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년을 설레이며 준비한 끝에 드디어 날이 잡혔다. 백두산은 6 월 중순부터 봄이 시작돼 8 월 중순까지
온갖 야생화가 바쁘게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이요,
짧은 여름 탓에 트레킹도 9 월 중순까지 3 개월간 가능하다. 단군 할아버지께 긴급히 핸드폰을 때리니
점지하신 날이 2004 . 8 . 4 ~ 8 . 8 ( 4 박 5 일 )에 다녀가라신다.
여권을 챙기고 비자 받고 준비물 점검하다 보니 어느새 8 월 3 일,
근무를 마치고 새로 단장한 부산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늦은밤 막차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로도 좀체 흥분을 주체 못하고....
새벽 영등포역 골목 해장국 집에서 간단한 요길 하고,
공항행 버스를 타니 마음은 벌써 백두산이다.
출발시간 세 시간 전에 도착하여 동북아의 허브공항으로 발돋움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웅장함에 성실한 납세자로써 자부심을 느끼며
국내선보다 작은 장춘행 비행기에 올랐으나,
중국 청도공항의 관제탑 이상으로 두어시간 기내 대기후 드디어 출발.
북중국의 첫느낌은 끝이 보이지 않는 대평원에 옥수수만 심어 놓은 것 같다. 드넓은 평야가 부럽다. 그리고 말 달리던 그 고구려가 그립다. 곧 다른 비행기를 갈아타고 수속도중 면세점에서 구입한 거금 4만원주고 산 양주를 강탈당하고
(중국에선 칼, 액체류 등은 화물로 부쳐야하나 실념하고 휴대하여가다 압수됨). 연길 최고급 식당에서 음식이 나왔는데 송이버섯 빼고 영 아니다, 앞으로의 먹거리가 순탄치 않음을 느끼며 가져간 고추장이며 김으로 식사를 마치고
다음날 이른 산행을 위하여 이도백하로 출발하였다. 버스로 이동하던중 보았던 멋진 석양은 정말 감탄사를 자아내게한다. 천지를 볼 확률이 높아짐에 설램으로 70년대 우리네 시골길 같은 깜깜한 도로를 계속간다.
잠시들린 휴게소에서 원기회복용 산삼을 이만원에 사먹고 있는 나00부장님. 엥!! 그렌데 바로 옆사람에겐 만원에 흥정을 한다. 산삼(장뇌삼?)맛 쥑이겠네요.... 밤늦게(24시경)도착하여 이국땅 밤거리를 황야의 4인방이 정벌에 나섰으나,
간간히 보이는 포장마차뿐 조용한 도시에선 어두움뿐었다. 꼬지를 주문하고 그 유명하다는 청도맥주를 먹어 보니 맛이 국산과 달리 닉닉하다. 역시 조선 놈은 조선 것이 좋은 것이여... 이튼날(8.5 07:30) 기상하여 기나긴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면서 백두산을 향한다. 이도백하 서쪽 입구 길은 매우 험난하여 버스가 꼭 물침대처럼 요동친다. 현지 조선족 가이드 왈“달리는 소화제란다”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평지를 달리는 것 같지만 실제고도를 서서히 올라가는 중이다. 이미 해발 1000m를 넘어섰는데도 백두산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선 전라도 땅에만 들어서도 지리산이 보인다는데,
그 웅장하다는 백두 16 연봉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계속된 활엽수군락 자작나무만 차창을 스치고 간간히 대규모 인삼 재배밭이 보인다. 그곳 자작나무껍질은 수분이 많아 심마니가 산삼보관용으로 쓰기도하고 ,
상사시에도 사용한다고 한다. 폭우로 폭파인 길엔 화산재로 땜질하여 쿠숀감은 있지만 속도감이 안난다. 앞서 가던 승용차가 진창에 빠져 고생하고있다. 외길이라 마주오던 차도, 따라가던 우리도 멈쳐섰다. 우리 일행은 차에 내려서 기지개를 펴며 그 광경을 구경하는데
시간이 멈춘 과거로 돌아간 듯 모두들 느긋하다. 재촉하는 이도 서두르는 이도 없고 이 역시 만만디인가? 새삼 이곳이 이국임을 느껴본다.
