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맑음
어제 광주에서 짐이 너무 무거워 정리를 했다.
누리는 7Kg, 현종4Kg으로...
현종배낭 : 옷2벌, 속옷2벌, 양말2컬레, 소금(악기), 수첩, 라면4봉, 우비, mp3, 디카, 책3권, 침낭...
누리배낭 : 옷, 속옷, 양말 각 2개, 반찬, 쌀2Kg, 코펠, 버너, 침낭, 책3권, 수첩, 미수가루, 자연산 멸치...
현종이와 합의한 원칙들...
하루 걷는 길이 : 20km이상 걸어서 다닌다.
숙소 : 마을회관, 절, 일반가정집, 빈방있는 집...못구하면 민박(찜질방)
먹거리 : 아침은 생식, 점심은 매식, 저녁은 해 먹기로...
기타 : 머무르고 싶은 곳은 몇일 동안 머무른다. 비용은 최대한 절약한다. 포기하지 않는다.
3월20일 목포에서 출발하다.
코스 : 목포시내에서 압해대교를 지나 77번국도 따라 압해면 신장리, 복룡리 그리고 낚시배를 타고 운남면 성내리까지 총 18Km
날씨 : 맑음
목포의 아침은 쌀쌀했다. 짙은 안개로 인하여 압해대교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압해대교는 서해안고속도로와 연결되어 차들의 속도는 질주하는 그 자체이다. 사람이 걸어다니기에는 불편했다. 바람도 세차가 불었다.
1500m의 압해대교를 걷고 있는데 현종이가 나에게 물어온다.
아빠는 울어본적이 있냐고, 할아버지 돌아가실때에만 보았다고...
(아마 어제 목포 유달산에서 흘린 자신의 눈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게다.)
그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고, 점심때 얘기하기로 했다.
현종이의 뜻하지 않은 물음에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을 되돌아 본다.
애지중지 귀하게 잘아나서 고생다운 고생해보지 않았으며 치열하게 살지도 못한 것 같다.
울어본 사람만이 우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듯이...난 얼마나 이해하고 살았을까?
어제 현종이의 눈물에 대해 얼마나 이해했을까?
눈물...
분노의 눈물, 애정의 눈물, 서러움의 눈물, 기쁨과 슬픔의 눈물, 깨달음의 눈물...
이 많은 눈물들 중에 내가 간직하거나 기억하는 눈물이 얼마나 될까? 한참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40대 지금의 나는 매우 건조하다. 20대의 촉촉한 감성과 감정따윈 어디로 갔는지...
분명 40대 걸맞는 사고와 감정이 있을 텐데...놓치고 살아왔다. 아니 매마른 것은 아닐까?
다시 그때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찾아야 겠다.
압해대교 끝나는 지점에 다달았다.
파출소가 보였고 그 아래에서 경찰이 통제하였다. 검문검색까지 할 것 같았다.
자동차전형도로라 사람이 지나 다닐 수 없는 다리라고 한다. 여기까지왔으니 갈때는 버스타고 나가라고...
압해도 주민은 얼마나 불편할까? 다리가 완공되기를 손꼽아 기라렸건만. 누구를 위한 다리인가?
운남면으로 가는 길에 굴캐러간다는 아주머니(할머니)를 만나 따라갔다. 굴캐는 모습도 보고싶었고 때론 먹고싶기도 했다.
이런저런 얘기들, 현종이는 완전히 여학생 취급을 받으며...아주머니들의 장난에 얼굴은 붉어지고...
한참을 동행하고 오참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우리길로 찾아갔다.
압해면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내가 흘린 눈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종에게 좀더 솔직했어야 했는데...
(불량배에게 돈을 빼앗기고 울었던 것, 돈을 훔치다가 걸려서 맞은 이야기들...ㅋㅋ)
좀더 솔직해 지자.
숨기고자 한 것은 아닌데도...
무엇을 더 포장하고 있는가? 나의 몸속의 내장까지 들어내야 함을 알지만 쉽지가 않다.
끝까지 걷다보면 진정한 나의 모습이 들어나겠지.
압해면과 운남면을 잇는 대교는 현재 공사중이다.
복룡리에 사시는 분을 운좋게 만나 우리는 쾌속선을 타고 룰루랄라 운남면으로 갔다.
아저씨의 인상과 인심이 너무 좋아 "일을 도와드리고 하룻밤 자고 가겠다"고 하자...
"오늘 밤 고기잡이 배를 타고 몇일후에야 다시 돌아온다"고 하신다.
그 순간 갈등했다. 따라 갈까? 그냥 갈까?
(따라 갔어야 했는데 지금은 후회하고 있음)
고민하다보면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지금이다. 다음부터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하리라.
한참을 걷었다.
성내리 도원마을을 보니...교회가 보였다. 여기서 묵고 가야겠다.
가는길에 청년 한분을 만나 지금의 상황을 얘기하니 이장님을 소개해 주신다. 야호!!!
손수 보일러를 켜 주신 도원마을 정대근 이장님(011-637-2840)께 감사드린다.
"여행잘하시고 몸 건강하시고 다음에 시간나시면 놀러 오세요."라는 문자 메세지까지 보내 주셨다.
(이장님과 사진을 찍었으야 했는데 아쉽네...)
[압해도] 사람을 통제하는 압해대교...
[압해면] 커브길의 거울을 보면서...둘이 함께...삼발이가 없어서요.
머리짐 있어도... 두 손을 놓고 다니시는 아주머니들...
[쉬어가는 곳] 찰떡, 장태, 딸기, 고사리, 상추에다가 소주까지 한잔...
뭐하고 있나? 석화캐러가는 도중에...퍼졌다.
[동교수퍼] 김치맛있게 먹었습니다.
[압해도-운남면]쾌속선...야! 신난다.
[도원]마을회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난 다음날...
첫댓글 눈물..울어본 기억? 왜 울까?...오늘 현종이가 엄마에게 화두를 던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