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철학자 자끄 랑시에르는 <감성의 분할>에서 인간의 모든 감성을 분할시키는 체제에 대한 비판을 시도합니다. 감성의 분할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인간은 고유의 다층적 능력을 상실한 채, 체제가 원하는 인간으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특정한 감성에만 특화된 인간은 자신의 다양한 감성을 잃어버리고, 결국 그런 감성들이 자신에게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의 또 다른 저서, <무지한 스승>은 바로 이렇게 분리되고 잃어버린 감성을 일깨워주는 '해방적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무지한 스승이 전하는 교육이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전통적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스승은 무지하기 때문에, 일방향의 전달방식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스승은 제자들이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지식을 추구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해줍니다. 제자들이 목표한 지식을 얻게 되는 순간, 그 임무를 다하고 '사라지는 매개자'가 될 뿐이지요. 이러한 교육 방식의 바탕에 깔려 있는 전제는 바로 평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승과 제자라는 권위적 개념도 불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 속 교육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승은 자신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자 할 뿐이며,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수월성 교육을 바탕으로 한 등수 매기기는 현재 중/고등교육에 그치지 않고, 초등학교까지 일반화되었습니다. 취업준비생 양성소로 전락한 대학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소수의 대기업정규직을 향해 같은 방식의, 동질화된 교육을 바탕으로 경쟁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입사 후에도 회사가 원하는 인재 상에 적응하기 바쁘죠. 이는 너무 굳건하여 결코 깨질 것 같지 않은, '현실의 벽'입니다. 이러한 벽 앞에 교육은 인간 고유능력의 발전보다 체제 유지에 적합한 인간의 양산을 목표로 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건전지 인간'을 통해 이러한 사회상을 섬뜩하게 표현하였습니다.
현실의 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을까요? 개인의 감성적 변혁을 넘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쌓인 벽까지도 허물어, 함께 손을 잡고 '점핑 투게더'할 수 있는 순간은 요원한 것일까요? 그동안 자유예술캠프는 이러한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자유예술캠프가 제시하는 '통섭'의 개념은 진정한 '점핑 투게더'를 이루기 위한 희망의 시작입니다.
자유예술캠프는 2009년 여름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로 인해 촉발되었습니다. 예술교육이 권력으로부터 탄압받을 당시, 한예종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있던 예술교육을 사회로 환원하자는 자기반성 아래 시작된 예술교육 운동이었습니다.
이후 자유예술캠프는 도시 내 유휴공간을 연결하여, 대학교수와 각 분야 전문가, 예술가 등의 참여 강사들과 함께 학습하는 열린 시민교육운동으로 발전하였습니다. 2회 '통섭, 상상력의 불꽃', 3회 '창의학습도시를 향하여' 등의 주제로 캠프를 개최하면서, 명실상부한 자생적 문화예술교육운동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5천5백명이 넘는 카페 회원, 해마다 500명 이상의 참여자, 다양한 강좌 및 워크숍 프로그램기획/개발 등의 성과를 이루었으며, 광주 자유예술캠프, 중앙대의 자유인문캠프, 부천의 자유상상캠프 등으로 나아가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유예술캠프는 예술교육의 높은 문턱을 해체함과 동시에 참여자의 새로운 예술적/창의적 주체형성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먹거리를 구하고 나누는 생활협동조합처럼 지식을 나누는 지식협동조합 형태를 취하며, 최소운영비 원칙에 따라 1시간당 평균 3천원으로 책정된 수강료는 커피전문점에서 1시간동안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보다 저렴합니다. 가까운 도시공간에서 학력, 빈부, 세대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사회공동체의 지식축제로서, 고비용의 일 방향 학습이 아닌 인터랙티브한 통섭적 학습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우리의 모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즐겁게 공부하고 창작할 수 있어야 한다."
