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서울 시장 후보는 요즈음 선거 운동에서 문 대통령을 입에 담지 않는다. 오히려 노골적인 거리두기를 하는 중이다. 선거공보물에서도 대통령은 사라졌다. 그는 보궐선거 후보로 나서면서 우리나라는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당당히 말했던 사람이다.
<사진 자료 : 인터넷, 이하 같음>
최근의 여권 행태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문 대통령은 사라진지 오래다. 당선을 보장하던 대통령이 당에도 짐이 된 것이다. 이러한 당의 움직임도 결국은 대통령과 갈라서기를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정권 내부의 일대 지각변동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총선에서 문 대통령 마케팅으로 엄청난 승리를 거두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다. 대승의 주역이 불과 한 해 사이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은 표를 갉아먹는 상징적 존재로 둔갑했으며, 사극 대사를 흉내 내면 ‘그 입 다물라’라는 핀잔의 대상이 된 것이다. 박 후보는 더 이상 대통령 마케팅을 한다면 그건 필패의 길로 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런 한편으로 박 후보는 여당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늘 제 우물을 벗어날 줄 모르는 586 운동권 세대들이다. 이들이 나름 박 후보를 측면에서 돕는다고 한 마디씩 거드는 것이 오히려 민초들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가 윤석열을 돕더니, 이제는 586 운동권 세대는 오세훈을 돕고 있는 셈이다. 그런 탓인지 박 후보는 자신의 홀로서기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최근에는 민주당색의 점퍼를 아예 바꾸었다. 본래의 진한 파란색에서 하늘색으로 바꾸고 당명을 빼버렸다.
지난 몇몇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당명을 바꾸기 이전에 선거에서 보인 행보가 그랬다. 당명을 빼고 입에 담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결과는 민심을 얻기보다 오히려 호된 비난에 시달리다 대부분 지역에서 처참한 패배를 맛보았다.
다급해진 박 후보가 성공적이지도 못한 그런 전례를 흉내 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박 후보는 대통령의 정책을 부정하기까지 하고 있다. 그는 “서울 강남 재개발·재건축은 공공주도만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책이 잘못되면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정책을 고수하는 한 민심을 얻는 것을 불가능하다. 이 정권은 고집스런 부동산 정책으로 민초들은 고통으로 몰아넣고 철저히 외면했다.
그리고는 온갖 부동산 정책의 단맛을 장막 뒤에서 은밀히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LH 직원 부동산 투기가 세상으로 드러난 것이다. 성난 민심은 삽시간에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잡히기도 전에 김상조가 기름통을 아예 통째로 불속으로 던져버렸다.
마침내 그 불길에 그들의 지지층도 함께 타버렸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삽시간에 30% 초반대로 쪼그라들었다. 이 정권은 그 동안 주택 공급은 공공에서 하고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 그걸 세금으로 환수함으로써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세상이 아니라는데도 이 정권의 한줌 이론가들은 이를 외면했다. 이제 마침내 세상이 이들을 외면할 차례인 것이다. 결국 박 후보의 대통령과 거리두기는 이 정권의 정책 실패에 대한 진솔한 외면일 것이다.
한편으로 여당도 대통령과 갈라서기를 노골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박 후보의 거리두기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박 후보가 혼자라면 여당은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음 대선과 그 이후의 총선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당의 대통령 흔적 지우기는 대선 정국으로 들어서면 그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다. 벌써부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은 당정협도 없이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률 조정과 함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책을 발표했다.
그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여당의 선거대책본부장은 연일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대통령의 눈치를 볼 상황이 아니라 민초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궁여지책일 것이다.
절차를 생략하거나 무시한 것은 말 그대로 ‘절차가 뭣이 중헌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무너지면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그 뒤에 숨어있을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을 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러한 여당의 반발은 대통령과의 갈라서기 제1막이 시작된 것이라 할 것이다. 이후 대선까지를 생각하면 지난 총선처럼 돌아서서 약속을 유야무야할 수 없을 것이다. 점차 대통령과 틈을 벌이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한동안 야구팬들에게 유행했던 말이 생각난다.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던 옛날 해태 감독의 했다는 우스갯소리 말이다.
이제 민초들은 대통령의 선한 웃음 뒤에 감추어진 음모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이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그도 토사구팽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역사는 이를 어떻게 기록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