어느덧 서파 베이스캠프격인 백운봉산장.
외양은 듣던것 보다는 그럴듯하다. 서둘러 열쇠받고 해발 1200m인 서파관광에 나선다. 서파 고원지대엔 호랑이가 엎드린 형상의 와호화원은
하늘매발톱, 씨범꼬리 층층이풀 자주 방방이가 드넓게 있고,
붓꽃과 금매화가 많이 나는 원외화원과
원추리, 하느나리, 금매화, 털쥐손 등이 많은 고산화원이 있다.
모두 들러보고 싶으나 시간 관계상 우리는 해발 1400m인 고산 화원에 들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8 월 초인데 어느덧 가을로 다가가는 화원은 스산하다. 지고있는 꽃과 멀리 보이는 백두산 원경을 사진으로나마 찍고 금강 대협곡에 들어섰다. 이곳은 정말로 천하절경이다.
98 년 산불을 끄러 왔다가 찾아냈다는 금강대협곡. 백두산과 같이 태어나 1000 만년 이상 숨어 있던 곳. 이 계곡 그 길이만 15km, 깊이는 70~100m, 넓이가 100~300m인 이계곡. 발 아래로 보이는 이계곡이 지금은 남의 땅 남의 나라지만 우리나라 역사 우리의 땅이었다. 그 깊고 넓은 V자형상의 협곡이 굽이굽이 이어져
곳곳이 기묘한 생김이 바위 바위들이 영겁을 지나 그대로 멈춰있다. 짧은 글로는 표현하기 힘들어 사진으로 대신한다.
아쉬운 절경을 뒤로하고 백두산 가는 길목에 당시 거대한 용암이 지하로 흐르면서 갈라진 땅,
그 틈새로 천지의 맑은 물이 흐르는 제자하. 이곳 반지하 동굴천이 과일이나 맥주 등을 담가두는 자연 냉장고라는 이야길 듣고
시원한 맥주를 찾았으나 오늘은 광주리에 담아놓은 맥주가 없다고 하여 빈입만 다시고
꽃과 백두산을 배경으로 죄 없는 사진기만 연신 누른다.
청나라 개국의 성지요, 우루무치 탄생신화가 있는 왕지로 오며
들은 이야기는 그 신화가 우리네 “선녀와 나무꾼”이야기와 흡사하다. 그곳 왕지에 손을 적시며 “오"루무치를 꿈꿔본다.
산장으로 돌아오는 길목 천지물이 새어나오는 냇가에서 수박을 쪼개먹으며
발을 적시니 모질게 맘먹어도 30초를 견디기 힘들다 . 주변에선 가장 따듯하다는데 이 한여름에 6℃란다.
드디어 기다린 그날 백두산 등정을 위해 일찍이 일어났다(8.6 03:00). 컵라면으로 요길하고 백두산의 네곳 입구중 하나이며 북과 중국의 경계인 5호경계비로 향한다. 서서히 나무가 사라지더니 1900m부턴 잔디 같은 풀만 무성하다.
주차장서 30분간 고지 적응하며 1286개의 계단을 오르니
고산토끼(우는토끼)가 우릴 반기며 “끼끼” 웃음 짓한다.
말로만 국경이지 우리네 담벼락보다 못하다.
너무 초라하다 비석하나 사이에 두고 쇠사슬 하나로 국경이란다. 주위를 둘러보고 슬쩍 쇠사슬을 중국 쪽으로 조금밀어 놓은 뒤,
북쪽 땅으로 월경하여 사진을 찍어본다 .
중국 산악 안내원의 재촉으로 일행을 미지의 세계,
신비한 나라인 구름 속으로 한발 한발 내딧는다 . 이렇게 구름에 덮혀있는데 볼 수 있을까? 태어나서 처음 오는데 꼭 보아야 하는데 하며 마음속으로 기도를 한다.