2011 겨울 자유예술캠프는 '무지한 스승'의 평등한 교육이념을 실현시킴으로써 참여 주체들이 스스로 자신의 개성적 감성을 일궈나가는 '통섭의 감성'을 화두로 제시합니다. 윌리엄 휴얼이 만든 통섭(通攝, Consilience)의 어원을 살펴보면 "Jumping Together"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에드워드 윌슨이 말했던 생물학으로의 환원을 지칭하는 '통섭'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자유예술캠프는 그 어느 요소로도 환원되지 않는, 각각의 개성을 살리며 서로 간의 창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내는 '비환원주의적 통섭'의 이념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러한 통섭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 그림이 마티스의 <원무>입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 하듯이 춤을 추는 이 그림에서, '소통'을 전제로 하며 각각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통섭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포스터에 마티스의 그림을 인용합니다. 덧붙여, 통섭의 감성이 펼쳐지는 배경은 바로 일상생활의 공간, '도시'입니다. 이번 캠프는 통섭의 감성이 생활 속에서 펼쳐지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통섭의 감성, 생활 속으로 - Feel Consilience, Jumping into Everyday Life!"라는 슬로건 아래 펼쳐지는 제4회 2011 겨울 자유예술캠프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Feel : 예술과 인문학의 감성적 교감" 인문학과 예술의 크로스오버를 넘어, 새로운 감성을 찾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로그램 : 문학평론가 이명원의 <비판적 인문주의>, 문학평론가 복도훈의 <SF의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적 욕망>,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의 <들뢰즈의 예술가들 : 베케트에서 고다르까지> 등
"Consilience : 통섭, A to Z" 통섭 개념에 대한 총괄적인 논의가 이루어집니다. 프로그램 : 황지우(시인, 前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현대예술의 딜레마와 비상구>, 우희종 서울대 교수의 <생명, 육화된 욕망과 자유>, 한국예술종합학교 심광현 교수의 <21세기 인지과학과 예술의 역동적 상호작용> 등
"Jumping : 인문학의 통섭도약" 분과학문으로 파편화되어 있던 인문학을 골방에서 '불러내어' 통섭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합니다. 프로그램 : 강내희 중앙대 교수의 <길의 역사>, 이화여대 최성만 교수의 <벤야민의 비평적 글쓰기>, 계명대 임진수 교수의 <정식분석 : 악몽과 예지몽> 등
"Into : 통섭, 시대를 마주하다" 한국사회의 현실과 정치적 문제들을 공유하며, 이들과 통섭이 어떻게 마주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는 자리입니다. 프로그램 : 서강대 손호철 교수의 <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음악 칼럼니스트 정윤수의 <종횡무진, 유럽 문화예술 탐험>, 미술가 박찬경의 <미술가에게 듣는 한국미술의 비판적 시선과 표현>
"Everyday Life : 통섭, 생활에 스며들다" 우리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통섭적 요소를 공유하는 만남의 장입니다. 프로그램 : 한국예술종합학교 김홍준 교수의 <창작을 위한 영화보기2 : 이십세기영화독본>,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의 <영화, 패션에 홀릭하다>, 재즈 칼럼니스트 김현준의 <재즈의 나신을 그리다>
그 밖에도, 젊은 예술가 및 연구자들과 함께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워크숍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워크숍의 결과물들은 각각 작품집으로 만들거나 상영회와 공연 및 전시를 통해 일반 시민들과도 만날 계획입니다. 프로그램 : 소설가 김상현의 <SF 서사 단편 워크숍>, 시사만화가 이동수의 <초미시사 만화 워크숍 : 글과 그림의 통섭, 만화+나와 우리의 역사>, 두 댄스 시어터 대표 정영두의 <"새해에는 머리 좀 그만 굴리고 움직이라니까요! 춤추면서!>, 뮤지컬배우 김영환의 <함께 즐기는 뮤지컬 워크숍> 등
2010년 12월 15일(수) 수강신청이 시작됐으며, 2011년 1월 3일(월) 이동연 선생님의 강좌를 시작으로 "2011 겨울 자유예술캠프"는 그 막을 올릴 것입니다. 홈페이지(www.freeuniv.net)을 통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자유예술캠프의 현황과 전망
-이윤이 자유예술캠프 프로그래머
이윤이 필자는 2008년에 자유예술캠프의 모태가 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U-AT 통섭교육사업의 총괄 프로듀서로 일했으며 그 사업의 취지를 '사회화'하고자 초기 자유예술캠프부터 현재까지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
□ 들어가며
한예종 사태를 계기로 출발한 자유예술캠프(이하 캠프)가 어느새 1주년이 지났다. 2009년 여름 캠프, 그리고 겨울 캠프를 개최하고 다시 2010년 여름 캠프를 개최하면서 비로소 하나의 주기가 완성되었다. 이 한 번의 주기를 거치는 동안 캠프는 놀랍게도 두 배로 성장하였다. 1회 캠프에서 3회 캠프까지 프로그램과 수강생 규모가 약 2배 성장했다.
