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고양이'와 '동거 문화' 바라보기
새로운 트랜드 등장한 '동거 문화'...성숙한 책임성 아쉽다
최근 성개방과 전통적 가족질서 해체 현상 등이 맞물리면서 자유 동거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바야흐로 동거문화가 사회의 새로운 트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혼전 동거를 긍정적 시각으로 담아낸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젊은 세대들의 선풍적 인기 속에 시청률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이미 동거문화가 젊은 세대들에게 문화적 코드로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다.
소위 297세대(20대·90년대·학번 70년 생)에게 동거는 일종의 문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신학기 대학가 게시판에는 '남녀 불문, 룸메이트 구함'이라는 벽보가 나붙는 등 대학가에서 '이성간 동거'는 별로 특별하지 않는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학생의 60%가량이 동거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추세를 따라 현재 젊은 층 동거인구가 80만 쌍을 넘어섰고 동거 알선 인터넷 사이트도 수십 개에 이르며, 회원 수만 해도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들 사이에 혼전 동거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혼전 동거가 일종의 전통적인 관념을 깨는 참신하고도 도전적인 키워드로서 신세대들에게 비추어지고 있으며, 가정과 성에 관한 일종의 책임감으로부터 자유 혹은 도피를 꿈꾸는 신세대들의 발상에 부합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리를 추구하는 많은 신세대들은 이중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결혼과는 달리 동거는 자아 실현을 추구하기 원하는 자신들의 삶에 아무런 제약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결혼이라는 법적, 사회적 절차를 통해 발생하게 될 책임을 지기보다는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자아를 추구하고 싶은 신세대들의 경향성이 동거 문화를 확산시키는 주요한 요인인 셈이다.
또한 동거 현상은 성개방 풍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최근 초중고생 2천 72명을 대상 설문 조사 결과 63%가 혼전 성관계가 가능하다(2003.7.7일,문화일보,사회)고 응답한 것은 성 개방풍조가 우리 사회에 완연하게 자리를 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동거는 불순하고 문란한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결혼 전에 성을 즐기며 해소할 수 있게 하는 통로라는 인식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 또 이러한 개방적 발상이 쌍방향 디지털 문화, 대중 문화 등과 연계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신세대 동거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문화적 경향성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동거문화에 있어서 그 책임성의 부재로 말미암아 파생될 수 있는 각종 역기능적인 결과 때문이다. 사실 자아실현이나 삶의 만족과 행복은 참된 사랑에 근거하지 않고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참된 사랑이라는 것은 반드시 상대방을 위한 책임성을 수반하게 되어 있다. 요즘 영어 관용어에서 단순한 호감 정도를 나타낼때 'I love it'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것은 책임성을 깊이 전제하지 않은 채 사랑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내리려는 현 시대의 풍조를 보여주는 일례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원형은 우리를 향하신 무한한 책임성이었으며 그것은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사랑으로 인해 그리스도와 성도는 비로소 신비한 연합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책임성 없는 사랑이란 사랑이라 할 수 없는 것이며 이기주의적이고 자아중심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동거 예찬론자들은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 결혼전 진지한 탐색으로 동거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속내를 명확하게 간파해본다면 진지한 탐색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아중심적인 동기(motif)에 철저히 기인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을 추구하고자하는 경향성, 단지 자신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그런 경향성에 근거한 동거 문화에서는 반드시 소외시키는 일이 발생하게 되며 이로 인한 관계의 왜곡과 파괴가 생겨나게 된다. 별거, 낙태, 미혼모 문제 등이 야기되며, 왜곡되고 문란한 성문화 확산을 초래한다.
예컨대 '옥탑방 고양이' 같은 드라마 등에서 경쾌하게 다룬다고 해서 동거문화를 가볍게 대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또 동거문화로 인한 각종 폐해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우리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현 시대의 트랜드로써 동거문화는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성숙한 책임성이 따르지 않는 동거 문화는 결국 커다란 불행과 고통의 씨앗을 배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만 한다.
"모든 사람은 혼인을 귀하게 여기고 침소를 더럽히지 않게 하라(히 13:4)"고 하신 성경의 권고는 혼탁한 오늘날의 시대에 등불이 될 것이다. 성경적 세계관에 근거한 행복한 가정문화가 이 땅에 회복되기를 바라고 젊은 세대들 사이에 그리스도안에서의 참된 사랑과 올바른 결혼관이 아름답게 정립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롬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