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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공수 詩集
대륙의 손잡이
도서출판 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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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공수 약력
莞島출생(1948)
松島상고(부산)졸업
한국방송대학국문과
문예운동('06)시 등단
한국문인협회회원
안양문인협회회원
청하문학회회원
밀레니엄문학회회원
천수문학회회원
글길문학회회원
韓平公認仲介士대표
공저: 詩集
<삶이 오가는 바람이여>外 다수
H P : 011-783-3979
E mail - wheemory@hanmail.net
주소 : 안양시만안구안양6동511-13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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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글> 소시민적 풍자성과 천상의 열쇠
김 대 규 (시인)
지난 세월을 뒤돌아 볼 때마다 인간의 삶에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한 자연인이 많고 많은 인간사 가운데서 왜 시를 쓰게 되었는지, 또 많고 많은 시인들 가운데서 왜 특정인과 각별한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 운명의 소산처럼 느껴진다. 대저 운명은 필연으로 바뀐 우연의 속성을 지닌다.
박공수 시인의 첫시집에 머릿글을 쓰게 된 것도 그러하다. 그는 다섯이 넘는 문학회에 두루 참여하며, 오랜 시의 수렵기를 거치면서 늦깎이로 등단(2006,문예운동) 한 뒤, 안양의 '글길문학회' 에서 연을 맺게 되었다. 늘 그러하듯 안양은 내 운명의 산실이요, 시가 그 중매인이다. 박공수가 뮤즈에게 매혹당한 사람이었음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겉멋에서가 아니라 시를 쓰는 일에서 그러했다. 그는 시주하듯 시를 공양한다. 그 열정, 그 정진만큼 내공이 다져져 있었다. 박공수의 시편들은 자연서정성을 밑바탕 삼고 있다. 그는 거기서 인생론적 의미를 끌어낸다. 다음과 같은 예가 그 대표작이라 하겠다.
아버지에게 새 여자가 생겼다
예뻤다
아버지의 본여자가 찬바람을 일으키며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그녀가 빠알개졌다
더 예뻤다
- '꽃샘추위' 전문 -
암유성이 빼어난 계절감각의 시다. 이 작품 한편만으로도 박공수는 시의 면허증을 소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수성의 시들은 현실 문제를 다루는 소시민적 애환이나 시대상황의 풍자성과 같은 무거운 주제의식에 눌려 저변으로 잦아든다. 박공수의 소시민적 풍자성은 등단작품들에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은행에서' 가 그것이다.
동전 하나가 떨어져
빛나는 대리석 바닥으로
돌진한다
툭
충돌의 극점에서
빅뱅이 시작되고
동그라미가 그려진다
우주가 그려진다
(중략)
털썩
주저앉은 동전
주머니 속에서 굴려본다
이상하게도
주머니 속
내 우주가 수축한다
동전이 바닥에 떨어져 동그르르 돌다 멈추는 것을 우주적 빅뱅으로 과장한 풍자적 발상이 재미있다. 거기에 '동전' 과 '빛나는 대리석' 의 빈부 대칭성, '이자' 의 '빅뱅 팽창' 에 따른 소시민적 삶의 부담, 그리고 서민의 '주머니' 가 또 다른 '우주' 로 수축하는 중의성이 시적 묘미를 더해 준다.
이와 같은 우주적 발상법에서, "내 열세살 적에 외줄그네에 매달린 적 있다 / 아버지는 사르르 미셨지만, 배는 반도의 밑변만큼 / 멀리 갔고, 원심력 궤도 바깥쯤 떨어진 뒤 / 나는 우주진처럼 더돌아야만 했다"(그네)거나, "맑디맑아 차가운 / 별 같은 꽃 / 눈물로만 남았구나 // 너 살 곳 이 별이 아닌 / 더 먼 별이었나 보다"(서리꽃), 또는 "새털구름 덮고 / 스르르 선잠 드시다 새벽녘 / 하늘신폭 소댕에 / 계란프라이 예쁘게 빚은 것 / 우리 식구 먹고도 남겠다"(달무리), "밤새 원을 그어 가는 반달 / 저 생긴 모양이 무덤 같은데 / 그 무덤 작다고 더 크게 그린다"(달무덤)와 같은 확장 또는 축소형의 이미지들이 빚어진다. 그 연장선상에 표제시 "대륙의 손잡이"가 있다
韓여사가 TV로
베이징 올림픽을 보며
부침개를 부친다
대륙처럼 넓은
프라이팬이 열을 받는다
작은 손잡일 요리조리
여인이 잡고
살푼 들어 뒤집자, 부침개
노릿노릿 익어가는 금메달
손잡이의 조종에 대륙이 들썩인다
손잡이처럼 튀어나온 한반도
그 임자가
잘 요리한 금메달
상 위에 올려지고
여인은 또 손잡이와 일체가 된다
- '대륙의 손잡이' 전문
이 작품 역시 앞서의 '은행에서'와 같이 확장과 축소의 비유로 해학적 묘미를 제공한다. '부침개=금메달', '손잡이=한반도', '프라이팬=중국'이 기본의 시적 등식이다. '韓여사'가 한국인임은 물론이다.