캠프를 성장시킨 동력은 너무도 분명하다. 배우려는 열정이 넘치는 대중, 이것이 캠프가 성장한 첫 번째 동력이다. 그리고 혁신적인 초기열정자들의 노력이 두 번째 동력이다. 강사료도 차비도 받지 않고 매회 캠프마다 지식을 기부해온 교수들이 없었다면, 그리고 지난 일 년 간 무급으로 프로그램 개발에서 포스터 붙이는 일까지 발로 뛰는 기획 인력들이 없었다면 캠프는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글은 이제 하나의 주기를 완성하고 새로운 주기를 맞는 시점에서 캠프의 형성 배경과 현재까지의 성과와 향후 계획과 비전을 제시하고 더욱 많은 대중의 참여를 요청하기 위해 씌어졌다.
□ 자유예술캠프의 형성 경위
캠프가 시작된 직접적인 계기는 한예종 사태이다. 한예종 사태는 2009년 봄과 여름, 문화관광부가 장장 40일이 넘는 '기이한 감사'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황지우 총장을 압박하여 사퇴하게 만들고 협동과정과 이론과를 축소폐지 하라는 감사처분을 내린 것을 학생과 학부모 교수가 단결하여 막아내고자 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지칭한다.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유인촌 장관이 들어서자 문광부는 급격하게 우회전하며 권위주의적으로 바뀌었다. 문광부는 '감사'를 전가의 보도처럼 쓰며 문화예술기관과 단체들을 압박했고, 지원금을 중단하거나 기관장을 교체해 오고 있었다. 이젠 '한예종 차례'라는 소문이 곧 현실이 되었다. 협동과정과 이론과를 축소폐지하라는 감사 결과는 문화미래포럼 같은 기회주의자들이 떠들어온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학내에서는 대학예술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교육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집회와 토론이 이어졌다. 광화문 문화관광부 앞 거리에서는 연일 학생과 문화예술인 그리고 학부모의 일인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일인시위하는 학부모에게 반말을 하며 세뇌 운운한 유인촌 장관의 동영상은 권위주의와 야만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아래 표는 당시 자유예술대학의 추진 경과를 정리한 것이다.
■ 2009 여름 자유예술대학 추진 경위 요약
5. 18.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결과 처분 통보 5. 20. 황지우 총장, 총장 사퇴 선언 6. 12. 한사연(한예종사태대응연석회의) 자유예술대학 추진 의결 6. 15. 교내 교수들께 자유예술대학 취지 및 계획 전달, 강의 제안 및 명칭 공모 의뢰 6. 15. 자유예술대학 네이버 카페 개설 6. 16. 한사연, 총장직무대리께 자유예술대학 취지 및 계획 비공식 전달 6. 19. 자유예술대학 수강생 모집 시작 6. 22. 한예종 선관위, 자유예술대학 개강 연기 요청 6. 23. 한사연, 자유예술대학 개강 연기 공고 6. 24. 학교 당국 · 한사연, 자유예술대학에 관해 비공식 면담 6. 30. 학교 당국 · 한사연, 자유예술대학에 관해 비공식 면담 7. 2. 한사연, 자유예술대학에 관해 학교 당국과의 공식 협의 예정 사실 공고 7. 3. 학교 당국 · 한사연, 자유예술대학 운영에 대해 공식 협의 진행 7. 6. 학교 당국 · 한사연, 자유예술대학 운영에 대해 공식 협의 진행 7. 7. 학교 당국 · 한사연, 자유예술대학 운영에 대해 공식 협의 진행 7. 7. 학교 당국 · 한사연, 자유예술대학 운영에 관한 최종 합의안 결정 7. 7. 총학생회, 자유예술대학 개최를 위한 시설 사용 승인 신청 7. 10. 총학생회, 6개원 원장단 회의에서 자유예술대학 소개 프리젠테이션 진행 7. 10. 6개원 원장단 회의, 학내에서의 자유예술대학 행사를 유보할 것을 의결함 7. 11. 한사연(한예종사태대응연석회의), 자유예술캠프 개최 의결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자유예술대학은 자유예술캠프로 명칭을 변경하고 중구 정동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 자리를 잡고 그 첫 항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학교가 안되니까 도시로 나간 것은 아니었다. 대중에게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도시로 나간 것이다. 현재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초기열정자들은 이 도시에 대한 비전을 키워서 통섭교육을 사회화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도시 공간을 탐색했다. 캠프는 도시 전체를 사용하고자 하기에 언제든지 대학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2010년의 여름 캠프의 슬로건은 Reuse University, Recycle City였다.
