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이 연구의 목적은 우리나라 서양철학 1세대 가운데 고형곤(1906-2004), 박종홍(1903-1976), 안호상(1902-1999)의 철학을 대상으로, 서양철학 연구로부터 전통철학 연구로 전환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고, 전통철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으며, 오늘날 그 철학사상적 함의가 무엇인지 밝혀보려는 데 있다.
b) 세 사람의 철학자를 선택한 이유는 이들이 20세기 한국철학에 족적을 남기고 한국현실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단순히 서양철학을 수용하지 않고 전통 철학과의 비교, 대결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수립하려고 한 점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이 서양철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서양철학적 논의들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전통철학에 대해 주체적 사유와 결부시켜 토착화하려고 노력한 점에 주목하였다.
c) 삶의 모든 영역이 근대화된 오늘날, 서양철학 연구는 단지 남의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적 삶과 현실을 이해하고 전망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서양철학에 대한 무반성적 수용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이 땅의 역사와 문화에 뿌리를 내리는 철학에 대한 요구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서구철학에 종속적인 위상을 벗어나기 위해 전통 철학의 창조적 계승과 서양 철학의 비판적 수용을 통한 독자적 지식생산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d) 이들 세 사람의 철학함은 이러한 요구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의 철학함에는 <전통철학과 서양철학의 대결의식>, <동양적 수양전통의 학문적 복원시도>, <철학과 현실의 바람직한 관계> 등 한반도의 현실에 뿌리를 둔 문제의식과 철학적 사유의 결과물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의 철학을 수립하기 위해 동서양의 사상을 넘나들면서 고민하고 철학적 사유를 전개하였다. 때문에 이들의 철학적 사유의 성과와 한계를 오늘날의 시점에서 반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긴요하다. 이러한 성격의 연구들이 축적되면 국내 철학자의 저서나 논문을 잘 인용하지 않는 것이 거의 관례화되다시피 한국철학계의 풍토도 자연스럽게 불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