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2 시즌 결산
레알 마드리드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3:0 승리를 거두며 01/02 프리메라 리가 준우승을 차지한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는 지난 시즌을 통해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비록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8강전에서 패배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이미 맨유는 그 이전에 32강에서 데포르티보에게 충격의 2연패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 01/02 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인 아스날 또한 홈, 어웨이 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며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사진: 예전의 영광을 다시 한 번]
99/00 시즌 우승, 00/01, 00/02 시즌 준우승에 빛나는 데포르티보의 원동력 중 하나는 우승 경쟁자들과의 승부에서 우세한 면모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99/00 시즌 이후 데포르티보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3승 2무 2패(코파 델 레이 결승 포함), 바르셀로나에게 4승 2패, 발렌시아에게도 4승 2패의 '기록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드필드에서의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빠르고, 정교하며,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전개해나가는 데포르티보의 스타일은 그 어떤 팀을 만나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포용성을 갖추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01/02 시즌에는 그들에게 약간의 슬럼프가 존재했다. 몇몇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함께 어려운 시즌 중반을 보내야만 했던 데포르티보는 어느덧 발렌시아, 레알 마드리드에게 버거운 차이를 허용하게 됐지만 리그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상승 가도를 달리기 시작, 이윽고 준우승의 결실을 맺는 저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피치치(프리메라 리가 득점왕)'의 영예를 차지한 디에고 트리스탄은 분명 01/02 시즌 데포르티보의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었다. 트리스탄과 함께 자유자재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간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 또한 01/02 시즌을 무대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해냈던 인물이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100주년 기념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코파 델 레이 정상 등극은 그들이 이뤄낸 지난 시즌의 가장 빛나는 성과이기도 하다.
전력분석
데포르티보는 공격, 미드필드, 수비에 걸쳐 매우 이상적인 균형감을 갖추고 있는 팀이다. 짜임새 있고, 조직적이며, 때로는 화려해지기도 한다. 몇몇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만큼 두터운 선수층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이는 구단주 렌도이로가 99/00 시즌 우승 이후, 팀이 확실한 명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오래도록 팀을 위해 헌신해왔던 두명의 중앙 수비수 누르딘 나이베와 도나투가 서서히 노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데포르티보에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2002 월드컵에서 당한 부상으로부터 완전한 컨디션을 되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에고 트리스탄에 관한 문제도 걱정거리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최근에 라 코루냐로의 입성을 마무리지은 알베르토 루케, 그리고 포르투갈 출신의 젊은 수비수 조르제 안드라데가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① 수비
로메로-나이베-도나투-파블로로 이어지는 99/00 시즌 데포르티보의 수비 라인은 견고함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하며 오랜 기간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던 파블로의 공백, 그리고 도나투와 나이베의 잦은 부상과 들쑥날쑥한 페이스는 이루레타 감독에게 상당한 고민거리를 가져다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진: 데포르티보 수비의 중심 - 누르딘 나이베(우)]
