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덕동 마을만들기 카페
http://cafe.naver.com/samduck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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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
마음과 마음이 인사하는 마을 <삼덕동>
마을을 보러 갈까 합니다. 아니, 지도는 보는 게 아니라 읽는다고 하듯이 이곳은 마을을 만나러 간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지요. 하늘에 몽실 구름이 떠다니고 햇살 한줄기 마음에 파고들면 한 손에는 친구 손 붙잡고, 또 한 손에는 먹을거리 담긴 ‘봉다리’ 들고 신나게 흔들어대고 싶은 곳. 그곳의 바람결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내딛는 발걸음마다 밝고 맑은 생각이 머뭅니다. 가만히 떠오르는 생각들에 속도와 방향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생각의 고리는 ‘사람이 마을을 만들지만, 돌이켜보면 마을이 사람을 (되)살려 내기도 한다’는 진실에 닿아있을지도 모릅니다.
세 가지 미덕을 가진 마을 삼덕동(三德洞)은 일제시대 ‘삼’립정(三笠町)이라 불리던 일본인들의 집단 주거지로서 역사의 질곡을 겪어낸 마을입니다. 해방 이후에 ‘덕’산동 일부가 더해져 지금의 삼덕동이 되었어요. 삼덕동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로데오 거리’, ‘야시골목’, ‘신발 골목’으로 유명한 [쇼핑구역 삼덕 1가]를 걷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머리가 어지러우시다면 삼덕 교회(일제시대엔 삼덕성당이 자리했던 곳) 맞은편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보셔요. 번답한 일상을 벗어난 일탈의 즐거움까지 느끼게 해주는 옹골찬 카페들은 그 공간을 내밀하게 알기도 전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하는 반가움만으로도 어느새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만듭니다. [문화의 거리 삼덕 2가]의 제 맛을 느끼시려면 오후 늦게 어슬렁대기가 제격입니다. 삼덕 1가, 2가를 차례로 거쳐 오늘 우리가 같이 가려고 하는 곳은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노랫소리를 연상케 하는 삼덕 3가입니다. 경대병원과 수산교회 사이 길로 접어드신다면 [‘살림’집이 많은 삼덕 3가]로 향해 가시는 거랍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나볼 삼덕 3가에는 식민 통치 행정 기관들과 그에 딸린 숙소였던 관사 -‘적산가옥敵産家屋(적의 재산)’으로 불리기도 함-가 남아있습니다. 이들 관사와 사택들이 지어진 시기와 맞물려 만들어진 도로망과 하수도 시설은 아직까지도 그 틀을 유지하고 있을 만큼 잘 정비된 형태라고 합니다. 근대 역사와 생활상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곳이지요. 게다가 정체된 예전의 모습으로 안주하지 않은 덕분에 새로운 주거지의 활력도 느낄 수 있는데요, ‘마을 만들기 운동’을 재밌게 펼치고 있는 주민 공동체의 움직임을 살금살금 엿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근․현대가 모두 담겨 있어 ‘마을의 시간대’가 다양한 삼덕 3가의 골목 여기저기를 쏘다녀보실까요?
