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복, 개량한복, 우리옷 등으로 불리는 ‘바로 그 옷’이 일본시장에도 조심스런 발걸음을 하고 있다. 동경의 몇몇 한국 음식점에서 종업원들의 단체복으로 입는 곳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서울 인사동에서 직접 구입해 가는 일본인들도 적지 않다.
‘질경이 우리옷’은 지난 2월말 교민업체 보리자판(대표 이준희)을 통해 오사카 링고타운에 상설 전시관을 만들었다. 지난 1월에는 일본내 백화점의 한국 물산전에 참가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연의 벗’도 지난해 11월 한일 경제 교류협회에서 방일수출촉진단을 구성할 때 일본의 기타큐슈, 고쿠라, 고치현, 도쿄를 순회하였는데 NHK에 소개되는 등 화제를 불렀다고 한다. ‘자연의 벗’은 기모노를 만드는 일본인으로부터 공동 패션쇼를 제의 받아 일본 진출의 꿈에 한껏 부풀어 있다.
인터뷰/질경이 우리옷 연성수 이사
“우리방식 지키며 일본시장 들어가겠다”
지난 1월 일본 백화점의 한국 물산전에 참가한 이래 오사카 링고타운의 12개국 풍물 전시관에 우리옷을 상설 전시하고 있는 질경이 우리옷(서울 02-744-5603)은 도쿄 전시 판매장 개설도 타진 중이다.
98년 5월 LA에서 열린 코리아 엑스포에 참가해 패션쇼를 겸한 전시판매를 통해 4일 동안 3천벌을 팔아 정식 매장이 아닌 곳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시장, 10월에 독일 뒤셀도르프에 이어 올초에 일본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올부터 오사카에 전시 판매 시작
보리자판을 통해 오사카에서 전시판매를 시작한 질경이 우리옷의 일본내 주요 소비층은 교포와 일본인이며, 한국음식점의 단체복 주문도 활발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빨아 입기 쉽고 활동하기 편한 옷이 인기인 반면, 교포들은 한 벌짜리를 선호하고, 생활한복보다는 예복을 고른다고 한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먼저 교포들이 우리옷을 찾았으나, 일본에서는 일본인의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에게는 생활한복이 건강 개념의 옷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40-50대 여성들은 바지정장을 선호하고, 젊은 층은 목솔이 한국적인 ‘목판깃 내리닫이(원피스형)’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질경이 우리옷은 교민업체를 통해 일본 시장에 발판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옷의 보급 대상을 교포로 잡고 있지는 않다. 우리옷이 외국인에게 한국의 옷으로보다는 동양의 옷으로 어필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내 서양인들이 절반을 소비했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이 옷을 자기들이 입는 서양옷과 대비하여 동양적인 옷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동양의 옷으로 세계인에 어필
우리옷을 보는 중국과 일본인의 놀라움도 아주 컸다고 하다. 중국에는 치파오, 일본에는 기모노라는 전통옷이 있지만 한국의 생활한복처럼 전통의상을 현대화시킨 예는 없다. 연성수 이사는 “전통의 현대화가 일본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것은 반도적 특성으로 세계문화를 받아들이기 쉬운 개방성 때문이며, 이렇게 받아들인 여러 문화의 장점을 한국적 토대 위에 세계화시킨 것이 바로 생활한복이다. 그래서 서양인들에게도 이 옷이 잘 어필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질로 승부한다” 자신
가끔 일본인으로부터 이월상품을 싸게 달라는 주문이 있지만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옷이 문화상품으로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 정식으로 협상하려는 것이다.
연 이사가 미국 유럽에 나가서 그간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한국옷, 한국 물건 곧 싼 물건’이란 인식이 형성되어 있는 것. 그 인식을 그대로 안고 가서는 곤란하다고 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격을 제대로 받고, 제 아름다움을 전파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 생활한복이 붐을 이루는 만큼 외국 진출에서도 가격덤핑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양적으로 확산되겠지만 그 다음에는 어느 게 질적으로 좋은가 찾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질경이 옷이 비싼 것은 아니다. 우리옷 제품 가운데 가격대가 다양해 선택폭은 아주 넓다.(홈페이지www.jilky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