카프데빌라, 세자르와 같은 젊은 수비수들이 그들의 공백을 대체하기 위해 투입되었고, 리오넬 스칼로니는 파블로의 빈자리를 꿰차며 괄목할만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수비의 안정감에 있어서 과거의 모습을 재현해내지는 못했다. 데포르티보가 좀 더 무결점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수비 라인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새롭게 스쿼드에 추가 된 조르제 안드라데는 이러한 면에 있어서 집중적인 주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페르난도 쿠투, 조르제 코스타등의 뒤를 이어 포르투갈 대표팀의 중앙 수비를 이끌어갈만한 재목감 중 하나인 그는 매우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로 손꼽히고 있다. 우수한 신체조건과 힘, 제공권은 나이베와 도나투가 지니고 있는 노련미와는 다른 성질의 신선함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메로와 파블로의 윙백 컴비를 이번 02/03 시즌에 다시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공격력과 수비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파블로의 재능은 이루레타 감독을 비롯한 몇몇 스페인 축구인들로부터 '최고의 윙백'이라는 찬사를 받을만한 수준까지 이르렀었다. 그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만, 복귀 자체만으로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몰리나가 지키는 골문 또한 든든하다. 언제부턴가 카마쵸 감독의 '눈엣가시'가 되어버린 그는 대표팀에서 철저히 외면당해야 했지만, 그로 인해 충전된 에너지를 소속팀 데포르티보에 모두 쏟아붓는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01/02 시즌의 몰리나는 신들린듯한 선방을 보여주었다. 올 시즌에도 이러한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그는 국가 대표팀의 새로운 감독 사에스로부터 재기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② 미드필드
새로운 시즌에도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은 데포르티보의 중심축 역할을 해낼 것이다. 자유자재로 공격을 전개해나가는 그의 정교한 미드필드 플레이는 이미 프리메라 리가 뿐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에 올라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부터 스페인의 유망한 미드필더로 주목받았던 그에게 이번 02/03 시즌은 보다 성숙한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시기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사진: 미드필드의 마술사,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
하지만 발레론을 묵묵히 뒷받침하며 팀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내는 마우로 실바의 존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94 미국 월드컵 브라질의 우승 주역이기도 한 그는 노련한 완급 조절과 시의적절한 수비 가담으로써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인물. 극도로 안정되어있는 마우로 실바의 공간 확보 능력, 볼배급 능력등은 그의 중원 파트너 세르히오가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해준다.
라 코루냐 토박이 프란과 지난 시즌 11개의 어시스트를 성공시킨 빅토르가 버티는 양쪽 날개는 두말 할 나위없는 날카로움을 자랑한다. 신체 조건은 외소한 편에 속하지만 노련하게 공간을 활용하는 프란은 팀의 주장으로서 데포르티보 팬들의 자존심과도 같은 존재이다. 빅토르는 테네리페 시절부터 주목받기 시작, 99/00 시즌 프리메라 리가 우승의 일익을 담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개인기에 이은 측면 돌파, 부메랑처럼 휘어드는 크로스, 그리고 거침없는 중거리 슈팅등 그가 갖추고 있는 다양한 능력등은 빅토르라는 이름을 프리메라 리가 최고의 오른쪽 날개에 주저없이 올려놓을 만큼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 엘게라와 경합중인 빅토르]
짜임새있는 주전 미드필드 라인에 바르셀로나 올림픽 우승 멤버 아마비스카, 99/00 시즌 당시 신들린듯한 원맨쇼를 펼치며 팀에 우승컵을 안겨준 테크니션 자우밍야, 터프한 수비형 미드필더 두세르등 풍부한 백업 멤버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도 데포르티보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이다. 여기에 검증된 미드필더 'El Toro' 아쿠냐의 영입은 더욱 내실을 더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발레론의 훌륭한 백업멤버가 될 수 있으며 마우로 실바가 여의치 않을 때 그 역할을 대신할만한 능력도 갖추고 있다. 네임밸류에 있어서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 비해 뒤쳐질지도 모르나 조직적으로 완벽하게 단합되어있는 데포르티보의 미드필드 라인은 프리메라 리가 최고라는 수식어를 갖다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높은 수준에 올라있음이 분명하다.
③ 공격
스페인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디에고 트리스탄과 함께 99/00 시즌 득점 4위에 올랐던 로이 마카이가 버티고 있는 데포르티보의 공격 라인은 매우 높은 수준의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트리스탄은 지난 3시즌동안 프리메라 리가에서 가장 많은 수치의 득점을 올린 스트라이커로서 팀 공격의 확실한 보증 수표이기도 하다.
최근 스페인의 이적 소식중 가장 '토픽'감이라 할 수 있는 알베르토 루케의 데포르티보 이적 또한 빼놓을 수 없다. 2002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된 이후 빅클럽으로의 이적을 원했던 루케는 발렌시아를 비롯한 몇몇 클럽들과 꾸준히 연결되어 왔지만, 결국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의 푸른 유니폼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트리스탄과 마카이가 자신들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루케가 당장 팀의 중심 인물로 떠오르리라 예상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 현실. 따라서 루케는 시즌 초반에 주어질 몇차례의 기회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확실하게 증명해 낼 필요가 있다.