□ 자유예술캠프의 취지
캠프의 취지는 한예종 사태에 지친 학생, 교수, 학부모는 물론 문화예술인과 관심을 가진 대중을 위해 학습 축제를 열자는 취지와 함께 그동안 사회적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한예종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프로그램을 공급한다는 취지도 담아냈었다. 이러한 취지와 더불어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U-AT통섭교육사업의 취지를 계승한다는 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U-AT 통섭교육사업 Ubiquitous Art & Technology 통섭교육사업은 유비쿼터스 시대에 예술과 인문학 과학기술 등 제학문의 비환원적인 통섭을 통해 새로운 예술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 사업이었다. 의 폐지라는 사건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U-AT 통섭교육사업은 다가오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예술과 인문학 과학기술 등 제학문의 비환원적인 통섭을 통해 새로운 예술교육의 방향과 학교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자 한 사업이었다. 2007년 한해 많은 교수님들이 이 사업의 준비를 위해 콜로키움과 세미나, 여러번의 합숙회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10개의 특성화된 통섭랩의 설계는 물론 이 랩들이 6개원과 상호작용하며 학교의 발전방향성 까지 꼼꼼히 검토되었다.
2008년부터 4년간의 사업 계획을 2007년 국회로부터 승인받았고 2008년 봄, 10개의 랩을 개설하고 야심차게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유인촌이 장관으로 취임했고 U-AT 통섭교육사업은 1년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2008년 여름이 되기 전, 다음연도 예산 편성에서 통섭교육 사업은 이미 배제되어 버렸다. 국회가 승인한 것을 주무 부처에서 문제 삼아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기이한 사태가 벌어졌고, 10개 랩에 70여명에 육박하던 연구원들은 1년 만에 하던 연구를 접고 뿔뿔이 흩어졌다. 30억이 넘는 예산을 투여하여 공간과 장비를 마련하고, 연구와 교육, 언론의 호평을 받았던 국제심포지움(isAT2008) 개최는 물론 작품 제작까지 추진했건만 통섭교육사업은 결국 문광부에 의해 중단되어야만 했다.
2009년엔 단 7명의 연구원으로 기존에 개설했던 통섭 교과목의 운영만이라도 유지하고자 했다. 문광부 장관은 이마저도 통섭교육사업 하지 말라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문제 삼았고 결국 이 연구원들도 그해 말에 학교를 나와야 했다. 통섭교육사업의 폐지가 가시화되는 2008년 말과 2009년 봄, 황지우 총장이 사퇴하고 토론회가 열리고 시위가 지속되는 동안 남은 연구원들은 통섭교육사업을 이어갈 새로운 판을 고민했다. 이 고민의 결과 U-AT통섭교육사업이 자유예술캠프를 통해 사회화하는 방향으로 수렴된 것이다. 통섭사업에서 하고자 했던 교육, 연구, 창작의 계획을 캠프를 통해 모색해 가기로 했고 장르 통섭적인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자유예술캠프는 U-AT통섭교육의 '사회화'였다.
