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랭이'
참 익숙한 단어이다.한옥이나 성곽을 대할 때마다 대하게 된다.
'그랭이법''그랭이 공법'으로 자주 대하게 되는 그랭이를 정리해 봤다.
'그래질' '그랭이법' '그랭이 공법' 여러가지 이름이 있다.
그랭이는 그래질이라고도 한다.
이는 기둥, 성곽, 석탑, 부도 등에서 서로 맞붙는 부분의 이가
꼭 맞도록 맞추기 위해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보이는 것은 덤벙주초(자연석 주춧돌 사용)에 기둥을 세운 경우이다.
기둥 밑뿌리를 주춧돌(초석) 윗면의 굴곡과 같은 선을 그려서
따내는 것을 "그랭이" 또는 "그래질"한다고 한다.
이때 쓰는 것이 '그랭이 칼'이다.
이 칼은 얇은 대나무(또는 나무)로 人자로 만들어서
한쪽에는 먹칼이(지금은 연필)를 끼우고
한쪽은 뽀족하게 다듬어 만든다.
그래질의 자세한 절차를 본다.
1. 뽀족한 면은 초석 윗면에 대고 그려질 수 있는 쪽은 기둥 뿌리에 대고 빙 돌아가면서
그리면 기둥 뿌리에 돌의 곡선과 같은 선이 그려진다.
2. 기둥을 다시 내려서 뉘어놓고 그려진 곡선대로 끌로 따내서 같은 위치에 올린다면
초석 위의 곡선과 꼭 맞아떨어진다.
3. 기둥 뿌리의 외곽선은 맞았겠지만 중간중간의 굴곡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외곽의 따낸 선에서 약 1치5푼 정도 남겨두고 안쪽으로 깊이를 1치 정도 파낸다.
4. 이가 맞아 앉혀지면 나무가 연질이기 때문에 위에서 내리 누르는 무게로
돌과 밀착이 되어 틈이 없어진다.
이같은 그래질을 그랭이 공법이라고도 한다.
이 공법은 태왕릉이나 장군총에서 볼 수 있다.
이 공법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지만 정확하게 접합시키면
상하가 밀착되어 매우 안전한 것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덤벙주초가 있고 장수왕릉에도 있으니,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고구려의 축성법에서 대표적인 것이다.
경주 불국사 자하문 양쪽 하단 돌축대와 극락전 북쪽
바깥축대 하단 축대의 돌축 쌓은 기법도 역시 그랭이 공법이다.
서울 도성에서도 이 공법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한옥의 자연석으로 된 주초를 보시면 그래질을 금방 확인 할 수 있다.
성곽은 고구려 성과 장수왕릉의 기초 위의 기단에서 확인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건축 부재를 다룰때도 서양인들 처럼 인위적으로 각을 맞추지 않는다.
굽으면 굽은대로, 뻗은 놈은 뻗은대로 사용했다.
그랭이질은 이러한 우리의 생활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의 건축 주요 부재가 나무이다.
이 나무 기둥을 그냥 땅에다 바로 세우면 나무기둥 밑둥이 썩는다.
뒷산에 가서 듬직한 돌을 놓고 그위에 나무 기둥을 세웠다.
이때 돌이 지금의 우리 건축 자재처럼 공장에서
두부 자르 듯이 평평하지는 않았다.
이 때 평평한 나무 기둥 밑둥과 울퉁불퉁한 돌의 형상을
그대로 맞추는 일이 그랭이질이다.
우리의 건축물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인간'과 '자연'이라고 한다.
그랭이는 이 기본개념에 가장 충실한 가장 자연적인 공법이라 할 수 있다.
그랭이 공법으로 지은 집은 대단히 튼튼하다.
지진도 거뜬히 견뎌댄다고 한다.
목수 신영훈은 멕시코에서 그랭이법을 이용한 한옥을 지었는데
지진으로 다른 서양건축물은 붕괘됐으나 한옥은 아직도 건재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