한참을 가니 조선족 가이드가 천지물이 보인다한다. 마음이 나쁜 사람에겐 안 보인다고 할까봐 말도 못하고,우리일행은 눈만 껌뻑이고있으니,
바쁜 일정에도 순진한 가이드는 열 받았는지 잠시 있다가 가잔다. 10분을 기다려도 구름속이다.서서히 조급증이 나기 시작한다.
마천우(2,564m)지나 청석봉(2,662m)에 도착하여 아침요기를 하려고하자
숫처녀의 수줍음처럼 살포시 모습을 나타내더니
순식간에 장엄한 천지, 천지의 모습이 보인다. 저 멀리 건너편 북한초소도, 장군봉도 모두 보인다 . 이~~야!! 모두들 넋을 잃고 있다.(형용할 말이 생각 안 난다.)
난 천지를 그냥 보기 부끄럽고 두려워 퍼뜩 눈을 깜아버렸다. 그리고 눈이 아닌 마음으로 천지를 본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그리고 천지 경건하게 진짜 경건하게 맘속으로 애국가를 불러본다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그러고도 눈이 안 떠진다. 사라지기전에 꼬오옥 봐야 되는데 생각하며 살며시, 살며시 눈을 뜨며 크게 외쳐본다. “모두에게 행복을 주세요.” 능선산악회 회원님, 가족님들 행복하세요. 주위를 둘러보니 사진기 셔터만 열심히 누른다. 카메라 배터리 다된 분은 얼굴이 까맣케 타 들어가고 있다. 어쩌나.....,같이 찍자고하여 몇 컷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구름이 홀연히 사라지며 이쪽 하늘에 태양, 저 쪽 중국하늘엔 달이 발아랜 천지물이.... 아~ 너무나 좋다. 이렇게 좋은 곳이 지금은 우리 땅이 아니란 말인가?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돌조각 하나를 주머니에 넣은뒤
옛 우리 땅을 되찾는 생각에 잠겨본다.
중국령에서 가장 높은 백운봉을 가기 위해선 한허계곡을 내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 한허계곡을 품고있는 고산초원은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의 알프스 초원을 무색케 할 정도로 광활하다.
곳곳이 고산화요,전 평원이 골프장 같다. 천지의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흐르는 한허계곡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살며시 목물한다.
시리디 시린 물이지만 자꾸만 손이 간다. 한허계곡에서 백운봉 능선까지는 최대의 난코스
가파른 경사에 너덜지대까지 있어 깔딱고개라한다.
있는 힘을 다해 능선에 올라섰다 싶으며 백운봉은 저만치 물러나 “힘내고 어서오라” 고 손짓한다.
한참을 올라가니 다시 산은 순식간에 운무에 사라져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으로 끝이란 말인가? 1시간여 후에 백운봉(2,691m)에 오르니 신기하게도 천지와 16 연봉이 보인다. 천지는 백운봉 능선에서 볼 때가 가장 아름답다. 운해가 사라지자 우리네 물그릇 닮은 천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파른 포물선을 그리는 내륜엔 주름치마처럼 눈녹인 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선명하고,
물가엔 아직 야생화가 피어있고, 그 경치 좋은 곳에서 지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점심을 먹어본다.
녹명봉(2,603m)을 지나 차일봉(2,596m)까지는 아찔한 벼랑의연속 잔설지대를 건너,
너덜지대를 올라 이끼덮힌 길 융단처럼 푹신푹신한 그 길을 걷는다. 차일봉 내리막 갈림길에서 장백폭포 방향 위험한 너덜지대를 지나자 달문이다. 드디어 최고수심 384m인 천지물에 손을 담근다.
백두산 천지는 세계에서 가장 갚은 산정호수요. 우리 강토에서 세계에 내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자랑거리다. 평균수온 2도이고 능선에서 볼 수 있는 확률이 2 할도 안된단다. 그 천지물에 손을 담그었다.
북한에서 풀어놓았다는 산천어로 회를 즐기고 장백폭포로 향한다. 지금까지 백두산을 다녀왔다는 사람 대부분이 이곳 장백폭포, 달문으로 다녀갔다고 한다. 실제산행(?)은 1시간 남짓한 곳, 거기로 우린 내려온다. 산행땐 안보이던 사람들이 꼭 일요일 금정산 같이 많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한국인이라 꼭 국내 유원지 같다.