자유예술캠프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영감을 준 사례로 또한 요셉 보이스의 자유국제대학을 빼놓을 수 없다. 자유국제대학의 태동 배경, 교육의 방향성 등은 자유예술대학과 U-AT 통섭교육 사업과 매우 유사한 면이 있다. 요셉 보이스가 자유국제대학을 추진하게 된 최초의 동기는 뒤셀도르프 미술학교에서 1972년에 해임되는 사건이다. 그 이유는 정원제에 반하는 그의 교육 방식 때문이었다. 보이스는 "창의성을 가르치는 분야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배울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하며 지원하는 모든 학생을 받아주었는데 주 정부 및 학교의 일부 교수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보이스는 <자유국제대학> 선언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창의성은 전통적인 형태의 예술을 훈련하는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예술가에게 있어서도 창의성이 예술 행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창의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나친 경쟁과 성공에 대한 욕망이 이를 가리고 있다. 자유대학의 임무는 이 창의적 잠재력을 발견, 계발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창작이란 -그림, 조각, 교향곡, 소설 등 어떤 형태가 되건- 재능, 직관, 상상력의 단순한 구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사회의 다른 분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선언문을 발표한 이후에 보이스는 자본이나 주 정부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자유로운 고등 교육을 실현하고자 노력하였다. 1973년 당시 구성된 <진보 동맹>은 <자유국제대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진보 동맹은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였다. 첫째는 오래전부터 보이스가 생각해오던 것으로 비어 있는 뒤셀도르프 박람회장을 예술 교육을 위해 사용하고 정원제를 없애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학제간 교육을 하는 특수 예술 학교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예술과 사회, 예술과 과학, 예술과 철학 등의 관계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동시에 이 학교를 통한 지속적인 예술 활동으로 예술가와 대중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을 기울이고자 하였다.
자유예술대학도 자유국제대학처럼 권위주의적 지배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교육, 다학제적인 예술교육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캠프는 나이, 세대, 학력을, 불문하고 배움의 열정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기회를 마련하여 창의적인 학습 축제를 만들고자 한다. 요셉 보이스의 학제간 교육을 하는 특수 예술학교에 대한 구상과 예술만이 아닌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된 창의성 개념은 통섭교육사업과 이를 사회화하는 자유예술캠프의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자유국제대학 프로젝트는 1974년 FIU 출판회사, 1978년 FIU Gelsenkirchen, 1980년 FIU Hamburg(Free ART College Hamburg), 1984년 FIU-Amsterdam 등으로 이어졌다. 자유국제대학 운동은 프랑스, 스페인, 영국, 아일랜드, 폴란드, 포르투갈,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전개되었다.
이미 자유예술캠프는 2회 캠프부터 광주와도 연계하여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3회 캠프가 진행되는 시기에 광주도 2회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캠프는 점점 더 확산될 것이다. 자유예술대학으로 출발하지는 못했으나 자유예술캠프는 이미 대학이상이라고 참여하는 교강사와 기획인력은 판단한다. 캠프를 통해 대학을 다시 사고할 수 있었고 또한 도시 전체를 학습의 장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얻었다. 캠프는 더욱 폭넓고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갈 것이다. 자유국제대학처럼 다양한 국가 속으로 파고들어갈 잠재력이 캠프에는 존재한다.
□ 자유예술캠프의 현황
-캠프의 프로그램
캠프는 통섭교육사업의 취지를 계승하기에 통섭적인 프로그램들로 구성된다. 현재까지는 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문학을 통섭적으로 결합하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앞으로는 사회과학과 과학기술 분야로까지 캠프는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프로그램의 형식은 강좌와 워크숍으로 구분된다. 강좌는 명성이 있는 교강사들로 구성되고 수강자의 규모가 30명에서 200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수강자가 많은 강좌의 경우, 대중에 맞게 눈높이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는 분들이 많지만 의외로 참여자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캠프 최고의 인기 강좌는 단연 황지우 교수의 <명작읽기>이다. 신화와 서사학, 건축, 미술,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이 강좌는 언제나 가장 먼저 정원이 마감된다.
