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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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
/윤동주
눈이 오다 물이 되는 날
잿빛 하늘에 또 뿌연내, 그리고
크다란 기관차는 빼-액- 울며,
조고만 가슴은 울렁거린다.
이별이 너무 재빠르다,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일터에서 만나자 하고-
더욱 손의 맛과 구슬눈물이 마르기 전
기차는 꼬리를 산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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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1917~1945)
출생 : 1917년 12월 30일
학력 : 연희전문학교
약력 : 1939년 조선일보에 산문 '달을 쏘다' 발표
1939년 소년에 동요 '산울림' 발표
1955년 미발표 유작을 첨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발간
저서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첫댓글 별헤는밤은 제가 학교때 읊은글인데 이젠 저의 아이들이 어느새커서 사다가 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