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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닷컴 12/21
싱가폴의 인권지수
주말을 이용해서 싱가폴에 다녀왔습니다. 친구가 주재원으로 있는데 이제 곧 한국에 들어 온다고 해서 부랴 부랴 준비도 없이 가족을 이끌고 갔습니다.
무지 더운 나라 였습니다. 저녁 기온이 28도 였는데 친구녀석 말이 요즘은 선선해서 살만하다 그랬습니다. 그 녀석은 지난주 홍콩에 출장을 갔다 왔는데 거기서 너무 추워서 감기에 걸렸다고 하더군요. 첫 인상은 거리나 건물이 너무 정돈이 잘되어 있어 도시 전체가 공원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정부에서 검토해서 다른 건물과 똑 같거나 도시 미관을 해치는 건물인 경우에는 허가를 내어 주지 않는 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정말 거리가 예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친구가 사는 집은 4층 짜리 콘도였는데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인데도 절약정신(?)이란게 없이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고 살더군요. 우리의 아파트에 비해 엄청난 녹지공간과 호텔에나 있음직한 화려한 공용 풀장,조용하고 깨끗한 주변환경, 주차공간도 너무 넓직하고, 바로 뒤에 엄청 좋은 공원도 있고, 거기다 가정부까지 두고 있었습니다.
왜 외국인들이 싱가폴을 가장 비지니스 하기 좋은 나라라고 하는지 알거 같았습니다. 이 나라는 인구가 400만에 중국계가 70%인데도 모든 국민(택시기사아저씨 부터 길거리 노동자들까지) 이 다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더군요. 심지어 자기들끼리도 중국어 대신 영어를 사용하며 길거리 표지판도 모두 영어로만 적혀 있었습니다. 물론 휴가철이라서 그렇겠지만 길거리에서는 서양인들이 더 많았습니다. 아마 이 분들은 외국에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거 같았습니다. 아마 자기 나라 여름 휴양지 쯤으로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서구화되어있고 그들이 주인처럼 보였습니다. 다 민족국가니 공용어를 영어로 사용하는건 이해 하겠지만 중국인들이나 말레이족들이 자기 가족들끼리도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어쩐지 우리 같은 높은 민족자존심이 높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어색하게 보였습니다. 얘네들은 민족자긍심은 없고 국가 자존심만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별 자원도 없는 조그만 도시국가인 이 나라가 만약 폴투갈이나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마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처럼 가난하게 살다가 이제 막 떠오르는 용이 되지 않았을까요. 아님 말레이지아의 남부지방의 주민 정도로 조용하고 가난하게 살았겠지요. 시내 관광을 할 때 그들이 자랑하는 건물들은 다 식민지 시절에 지어 놓은 고풍스런 빅토리아식 건물들이었습니다. 물론 도시계획도 영국식민지 시절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지은것이라고 합니다. 펑범한 어촌이 이렇게 세계적인 도시가 된 것은 당연히 영국의 식민정책의 일환인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정책있지요. 그래서 좀 삐딱하게 생각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길거리 표지판이 일본말이고 어디가나 일본말이 통하고 식민시대 건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가족끼리도 일본말을 사용한다면?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한다면? 과연 상상이나 될까요? 그런데 어떻게 그들은 자신들을 식민통치했던 영국의 식민지 문화를 오히려 향수에 젖어 이야기 하고 그들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그런 정책을 고수하는 (이 나라 공립학교의 공식언어는 영어, 수학시간도 영어로 가르친답니다.) 정부에 대한 불만도 없이요.하지만 그 덕분에 외국인들이 무지 많이 들어와서 투자를 하고 있으니 이왕 식민지가 될 운명이었다면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는게 그들에게는 무지 다행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시 빈부격차는 있는 법, 말레이지아나 인도네시아,버마, 인도인들은 소위 3D업종에 종사하는데 실제 제 친구 집에 인도네시아에서 온 가정부가 있는데 한달 월급이 25만원이라더군요. 그대신 정부에 내는 세금과 보험료가 30만원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개인의 노동댓가보다는 정부의 통제 및 보호료가 더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법위반에 대한 벌칙이나 세금이 워낙 커서 그렇지 물가도 우리나라하고 비슷하고 정부가 공공주택을 많이 지어 일반에게 임대해서 의식주 걱정이 별로 없다니 생활수준은 선진국(2004년 기준 인당 GNP 2만5천불)이고 노동은 저임금 국가 인종들이 담당하니 나같이 국제 감각이 뛰어나면서 착한 사람들은 살기에 참 좋은 나라같았습니다. (ㅎㅎㅎ) 하지만 가난한 국민들을 데려와서 저임금으로 부리는 것은 우리와 비슷했습니다. 이 정도 임금으로 이렇게 사람을 부리는 싱가폴은 결국 잘 사는 사람은 행복하고 못사는 사람은 계속 못사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싱가폴의 특징중에 하나가 철저한 엘리트 육성정책입니다. 1 %의 고급 엘리트가 99%의 국민을 먹여 살린다는 원칙을 철저히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엘리트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나아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이광요 전 수상의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그래도 인권 운운 하면서 반대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니 정말 대단한 국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 배부른 돼지 할래 배고픈 소크라테스 할래 라고 물어 보면 아마 99 %가 배부른 돼지 할래 라고 대답할 거 같습니다.