박공수가 주요 시적 모티브로 삼는 것이 소시민성이다. 이 소시민성은 시대적 . 사회적 . 문명적 . 생활적 상황들이 수시로 오버랩되기 때문에, 여기서는 넌픽션적인 실화성을 논의 대상으로 삼겠다.
식당 한 기둥을 짊어진 TV에선
혜자 누나가, 만원이면
굶주리는 아프리카 어린 한 명
한 달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고,
한 끼에 백원꼴 밖에 안 된다고,
갈급한 상황을 조용조용 말한다
- '밥 한 그릇'에서
옜다 하고
돈 줘 본 적이 가물가물한데
글쎄
오늘도 어김없이
변변한 저녁상이 나온다
희한하다
- '마누라' 전문
특별한 해설이 필요 없는 예시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빈부의 척도라면, '밥'은 빈자의 꿈이다. '밥 한 그릇'에는 그 캐피탈리즘의 빛과 그림자가 어린다. 박공수의 넌픽션적 실화성의 주인공은 '마누라'다. 그 마누라는 "꼭 부산에 내려갈 일이 생겼다 / 외삼촌 부음이라 마누란들 어쩔 수 없어 / 미리 끊어 온 1人 왕복열차표 / 삼은 언니 장애인 카드로 끊어 온 반표 / 표 검사는 안 한대요 애껴 써요 / 갑자기 장애인이 된 나"(장애인)를 만들고, 남편이 자신의 '가겟방' 인근에 있는 설비가게 . 사진관 . 컴퓨터 가게 주인들로부터 얻어 마신 술빚을 갚기 위해 '홍어앳국'을 끓여 대접한다. (홍어) 여기서 말하는 '가겟방'이란 박공수의 삶의 터전인 부동산 중개업소를 말한다. 그는 부동산 중개사다.
내가 그 가족을
철길 담벼락이 한 쪽 벽인
슬레이트집 방 한칸으로 안내하니
어미는 쫄쫄 떨어지는 수도꼭지를 틀어보고
기름보일러도 깨워보고 창문도 열어보고
다락문도 채워본 뒤, 천정의 거미줄에
한 동안 동공을 매단다
-'방1'에서
사실 시인은 '언어의 중개사'인 것이다. 시인은 영혼의 대지에 언어만의 재료로 꿈의 집을 짓는다. 소시민일수록 꿈의 집은 아름답다. 박공수가 부동산 중개인으로 체험한 소시민적 삶의 애환들은 언어의 중개사에 의해 휴머니즘으로 재가공 된다. 그 가운데서 내가 필히 언급코자 하는 것은 자기 연민의 승화로서의 인간적 성숙성이다.
박공수는 '十字架'의 '더하기(+)'를 통해 '빼기(-)'만을 해 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인생 결실의 '가을'을 "하나님 / 이 열매 한 알 / 제가 먹어서 되겠습니까"하고 허락 받기를 청한다. 소시민의 염원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는 열매 대신 낙엽 한 잎에서 "열매에 눈 먼 내게 / 더 속 깊은 말 있다는가 / 발 앞으로 직접 전달되는 가을 유서"(가을유서)를 읽고 마음을 다시 추스린다.
누구나 한번은 있을 이탈
이제 이 열쇠 멀어져 간다
다음 행은 어디일까
터득한 게 있으니 천국문은 잘 따겠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옆모습
굴곡진 면면이 열쇠를 닮았다
- '열쇠'에서
인생의 가을은 죽음을 예감케 한다. 사람들의 옆모습이 천국문의 열쇠라는 깨달음은 휴머니즘의 극치다. 아무나 쉽게 발견해 지닐 수 있는 열쇠가 아니다. 나는 기독교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인간적 품성의 무르익음을 말하는 것이다. "팔할이 바람이라지만 / 십할의 바람으로 사는 우리"(바람) 스카이 댄서 같은 소시민들이 천국문을 여는 열쇠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천상의 열쇠를 얻었으니, 이제 그것으로 시의 문도 활짝 열고 큰길로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시적 특징을 덧붙이고자 한다. 그것은 시어들의 별미스러움이다.
*혀 놀리는 모습으로 / 가을 잎이 떨어진다 // 한 입 한 입 / 무슨 말인가를 하며 가고 있 다 (가을 유서)
*선묘의 몸매 닮은 구곡(九曲) / 구부구부 춤을 춘다 (죽계구곡)
*시그러할 사과 한 광주리 (충주인심)
*잔득한 마음으로 풀칠을 하고 / 잔즐한 미소로 환해지는 방안 (도배아줌마)
*적막이 새근거리는 아슥한 곳 (눈1)
*살풀이춤으로 내려 소복소복 엎드린다 (눈2)
*네온도 지친 해읍스름한 새벽 (성에)
*삽작 들어서자마자 옆 통시부터 들어가고 (유년의 보릿고개)
*마음할차 궂을까봐 (부침개)
*푼더분해 보이는 당신이 (서울)
*얇실얇실 쌓인 낙엽길을 (낙엽)
위의 중의법, 방언, 그리고 조어적(造語的) 꾸밈말들이 시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예들이다. 낙엽의 '한 입 한 입'은 '잎'과 '구부구부'는 죽계 '구곡'의 두음과, 그리고 흰눈의 '소복소복'은 '素服素服'의 중의법이다. 또한 '시그러할' '해읍스름한' '삽작' '푼더분해', '얇실얇실' 등의 관형 . 부사어들은 순한국어만의 감칠맛을 풍긴다. 언어 중개사로서의 기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때문에 박공수는 상가의 "입술처럼 빨간 상호 / 酒's"도 놓치지 않는다. 이러함들에서는 지나친 언어유희성은 삼가야할 터이다.
