 산수화에서 준법이란?
준법이란 산석(山石) 등을 표현하는 데 명암(明暗)과 요철(凹凸)을 나타내는 일종의 붓 터치를 말하는 것이다. 대개 준의 창안은 산과 돌의 모양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데, 중국 역대를 통한 준의 창안은 작가가 살고 있던 지방의 산세(山勢)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한다.
준법이란 산수화(山水畵)를 그리려는 화가가 산(山)이나 암석(岩石)의 문리(紋理)를 잘 관찰하고 분석 연구한 후에 모필(毛筆)을 가지고 화선지에 묵(墨)을 사용함으로써 표현(表現)하는 종합 예술이다.
준법은 조형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물상의 요체를 추출하고 필묵의 특성을 살려 화면에 골법(骨法)이 드러나게 표현하는 것이다. 적어도 4천년의 긴 역사를 갖는 중국회화의 화법(畵法) 중에서 중요한 것만 보아도 20여 가지가 된다.
대상에 따라 인물화법(人物畵法), 산수화법(山水畵法), 도석화법(道釋畵法), 미인화법(美人畵法), 영모화법, 화훼화법(花卉畵法), 초목화법(草木畵法), 소과화법(蔬果畵法), 고사화법(古事畵法), 잡화법(雜畵法), 포국화법(布局畵法)이 있다.
그리는 화법에 따라 용필법(用筆法), 용묵법(用墨法), 구법, 찰법(擦法), 준법(준法), 염법(染法), 미점법(米點法), 설색법(設色法), 임모법(臨摹法), 수목법(樹木法), 산석화법(山石畵法), 수천화법(水泉畵法), 시경화법(時景畵法) 등이 있다.
산수화를 그릴 때 는 위의 화법 중에서 후반(後半) 10가지가 참고(參考)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화법은 준법(준法)이라고 할 수 있다.
준이라는 말은 어원(語源)부터 고찰(考察)해 보면 그 글자의 뜻은 『살터져 주름질 준』,『살갗에 낀 때』, 『손가락 얼어터질 준』, 『주름잡힐 준』이다. 중국 음으로는 '췬'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texture stroke라 한다.
또한 왕편(王篇)에서 '준법'을 찾아보면『중국에서 일찍이 후한(後漢) 시대의 산악도(山岳圖)에서 이 원시적인 형태를 살펴볼 수 있으나 비사실적 관념적인 것으로 산수화의 발전과 더불어 각종 준법(준法)이 나타남』이라 쓰여있다.
서양화의 경우는 사물의 입체감과 양감을 나타내기 위해 명암을 사용한다. 동양화의 경우에는 몇 개의 필선(筆線)을 사용하여 양감을 암시할 수는 있지만 사물형태의 조각적 양감을 철두철미하게 옮기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준을 의복에 비유한다면 '옷주름'으로 볼 수 있고 산세에 비교한다면 요철부(凹凸部)에 의해 생기어지는 굴곡을 주름같이 보이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500년이 넘는 산수화사(山水畵史)에 있어서 수많은 화가들이 창조한 온갖 준법을 한마디로 완벽하게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준법에 관한 최초의 기록을 남긴 사람은 북송(北宋)때의 화가 곽희(郭熙)이다. 그는 그의 그림 『조춘도』에서 운두준법(雲頭준法)을 썼다.
그리고 그의 저서(著書)인 『임천고치(林泉高致)』에서 "날카로운 붓을 옆으로 뉘어서 끌면서 거두는 것을 준찰(준擦)이라고 한다"고 말함으로써 "준(준)"이라는 낱말을 최초로 문자화하였다. 이 밖에도 많은 화가들이 준법의 정의를 밝혔다.
곽약허(郭若虛)는 그의 저서 『도화견문지(圖畵見聞誌)』에서 들쭉날쭉하다는 뜻으로 "준담즉생와철지형(준淡卽生와凸之形)"이라고 했으며, 진계유(陳繼儒)는 저서 『니고록(니古錄)』에서, 왕가옥(汪珂玉)도 그의 책 『산호망(珊瑚網)』에서 14가지 준법을 들었다.
청(靑)초 미술사가 왕개(王槪)는 그의 책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과 『학화천설(學畵淺說)』에서 18가지의 준(준)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부족한 설명을 메꾸어 주었다. 왕개(王槪)와 같은 무렵 석도(石도) 는 그의 저서 『화어록(畵語錄)』에서 13가지 준(준)을 밝혔다.
그리고 20세기의 화가 장대천(張大千)은 그의 화보(畵譜) 장대천화(張大千畵)에서 석도(石도)와 비슷한 말을 하고 준법(준法)의 활용을 강조했다.
준은 산수화의 가장 기본적인 기법(技法)의 일부분(一部分)이며 준의 형태에 따라 산의 형세(形勢)가 결정되고 작가의 실력과 개성이 평가될 만큼 준의 역할은 산수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체(要諦)가 되고 있다.
또 준법은 전형적(典型的)인 동양화 기법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모든 대상(對象)의 정신 및 외형을 통하여 산수화의 골기(骨氣)를 뽑아내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산수화에서 준은 산의 구조를 잘 파악하였을 때에만 올바른 준법으로 표현 할 수 있는 것이며, 이 준들은 동양화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골법(骨法)을 형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산수자연의 관찰, 분석, 연구의 깊은 경지를 화면을 통해서 표현한 골법용필(骨法用筆)한 흔적의 준법은 동양회화 철학이 담긴 높은 경지의 회화장르를 형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