워크숍은 대체로 20명 이하의 수강생을 모집하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젊은 강사와 예술가들이 주도한다. 극작, 즉흥 춤, 비디오댄스, 사운드 제작, 손인형 제작, 컴퓨터 프로그래밍, 게임, 도시 탐사 등 다양하다. 통섭교육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의 참여와 새로운 젊은 연구자의 발굴로 활력을 유지하고 있고 보다 체계적인 구성을 위해 많은 준비와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공식적인 캠프의 프로그램 이외에도 다양한 학습 모임들이 캠프 전후에 진행된다. 캠프가 개최되기 전엔 열정적인 커뮤니티매니저들의 제안으로 프리 스터디가 진행된다. 프리 스터디는 강좌에서 꼼꼼하게 미리 읽어야 할 텍스트들을 읽는 형식이 많다. 강좌들이 통섭적이고 평균 6회 정도로 짧게 진행되므로 텍스트를 꼼꼼히 읽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명작읽기>에서 구성된 학습 커뮤니티는 주 1회 서사분석과 고전 꼼꼼히 읽기를 하는 모임으로 연결되었다. 김홍준의 <창작을 위한 영화보기>에서 만들어진 학습 커뮤니티는 정기적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모임을 진행했다. 김홍기 <패셔놀로지>에서 구성된 커뮤니티는 Salon de mode라는 학습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강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책을 읽고 학습하는 모임을 진행해왔다. 임은주의 <손인형 제작 워크숍>에서 구성된 커뮤니티는 워크숍 장소를 후원한 정독도서관의 요청으로 올 여름에 손인형 공연을 도서관에서 개최하는 성과를 보였다. 박상현/박춘근의 <사교육형 극작 워크숍>에서 구성된 희곡 커뮤니티도 지속적으로 희곡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시회를 함께 관람하고 리뷰를 작성하는 모임, 책을 번역하는 모임, 작품을 서로 읽어주는 모임 등 다수의 소모임들이 진행되고 있다.
캠프와 연대하고자 하는 행사와 이벤트의 공동 주최나 후원 문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캠프가 널리 알려지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들이다.
-캠프의 구성원들
캠프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크게 수강자, 교강사, 매개자로 구분할 수 있다. 수강자의 구성은 1회부터 3회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1회 캠프는 한예종 사태를 계기로 자유예술캠프를 알게 된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다. 한예종에서 온 학생들의 수는 어림잡아 40%였다. 한예종의 학부모들도 친구들과 함께 캠프에 참여했다.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진 중고등학교 교사 계층의 참여도 특기할 만한 요소였다. 겨울에 열린 2회 캠프에서는 한예종 출신 학생들의 수가 많이 줄고 타대학 학생과 직장인의 비울이 높아졌다. 한예종 학생은 3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3회 캠프에서 한예종 출신 학생들은 다른 학교 학생들 만큼 소수가 되었다. 캠프는 대중적인 학습 축제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참고로 자유예술대학 카페에 등록된 회원은 2010년 8월 현재 총5200여명이다. 카페의 통계로는 캠프의 70%는 여성이다. 그리고 연령대로도 20대가 70%를 차지한다.
교강사는 달리 설명이 필요없는 통섭적 역량을 갖춘 분들이 포진해 있다. 황지우, 심광현, 김채현, 김홍준, 이동연 등은 캠프 초기부터 지금까지 캠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열정을 가지고 지식을 나누는 교강사가 해마다 늘고 있다. 2회 캠프부터 3회 캠프까지 김홍기, 이명원, 최성만, 임진수, 김경욱 등이 새로 합류하였고 열정적인 강의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1회 캠프는 한예종의 교강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외부 교강사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어서 이미 3회 캠프에 그 비율은 50:50 정도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캠프에는 학습의 열정에 따라 최소 네 부류의 수강자가 있다.
첫째는 탐험가(Explorer)이다, 이들은 열정적으로 학습하는 사람들로, 관련성이 있는 여러 강좌 워크숍을 묶어서 조직적으로 수강하며 학습 커뮤니티에 열심히 참여하며 때로는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20대 말에서 30대 말에 이르는 이 계층은 전공이나 경력을 기반으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전문성을 확장하고 새로운 영역을 넓고 깊게 탐색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대학의 관련분야의 전공 교수들이 통섭적 강좌를 찾아와 일반 수강생과 같이 앉아 있는 모습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둘째는 쇼핑객(Shopper)이다. 이들은 평소에 듣기 어려운 좋은 강좌를 하나 또는 둘을 골라서 듣는다. 그러나 선택했던 강좌에서 적절한 자극이 주어지면 이들은 곧 탐험가로 변화한다. 다양한 강좌들을 추가적으로 선택하고 학습 커뮤니티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셋째는 휴양객(Vacationer)이다. 이들은 잠시 쉬기 위해 휴가를 즐기는 기분으로 좋은 강좌를 선택해서 편안하게 감상하고자 한다. 평균 6회 분량이기에 주 2회씩 3주면 하나의 강좌가 끝나므로 오랜만에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받아보고 싶은 욕망, 모르는 사람들과의 친교, 비슷한 부류에 대한 탐색 등도 캠프의 재미있는 요소이다. 수업도 좋지만 교강사와 뒤풀이 자리에 참석해 그 분의 이야기를 가까이 들어 보고 싶어하는 욕구도 (이를 간단히 말해 스킨쉽이라고도 한다) 캠프의 활력을 주는 요소이다.
