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번 가는 방문이 아니지만 이번엔 색다른 방법을 구상해 보기로 했다. 마침 늦게나마 참석하겠다는 회원들이 많이 생겨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짠다.
며칠 전에는 소고기 불고기와 점심을 해 갔었기에 이번에는 점 심이 아닌 간식을 해 가기로 했다. 간식을 준비하려고 해도 경비 가 만만치 않다. 빵, 초코파이, 과자, 과일, 우유, 음료수 등 아기 자기하지만 많은 인원들이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려면 쉽지가 않 다.
선뜻 서숙자님이 제과점에서 빵을 준비해 오신단다. 주부미님 이 과일을 푸짐하게 준비해 주시고, 우유와 과자, 초코파이, 음료 는 회원들의 작은 정성이 모아진 찬조금으로 사기로 하고, 조금 일찍 온 영현이랑 사러 간다. 슈퍼엔 우유가 20개밖에 없단다. 다 른 슈퍼에서 구해 오도록 부탁을 한다. 우유, 과자, 초코파이 등 을 사서 박스에 담아 놓고, 봉사 갈 회원들을 기다린다.
오늘은 우리 회원인 명환이랑 우인이도 데리고 가서 같이 놀다 오기로 했다. 명환이의 기뻐할 모습, 아침 일찍부터 곱게 화장하 고 기다리고 있다는 수줍은 우인이의 고백이 날 하늘을 쳐다보게 한다.
시간이 되어 가니 회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모두들 일찍부터 서둘렀나 보다. 인섭님의 핸드폰에서는 계속 연락이 오고 있다. 명진이가 아직 도착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한다. 시간 되면 출발 할거라고 말은 하지만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멀리 강화에서 불원천리 달려온 명숙이를 비롯해서 석남동의 4총사, 영현이와 혜림이, 서숙자님이 도착하고, 서로가 인사하는 모습들 이 정겹다.
바쁜 일정 속에 형기 형님이 형수님이랑 도착했다. 며칠 동안 정신없이 바쁘다고 하시더니 귀한 나눔에 동참해 주심에 감사하 다. 철주님이 비디오 촬영 준비까지 해서 도착했다. 항상 온화한 모습이 사람을 당기는 매력이 있다. 향이기 하얀 액순이를 몰고 달려왔고, 은석형이 격려 차 들렸다. 다녀와서는 남자 5명이 시간 을 가지기로 했다. 인섭 형님이 화미랑 명진이를 태우고 도착했 다. 올 사람은 다 온거 같다. 용관님이 동참하고픔에 전화를 주셨 다. 자세한 위치를 가르쳐 주고 밖으로 나가서 배차를 시킨다.
1호차에는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는 철주님과 찬숙이, 영현이 헤림이가 타고 출발~ 2호차에는 형기님과 형수님 명희, 금란이를 탑승시키며 하안동 에 들려 우인이를 데리고 오라고 한다. 운영진이 두명이나 탔으 니 잘 하리라 믿는다. 3호차에는 서숙자님과 부미님이랑 화미랑 명진이를 태우고 빵 을 싣는다. 4호차엔 인섭님과 나 향이가 타고, 가다가 우리의 구염둥이 명 환이를 태우고 가기로 했다. 다시 한 번 2호차에 가서 그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니 기분 좋게 대답하는 형기형, 명희, 금란이의 모습에 힘이 난다.
인섭님의 차에 탔다가 다시 향이의 액순이로 옮긴다. 운전석엔 인섭님이 앉고 차주는 뒷좌석에 앉는다. 자기 차 뒷좌석에 앉으 니 기분이 묘하다는 향이의 넋두리에 피식 웃어 버린다. 차에서 연신 핸드폰으로 명환이 엄마랑 통화하며 명환이 집으로 찾아간 다. 약속 장소에 기다리다 어느 아주머님이 지나가시는 순간에 내 입에서 "명환아~~어딧니~~"하는 소리가 나오고 그 소리에 아 주머니가 걸음을 멈춘다. 명환이 어머님이다. 주름살이 깊게 패인 얼굴에서 알 수 없는 한을 발견한다.
명환이 어머님이 가는걸 주저하신다. 그 어머님을 달래서 안내 를 받아 구불구불 골목길을 지나 명환이 집에 도착하다. 위치 좋 은 곳에 살고 있었다. 우리 나누는 사람들의 귀염둥이 명환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윽고 인섭님이 명환이를 안고 오신다. 나도 모르게 부르짖는 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말을 못하고 발가락으로 자판을 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작은 체구에 작은 발 뒤틀린 온몸에서 명환이의 고통을 느낀다. 주님의 고통이구나... 십자가에 달리실 때 저런 고통이었으리라... 온몸이 뒤틀릴 정도의 고통.... 여기 그 고통을 웃음으로 맞고 있 는 작은 천사가 있다.