마을의 중심에는 사랑방 역할을 맡고 있는 ‘마고재(‘마고’는 우리 전통 신화속의 대지모大地母를 뜻함)라 이름 붙여진 한옥집이 있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마을 국악원 마고재’인데요, 이곳에서 사물놀이를 뛰기도 하고 국악을 가르치기도 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요즘에는 마을놀이, 잔치 등을 할 때 중심공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길고, 입에 쉬이 붙지 않는 이름 탓인지 마을 분들은 보통 ‘한옥집’이라고도 부르시기도 한답니다. 구들을 깔고 나무를 때는 사랑채도 딸려 있지요. 아! 이 집이 어딘지 잘 모르시겠다면 집 마당 한켠에 기둥처럼 서 있는 솟대를 찾으셔도 되요. 마을을 지켜준다는 토속신앙의 의미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만든 조형물이랍니다. 마고재 오른쪽 집은 옛 삼덕초등학교 관사였던 일본식 적산가옥인데 현재는 ‘빗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옥집과 빗 미술관 사이 골목을 따라 30m 정도 내려오시면 작은 골목 네거리가 있어요. 먼저 그곳에서 왼쪽으로 나있는 골목으로 들어가 볼텐데, 혹시 전국적으로 소문난 담장 허물기 운동을 아시나요? 그 운동이 우리 지역 대구에서 시작된 것도 아시나요? 바로 이 마을에 담장 허물기 1호 집이 있답니다. (동네 담장을 허문 집 바닥을 눈 여겨 보시면 흙 속에 살짝 묻혀있는 표석으로 몇 번째로 담장 허물기 운동에 참여한 집인지 아실 수 있어요. 그런데 사실 표석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마을과 아이들’이라는 대구YMCA 베이비 빌리지 바로 옆 빨간 건물이 그 집이랍니다. 어린이집으로 활용되던 이곳에는 ‘마을만들기센터’가 자리 잡을 예정입니다. 병뚜껑과 같은 재활용 소재로 꾸민 벽화가 인상적인 청소년 쉼터, 한옥을 예쁘게 고친 YMCA 김경민 관장님 댁도 찾아보셔요. 삽살개 ‘산이’가 왕왕 짖어대도 눈 하나 깜짝 마시기를!^^
다시 잠시 전 그 골목 네거리로 돌아와 그 오른쪽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잘 빚어진 한과 같은 벽화가 있는 담벼락을 발견하셨다구요? 바로 그 옆집인 일식가옥이 현대 미술가 장석수 선생 생가랍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각양각색의 담벼락 작품들을 구경하며 골목 끝까지 가면 신천이 바라다 보이는 큰 길이 나오는데요, 그 길에서 오른 편을 바라보면 -매달 주차료도 꼬박꼬박 낸다는- 알록달록 이동도서관 ‘코코버스’를 만나실 수 있어요. 이 코코버스에 어느 날 밤 몰래 숨어들어 영화 한 편 보면 근사하겠다 싶습니다! 왼쪽 편으로는 지하도 하나가 보이실 겁니다. 이 삼덕 지하도 벽에는 환경 설치 미술가 김정희님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그린 나무 그림들이 어우러져 있답니다. 등불이 하나하나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영화 같은 순간(저녁 어스름 무렵 잘 맞춰 가시길!)을 전해주는 터널을 나오면 바로 신천이 흐르고 있지요. 지하도를 지나 신천 둔치를 산책하는 이 길은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동네를 암만 돌아다녀도 못 찾겠다 싶으면 평상에 앉아계시는 어르신들께, 가게 주인장께 여쭤보세요. 손가락으로 스윽 가리켜 주십니다. 이미 안내해주는 데 도가 튼 마을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도우미 역할을 해주시지요. (쉿, 다만 담장을 허문 동사무소 정자나무 아래 이름난 ‘고스톱’ 치는 평상이 있는데요, 이곳에 계신 어르신들의 고스톱 삼매경을 멈추게 하진 마셔요.^^)
이처럼 삼덕동을 자박자박 거닐다 보면 반듯한 직선 도로망 사이사이로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 미로 같은 작은 골목길들을 발견하게 되고 이내 ‘허허, 요것 참 어디 숨어 있었지?’ 하는 놀라움 섞인 미소를 머금게 되지요. 자그만 골목길에는 손 때 묻어 정겨운 풍경이 있습니다. 오래되어 껌벅이는 가로등, 주인만 찾아갈 수 있을 법한 막다른 골목 끝에 숨은 비뚜름한 대문, 뒤가 널찍해 아이를 태우기 좋은 쌀집 아저씨 자전거, 빨랫줄에 걸린 고무줄 늘어진 배바지, 보잘 것 없지만 소중한 자원이 될 골판지 박스 잔뜩 쌓인 어르신들의 손수레 ... 생활의 냄새가 깊숙이 느껴집니다. 골목길을 쏘다니는 동안 어느새 담장 허물기 운동의 메카로 불리는 삼덕동의 은은한 매력에 물들게 되는 거랍니다.
