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최근에 깊이 인식하는 문제는 어떠한 영화도 그 영화 자체에 의해서만은 해석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는 19세기 말 발생된 이래 계속 현대사회의 중심적인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영화는 가장 새로운 예술인 동시에 과학기술의 새로운 발명이기도 하다. 영화가 문화시장에서 아주 특수하고 흡인력 있는 상품이면서 그것은 반드시 사회정치, 이데올로기, 유행과 소비, 각종의 인문, 예술조류, 대중문화 및 도시의 문화와도 연결되어있다.
이전에 필자는 영화는 인류 최대의 예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물론 이 생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일한 시각 즉 심미적인 예술의 척도로 영화를 연구한다는 것, 특히 중국영화를 연구한다면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대중문화연구, 영화 문화사라는 방법을 빌어 영화를 연구하기로 생각한 것이다.
중국영화의 발생, 발전, 변화는 중국 영화계에 출현한 특수한 사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은 중국 문화 발전에 대표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고 그것은 중국 문화연구에 가장 중요한 관건적인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기획하는 중국 영화 문화사에서 진정으로 관심을 두는 부분은 영화 그 자체가 아니다. 다시 말하면 필자가 보기에 단지 영화작품, 영화 예술가의 시각으로 분석하여 쓰는 영화사는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도 않고, 필자가 의도하는 중국 영화 문화사의 국면을 실현해 내지 못한다. 그래서 필자는 대중문화 연구의 방법을 빌어 중국 영화사 연구를 시도하려한다. 필자는 영화창작 그 자체보다는 영화예술가, 작품, 영화사 현상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풍부한 문화적 함의에 연구를 치중하여 영화가 일종의 대중문화, 상업문화, 통속문화와 고급문화로써 어떻게 서로 이러한 특성이 작용하는 과정 중에 우리에게 복잡한 문화적 의미를 제시하는지의 연구를 시도하려한다.
영화연구에서 시대를 20세기 초에서 현재까지로 한 것은 필자의 현대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 중요한 원인이다. 이 문제를 접근하는 데 있어 20세기 중국 영화보다 더 좋은 연구대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가 중국을 접근하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하는 제임스 프레드릭의 제 3세계 비평론, 즉 제 3세계의 작품 속의 한 개인의 운명을 그 민족의 운명으로 읽는 법은 아직도 유효하게 사용되어진다. 중국영화를 볼 때, 항상 우리는 루쉰식의 철 감옥이 어떤 식으로 영화에 출현하는지에 주목한다. 그 곳에서는 욕망이 억압을 당해야하고, 그들의 청춘과 생명은 파멸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초월성' 만이 중국과 외국(서방)의 이중적인 문화구조에서 승인을 얻게된다. 우리가 5세대 감독에게 환호를 보내던 시기에도, 그들을 오리엔탈리즘과 형식주의로 비판하는 지금에도 반드시 우리의 '상상'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식의 '철 감옥'은 출현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중국에 대한 우리 식의 상상을 만족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한국에서「영웅」과「투게더」가 상영되자, 주위사람들은 감동과 혹은 회의를 보낸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지아장커「임소요」의 개봉촉구를 외치고 있다. 다른 문화간의 대화의 노력, 황당한 문화체험의 현실은 문화는 교류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심증만을 굳히게 한다. 이것은 다만 문화의 교류 중에 반드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오독의 요소만이 아닌, 특정한 권력관계에 의한 것도 아닌, '평등한 대화', '대등한 교류'에도 항시 다만 자기가 원하는 식의 '상상' 뿐이다. 나의 이러한 노력도 역시 도망칠 수 없는 것인가.
문화적 차이를 초월할 수 있는 보편적 이해의 지평을 연다는 것을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차이의 해석학'은 타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에 대한 자신의 이해방식을 끊임없이 지양해 나가는 일종의 '부정적 변증법'으로 파악한다. 우리가 자문화에 입각해서 타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구성한다면, 자신의 인식지평을 계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일 뿐이다. '차이의 해석학'은 이와같은 자아의 부단한 확장대신에 끊임없는 자기부정을 요구한다. 이러한 '부정의 변증법'을 통해서 치밀한 묘사는 자문화와 타문화 사이의 차이를 하나의 종합으로 해소하기보다는 영원한 긴장관계로 만듦으로써, 차이를 차이로서 인식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인류학적 이해를 추구한다.
중국영화 문화사를 문화연구를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할 때 자문화와 중국문화 사이의 간극이 자아내는 인식상의 긴장을 내면화하여 중국문화의 의미체계에 다가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