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조명이 상용화될 경우 실내외 조명방식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납작한 기판에서 빛이 나오는 물체(사진 아랫쪽)가 바로 OLED다. 기존 백열전구와 형광등과 비교해 무척 얇다는 걸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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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으로 유학 온 A씨는 요즘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다. 일조량이 적은 지역특성도 한 몫 했다. A씨는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방안 커튼을 내리고 스위치를 켰다. 그러자 커튼에서 햇살 같은 빛이 은은하게 나온다. 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B씨. 거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도배를 새로 했다. 천장에 달려있던 조명기구는 아예 없애 버렸다. 그래도 상관없다. 벽면 전체에서 빛이 나오니까. 집안이 어두운 건 전혀 못 느끼겠다. 때론 희미하게, 때론 강렬하게 빛을 조절할 수도 있다. 매일같이 색상을 달리할 수도 있다. 공상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래의 조명’ OLED(유기다이오드)가 뜨고 있다. OLED는 평면에서 빛이 나온다는 게 특징. 면(面)광원이다. 백열전구나 LED(발광다이오드) 등 점(點)광원이나 형광등과 같은 선(線)광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두께도 무척 얇다. 경우에 따라 두루마리 휴지처럼 접거나 구부릴 수도 있다. 천장과 벽면이 맞닿는 부분도 OLED를 직각으로 구부려 설치할 수 있다는 소리다. ‘전등기구는 천장 한 가운데에 매달아 쓴다’는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다. 원래 OLED는 노트북, 액정박막 TV, 휴대폰 등 화면을 밝히는데 쓰는 특수조명이다. 이 OLED로 일반조명을 만드는 작업이 국내외에서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대표는 3일 한국과학기술회관(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열린 '차세대 조명사업화 전략 세미나'에 강사로 나와 “세계적으로 OLED 광원시장은 2010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5년 뒤인 2015년경에는 2조4000억원 규모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OLED 광원용 유리기판을 면적별로 따져보면, 2015년에는 2010년에 비해 57배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을 뒤바꾼다면, OLED조명은 상용화가 덜 됐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OLED를 일반조명용으로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광효율이 떨어져서다. 전기를 1W 투입했을 때 50루멘(lm.광속 단위) 정도가 나온다. 1W당 70~80루멘 정도인 형광등의 광효율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개발단계기 때문에 가격을 매길 수도 없거니와 제품신뢰성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물론 일본 코이즈미나 마츠시타 등은 이 OLED를 이용한 평판형 조명을 시제품 차원에서 일부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미국 GE사도 구부러지는 OLED를 개발하기 위해 플라스틱 기판에 대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내년 양산을 목표로 일반조명시장을 넘본다는 구상이다. 조성민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유럽에서는 OLED 기술을 조명분야로 특화시키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디스플레이 분야로 개발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OLED를 일반조명에 접목하려는 노력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본격적인 사업 착수는 2006년 9월부터다.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차세대 신기술 개발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오는 2013년 8월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에는 생산기술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광기술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1W당 100루멘의 광효율을 내는 OLED조명 개발이 목표다. 조성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OLED 디스플레이 생산기술을 조명분야로 접목시킬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있다”면서도 “초저가 유기면광원 조명을 만들기 위해선 액상인쇄기술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