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상 추모서
그때 그 노래 (예술거제 Vol.19 / 2012년12월)
반평원 / 시인, 전 거제문협지부장
"베싸메 베싸메 무우쵸.........." 새벽안개처럼 바닥으로 흐르는 낮은 음성으로 시작하여 높게 강렬하게 심금을 울리던
남운 선생님의 그 노래가 그립습니다. 우리 동인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선생님의 애창곡이 되어버린 베사메무쵸가 빠질 순 없었지요. 보통 사람들은 외울수도 없는 긴 노랫말을 한 자도 빼지 않고 열창을 할 때에마다 여성 회원들은 앙코르를 연호했습니다.
거제 문협이 주로 옥포지역에서 모이면 고현에서는 남운 선생님, 이승철 선생님과 우리 셋이서 이 선생님 차로 다녔습니다.
모든 회의에서는 스님과 부적으로 우리 의견이 성사되지 못하고 돌아 올 때면 주차장 부근(지금 고현 파출소앞) 소주방에서 화풀이 겸 뒤풀이로 한 잔씩 하고 헤어졌습니다. 어느 날 술이 거나하게 취하시고 술집주모 앞에서 베싸메를 불렀고 홀딱 반한 그 여자는 눈물을 글썽이고 무슨 사연인지 우리를 가라고 하는 눈치라서 살짝 문을 닫고 나왔고 그 뒤에 만났을 때 별 일 없었습니까?
라고 했더니 '느그 술 취한 사람 나두고 그리하지 마라.....' 하시던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으시고 평교사로 정년을 맞으신 선생님은 무슨 여한이라도 있는 듯 '더러운 세상'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조직사회 특히 공직 사회에서 자리가 최곱니다 마는 물러나고 백수가 되고나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글 쓰고 신문에 이름 석 자가 오르는 사람이 더 행복합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걸출한 정치가도 많지만 화려한 권자에서
물러나면 시민들의 기억속에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선생님처럼 평생 문화예술에 몸담으시고 열권이 넘는 시집을 내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수많은 독자와 문화예술계 후배, 특히 선생님의 추모사업을 펼치고 있는 당찬 여류작가와 초등학교 담임을 맡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2천명이 넘는 훌륭한 제자들이 있기에 남운 선생님은 인생을 값지게 사시다가 리라꽃 처럼 아름답게 훌훌 가셨습니다.
선생님 고향마을 쪽 길을 달려 가다보면 양지바른 언덕배기에 영혼은 하늘에 육신만 내외분이 누워계시고 뒷산 어디에는
산 도라지가, 돌담 옛집에는 석류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고 있을 것입니다.
유행가 가사처럼 시계바늘처럼 돌고 돌다가 시도 때도 모르고 가는 게 인생 아닙니까.
저희들도 머지않아 선생님 곁에서 만날 것입니다.
'반 회장 뭐하노'라고 전화오던 날 한번 더 찾아뵙지 못한 용서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