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숙향의 들꽃 산책길 7 >
무릇
수수한 아름다움의 결정체.
하늘의 별들이 땅으로 내려와 무릇 꽃대에 알알이 박혔나 보다.
연보라빛 별무리가 바람결에 하늘거린다.
따가운 볕이 내리 쬐는 한여름인데 이렇듯 빛깔이 은은하면 꽃잎 상하겠다.
꽃대에 층층이 맺힌 꽃봉오리 터지는 모습이 영롱하다.
이른아침 풀밭에 앉아 꽃과 이야기 나누는 난 행복한 사람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의 첫번째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작은 풀꽃을 발견했을 때 내가 느꼈던 이야기를 어쩌면 이렇게 짧은 글로
잘 표현했는지 시인은 정말 대단하다.
풀꽃이란 시가 탄생한 배경을 나태주 시인이 직접 전하는
애기를 들은 적이 있다.평소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천상 선생님 다운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에서 감동받았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통해 모든 존재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대상을 향한 존중하는 마음을
풀꽃에 비유해 예쁘게도 표현했다.
누구나 단 세줄의 시 한편으로 위로받고 힘을 얻는다.
'나도 괜찮은 사람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품게 한다.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말 한마디는 지쳐있는
누군가의 삶에 '숨'을 불어 넣어 주는 고귀한 일이다.
우리 연구회 지도교수님이신 윤정식교수님께서 강의 중에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풀한포기 돌하나도 그냥 태어난 것이
없다며 대우주의 모든 존재의 가치와 소중함을 늘 말씀하신다.
무심코 흘려들어서는 안될것이다.
모두에게 전하는 따뜻한 메세지다.
땅에서 솟아오른 작은 풀꽃 한송이가 우리에게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전해준다.그 작은 우주안에 강력한 힘이
서려있는 것이다.그 힘으로 하여금 우리를 미소짓게 하는
치유의 원동력이 발현되는 것이다.
풀꽃은 정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무릇은 꽃망울일 때는 오므리고 있다가
터질 때 송이송이 마다 꽃자루도 함께 펼치는 경이로움을
알 수 없었으리라.
분명 무릇엿(조청)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이세상에 다시없을 독특한 맛.그 어디에도 없는 맛.
어릴적 할머니는 봄에 강아지 송곳니처럼 돋아난 무릇을
알뿌리 채 캐다가 정성스럽게 다듬어 데쳐서 아린맛을
우려내고는 엿기름 물에 푹 고와서 오래오래 조리고 조려
달달한 물엿을 만드셨다.어렴풋이 떠오르는 무릇엿의 맛과
향기는 그 이후로 단 한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 특이한
맛은 잊을 수 없는 맛으로 각인되었다.맛본적 없는 아주
특이한 맛이 났지만 어린 나이에도 맛있었다고 기억한다.
소녀적 할머니의 음식 솜씨는 신기한 마법 같다고 생각했다.
무릇은 약용으로 쓰였지만 식용으로도 이용했다.
어린 잎은 끓는 물에 데쳐서 아린 맛을 우려낸 뒤
나물로 이용한다.무릇은 먹을게 없어 굶주리던 시절
연명에 도움을 줬던 대표적인 구황식물 중 하나였다.
학명: Scilla scilloides (Lindl.) Druce
백합과 (Liliaceae)
우리나라 각지 산야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씨가 맺히지만 종자로 번식하기 보다 뿌리인 비늘줄기로
영양번식한다.지역에 따라 이명으로 물구, 물굿, 물구지라고도
불렸다.
무릇의 속명 스칠라(Scilla)는 잎 모양이
갯부추 종류(squil, Urginea scilla)를 닮은 데서 유래한 라틴어다.
종명 스킬로이데스(scilloides)는 ‘해총(갯부추)을 닮았다’는 뜻으로
무릇의 알뿌리 모양에서 비롯된 것이다.
3월 초 새싹 돋는 모습
땅속 알뿌리(인경)에서 2장~5장의 가늘고 길쭉한 보드라운 잎이 나온다.
무릇은 백합과에 속하는 야생종들 가운데 사람이 사는 곳
근처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종이다.
3월 말 엉겅퀴의 어린새싹 주변은 온통 무릇으로 덮혔다.
4월 할미꽃 주변도 무릇 천지다.
무릇이 배경이 되어주니 할미꽃이 더 예쁘다.
아래 사진은 솜방망이가 주인공이다.
무릇은 이른봄 꽃피는 개체들에 비해 주목 받지 못하고
배경이 되어준다.
이때 잠깐 무릇도 새싹이 돋았네 하며 알아준다.
풀숲이 무성해지면 무릇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만다.
한여름이 되어야 비로소 예쁜꽃을 피우며 자신을 드러내면
그때서야 다시 무릇의 존재를 실감하게 된다.
무릇은 기후가 온난한 곳에서는 봄과 가을에 싹이 두 번 난다.
사람들이 예초하는 늦은 봄이나 초여름을 경계로 그 전에 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그 이후에 다시 새싹이 돋아난다.
땅속 비늘줄기(鱗莖인경)가 상처를 입지 않는 한, 무릇의 이런
생명주기는 초원에서 살아가는 탁월한 생존전략이다.
땅속 비늘줄기가 다칠 정도로 밟히는 곳에서는 살 수 없다.
