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농민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디지털농업' (구. 새농민)에 기고한 원예치료
생명과 교감 나누는 자연 치료법
조원근 (한국원예치료협회 사무총장)
원예치료사:최형천 한결어린이집 원장
과수, 채소, 화훼 등 원예식물을 통한 아름다움의 인식과 의.식.주 해결을 위한 인간의 활동을 우리는 원예활동이라고 한다. 이러한 원예활동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었으나 17세기에 이르러 비로소 ‘원예’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발달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문화와 사회의 발달에 따라 식물이 단순히 인간의 식(食)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현대인들에게 원예는 그 대상을 단순히 식물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식물과 인간의 상호 관계적 측면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원예에 대한 정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는데 현대적 의미의 원예란 과거 식물생산에 근본을 둔 것에서부터 원예와 인간과의 관계를 연구하고, 그 결과로 인간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며 나아가 우리의 자연환경을 돌보는데 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의 원예가 식물을 대상으로 생산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원예, 원예치료는 식물을 이용하는 원예활동을 통해 인간 심신 치료와 재활을 꾀하고 나아가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인 사이에 관심 높아지는 원예치료
최근 대체의학에 대하여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체의학이란 기존의 서양의학의 부작용과 한계 등을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한 비통상적인 의학적 철학이나 접근방법을 말하는데 원예치료가 대체의학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대체의학으로서의 원예치료는 현대 의학적 치료와 구분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현대 의학적 치료가 직접적이고 병징 중심의 치료라면, 원예치료는 활동(activity)을 통해 치료. 재활, 경감, 복원 등을 목표로 하는 예방치료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 치유와 육체적 치유가 동시에 가능한 전인적인 치료방법이다.
따라서 원예치료(Horticultural Therapy)를 정의하면 식물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의 다양한 원예활동을 통하여 사회적, 교육적, 심리적 혹은 신체적 적응력을 기르고 이로 말미암아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추구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즉, 식물 및 원예활동을 매체로 하는 전문적인 기술과 방법을 통하여 심신의 치료와 재활, 그리고 녹색의 쾌적성(green amenity) 및 환경회복을 얻고자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원예치료가 흙과 식물을 잃어버리고 도시 문명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상식적인 일이다. 식물이 존재하므로 공기를 정화시켜 주고, 습도를 조절하는 기본적인 역할부터 원예치료를 구성하는 요소들인 흙, 노동, 식물에 대한 사랑 등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운동을 하게하고, 정서를 함양함으로써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질병 예방과 재활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체 오감을 통한 치료효과 극대화
원예치료는 원예학에 의학을 접목시킨 대체치료의 한 형태인데 다른 대체치료 방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원예치료만의 독특한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생명을 매개체로 한다. 원예치료는 살아있는 생명을 매개체로 하는 치료법이다. 대상자는 식물의 생장, 개화, 결실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생물과는 다른 교감을 갖게 되어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식물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색깔과 모양, 그리고 향기는 시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오감을 자극하여 감각기능이 떨어져있는 대상자들에게 치료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둘째, 상호 역동적이다. 원예치료는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식물과 대상자와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즉, 식물을 정성껏 보살피면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보여주지만 무관심하면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대상자들은 자신의 활동에 대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맛보기도 하고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셋째,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다. 원예치료를 통해 식물을 키워 수확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만든 장식품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식물을 자르고 꽃과 잎과 열매를 따는 등 생명의 파괴행위를 하지만 이러한 파괴행위가 파괴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창작품을 만들어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
넷째, 본능적인 그리움에 바탕을 둔다. 식물의 잎이 가진 녹색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낙원의 이미지와 가장 가깝고 인간이 가장 선호하는 색으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인 안정과 유연성을 준다. 특히 자연보다는 철근과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현대인에게는 녹색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소홀했던 자연과 접촉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생명을 직접 돌본다. 원예치료의 대상자들은 오랫동안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의 보호를 받아왔기 때문에 자신이 보호받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남들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원예치료를 통하여 보호받는 위치에서 생명을 직접 돌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유하는 원예치료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원예치료의 효과는 크게 지적인 효과. 사회적인 효과. 정서적인 효과 그리고 신체적인 효과로 나눌 수 있다.
지적인 효과는 원예활동을 통하여 식물의 번식, 이식, 토양의 배합, 식물을 심는 위치설정 등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전체적인 안목과 계획, 준비. 판단능력이 증가시킨다. 또한 새로운 용어와 개념들을 배우게 되어 어휘력이 증가하고 대화의 폭이 넓어진다.
사회적인 효과는 공동 작업을 하면서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며,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과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생산물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게 하여 대인관계가 넓히고 자립심을 길러 준다.
정서적인 효과로는 식물을 가꾸면서 자신감을 갖기도 하지만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주는데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에게 뿌려놓은 씨앗이 언제 싹이 트고, 꽃은 언제 필까하는 기대감을 심어주어 장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다.
신체적인 효과는 원예활동을 통하여 신체를 움직임으로써 대근육. 소근육 등 근력을 강화시키며 신체의 균형감각을 유지시키고 시선에 따라서 손이 같이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나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자연스럽게 증가시킨다.
우리나라 원예치료의 현황
원예가 치료적으로 이용된 최초 역사는 고대 이집트에서 환자를 정원에서 산책하게 하였다는 문헌의 기록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원예치료가 현대화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한 정신병환자 수용소에서인데 들에서 일하는 정신질환자 중에서 병세가 호전되는 것을 발견하고 흙을 만지며 농사를 짓는 것이 치료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부터이다.
우리나라에 원예치료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80년대 초였지만 별로 인식되지 못하다가 1988년 장애인 올림픽 이후로 장애인의 시설과 특수학교 등에서 원예를 직업교육의 목적으로 이용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병원에서 치료․ 재활의 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 부터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원예치료를 보급하고 교육과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97년 11월“한국원예치료연구회”가 결성되면서 부터인데 2001년 6월에는 ‘한국원예치료협회’로 그 명칭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원예치료협회는 식물과 원예활동에 기초하여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조사함으로써 학문적 이론을 정립하고, 구체적인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장애인의 치료, 재활을 도울 뿐만 아니라 환경회복에 이바지함으로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원예치료사 양성 교육기관은 전국적으로 총 16개 대학에 이르고 있으며 4개 대학의 대학원에는 원예치료 전공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배출된 원예치료사는 2006년 2월말 현재 1급 53명, 2급 340명으로 이들이 병원, 사회복지 시설, 정신지체 관련기관, 노인보호 시설, 보건소 및 농업기술센터, 교육기관 및 청소년 관련기관 등 전국적으로 약 400여 기관 및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3년부터는 농업계 고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원예치료가 수록되었고, 방송통신대학에서도 생활원예라는 과목에서 원예치료를 강의하고 있으며, 그 밖에 각 대학 원예학과에 도시원예, 사회원예, 생활원예 등의 과목이 개설되어 원예치료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원예치료에 대한 연구실적을 보면 150여편의 석.박사 논문을 비롯한 약 450여편의 연구논문이 발표되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노인들에게 원예치료를 적용한 결과 우울증이 감소하고 자아존중감이 향상되었으며,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는 우울. 불안이 감소되고 사회성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한편 뇌졸증 환자에게서는 언어소통능력이 향상되었고, 청소년들은 집중력이 향상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었으며 학교 내에서 집단따돌림 현상이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연구결과를 보면 실내조경이 설치된 병동의 환자가 설치되지 않은 병동의 환자에 비하여 강박증. 우울. 불안이 감소하였고 회복기간이 짧았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