대학교 다닐때 사회학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나는 군요. 싱가폴은 소득은 높지만 공산주의 국가나 마찬가지다. 소위 민주화 점수가 0점에 가까운 나라인데 부러워 할꺼 전혀 없다라는 말을 말입니다. 국회의원중에서 여당이 90명 야당이 1명이며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하면 아주 매국노가 되어 버리고 정부가 언론도 통제하고 여당이 40년 동안 변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민주화 데모가 한번도 없었다더군요.(정말?) 만약 우리나라 노동자나 민주화 단체의 데모대가 이나라에서 시위를 하면 아마 전쟁 발발 정도의 기사가 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다. 필리핀이 2차대전후 아시아에서 가장 부국이었는데 독재정권으로 인해 빈국으로 전락한 것은 정부의 부패때문이었다. 한국은 역시 빈국에서 출발했는데 정책은 훌륭했지만 정권의 부패로 인해 그 정책들이 제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싱가폴은 독재를 택했지만 부정부패를 일소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부국이 될 수 있었다.
그럼 현재는? 필리핀은 민주주의 정권이 들어섰지만 부정부패가 여전하다. 그래서 아직 헤매고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 정권을 여러번 거치면서 부정부패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패지수가 높기 때문에 완전히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싱가폴은 여전히 독재정권이지만 부정부패가 없기 때문에 부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결론이 나오더군요. 인간의 본성은 민주보다는 부를 원한다. 잘 살게만 해주면 다소의 독재도 참을 수 있다.국가가 잘 사는데 있어서 정책입안자들의 부정부패는 최악의 독소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우리 정부는 현재 그렇게 잘사는 것도 아닌데 너무 민주화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도 심하면 사회주의식 독재까지도 생각하고 있더군요. 아 물론 모두가 잘 살면 좋지요. 그렇지만 싱가폴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독재이고 우리는 오직 민주주의를 위한 자기 방식의 독재정책만 사용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싫증을 낼 수 밖에요. 사회학과 교수님의 입장에서는 민주화지수가 중요하고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경제지표가 더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양 지표를 모두 검토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사실 뭐 민주화나 자유지수가 높은 우리나라가 더 좋은 나라다, 민주화지수는 낮지만 잘사는 싱가폴이 더 좋은 나라다 라고 결정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처럼 민주화지수가 우수한 나라에서 조금만 더 경제적 관심을 가져 준다면 아마 싱가폴보다 비록 소득은 낮지만 세계적으로 더 존중받는 나라가 될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싱가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사실은 동물원이었습니다. 물론 많은 장소를 방문한 것은 아니었지만 동물원 시설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사자나 호랑이가 어슬렁대며 지나가게 만들었더군요.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국민들에게 이런 훌륭한 시설을 제공하는 정부는 정말 국민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행복해 하는지 아는 정부이다. 하지만 엤날 소련에서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거대한 동물원을 만들고 예술 닽체를 지원하고 했던 일이 생각나서 우민화 정책의 일환일지도 모른다는 나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싱가폴 국민들은 아주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확신합니다. 북한처럼 그들이 우물안 개구리도 아닐터인데 따라서 세계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지금 상황이 그들에게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의 인권을 위해 99%의 국민은 불편함을 감내해야만 진정한 민주국가이고 모두가 잘사는 길이다라고 주장하는 우리 정부와 99%의 행복을 위해서는 1%의 인권은 과감하게 버리는 싱가폴 정부. 과연 어느 정책이 맞는 것일까요? 싱가폴의 인권지수2005/12/21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