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에 가면 우리 신체중 어디가 가장 먼저 알까?
눈? 머리? 목? 피부?
난 '발'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가던 발걸음이 느려지거나, 아니면 알아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내 마음이 이끌리는 곳에서는 굳이 빨리 가야 할 이유가 없다.
군산 앞바다에 있는 '선유도'가 그랬다.
선유 (仙遊), 신선이 놀았다는 섬!
섬이 그렇게 예뻐도 되는 걸까?
선유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 가야 한다.
보통 유람선을 타고 선유도까지 가는 여행상품도 많이 나와있는데,
정작 선유도에 내려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 좋은 곳에 가서 겉만 휘~ 둘러보고 온다고?
나의 느린 발걸음이 용납 못할 일이다.
군산에서 선유도에 들어가는 배는 하루 네 번!
여객운임은 시간대에 따라 13500원~16900원.
고속선과 쾌속선의 오묘한 차이는 알 수 없으나,
그 어떤 배도 여행객의 '차'는 실어주지 않는다.
신선이 노는 곳엔 감히 차를 갖고 올 생각을 말라는 엄명이다.
간소하게 짐을 꾸리고,
선녀처럼 날아갈듯 가벼운 마음으로 이제 신선을 만나러 간다.
부두로 나가니 커다란 여객선이 정박해 있다.
여객선의 실내는 대체로 깨끗하다.
머리를 빗고 머리카락을 좀 털어냈다고, 관리하는 아저씨께 혼날 정도였으니...ㅎㅎㅎ
신발을 벗고 배에 올라도 될 정도다.
배가 운항하는 동안 선상에 올라가 바다를 조망할 수도 있다.
1시간 30분 정도 배를 타고 가야 하는데,
바깥 바람을 쐴 수 있으니, 일단 멀미 걱정은 없다.
서서히 군산항을 빠져 나가는데 왼쪽으로 풍력발전 풍차가 보인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기다란 둑과 평행으로 가는데,
저 기다란 둑이 '새만금 방조제'다.
선유도에 도착할때까지 끊임없이 따라 달리는 새만금방조제!
그 엄청난 규모를 선유도 가는 길에 새삼 재확인했다.
그런데 군산항에서 이렇게 배를 타고 선유도에 들어가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신시도에서 선유도까지 다리를 놓는다니 말이다.
결국 새만금방조제를 달려 신시도까지 간 후,
신시도에서 선유도까지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는 건데...
신선이 노는 섬에 차를 타고 들어간다면,
왠지 선유도의 신비로움이 깨질 것 같은 느낌!
섬이란 배를 타고 모진 풍파를 겪으며 당도해야 섬다운 맛이 나지,
차를 타고 드나드는 곳이 어디 섬인가?
누가 낸 발상인지...
이런 한심한 아이디어를 내놓고도 잠은 오시는지...
선유도에 도착했다.
항구에 횟집이나 민박집이 즐비해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항구에는 선착장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숙박할 곳을 예약하고 온 것도 아니고,
초행이라 이곳 지리에 밝은 것도 아닌데, 대략난감!!
이럴때는 길 이정표도 큰 도움이 안된다.
어떻게 해야하나,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민박집에서 나온 아저씨가 자기집으로 안내하겠다고 한다.
다른 대안이 없는 이상, 일단 따라갈 수 밖에...
항구에서 모퉁이를 돌아가니, 그곳에 민박집과 횟집들이 밀집해 있었다.
그 중 내가 하룻밤 묵었던 곳은 이곳 서해민박!
방도 그런대로 괜찮고,
1층에는 식당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하룻밤 묵기에 좋은 곳으로 낙점!
선유도와 무녀도, 장자도까지 일주할 수 있는 자전거도
하루 1만원에 대여해주고 있다.
선유도와 장자도, 선유도와 무녀도는 모두 다리 하나로 이어져 있다.
단 그 다리들은 차는 절대 지나다닐 수 없고,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두발로만 건널 수 있다.
나도 꿈에 그리던 '자전거 타고 섬일주하기'에 나서본다.
선유도에서 가장 기운이 센 곳은 망주봉이다.
푸른 바다에 불끈 솟아 있는 모습이 그 자체로 힘찬 기개를 엿보는 듯 하다.
망주봉 앞으로는 선유도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는데,
모래알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고와서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도 불린다고...
저 멀리 장자도가 보인다.
장자도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가 대장봉!
저곳에 오르면 이곳 선유도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고 하니,
한번 올라가봐야 할 것 같다.
다리만 하나 건너면 펼쳐지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섬!
장자도로 향한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발은 최대한 느릿느릿~
머리카락은 바람에 한없이 날리고,
입에서는 '자전거 탄 풍경' 의 노래가 계속 나온다.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