내려오며 유황온천수에 삶은계란 먹고 조총련계 재일동포3세가 운영하는 호텔에 짐을 풀고,
만원짜리 유황온천욕을 하고 (연중 3개월만 영업을 함). 한복차림의 앳된 북한 종업원의 환대속에 정갈한 북한 음식이 나오고 곧 예술 공연이 시작되었다. 전자기타, 오르간, 드럼과 템버린 바이올린 등으로 공연단원들이 차례로
“반갑습니다“ 등을 불렸는데 즐겁기보단 측은한 생각이 앞선다. 한 푼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정든 고향과 부모형제를 떠나 낯선 땅에 온 북한 공연단원들,
딸 같기도 하고 동생 같기도 한 동포, 우린 양해를 구하고 성의로 세종대왕이 그려진 지폐를 건네준다.
”좋은 공연 감사하고 음료수나 사먹으라며...“
다음날 아침 (8월7일 06:20) 기상하여 전일 과음으로 일행이간 천문봉은 포기하고 장부장님과 난 소천지를 보러 나섰다. 매점에서 간단한 선물을 사고 (변명 같지만 산악지대라 물건이 너무 없다). 북파의 산문으로 천지를 벗어나려니 10 여 년 전부터 주5일제를 시행한 중국은
금요일부터 관광객이 우리완 반대로 들어서기 시작하니 주차장이 그야말로 러쉬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반쪽이나마 종주한 백두산 그리고 천지의 선경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하고 마음속에 살아있으리라 생각한다. 백두산은 두 눈으로 천지를 보겠다는 욕심을 가진 사람에겐 절대로 그 신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무욕의 대가일까? 백두산의 배려일까? 할배의 지시였을까? 여하튼 우리 일행은 열 번에 한 두 번 보기 힘든 천지를 산행시 내내 보다시피 하였으니 ,
아마도 함께하신 17분이 좋은 분이라 생각하며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능선 산악회 회원 세분께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저를 이해하시고 이끌어 주신데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산행기는 백두닷컴의 트레킹 코스따라 다녀온 것이며,
같이하신 김원수과장님, 이만송가이드님 두 분 너무 너무 고마웠습니다. 내용 중 일부는 국민.중앙일보의 박강섭.손민호님의 글을 인용(참조)한 것임을 알려드리며 ,
두 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이렇게 대신합니다.
마지막날 이야기인 용정시관광 이야기는(일송정,헤란강,대성중학교,서탑 밤거리는 등등) 조만간 재구성하여 보완할것입니다.
아무쪼로록 내용 없고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
첫댓글 좋겠다아~~~~~~~~~.백두산도 갔다오고
크니파리언니.우리도 백두산 계하자.죽기전에 한번 가봐야지.만주벌서 말도 타고
도골오빠 서면에 '백두산' 가요주점있는데, 계한번 만드까?? ㅎㅎㅎ
단한칼 언니 욘제 함 가따 왔노 ?
사진올리 낫으니 마니 보이소
대표로 글쓴다고 수고 했어요
아따야! 백두산과 천지를 눈이 시리도록 보고 왔다니 정말 축복의 님들이요. 축하 해요---요.
그런곳에 갈때는 소문좀내고 가징 나도 따라가그로 좋았겠다아ㅏㅏㅏㅏ
진실로 좋으셨겠어요. 백두산 정말 가보고 싶어요. 심성이 좋으신가봐요.맑은 백두산은 아무나 볼수없는 귀한광경이라던데
마지막날 이야기인 용정시관광 이야기는(일송정,헤란강,대성중학교,서탑 밤거리는 등등) 조만간 재구성하여 보완할것입니다.
정말 좋았겠네요..아 !!! 백두산 가보고 싶네...도골성 우리도 뭉치자...그리고, 선물은 언제 줄건지...
님의글 잘 보았소. 백두산 천지는 눈으로 보는것이 아니라 마음(마음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글귀가 새삼스럽게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구려, 아! 백두여 영원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