넷째는 죄수(Prisoner)이다. 이들은 지루해하며 마지못해 듣는 사람들이지만 캠프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이라면 학점 때문에 마지못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수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겠지만 캠프에서는 누구도 학점 이수를 강제하지 않기에 죄수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캠프는 탐험가와 쇼핑객이 주류를 이룬다 (쇼핑객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교강사가 수업의 수준과 분위기를 판단하는 것은 이 탐험가가 얼마나 있느냐, 쇼핑객이 얼마나 탐험가로 태도를 바꾸느냐에 달려있다. 캠프의 독특한 분위기는 세대를 불문하고 탐험가와 쇼핑객이 학습 커뮤니티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약 6회 정도의 밀도 높은 강좌와 워크숍을 경험한 후, 이들은 학습을 지속하고 싶은 이들은 커뮤니티를 구성하자는 제안들을 건네며 온라인에 준비 모임을 제안하는 글을 올린다. 곧 캠프에서 학습 커뮤니티로 출발해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다시 제시하는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캠프는 단순히 많은 수강생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가르치는 자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캠프의 목표이다. 둘 또는 셋이 공동으로 워크숍을 꾸려서 가르치는 자로 성장하는 것이 가능한 곳으로 캠프가 자리 잡도록 프로그램들을 강화할 것이다.
캠프에는 초기열정자들로 구성된 일군의 매개자 그룹이 존재한다. 일부는 프로그래머로 기획팀에서 활동을 하고 상당수는 학습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 2010년 여름 캠프부터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명칭으로 수업별 자원 활동가를 조직했다. 프로그래머는 1회 캠프가 끝난 후 기획에 참여하는 십수명의 인력으로부터 출발해서 프로그래머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소수의 인력으로 압축되었다. 프로그래머의 역할은 강좌나 워크숍의 교강사 섭외 및 프로그램 구성, 도시의 새로운 유휴 공간의 섭외와 홍보, 디자인 업무를 진행하며, 캠프가 시작되면 전체 스케줄과 수강신청관리, 수업 현장 진행과 커뮤니티 매니저의 선발하고 관리를 맡는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전통적으로 조교가 맡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핵심 역할은 학습 커뮤니티를 매개하고 촉진하는 것이다. 수강생의 출석, 등록 체크, 교강사의 식사 수업 후 모임을 조직한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캠프 초기부터 수업의 조교 역할을 담당했던 인력들과 새롭게 선발되어 구성된 인력으로 학습 커뮤니티를 촉진하는 역할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체계가 약 3회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하였다.
-캠프의 특성과 차별점
캠프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캠프의 특성들을 다음과 같다.
1) 최고 수준의 교강사진 2) 통섭적이고 압축적인 프로그램 (한 강좌당 약 6주 정도의 프로그램) 3) 낮은 장벽, 저렴한 수강료 4) 방학 기간과 유휴공간의 이용
이런 특성들이 공통적으로 인식되면서도 캠프는 자주 여타의 아카데미나 기존의 대학과 어떻게 다르고 어떤 차별점을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먼저, 캠프는 분과학문 체제의 정규 대학의 프로그램이 담기 어려운 통섭적인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진입장벽은 낮고 프로그램의 질은 높다. 이런 차별점으로 인해 캠프를 대안 대학으로 보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두 번째로 캠프는 학회나 학술대회가 아니다. 그러나 교강사들은 상당한 연구를 축적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통섭적 관점을 강좌에 담아낸다. 또한 이어지는 캠프를 위해 교강사들이 준비하는 시간과 노력은 학술대회에 제출하는 논문에 뒤지지 않는다. 일부 교강사는 캠프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한 강의를 기반으로 단행본 도서를 출판하는 계획을 세운다. 캠프의 강좌는 매우 밀도가 높다.
