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대회는 처음출전이고, 또 같이 달릴수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터라, 10시30분이 되기까지 나는 너무 불안해 하며, 10km 출발대에 스타트를 끊는다.
평소, 여의도에서 뛰던 인원과는 상대가 안된다.
여기저기 노란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때를 지어 뛰어다닌다.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지만, 앞에 누군가가 달리고 있음에 곧 익숙해져,
혼자 외롭지도 지치지도 않고 달릴수 있었다.
난 지난 2월에 삭발을 해서 머리가 아주 짧다. 그래서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녔지만, 이번 대회엔 모자를 벗고 선그라스만 쓰고 달렸다.
그래서 그런가! 달리면서, 내 주변사람들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뿐만 아니라, 옆,뒤에서 "우와~~~~...", "대단하다~~~..." 라는 등의 감탄사가 들리기도 했다.
히히, 남자가 그렇게 짧은 머리로 다녀도 놀랄만한데, (지금은 그래도 많이 자랐지만,) 여자가 거의 삭발수준의 머리로 달리는 것을 보고 안놀라는것도 이상하지. ^^
첨엔 사람들의 반응때문에 좀 불편하긴 했지만, 그냥 신경끄고 달렸다.
신경써봤자, 머리만 아프지...
뭐 여하튼...
10km 출발한후 거의 첫코스지점부터 오르막길이 있었다. 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터라, 무난하게 오를수 있었다.
근데, 뛰면서 답답한것은 1km구간마다 표지판이 없다는것!
여의도에서 뛸땐, 1km구간마다 표지판이 있어 기록측정이나 거리를 금방금방알수 있었는데...
계속 뛰었다.
5km 반환점 다와서 또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처음뛸때의 오르막길과는 달리 경사도도 높고, 길다. 또, 처음뛸때보단 힘이 들었다. 결국, 참다참다 오르막길 어느정도에선 조금 걷기도 했다.
드뎌 5km 반환점을 돌고, 조금 가서, 바나나와 물을 먹을수 있었다.
여태까지 뛰면서 중간에 뭘 먹어본적이 없었다.
이번대회에서 간식으로 바나나반쪽과 물몇모금을 마셔본다.
별로 배고프지도 먹고싶지도 않은터라, 바나나는 반만 먹었다. 혹시나, 먹고 뛰다가 이따 배가 아프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다.
뛰는 곳곳에 사람들이 또 눈에 띄인다.
장애인인 몸으로도 최선을 다해 뛰는 사람,
-->몸이 불편한데도 열심히 뛰는모습을 보고, 나도 열심히 뛰었다.
외국인,
-->타국땅에서도 뛸만큼 마라톤이 좋나보다.
하나둘, 하나둘 하면서 뛰는 엄마(아빠)와 아들(딸),
-->엄마가 혹시나 아들이 지칠까봐 연거푸 하나둘, 하나둘 하는 구호는 솔직히, 뛰는내내 귀에 거실렸다. 왜냐, 그 엄마가 하는 하나둘, 하나둘과 내가 뛰는 속력이나 박자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뛰는데 방해게 되었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은 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너무 아름다운 상황이 아닌가...^^
힘들어서 걷는 사람,
-->걷는 사람을 보고 난 잘뛰어야지 하다가도, 희안하게 이렇게 걷는 사람을 보면, 나도 걷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도 잘 참았다.
중간에 근육이완제를 바르는 사람,
-->아니 10km도 안되는데 근육이 뭉치면 우얄꼬!오메… 난 그럼 안되는데…
대회측에 응원나온 도우미며 길가는 시민들...
-->응원의 힘이 이렇게 클줄 몰랐다. 중간에 힘이들어 헥헥거리고, 오르막길에선 허벅지가 땡기고, 5km 반환점을 지나 간식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km완주하기까지는 주변에 힘차게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힘이 컸다. 특히나, 대회에 혼자 출전하는 나같은 사람들한텐, 더욱더 큰힘이 되었으리라...
이렇게 계속 뛰었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구경하느라, 평소 여의도에서 뛸때보다는 덜 지루했다.
