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경(千手經)
- 무엇이며, 어떻게 신행(信行)해야 하는가? -
정각스님 · 원각사 주지
I. [천수경]과 한국불교
[천수경(千手經)]은 한국불교를 대표하고 있는 경전(經典)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선종(禪宗)을 기치로 내세운 채, 종헌(宗憲) 제 1조 가운데 "{금강경} 내지 [전등어록(傳燈語錄)]을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삼고 있는" 조계종(曹溪宗)에서도 조차 {금강경} 보다는 [천수경]을 신앙의례의 중심 경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현 승가대학원 원장이신 무비스님은 저서 {천수경} 가운데 "[천수경]은 대승불교를 수용하고 있는 한국불교에서 불자들의 신앙을 이끌어가는 중요 경전으로, 그것은 마치 매일 식탁에서 대하는 밥이나 국과 같은 존재"라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II. [천수경]의 현존 및 그 성립
엄밀히 말해 [천수경]이란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또는 관자재보살) 신앙과 관련된 천수다라니(千手陀羅尼) 및, 그 신앙 의궤(儀軌)를 전하고 있는 경전의 총칭'으로서, 우리는 이를 '천수경류 경전'이라 일컬을 수 있다.
현재 한역(漢譯) 경전 가운데는 - 범본(梵本) 다라니 5종을 포함한 - 무려 18종의 '천수경류 경전'이 현존하고 있으며, 티벳대장경 가운데 2종 및 범본(梵本)과 브라흐미(Brahmi) 문자로 기록된 2편의 다라니 등, 총 22종에 달하는 '천수경류 경전'이 현존하고 있다.
위 '천수경류 경전'은 A. D. 2-3세기 경 인도에서 성립된, 관세음보살 신앙에 바탕을 둔 채 만들어진 밀교부(密敎部) 경전으로, 그 경전 자체는 A. D. 3세기 혹은 4 - 5세기로부터 7세기 말 경에 걸쳐 단일 경전으로서가 아닌 다수의 '천수경류 경전'으로서 성립되었음을 말할 수 있다.
III. [천수경]의 중국 및 한국 전래
위 '천수경류 경전'은 성립 이후, 북방 실크로드(Silk Road) 및 남방 해상항로(海上航路)를 통해 중국에 전래되었다. 중국에 위 경전이 최초 전래된 것은 A. D. 618-625년 경으로, 최초 650년 경 지통(智通)에 의해 {천안천비관세음보살다라니신주경}이 번역된 이래 A. D. 658년 가범달마(伽梵達磨) 역(譯)의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을 거쳐 A. D. 1330년 경 지공(指空)에 의한 번역본에 이르기까지 약 700여년에 걸쳐 총 18종의 이본(異本)이 한역(漢譯)되었다.
중국에서 번역된 위 경전들 가운데 우리나라에 최초 전래된 것은 가범달마 역(譯)의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위 '천수경류 경전'에 대한 초기 번역과 즈음하여 중국 당(唐)나라에 유학(留學)한 10여명의 한국(백제 고구려 신라 등 삼국) 스님들과 관련된 기록 가운데 오직 A. D. 670년에 귀국한 의상(義湘)스님의 저술 가운데서만이 '천수경류 경전'에 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는 바, 의상스님은 그의 저술 {백화도량발원문} 및 {투사례} 가운데 가범달마 역본의 [천수경] 즉,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위 가범달마 譯本과 함께 不空 역본의 {천수천안관세음보살대비심다라니} 유통이 主를 이루게 된다.)
이렇듯 '천수경류 경전'의 최초 전래 이후 우리는 {삼국유사}의 기록 가운데서 [천수경] 유통의 한 실례를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즉 신라 성덕왕의 형제인 '태자 보천은 세속 권력을 멀리한 채 산에 살면서 [수구다라니]를 읊으며 수행'에 전념하였는 바, 그는 임종시 '국가를 도울 여러 행사를 기록'하는 가운데 "천수주(千手呪)를 읽게 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려시대에 이르러 향가(鄕歌)를 집대성한 균여대사(均如大士)의 생애를 기록한 {균여전} 가운데 "절에서 공부를 마치고 온 균여는 그의 누이 수명에게 보현(普賢) 관음(觀音) 양선지식의 법문과 [신중경] 및 [천수경]을 가르쳤다"는 내용과 함께, {고려사} 가운데 공민왕에 의한 '천수도량(千手道場) 개설' 등 무려 12건의 [천수경] 관계 기사가 역사 기록 가운데 현존하고 있음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후 조선시대의 수많은 불교 의식집(儀式集) 가운데 [천수경] 내용의 일부와 함께 '천수다라니'가 소개되고 있으며, {천수천안관자재보살대비심다라니경(1476년 간행)}으로부터 {고왕관세음천수다라니경(1881년 간행)}을 거쳐 {쳔슈경 불셜고왕관셰음경(조선 후기)} 간행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의 사료(史料) 가운데 무려 19개의 문헌 안에서 [천수경]과 관련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음으로 미루어 [천수경] 경전의 확산 정도를 추정해 볼 수 있게 된다.