데포르티보는 주로 원톱을 즐겨 사용하는 팀이지만 때로는 투톱을 세우기도 한다. 마카이와 트리스탄이 함께 포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공격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여 자우밍야에게 트리스탄(or 마카이)과 발레론의 연결고리 역할을 부여하는 전술도 종종 사용되어 왔다. 프리메라 리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손꼽히는 자우밍야는 과거 팀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맹위를 떨쳐왔지만, 발레론의 급부상으로 인해 이제는 '조커'의 역할에 만족해야만 하는 입장에 놓여져 있다. 이루레타 감독을 머리로 들이받는등 온갖 기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이번 여름을 통해 이적 리스트 1호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의 탁월한 재능만큼은 데포르티보 구단에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 이루레타 감독이 그에게 어느 정도의 기회를 부여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 [사진: '수퍼 테크니션', '레알 마드리드 킬러' - 자우밍야]
02/03 시즌 전망
데포르티보는 02/03 시즌 프리메라 리가에서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릴 수 있는 팀 중 하나이다. 요소요소에 필요한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보강하는데 성공했고, 지난 몇년간 가장 안정된 전력을 보여옴으로써 팬들에게 일종의 확신감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00/01, 01/02 두 시즌을 통해 챔피언스 리그에 대해서도 충분한 경험을 축적했다는 점은 보다 유연하게 시즌을 꾸려나가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회 초반부터 바이에른 뮌헨, AC 밀란, 랑스와 같은 강호들과 맞닥뜨렸다는 사실은 그들의 험난한 행보를 예상하게끔 해주기도 한다.
2년 연속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정상의 문턱에서 번번히 좌절해야 했던 데포르티보에게 필요한 것은 약팀들을 확실하게 잡아내는 요령일 것이다. 그들은 이겨야 할 경기를 놓침으로써 적절하게 승점을 확보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곤 했다. 이러한 모습을 극복해낸다면 데포르티보는 2번째 챔피언 타이틀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라는 말이 무엇인지를 실감케 해주는 데포르티보는 항상 조직적으로 단합되어 있고,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춘 팀이다. 그리고 공격, 미드필드, 수비가 지극히 안정되어 있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포워드 라인에는 알베르토 루케, 미드필드 라인에는 로베르토 아쿠냐, 수비 라인에는 조르제 안드라데와 골키퍼 후안미등의 '유효 적절한 영입'이 이뤄짐으로써 한 층 강화된 전력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다시 한 번 순위표의 꼭대기에서 경쟁할 수 있을 듯 하다.
Spotlight - Jorge Andrade(조르제 안드라데)
이제 데포르티보는 더 이상 '돌풍의 팀'이 아니다. 그들은 99/00 시즌 우승 이후, 꾸준하게 상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을 유지함으로써 언제든지 우승 타이틀을 노려볼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냈다. 이러한 페이스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62년생 노장 도나투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감이 나타나야만 한다. 지난 시즌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올린 세자르, 그리고 새롭게 스쿼드에 가세한 조르제 안드라데가 물망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이루레타 감독 또한 안드라데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클럽 창단 이래, 최고의 황금기를 주도하고 있는 이 명장은 지난 시즌 수비수들이 보여준 플레이에 결코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항상 마누엘 파블로의 복귀와 젊은 센터백을 원해왔고, 02/03 시즌에는 이러한 부분이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안드라데의 성공여부는 장기적인 시점에서도 데포르티보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n & Out
In : 아쿠냐, 후안미(both 레알 사라고사), 안드라데(포르투), 페르난도(오사스나), 이반 페레스(레가네스), 마넬, 하이메(both 테네리페), 창기(폴리 에히도)
Out : 투루 플로레스, 판디아니(both 마요르카) 에우데르(벤피카), 에메르손(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누노(포르투), 아브레우(크루스 아술), 피리, 헤수스(both 레알 사라고사)
02/03 시즌 예상 베스트 11
-------------------------------트리스탄
----------프란------------------발레론--------------------빅토르
-----------------마우로 실바-------------세르히오or아쿠냐
------로메로-------------------------------------파블로or스칼로니
--------------------나이베--------------안드라데or세자르
--------------------------------몰리나
- 사커라인 이형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