박공수의 시적 특성들을 나름대로 얘기하다 보니 이렇듯 길어졌다. 그를 시인으로 거듭 신뢰하게 되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의 것, 감히 첫詩集을 밉니다."라는 인사말의 한 대목이다. 첫시집 출간의 기쁨과 보람을 함께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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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인사>
내 삶이 정처 없던 어느 날
불쑥 찾아 온 詩 한 수는
아득히 먼 본향의 품속이었을까요
나도 모르게 깊숙이 빨려들어 갔고
몽유병을 앓듯 헤매다가 급기야는
내 속의 화산도 건드려지고 말았습니다.
初心 변치 말자
마음 다잡으며 詩心 불태워 왔지만
되돌아본 나의 여정, 되살펴본 나의 詩.
괜한 무언가를 내 손으로 건드린 죄로 하여
부족한 내게로 달려온 것들.
세상에 누가 되지 않을까 두려울 뿐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한 줌 바람을 비롯한
세상 모든 것의 것. 감히 첫 詩集을 밉니다.
대신 굳이 잘 봐 달라 욕심부리진 않겠습니다.
세상은 이미 끼의 산물들로 가득 차 있고
내 詩 낄 자리 어데 있겠습니까.
채찍질만을 욕심부리겠습니다.
등단 전부터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
서로 격려해 주며 같은 길을 가는 문우들,
묵묵히 지켜봐 주시던 주변의 지인들,
문예진흥기금을 지원해 주신 안양시,
어찌 다 감사를 드려야할지
우선 지면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2009, 10, 31
안양동 511-13 에서 박공수 머리 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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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머릿글 : 소시민적 풍자성과 천상의 열쇠 (김대규 시인)
시인의 인사
제1부 빼기만 하며 지나간 날들
1. 십자가 1
2. 십자가 2
3. 방 1
4. 옥렬이
5. 조문을 가며
6. 노래방
7. 미장원에서
8. 깡통
9. 서리꽃
10. 얼음
11. 눈1
12. 눈2
13. 성에
14. 함박눈 1
15. 함박눈 2
16. 전봇대
17. 病어르기
18. 파도 2
19. 달력
20. 마누라
제2부 대륙의 손잡이
1. 대륙의 손잡이
2. 밥 한 그릇
3. 관조
4. 장애인
5. 쓰레기 옆을 지나가며
6. 촛불 시위를 보다
7. 酒's
8. 홍어
9. 촛불
10. 독도
11. 안양천 산책로
12. 서울
13. 비극
14. 우주선
15. 돈
16. 그래프 연주
17. 회오리바람
18. 유리창
19. 바다
20. 길
제3부 가을 유서
1. 나팔꽃
2. 달무덤
3. 보름달
4. 이 가을에
5. 단풍
6. 은행나무
7. 은행잎
8. 낙엽
9. 날개
10. 바람
11. 바람 2
12. 별똥별 1
13. 지구
14. 입동
15. 가을 유서
16. 고추를 널며
17. 가을에
18. 유림이의 눈
19. 바람 4
20. 내 죄로소이다
제4부 바람을 배웅하며
1. 창문
2. 장맛비
3. 무지개
4. 그늘
5. 선풍기 바람
6. 운무
7. 가로등
8. 죽계구곡
9. 처서
10. 나무 1
11. 나무 2
12. 충주 인심
13. 열쇠
14. 우산
15. 폭포
16. 하얀 장미
17. 모기향
18. 도배 아줌마
19. 애련
20. 무녀(巫女)
제5부. 맨 처음의 향기
1. 심인(尋人)
2. 목련 1
3. 목련 2
4. 개나리
5. 꽃샘 추위
6. 봄 1
7. 봄 2
8. 꽃 1
9. 꿈 1
10. 꿈 2
11. 한나의 투표장 견학
12. 결손
13. 시들어버린 봄
14. 추행
15. 유년의 보릿고개
16. 달무리
17. 부침개
18. 그네
19. 금강초롱
20. 한직골 가는 길
제6부 등단 작품
1. 등단시 추천의 말
2. 은행에서
3. 수덕여관
4. 불꽃놀이
5. 24시 수퍼마켓
6. 그 비는 그 곳에 내려야 한다
해설 : 현실의 해학적 승화와 비장미의 카타르시스
샘물 강기옥 (시인 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