광명 사랑의 집으로 전화를 해 본다. 형기형이 무사히 우인이 를 데리고 왔는가 해서... 조금 전에 우인이가 삐야를 날려 확인 해 보니 아직 오질 않았단다. 용관님이 데리러 오려고 한다고 해 서 우인이에게 출발했으니 기다리라고 해 놓고, 찬숙이랑 통화를 했다. 용관님만 도착했단다. 액순아 달리자아~~ 액순이의 궁딩이 를 치며 사랑의 집으로 달린다.
미리 도착한 인원들과 합세를 한다. 반갑게 맞이하는 친구들의 눈빛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철주님이 미리 비디오를 촬영해서 보 여 주고 있었다. 오늘도 친구들에게 얻어만 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안철주님께 먼저 기도를 부탁한다. 기도가 끝난 후 서숙자 님의 반주에 맞춰서 찬양을 하고 있는데 시집가려는 새색시 마냥 곱게 화장을 한 우인이가 도착한다. 힘들어하는 모습이지만 그 눈빛만은 반가움에 출렁거림을 읽을 수 있다.
기도를 하고 준비해 간 간식을 먹는다. 명환이의 흐르는 눈물 을 닦아주는 어머님의 손길이 곱기만 하다. 마지막까지 설거지를 하고 있던 명진이, 명숙이, 화미의 모습이 아름답다. 모두가 은행 나무 아래로 이동을 한다. 업어서 이동을 시키고 있는 용관님, 철 주님, 형기님, 인섭님, 그리고 명진이 등..모두가 한 사람씩 안고 부축하여 이동을 한다. 은행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았다. 하늘이 가을하늘만큼 높고 푸르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벌써 4시30분 이 넘었다.
다시 돌아 와야 한다. 용관님이 우인이와 명진이를 태우고 가 고, 숙자님이 일이 급한 인섭님을 태우고 출발한다. 난 철주님과 명환이를 태우고 명환이 집으로 달린다. 무사히 명환이를 데려다 주며 명환이의 왼발과 나의 왼손으로 악수(?)를 나눈다. 명환이와 나와 어머님의 눈에 비치는 이슬이 반짝임을 더 한다. 집에 도착 하니 부미님을 비롯해 일부는 벌써 돌아가고 없다.
아침도 먹질 않고 봉사에 참석하여 점심까지 굶은 회원들게 너 무나 미안하다. 비록 두끼는 굶었지만 삽겹살이라도 구어서 먹어 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일이라면 과연 이들이 끼니를 굶어 가 며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하기만 하다. 항상 우리 나눔에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는 삼원 갈비로 이동해 삽겹살을 시킨다. 한쪽에서는 갈비를 4인분 시키고.... 오늘도 변 함없이 음식값을 반으로 깎아 줄텐데.... 삼원 갈비에 오히려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지만 오히려 더욱 우리 나눔에 도움을 주 지 못함을 안타까워하시는 삼원 갈비에 감사를 드린다.
늦게 인섭형과 은석형이 도착한다. 만원씩 거둬서 밥값을 계산 한다. 무척 배들이 고팠나 보다. 맛있게 잡수시는 형수님의 모습 이 보기 좋다. 모두가 술도 마시지 않는다. 다른 모임과는 다르 다. 역시 나누는 사람들이다.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는 명숙이 의 모습도 보기 좋다. 철주님이 몰래 돈을 더 내신다. 식사 대를 깎아 주었지만 철주님의 자상함이 없었더라면 조금은 민망했으리 라.
은석형이 노래방에서 값을 지불해 준다. 참가하지 못해 미안함 을 대신한단다. 형수님은 밖에서 들어오시질 않는다. 집에 아이들 만 두고 와서 마음이 조급하신가 보다. 한 곡씩 부르는 표정들이 다양하다. 점수가 후한 관계로 거의가 만점이다. 기분들이 모두 좋은가 보다. 밤 9시 35분!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쉬움은 남 아 있지만 나누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항상 좋아야 하기 때문이 다. 집으로 돌아와 텔에 접속하니 용관님이 벌써 후기를 올렸다. 다시 한번 용관님의 멋진 모습과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가슴으로 와 닿는다.
이번 나누는 사람들 2차 봉사를 위해 찬조해 주신 님들과 직접 봉사해 주신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부탁할 것은요... 길을 가다보면 꽃길을 걸을 수도 있고 가시밭길을 걸을 수도 있 다. 돌밭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은 해맑은 미소를 지 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기운차게 헤쳐 나갑시다. 1997.4.28. 부천에서 나누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