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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째 비는 계속 되고.... 시작하며... 오늘 아침 눈을 떠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네! 아빠가 머물고 있는 중부 지방엔 어제 밤에 폭우경보가 내려졌고 낯선 곳에서 깊이 이루지 못한 선잠으로 인해 조금 피곤하단다. 오늘이 목요일이니 우리의 자랑스런 딸 이사벨라가 청년꾸르실료에 입교하겠구나! 이 편지를 읽을 때는 꾸르실료의 참맛과 향기를 롤료를 통해 느끼고 있을 때 이겠지? 아빠는 지금 천안에 소재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기술교육연수를 받고 있단다. 그리고 지난 화요일, 너랑 엄마가 함께 있어줘서 너무 고마웠어. 아들도 복사단과 함께 수련회 떠나고 없었는데 비록 남의 일이지만 엄마가 평생 살아오면서 어쩌면 가장 놀라고 힘든 순간 이었는지도 몰라. 그런데 그때 네가 함께 있다는 문자를 받고 아빠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오히려 엄마보다 침착하고 상황판단을 현명하게 하는 딸로 성장했으니 아빠가 든든하지 않을 수 있겠어? 고마워, 이런 딸로 성장해줘서. 되돌아보며.... 20 여 년 전으로 잠시 돌아가 볼까? 친가와 외가를 포함해서 우리 집에 아기 울음소리가 난 것은 거의 30년 만에 너의 울음수리가 처음이라는 이야기 자주 들었지? 할머니, 외할머니, 아빠와 엄마가 얼마나 기뻤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단다. 네가 태어나던 날, 아빠는 대학원 재학 중 이었는데 학기말고사 시험 치는 날이라 저녁 늦게 병원에서 유리창 너머로 너를 처음 봤지. 참으로 신기했어. 신생아 방에는 다른 애기들도 많이 있었는데 너를 보는 순간 내 딸이다 하는 Feel이 강하게 꽂혔어. 그로부터 네와 함께한 우리 가정의 역사는 시작 되었고 날마다 웃음소리 멎을 날 없었지. 고마워 참으로 고마워 이사벨라가 엄마아빠의 딸이 되어줘서. 그때 할머니는 주로 충주에 계셨는데 한 달에 두 번, 때로는 세 번씩 너를 보려고 불편하신 몸으로 기차를 타고 오시곤 했지. 너는 우리 집의 꽃이자, 희망이요 전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 이었어. 그렇게 너는 우리 가정의 일원이 되었고 아름다운 흔적을 남긴 역사의 주춧돌이 되었다. 오늘은...
계속되는 연수에 피곤하고 지쳐서 오랜만에 잠시 우리가족 카페에 들렀단다. 가족 사진방에 네가 태안 기름 유출 사고시에 봉사활동 다녀올 때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우리가족 모두가 너의 무사귀환을 환영하던 사진을 보았단다. 드넓고 무척이나 추웠던 겨울바다 바위틈에 끼인 기름때를 손바닥 만 한 오일제거 포로 기름을 닦아냈을 너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적셔질 만큼 고맙고 자랑스럽다. 그 봉사활동을 아빠가 중심이 되어 교구평협에서 주관해서 한 행사이자만 아빠는 그때도 연수중이라 함께하지 못해 미안했다. 이사벨!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어는 한 순간도 아름답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지만 그 중에서 20대의 삶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단다. 살아온 시간에 대한 갈무리와 살아갈 나머지 인생을 결정짓는 중심 좌표가 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의 너의 시기란다. 잘 준비하여 기쁨과 평화만 가득한 너의 삶이길 늘 기도하며 노력하자. 지금 네 앞에 그 평화와 행복의 씨앗이 던져져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사람에게 있어 행복은 상대적 가치이기에 사람들과 더불어 때로는 자연과 어우러졌을 때 참 행복으로 승화됨을 기억해라. 그리고 그 길엔 언덕도, 굴곡도, 유혹도, 또 때로는 좌절도 있단다. 그러나 우리에겐 든든한 수호천사인 하느님이 계시고, 그 분을 통하여 힘을 얻을 수 있기에 어떤 난관이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지. 이제 우리 딸도 꾸르실리스따가 되어 높은 이상과, 주님의 뜻에 순종하며,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가 됨을 축하하고 주님의 굳센 용사로 세상 속에서 썩지 않을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 가정의 또 다른 희망둥이 베드로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여 예수님을 제물삼아 제단에서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기도 중에 늘 기억하자. 아빠의 삶에 네가 있어 더 행복했고 앞으로도 늘 그러리라는 믿음엔 일말의 의심도 없단다. 그러나 가족이기에 때로는 화를 내기도 했고 간섭 아닌 간섭도 했었지. 그때 마다 아빠는 돌아서서 후회하고 조금 참아야지 하면서도 급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아빠의 성격 때문에 잘 되지 않네. 일 년 전 아빠가 크게 화를 내고 몇 일간 너와 외면하며 지냈던 일 기억하지? 결코 네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네가 중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MBTI 성격유형 검사에서 나온 결과 기억하지? 너와 나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소유자야! 서로가 다른 것이지 결코 틀린 것이 아닌데 아빠는 네가 틀렸다고 생각하고 그런 너를 아빠의 생각과 같게 만들려고 했지.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할게. 감사하며... 너를 우리 집에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늘 지금처럼 예쁘고 명랑하게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에게 도움 주는 이쁜 딸이길 빈다. 내 자녀 가슴에 십자가 표적 달고 훌륭한 꾸르실리스따가 되어 돌아올 딸을 기다리며....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빠가.... 2009년 8월 13일 부산교구 형제 162차 해운대성당 간사 최재석 사도요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