허나, 그런 느낌도 잠시,
10km 골인지점은 문학경기장안(內)인가 보다.
경기장 안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아까 7~8km 지점부터 마지막 스피드를 내려고 속력을 낸게 무리가 되었는지, 골인지점 거의 1km를 남겨놓고 다리가 풀린다.
경기장 안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우휴...ㅠ.ㅠ
하지만, 옆에서 응원하는 해병대 아저씨들의 기를 받아 다시 힘을 내본다.
드뎌, 골인지점으로 들어가는 경기장문이 보인다.
순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ㅠ.ㅠ
9km부터는 너무 힘이 들었고, 이 힘든걸 악을쓰고, 참고 이제 골인지점만을 눈앞에 둔채, 경기장문을 밟는 그 희열은 ㅠ.ㅠ
(경기장안으로 들어서기까진 오르막길, 경기장안에 들어서고 나니 평지.)
정말, 이젠 마지막 몇백미터를 남겨두고, 다리보폭을 크게 폈다.
관중석에 사람들이며, 골인지점에 여러대의 카메라가 보인다.
사람들이 보건 말건, 카메라가 나를 찍건 말건, 지금이순간은 골인 지점밖엔 중요하지 않다.
내앞에 달리는 사람들을 마지막 오기로 한명,한명 추월해가는 재미도 한순간, 이제는 쉬어도 된다.
1시간 6분 24초로 마지막 발판을 밟았다. ^^
다뛰고 나니, 시원섭섭(?)한거 같다. 아니, 뭐랄까… 표현안된다.
하지만, 너무 기쁜것만은 틀림없었다. ㅠ.ㅠ
그래도 빼먹을수 없는것, 뛰고나서 더 중요한 몸풀기 스트레칭을 약 5분간하고,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주위는 어수선...
칩을 반납하라는 방송에 칩반납장소를 찾아 나선다.
가는 곳곳에 무료음료수 제공대며, 무료 근육마사지 등 서비스가 많다.
히히, 혼자 출전했지만, 긴줄을 몇번 서서, 여러가지 음료수도 받고,
어깨, 머리마사지도 받았다. 조금 아픈듯 했지만, 너무 시원했다.
칩을 반납하고 완주메달을 받고, (완주후 대회측에서 준 간식은 보리건빵, 초코파이, 캔홍차)
또, 하이트맥주 시식을 끝으로 난 경기장 밖을 나왔다.
(잠시후 경기장엔, 각 코스별 시상식이 있다고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일이라, 바로 나와버렸지비^^.)
경기장을 나와 아까 내가 다른동호회에 짐을 맡겼던 곳으로 갔다.
인천마라톤동호회였는데, 그곳엔 불고기파티가 열려 있었다.
혼자간것도 서러운데, 고기파티에, 또 그곳에 한사람이 내가방을 방석삼아 깔고 앉아 있는것이 아닌가.
우후~~~~~순간 화가 난다. 4,50대로 보이는 아저씨라 차마 화를 낼순없고, 혼자 삭힌다. ㅠ.ㅠ
오늘 대회를 하면서, 정신없고, 힘들고, 기쁘고, 서럽고… 만감이 교차하는 날이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게 젤루 크다. 히힛^^
이후, 난 막달리맨님과 쥬피터님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문학경기장부근의 한 목욕탕에서 약 30분의 목욕과 화장을 하고 대방역으로 향했다.
첫댓글 후기 잘 읽었어요.홀로 10km 완주한거 축하드려요.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평소기록보다 5분단축이라니.. 정말 대단하네요. 평소에 꾸준히 달린 결과라 생각이 드네요.
꺄~~~~~~~~~~~~~~~~~~~~악 짱짱짱!!!! 어찌~~나 긴지 읽느라구 힘들었다..하하하 나두 담엔 대회 참가를 할수있을까.. 친구야!~ 너의 성공의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짝!~~~~~~~~~~~~~~ 수고해쓰~~라븅~^^
헤헤, 빛나리 언니 고마워요^^. 우리 매주 같이 달려요~~~~^^*
짱구야, 너두 곧 대회 나갈날이 있겠지^^. 그때까지 열심히 연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