그런데 왜 씁쓸한 침이 목으로 넘어 가는지요. 그건 마을에 스며든 재개발 바람에 다정한 공동체 마을이 약간의 신경전을 벌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들쑥날쑥 ‘원룸촌’이 들어서고, 땅값을 올리려는 난개발 붐에 역사의 한 층 한 층이 켜켜이 쌓인 마을이 몸살을 앓게 되었어요. 삶의 소중한 터들이 순식간에 갈아엎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치 마음이 허방을 디디는 듯합니다. 주민들 마음에 생겨버린 생채기들이 하루빨리 치유되고 마음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던 이 집들이 ‘무사’하길 조용히 빌어 봅니다.
사실 마을이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도시에서 ‘마을’을 ‘만든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동네 벽화 재료로 쓸 계란껍질을 모으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몇 달 동안 계란 반찬만 질리게 먹어서 한동안 계란을 못 드셨던 기억 안에서, 교장 선생님이 두 세분 바뀌고 나서야 겨우 허물 수 있었던 삼덕 초등학교 담장 언저리에서, 긴 세월 속에서 한 사람 두 사람 마음을 모으게 되었던 그 미쁜 기억 속에서, 그 모든 삶의 과정들과 더불어 우리 마음속에 이미 하나의 마을이 만들어졌음을 믿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삼덕동에 가시게 되거든 담장 허문 집이나 예쁜 벽화가 아니라, 자칫 ‘괴물’이 되고 말 것 같은 험한 세상에서 그저 ‘사람’이고자 애쓰는 이들을 마음에 담아 오시길, 한꺼번에 해치울 수 있는 게 아닌 ‘삶으로서의 운동’을 가슴에 담아 오시길. 그 분들이 넌지시 일러주시는 매일 매일 새로 먹어야 하는 삶의 희망을 보고 오시길 빕니다.
‘삼덕동 머머리 섬 축제’는 2006년 처음 열렸는데요. 2007년 5월 5일~6일에는 ‘장욱진 그림 속 마을’이란 주제를 가지고 인형극, 마임 등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 등을 했습니다. 주택가 담을 허문 자투리 마당, 동네 사랑방, 골목길 사이사이 등 마을의 생활공간이 그대로 표현공간이 되지요. 마을의 건축물과 지형지물을 모두 축제의 배경으로 삼는 장소 특성적(site specific) 예술축제를 지향하는 까닭입니다. 마을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공동체 회복을 도모하며, 여기 바로 이곳에 뿌리내릴 수 있는 예술 콘텐츠를 만들어 삶 속에 녹아들게 하는 건강한 마을 잔치이지요.^-^ 1회 축제 운영 위원장이셨던 조성진님의 말씀을 빌려온다면 일상과 비일상이 어우러지는 장이 바로 머머리섬 축제랍니다. 축제에 관한 자세한 안내와 자원활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홈페이지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머머리섬’은 김포시에 있는 유도(留島)라는 섬의 옛 이름이라고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큰 홍수에 떠내려 온 섬 하나가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하는데, 삼덕동 마을 잔치에서는 세상의 큰 흐름에 밀려 가까스로 삶의 자리를 지키는 곳이란 의미로 가져와 쓰고 있답니다.
대구시 중구 삼덕동 3가
동부교회 옆 골목에서 삼덕초등학교(이 곳의 벽화도 꼭 눈여겨보고 가시길!)를 찾으셨으면 길을 제대로 든 셈이지요. 초등학교 뒤쪽 모서리에서 전진슈퍼를 오른쪽으로 낀 골목으로 접어드세요. 왼쪽에 새마을금고가 있고 더 앞으로 가시면 솔라이트 밧데리 간판이 보이는데, 거기서 우회전하셔서 조금만 더 걸어가시면 또 다른 골목사거리가 나오면서 왼편에 마고재와 빗미술관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걸 발견하실 수 있답니다. 참! 그 사거리에는 <커피명가> 본사가 들어있는 건물도 있어요. 주택가라 별다른 이정표가 될 만한 게 없긴 하지만 초등학교 뒤쪽 중앙 앞쪽에 놓인 골목으로 계속 직진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