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밴드 이름도 만들어졌고, 비록 우리 장비를 직접
이용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는 항상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을 했고, 비어있던 건반주자도 새로 영입해서
명실공히 '4번출구' 라는 5인조 밴드의 구성도 갖추게 되었지요.
평소엔 일주일에 한번 사설 연습실에서 연습을 했고,
공연이라도 잡히면 일주일에 두번씩 연습을 하고 있었지요.
복지관등을 통해서 우리의 존재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각 장애관련 단체들이 주관하는 행사에 초청을 받기 시작했지요.
물론 출연료라는 건 없었고, 우리는 그저 우리를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으로 공연을 했었지요.
한가지 힘들었던 점은, 공연하러 갈 때 우리 장비일체를 갖고가서
해야하는 공연일 때였지요.
일반화물 용달차량을 이용하자니, 악기음향들이 다 망가진다는 말에,
그렇다고 악기음향 전문차량을 이용하자니 그 비용또한 만만치 않더라구요.
그런 고민을 해결해 준 고마운 분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드럼치는 황태연씨의
30년지기 친구인 천세욱사장님이었지요. 그 분이 사업용으로 사용하는 수퍼카니발
차량으로 공연이 있을 때마다 장비들을 운반해 주었지요, 당연히 자원봉사였구요.
장비의 분량도 분량이지만, 장비들이 어찌나 무거운지, 황태연씨와 천사장님
두 분이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꺼내어 차량에 실고, 끝나면 다시 실어다
아파트 베란다에 보관하고 하는 일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나중에 황태연씨의 입에서 나온 말인데..
그 일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처음엔 공연을 한다는 즐거움에 힘든 줄도 몰랐지만,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 초심을 잃어간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었답니다... ㅎㅎ
그렇게 팀 결성 첫 해인 2006년도에 약 10여차례 공연을 가졌고,
지금에 비하면 비록 보잘것 없는 연주실력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공연을 보고
많은 분들이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심에 우리는 고무되었고, 비록 돈이 되는
공연은 아니었어도 우리 스스로가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공연들 이었기에, 4번출구라는 밴드를 통해 정말로 희망의 출구를 찾아가는
기분으로 열심히 활동했던 것이지요.
2006년 12월에 있었던 마지막 공연은
시각장애 환우들의 모임인 한국알피협회에서 주최한
'한마음 후원음악회' 였답니다.
송파구청 강당에서 열렸던 그 행사는, 저희 4번출구가
처음으로 기존의 유명가수들과 함께햇던 무대였지요.
화려한 조명과 멋진 음향사운드...거기다가 관객들이 보내주는
우렁찬 박수와 함성....지금도 그 때의 디억이 생생하답니다. ㅎㅎ
2007년 들어 첫 공연은 4월에, 푸르메재단이 주최한 행사인
'장애우와 함께하는 희망마라톤 대회' 였지요.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이 행사에 약 500명이 참가한 행사였는데, 우리의 공연은 식전행사가
아닌 식후에 있었던 축하공연이었지요. 5Km 마라톤을 마치고
골인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옷도 갈아입고,
음식도 먹고 얘기들을 나누느라 분주한 모습들이었고, 정작 우리가
공연하는 무대 앞에는 단 4명만이 앉아서 우리의 공연을 지켜보며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었던 공연이었답니다. ㅎㅎ
그렇게 결성 2년째인 2007년에도 변합없이 장앵관련 단체들이
주관하는 행사에 다니면서 공연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활동을 이어갔는데...
그 해 9월 들어 4번출구에게 첫 위기가 찾아왔지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