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좋은 시사만화의 조건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명쾌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일어나는 사건의 본질과 정체가 무엇인가”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치 “아주 노련한 의사가 병의 근원을 진맥”하듯이 찾아내야 하며, 그럴 때에 만화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속에 나타나는 표현들이 “사람들의 삶과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본적인 인류의 선(善), 이를테면 자유롭고, 자랑스럽고, 아름답고, 배려하고, 억압하지 않는, 그와 같은 인간들의 기본덕목을 지켰으면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핵심이 있되 표현에 있어서 좋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되, 그 안에 ‘유머가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그래서 만화를 보는 독자가 웃음 속에서 통렬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표현이 아주 고도의 기법으로 표현되어야 하겠죠. 표현 속에 날카로운 비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능청스럽게 혹은 사건에 따라 슬플 수도, 아플 수도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기본 바탕에는 유머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죠.”
이처럼 시사만화가 핵심과 좋은 방향성 그리고 유머를 지니고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를 표현하는 시사만화가도 특별한 자질이 요구되지 않을까.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이 한겨레그림판을 연재할 당시 스스로 세웠던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첫째는 정확한 팩트(fact), 즉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 여겼으며, “두 번째는 인신공격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가령, 어떤 인물을 비판하더라도 그 사람의 행위로 인해 벌어진 일을 비판해야 하는 것이지, “그 사람의 눈이 하나 작아서 나쁜 놈이다 혹은 원래 못된 놈이다 이런 식은 안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대안 없는 비판은 자제하는 것”이라 말한다. 물론, 모든 일에 대해 대안을 다 가질 수는 없지만, “나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점을 생각하는 것”이다. 요컨대, 무책임하게 비판하는 것은 지양하자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그는 연재를 할 당시 ‘역사의 심판’을 매번 떠올렸다고 한다. “나중에 ‘이 때 왜 이렇게 그렸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에 대해 명확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