세 번째로 캠프는 고정된 공간을 갖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시 안의 새로운 유휴 공간을 찾아나서기에 기존의 아카데미와도 다르다. 이 도시 유휴 공간에 대한 탐험과 재사용 전략은 캠프의 고유한 실천 전략으로 지속될 것이다.
네 번째로 캠프의 학습 커뮤니티는 학습과 더불어 창작으로 나아가려는 창작 공동체 지향성이 강하다.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자들의 생활 공동체인 수유 너머와도 방향성이 다르다. 물론 캠프는 수유 너머와 같은 커뮤니티 이력은 쌓이지 않았지만, 다양한 학습 창작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모태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향후에 학습창작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고자 한다.
□ 자유예술캠프의 비전
자유예술캠프는 운동이자 학습이며 공동체 축제이다. 통섭적인 학습과 창작의 기회를 낮은 비용으로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지식교육 나눔운동이며, 열정적으로 학습하는 대중이 캠프를 매개로 학습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자율적인 공동체 축제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캠프'는 적극적으로 유목하며 도시의 유휴공간을 발굴하고 재활용하기에 학교를 넘어서 도시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적 실천 프로그램이다. 대학으로부터 나왔지만 대학도 도시의 일부로 재사용하며 공공 도서관의 세미나실, 민중의 집과 같은 주민자치 공간, NGO의 세미나실, 창작자의 연습실도 학습 공간으로 연계된다.
캠프는 대중이 '도시에서 자유롭게 학습하고 창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증명하고자 한다. 캠프는 정부나 기업, 종교 단체의 지원 없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어가고 있다. 캠프는 학습하려는 열정을 가진 대중과 열정을 가진 지식인이 모여 대규모의 하드웨어 투자가 없이도 도시의 유휴자원을 합리적으로 조직함으로써 학습 장벽을 낮추어 창의적인 도시 학습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다양한 세대간의 교류를 촉진하여 사회적 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도시 전반을 창조성과 학습의 관점에서 다시 디자인 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통합하여 자유예술캠프는 창의학습도시라는 개념을 제2회 캠프에서 제시한 바 있다.
창의학습도시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도시 계획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광주아시아문화도시나 서울디자인도시와 같은 관 주도의 하향식의 도시 계획은 예술의 전당과 같은 기념비적 건물의 건축, 도시 경관의 정비와 같은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한다. 거대한 하드웨어 투자가 선행되고 하드웨어를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후에 고민한다. 이러한 방식의 도시 계획의 관점에서는 박물관과 공연장에 기념비적인 작품을 진열하는 것이 학습의 질을 높이고 동시에 학습 장벽을 낮춤으로써 대중의 창의성을 고양하는 것은 부차적으로 평가된다.
창의학습도시는 학습과 창작을 대학이나 교육부, 문광부와 같은 기관이 아닌 대중이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본다. 또한 대학의 지식과 자원을 사회로 투사하는 단선적인 흐름으로 보지 않는다. 창의학습도시는 학습창작공동체가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성립한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학습창작공동체가 기층의 다양한 지역 공동체들과 연결되어 창의성을 고양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스스로 창안하는 도시가 창의학습도시의 개념이다.
□나오며
이제 캠프는 새로운 주기를 맞아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쿼터제를 통한 상시화와 온라인 지식 생태계 구축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캠프는 여름과 겨울에 개최되었으나 이제 봄과 가을로 확대하여 쿼터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봄과 가을은 사회과학과 과학기술로 캠프의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폐지된 통섭교육사업의 취지를 사회화하려는 노력은 캠프가 존속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온라인 학습 생태계 구축은 오프라인의 활력을 토대로 구성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지식나눔의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현재의 카페 형태를 벗어나 학습이 편리하고 네트워킹하기 좋은 새로운 웹 사이트를 선보이도록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 외에도 도시의 유휴공간에 대한 연구와 이를 학습공간으로 네트워킹하기 위한 조사와 연구 실천은 더욱 구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상시운영에 대응하는 시스템도 구축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자유예술캠프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향후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캠프의 기획과 운영에 참여할 인턴 인력을 충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카페 (www.freeuniv.net)를 방문하여 참여의지를 알려 주거나 구체적인 질문 사항이 있다면 다음의 메일로 연락을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