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등성이에 사과나무 잎 사이에 붙은 벌레잡이로 뜨거운 햇살과 시름을 하고 있는 혜림원 농부들
구멍난 이파리를 보며 마음은 급하다. 벌레가 숨은 사과잎 사이사이를 하나하나 헤집고 잡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농약이 아닌 유기농 퇴치 벌레 잡는 방법도 많다는데
굳이 이렇게 손으로 일일이 잡아야만 한단 말인가. 참나무 목초액도 뿌리면 좋다는데 식초와 달걀
노른자를 섞어 뿌려도 된다는데..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진다. 이렇게까지 해서 자연 농법이 통하는
세상이 올 것인가? 라는 의문이 쉴 새 없이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벌레 종류도 많다. 연두색 벌레, 얼룩이 벌레, 잎을 이불 삼아 도르르 말고 사는 벌레, 흰 막을 두르고
사는 벌레, 가지처럼 길다랗게 색깔도 똑같은 짙은 갈색 벌레, 하루 종일 앉았다 섰다 벌레잡이로
눈알이 아플 지경이다. 요놈의 벌레 완전히 박멸하려 다시는 사과나무에 붙지 못하도록 하고 싶다.
아이코! 하나님 부처님 뭐 좋은 방법이 없소이까. 묵묵히 벌레 잡는 회장님의 마음은 어떤 맘일까
오월의 태양은 왜 이렇게 더운지 땀은 비 오듯 흐르고 목은 타오르고 마음은 급하다.
자연재배! 급한 마음으로 결코 이룰 수 없는 길.. 난 벌써 지치고 있다.
생태계에는 천적 관계를 이루어 먹이 사슬이 되는 자연 현상이 사라져 가고 있다. 각종 농약 살포로
인하여 생태계는 파괴되어 지구 환경은 갈수록 어둠의 그림자로 덮여 가고 있다.
땅을 살리려 애쓰는 극소수의 사람들의 염원에도 회복되어지는 시간이 쉽지만은 않다.
수천 그루 사과나무, 매실나무, 복숭아나무, 진딧물과의 공생관계를 이루고 사는 개미들의 습격
무당벌레가 진딧물을 먹잇감으로 삼아야 할 나무위에 며칠을 두고 관찰하고 있던 어느 날 드디어 빨간
무당벌레가 나타났다.
하루아침에 이룰수 없는 일이다. 인간이 만든 자연 파괴, 지구 온난화, 자연계는 순환을 상실하고 벌레와 해충으로 또다시 농약 살포를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자연 농법이 통하는 시간들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무당 벌레출현을 기뻐한다. 너의 먹잇감을 맘껏 배불리 먹어보아라. 그래서 저 사과나뭇잎을 무성하게 키워 주기를...
오월의 산야는 푸르름으로 우리 인간에게 편안함을 준다. 저 깊은 산 속에서 자라는 산야초들의 생명력은 강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산삼을 보더라도 산에서 수십 년 동안 썩지 않고 산속에서 자라고 있다. 아주 천천히 자라 그 약성은 인간이 키운 인삼과는 비교 할 수 없다. 인삼은 6년 이상 키울 수가 없다. 그러나 산속에서 자라는 산삼은 수십 년을 잘 자라고 아주 천천히 그 약성을 더하여 간직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의 흙과 인간이 만들어 놓은 흙은 다르지 않은가. 자연속에서 만들어진 흙, 거름도 주지 않은 자연 순환의 흙, 비와 바람 계절이 바뀌면서 호흡하며 땅은 떨어진 나뭇잎에서 거름을 얻으며 무성히 자라고 있다.
병충해도 이기며 꿋꿋이 푸르름을 더 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해충이나 곤충들도 식물과 같이 호흡하며 이 지구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다.
현대인들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이 땅을 못 살게 하는지를 모른다. 다수확을 목표로 지나친 비료와 농약 살포 제초제, 그리고 비닐 씌우기로 땅은 호흡하지 못하고 독소를 내뿜고 변질하여 나약한 식물을 생산하고 그 식물은 영양을 상실하고 있으며 농약 물을 머금고 있다. 이 안타까운 현실, 되풀이되는 농사법으로 땅은 신음하고 아파하고 있다.
자연재배! 식물 스스로 뿌리를 내리려 애써야 하는 산고를 통해 강한 뿌리와 흙 본연의 양분을 섭취하여 키는 크지 않으나 그 식물의 치밀함, 강한 생명력은 병충해도 이길 수 있는 식물로 자라 우리 인간들에게 보약과 같은 식물로 공급된다.
흙은 답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고마운 흙은 그 흙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 혜림원 농부 회장님의 가슴엔 흙을 살리려 애쓰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도 구슬땀 속에 희망을 심고 나아가고 있다.
맑은 하늘, 청아한 오월의 햇빛은 유난히 아름답다. 더 늦기 전에 어서 회복의 흙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각종 질병으로부터 해방되는 가장 근원적인 먹을거리들, 생명을 살리는 먹을 식물을 생산하는 이 길이야말로 귀한 일 참다운 일이다.
사람 손으로 벌레 잡는 일이 우습고 미련한 일인 것 같으나 머잖아 자연계의 아름다운 공생의 법칙이 회복되어 그들 스스로 아름다운 놀이로 사과나무의 풍성한 열매 맺기를 기대해 본다.
기다리며 가는 길, 아무도 가지 않는 길, 피하고 싶은 그 길을 홀로 가는 회장님을 생각하며 난 이런 시가 떠오른다.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 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들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걷다 보면,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길을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오랜 세원이 지난 후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지으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첫댓글 자연재배로 가는 길은 거칠고 험난한 비포장길입니다. 기적의사과 기무라씨도 밧줄을 들고 산에 올라가 목매달아 죽으려고 하다가 깨우친 힘든 길을 함께 가고 있습니다. 현재도 식초를 사용하여 해충퇴치를 하고 있지만 먼저 자연재배에 가까운 농사를 하고 있고 좋은 결과를 내고 있으니 길은 열려있고 자연의 섭리를 따라 기다리면서 사람이 저질렀던 잘못을 식물이 아픈 곳을 간호해주며 대화해나가면 이루어지는 날이 오겠지요. 혜림원의 보물 같은 소장과 든든한 조력자인 옥분님이 옆에 있으니까 외롭지도 않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