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문학당-서울 나들이-
리움미술관, 통인시장, 윤동주 문학관을 다녀와서
쌍샘자연교회 어린이부, 민들레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같이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2월 어린이 인문학당 프로그램은 -도구, 그리고 이후의 도구-라는 주제였는데요.
삼한시대의 세형동검부터 가야의 금 세공품,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가 전시된 리움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교과서에서 보던 국보들을 실제로 보여주려고요.
아주 가까이, 유리에 코를 대고 고려청자-주전자 모양의 <청자주자> (옆의 사진 속 작품)를 유심히 보던 민경이가 말했습니다.
“청자가 예뻐요. 여기에 물을 따라 마시면 향기가 날 것 같아요.”
청자의 푸른빛을 보는 시각, 물이라는 촉각, 물에서 향기가 날 거라는 후각, 시각과 촉각과 후각을 한 번에 아울러 표현할 줄 아는 아이. 이걸 누르거나 다스리려 하지 말고 지금처럼 표현하도록 도와줄 수 있기를.
4층부터 1층까지 고미술 전시실을 둘러보고, 두 번째로는 2층부터 지하 1층까지 현대미술 전시실을 둘러보았습니다.
장욱진의 그림 <자동차가 있는 풍경>을 보고 알은 체를 하는 아이들.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물방울>을 뚫어져라 보는 아이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나의 파우스트-통신>을 보고 어지러워하는 아이들. 추상화를 보고는 나도 그릴 수 있겠다고.
아니쉬 카푸어의 <육각거울> 앞에서 성원이는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만약 전시장을 나오면서 아이들에게 종이 한 장씩 나눠준다면 다들 예술혼을 불태운 작품을 한바탕 쏟아낼 것 같았습니다.
점심식사는 경복궁 근처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에서. 5000원어치 엽전과 도시락을 나눠주면 아이들이 시장을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음식을 담아옵니다.
시장 안에 있는 카페에서 저마다 엽전과 바꾼 자기만의 메뉴를 자랑합니다.
기념으로 엽전을 가져가겠다는 아이들.
마지막으로 부암동 자하문 근처 윤동주 문학관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부암동 언덕 끝자락에 있는 곳인데 시인이 청년 시절 매일 산책하던 곳이랍니다.
<별헤는 밤>이 탄생한 곳이고요.
여기에는 옛날에 가압장(언덕까지 올라온 수돗물에 다시 압력을 가해서 지역으로 보내는 시설)이 있던 곳인데
수명을 다한 가압장 건물을 개조해서 문학관으로 만들었습니다.
개조를 하던 중 거대한 물탱크 두 개가 발견되었는데요. 이 공간이 마치 시인이 갇혔던 ‘후쿠오카 감옥’을 떠올리게 해서 뭉클했습니다. 물탱크 하나는 천장을 뚫어 통로를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그대로 깜깜하게 두어서 시인의 일생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바꾸었습니다.
문학관에서 문화해설사의 자세한 해설과 안내를 받고 영상을 보러 깜깜한 물탱크 공간으로 들어갔습니다.
영상에서 은은한 목소리의 성우가 시를 낭송하는데, 갑자기 샘이 속삭였습니다.
“저 목소리가 윤동주 시인 목소리에요?” 아니라고 하자 조금 있다가, “그럼 여기가 윤동주 시인이 갇혔던 감옥이에요?” 아니라고,
여기는 물을 가두었던 물탱크라고 하자, “그럼 그 물이 윤동주 시인이 먹었던 물이에요?” 물었습니다.
세 번이나 아니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미안한 질문이었습니다.
소리, 공간, 모든 것을 시인에게 집중해서 연결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
그래, 이 목소리가 시인의 목소리야,
여기가 시인이 갇혔던 곳이야.
이 물이 시인이 먹었던 물이야. 그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할 수 없었기에, 우리 역사는 젊은 시인을 지킬 수 없었기에 마음이 아렸습니다.
날이 흐려서 문학관 바로 위에 있는 시인의 언덕에 오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내려오는 차 안에서는 아이들 모두 푹 잤습니다.
아이들에게 눈 떼지 않고 함께 해주신 모든 선생님들, 맛난 간식까지 싸서 보내주신 부모님, 고생한 아이들,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