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주민 시위(2/2)
2013년 6월 30일 일요일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갔는데
나와 같은 관광객이었던 여러 손님들이
어제의 위도 주민들의 시위에 대하여
나름대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위도의 시위는 시위가 아니고
위도주민들의 화합의 잔치였고 축제분위기였다고 말하자,
각각의 사람들은 아침부터 시위에 대한
저마다 나름대로의 각설이 이어졌다.
시위는 원래부터 과격하게 하는 사람이 나와야만
다른 군중들도 열을 받아 시위가 성공한다는 사람,
한국식으로 누군가가 경찰과 대치 국면을 해야
이슈가 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고 하는 사람,
노인 분들로서만 이루어진 돌격대가 있어야 불상사가 나고,
그러면 그것이 언론의 주목을 받아 해결된다고 하는 사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격한 쪽에 무게를 두는 것 같았다.
미국처럼 위도의 시위는
자기들의 민원사항을 적어 피켓을 들고 소리치는 것이 전부이고
신사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었으나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아무 것도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다른 사람들이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시위에 관한 한 설왕설래가 난무하였다.
어쨌든 듣고만 있었던 나도
한국의 시위문화는 바뀌어야 한다는 사람 쪽에 한 표를 던진다.
또 다시 오늘도 시위는 계속된다고 하시면서
식당주인 아줌마는 바쁘게 움직이신다.
오늘은 돌아가야 하는 날이라서
항구에서 시위를 구경하다가 가기로 마음먹고 따라 나섰다.
항구에 나가보니 어제보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어떤 주민은
이런 김빠진 식으로 시위를 하려면
무엇하러 우리가 여기에 모이느냐며 분개하고 있었다.
또 다른 주민은
선박회사나 항만청 그 어느 쪽도 나와 보지도 않는 데
우리가 이런 시위를 왜 하느냐며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괜스리 행패부리고자는 것도 아니고,
단지 불편부당함을 시정해 달라는 것뿐인데
이렇게 위도 주민들을 무시할 수 있느냐며
나이 드신 할머니들까지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술렁대고 있던 차에
선박회사 운영진은 안 오고 직원 한 사람이 왔는데
시위를 보더니 비웃었다는 소문이 나자
이내 곧 주민들은 격분을 감추지 못하고
그 직원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간신히 이 사람은
경찰의 보호 하에 주민들로부터 격리되었다.
시위는 격앙되기 시작하자,
주최 측의 방송멘트가 시작되었다.
지금 여기에 나와 있는 경찰들은
우리를 저지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보호하러 나왔으니 충돌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위도를 찾아주신 관광객 여러분
정말 대단히 죄송합니다.
여러분과의 싸움이 아니라
저 못된 선박회사와 항만청에게 항의 시위를 하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방송멘트는
폴리스 라인을 절대 넘지 말아야 하며
위도 주민이나 관광객 또한 경찰까지 그 어느 누구도
불상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시위를 지휘하는 이장님들이나 노인회 분들은
너무 격앙되고 흥분해버린 주민들의 분위기에
상당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맨 처음 생각에는
우리도 한 목소리로 부당함을 외칠 수 있다는 것과
위도 주민 단 한 사람이라도 잘못되거나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는
대 원칙을 세워 놓고 시위를 시작했던 것 같다.
이젠 반대로 시위를 저지하며 질서유지를 부탁하고
시위대를 만류하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것에
주민들은 오히려 분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잔뜩 선박회사와 항만청의 부당함을 호소해놓고
그것에 항의하는 주민을 또 말리는 것은 무슨 행동이냐며
위도 주민들이
시위를 지휘하는 지휘부에 반기를 들기 시작하였다.
일단 한 번 열을 받은 주민들은
주민들끼리 다시 뭉쳐
들어오는 선박을 향해 돌진하여 선상에 드러눕기 시작하였다.
시위를 진정시키고 막으려고 왔던 경찰들도
갑작스런 주민들의 격해진 행동에 몹시 당황해했다.
구경은 그만하고 상황이 더 변하기 전에
나는 바삐 오후 1시 20분 출항하는 선박에 승선하였다.
그런데
오후 1시 20분에 출항해야할 선박은
위도주민들의 선박에 대한 실력행사에 놀라서
손님도 다 태우지도 못한 체 정시에 격포로 출항을 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선박 안에서는 대 사건이 되고 말았다.
손님 중에 한 사람은
자신의 일행과 차량을 승선하지 않았으니
위도로 되돌아가야만 한다며 선장과 일전을 벌이고 있었다.
다른 손님들은
정기노선은 제 시간에 귀항지로 도착해야만 한다며,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20명의 KTX 기차표를 물어달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해경 경찰이 승선하여
손님들을 설득을 하여도 해결책이 없었다.
선장님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출항지 위도 100미터 장소에서 멈춘 체
선박회사 본부의 지시를 마냥 기다리신다.
결국 손님들끼리의 합의와 타협으로
격포에 도착할 시간인 50분이 지난
오후 2시 10분에서야 배가 움직였다.
이제는
또 다른 관광객들의 불평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기노선은 상황이 어찌됐든
정시에 출항하고 정시에 도착해야지
개인 개인 손님 한 사람씩의 항의에
출발도 못하고 돌아가지도 못하고
마냥 바다 위에서 50분이나 멈추어있는 행위는
배에 승선한 다른 승객들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선박회사와 선장을 규탄하는 소리가 이아지고 있었다.
다시금
위도 시위에 대하여서도 논쟁이 시작되었다.
A: 위도주민들이 왜 시위를 하는 거야?
위도에 오지 말라는 거야, 뭐야?
B: 선박회사가 일방적으로
운행시간표를 작성하여 운영하는 것 때문이라고 그러던 데!
A: 그렇다고 데모를 하냐?
B: 위도주민들로서는 그 운항시간표가 몹시 불편한 모양이야!
A: 그럼, 위도 주민의 요구대로 해주면
위도주민들은 선박회사에게 뭐 해줄 건데?
B: 뭐를 해준다기보다는 정기 항로노선이기 때문에
원칙대로만 해달라는 거지 뭐, 별거 있겠나?
A: 선박회사도 회사이므로 영업적인 측면을 생각해주어야지!
회사의 영업의 한 방식을
주민들이 회사와 합의하자고 하면 그건 곤란하지.
회사로서는 영업이익이 무엇보다도 우선이 되어야 하니까
위도주민들이 뭐라 해도 어쩔 수 없잖겠어?
B: 물론 선박회사도 이익을 많이 남길수록 좋지!
그렇지만 단기간에 투자한 돈을 찾겠다고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는 거지!
위도주민과 관광객들 양자 모두에게
편안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회사의 덕목이라고 생각해!
위도사람들은
격포 위도 간 정기항로를 운항하는 정기 여객선은
우선 공적인 임무가 먼저라고 생각하는 거지!
예를 들어 시내버스가
자기 마음대로 시간표를 정해놓고 운행하면 되겠어?
주민이 타든 안타든 버스는 정기노선을 돌아야 하지,
사람 없다고 운행을 안 하면
그 버스회사는 법의 제제를 받아야지!
똑 같은 이치야.
A: 그래? 음! 그렇다면야 할 수 없지!
다른 관광객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귀담아 듣다가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현명한 해결이 이루어지도록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