올해 초여름 예초를 하고난 후에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 뒤
지금 다시 돋아난 새싹이다.이때 나오는 잎은 땅속 인경에서
한두장이 나온다.
중부지방에서의 팔월중순 쯤의 모습이다.
무릇은 서식하는 환경에 따라 꽃의 색깔이나 식물체의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무릇 꽃봉오리
꽃은 7-9월에 피고 꽃대는 높이 20-50cm로서 끝에
길이 4-7cm의 총상꽃차례가 달린다.
화서 아래부분 부터 차례로 꽃이 피어난다.
열매는 삭과로 길이 5mm로서 도란상 구형이고
종자는 넓은 피침형이다.
일찍 꽃피운 녀석들은 벌써 열매 맺어 영글고 있다.
뿌리는 비늘줄기로 난상 구형이며 길이 2-3cm이고,
껍질은 흑갈색이다. 수염뿌리가 내린다.
무릇의 꽃이름 유래는 여러 설이 있다.
국명 무릇은 '무룻'에서 유래하며, '물웃'이 그 옛말이라고 한다.
샘처럼 물이 나는 땅위에서 자란다는 뜻이다.
주로 만나는 무릇의 생태를 살펴보면 물가에서 주로 자라는 것은
아니어서 흡족한 설은 아니지만 건조한 곳 보다는 어느정도의
습기를 머금고 있는 곳에서 자라는 것을 보면 영 틀린 설은
아니라고 봐야 할까.
또 다른 설은
물웃은 15세기 후반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에 나타나는
물옺 또는 모롭에서 전화된 이름이라는 것이다.
김종원교수의 식물생태보감에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반하(모롭)와 산자고(물옺)에 같은 이름이 들어 있다.
이들 종은 단자엽單子葉 식물이면서 비늘줄기가 발달하고,
그 비늘줄기에서 잎과 꽃이 땅 위로 바로 솟는 형태의
공통점이 있다.무릇이 그 전형에 속하고, 물옺과 모롭과의
관련성을 보여준다.산자고山茨菰에 대비되는 들판의
야생초로서 무릇을 야자고野茨菰라고 기록하는 것으로
부터도 그러한 사실은 분명하다.물옺(모롭)을 물(색)이 든
꽃대가 위(上, 웃=우+ㅅ)로 웃자란 꽃차례 또는 식물체
겉모양에서 비롯하는 순수 이름일 것이다.
무릇(물옺)은 한자명으로 면조아綿棗兒나 노아산老鴉蒜,
지조地棗나 천산天蒜 따위로 기록한다.
일본명은 쭈루보(蔓穗, 만수) 또는 산다이가사(參內率, 참내솔)
라고 부르며, 특히 쭈루보라는 명칭은 위로 뻗어서 순차적
으로 꽃이 피는 꽃차례로부터 생겨난 이름이다. 우리말
무릇(물옺)이란 명칭과 통한다.
같은 속이 아님에도 국명이나 이명으로 무릇이란
꽃이름이 들어간 녀석들이 있다.
끼무릇(반하)
개가재무릇(상사화)
꽃무릇(석산) 은 '가을가재무릇'으로도 불린다.
백양꽃도 '가재무릇', '가을가재무릇'으로 불린다.
얼레지도 가재무릇으로 불린다.
개감채는 두메무릇이라 불린다.
중의무릇
까치무릇(산자고)
무릇이라 불리는 위에 나열된 아이들의 한 가지
것이 모두 알뿌리 식물이라는 것이다. 모두 알뿌리를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이는 녀석들이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대는 여려 보이지만 상당히
질겨서 잘 꺽이지 않는다.꽃줄기를 대나무 대신
복조리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무릇의 주성분은
비늘줄기에 과당, 蔗糖자당, 전분 amylopectin과 같은
다당류 및 inulin과 같은 다당이 함유되었고 또
proscillaridin A 및 유독 glucoside가 들어 있다.
비늘줄기 또는 全草전초를 綿棗兒면조아라 하며 약용한다.
복용으로도 쓰지만 외용으로도 쓰인다.
맛은 맵고 달다.
성질은 차다.
간, 심에 귀경한다.
活血활혈, 해독, 消腫소종, 止痛지통의 효능이 있다.
乳癰유옹, 腸癰장옹, 타박상, 腰腿痛요퇴통, 筋骨痛근골통,
癰疽옹저를 치료한다.약리실험에서는 디기달리스와 같은
강심작용이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주의: 임산부는 사용을 금한다.
반드시 포제 후에 사용하고 전문가의 처방에 의해 복용해야한다.
무릇이 한창 꽃피우는 시절
같은 시기에 꽃피는 맥문동과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꽃만 봤을때는 그럴 수도 있다.
전초를 보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무릇잎은 여리고 부드럽다.
맥문동은 질긴 잎이 여려장 뭉쳐서 난다.
꽃도 비슷하지만 화서아래에서 부터 피는 무릇과 다르게
맥문동은 꽃이삭 전체가 동시에 꽃피운다.
맥문동 Liriope platyphylla F.T.Wang & T.Tang
백합과 (Liliaceae)
참고자료: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립수목원.
국가표준식물목록-국립수목원.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한국의 허브-조태동.
한국식물생태보감1-김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