IV. 한국불교 고유의 '의식용(儀式用) [천수경]'
그럼에도 이들 역사 기록들 및 사료(史料)로서 등장하고 있는 '경전상의 [천수경]'은 현재 한국불교에 유통되고 있는 [천수경] 내용과에 있어 많은 상이점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천수경류 경전]상의 [천수경]'은 '천수다라니'와 함께 '다라니의 독송 규범' 및 '관세음보살이 천수천안(千手千眼)을 얻게 된 경위' 등 많은 내용을 서술하고 있는 반면, 현재 한국불교에 유통되고 있는 [천수경]은 위 경전 내용 가운데 오직 '천수다라니'와 함께 '아약향도산 나무대비관세음 ' 등의 몇몇 구절만을 제외하고는, 위 경전들 가운데서 발견할 수 없는 여타의 내용들을 나열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서 우리는 현재 한국불교에 유통되고 있는 [천수경]은 원래 '천수경류 경전'들과는 상이한 내용을 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바(현재 일본 및 중국 등지에서, [천수경]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위에 소개한 가범달마 譯本을 일컫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행 한국불교에 유통되고 있는 [천수경]은 위 경전들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취한 채 독자적으로 형성된 '의식용(儀式用) 경전'임을 말할 수 있게 된다.
현존 자료들을 분석해 볼 때 현행 한국불교에 유통되고 있는 '([정구업진언]으로부터 시작되는) 의식용 [천수경]'이 현재의 모습 그대로 만들어진 것은 1935년의 {석문의범}을 거쳐, 1969년에 통도사 강원(講院)에서 간행된 {행자수지(行者受持)}에서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행의 '의식용 [천수경]'은 그 성립 연원이 28년 밖에 되지 않는 바, 근래 한국불교에 의해 형성된 위경(僞經)임을 단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V. '의식용 [천수경]'의 내용
한국불교 신앙의례의 중심 경전으로 통용되고 있는 '의식용 [천수경]'의 각각 항목에 대한 문헌분석을 통해 우리는 '의식용 [천수경]'에 담겨진 신앙적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문헌분석을 통해 볼 때 현행 '의식용 [천수경]' 안에는 밀교(密敎)와 화엄(華嚴), 정토(淨土), 천태법화(天台法華), 선(禪) 등의 사상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 즉, 그럼에도 미륵(彌勒) 및 약사(藥師) 신앙의 요소가 제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생각할 때 조선 초기 이래 11종의 종파가 7종으로 축소되었으며, 세종대에 이르러서는 선교 양종(禪敎兩宗)으로 통합되는 일련의 맥락 속에서 '의식용 [천수경]'은 한국불교의 통불교(統佛敎)적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밀교와 화엄, 정토, 천태법화, 선 등을 제외한 '미륵신앙' 및 '약사신앙'의 요소가 제외되고 있음에 대해서는 다소 연구의 필요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VI. [천수경]의 핵심
[천수경] 경전 가운데 '천수다라니'는 경전의 핵심적 내용이 되고 있다. 이에 [천수경]의 핵심적 내용을 담고 있는 '천수다라니'의 앞부분을 인용해 보면('천수다라니'의 한글 音을 산스끄리뜨語로 표기한 채 이를 번역해 보면),
"나모 라 다나 다라 야야(Namo ratna tray ya : 삼보<三寶>께 귀의합니다)
나막 알약 바로기제 새바라야 모지사다바야 마하사다바야 마하가로니가야(nama ry valokite var ya bodhisattv ya mah sattv ya mah k ru ik ya : 크나큰 자비의 성관자재<聖觀自在>보살마하살께 귀의합니다)"
이상의 간략한 예로서 살펴 볼 때, '천수다라니'는 먼저 삼보(三寶) 및 성관자재보살마하살께 대한 귀의(歸依)를 행하고 있는 바, 이후 '성관자재보살의 자비의 힘으로 탐(貪) 진(瞋) 치(癡) 삼독(三毒)을 소멸한 채 열반(涅槃)을 성취할 수 있기 바란다'는 내용이 '천수다라니' 안에 담겨져 있음을 말할 수 있다.
VII. 신(信), 해(解), 행(行), 증(證)과 [천수경]
불교에서는 신앙의 기본 자세를 신(信), 해(解), 행(行), 증(證)으로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믿음[信]에 기초한 불제자들은, 신앙 항목에 대한 앎[解]과 함께, 그 앎의 내용을 생활화[行]함으로서, 깨달음을 얻어[證] 가질 수[得] 있을 것인 즉, 여기서 증득(證得) 되어지는 바는 곧 열반(涅槃)이라 말할 수 있다.
이는 [천수경]이 추구하는 이상(理想)과 같은 내용으로서, '천수다라니'를 외우게 됨으로서 우리는 궁극적 '열반'을 증득할 수 있을 것이고, '열반'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 속에 성관자재보살께 의지한 채 '천수다라니'를 독송해야 할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위 글은 1996년 월간지 [여성불교]에 실은 것이다. 일부 산쓰끄리뜨어 표기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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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천수경(千手經)은 매일 식탁에서 대하는 밥이나 국과 같은 존재...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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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 참 편하고 좋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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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정각불 공경 공양 존중 찬탄 예배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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