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학생 시절 운동은 공부를 하다가 남는 시간에 아니면 쉬는 시간에 틈틈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고 실지로 교육 현장에서도 그렇게 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체육 교과가 슬그머니 국•영•수 과목으로 대체되어 있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70년대 초에도 그렇게 교과 과정을 운영하였지요, 학교 행사가 있으면 제일 먼저 희생되는 것이 체육, 그리고 음악, 미술 수업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예체능 과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날로 발달하는 뇌과학과 인지 심리학은 이런 교육이 최악의 선택이라는 것은 실증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정서가 안정되어야 하고 신체 활동이 증가되어야 됩니다. 아래 기사는 좋은 예시가 됩니다.
미국 일리노이 주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는 매일 오전 학생들에게 학교 운동장을 달리게 하는 0교시 체육 수업(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하는 수업)을 실시했다. 자기 체력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뛰는 달리기 수업을 한 학기 동안 실시한 결과, 이 학생들의 읽기 능력과 문장 이해력은 17퍼센트나 향상했다.
반면, 잠을 조금 더 자고 0교시 체육 수업을 받지 않은 학생들의 향상도는 10.7퍼센트에 그쳤다. 읽기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했던 이 프로그램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확대되었다.
학습지도 교사들은 운동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체육 수업 다음에 가장 어려운 과목을 편성하라고 조언하기 시작했다. 네이퍼 빌 고등학교는 4년 주기로 실시하는 수학, 과학 성취도 평가인 국제 교육 성취도 평가, 팀스(TIMSS)에서도 과학 1등, 수학 6등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네이퍼빌의 결과는 우리 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습능력과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가만히 앉아 공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운동을 하면 마음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 인지작용과 관련 있는 노르에피네프린, 행복, 기쁨 등에 역할을 하는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증가한다. 이 신경전달물질들은 사고와 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꾸준한 운동은 긍정적인 정서를 갖게 하며, 학습효율성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 -매일 경제 2018년 4월 2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은 뇌를 쪼그라들게 한다.
과거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적에 하루 성인의 활동량은 대개 20km을 걷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적지 않는 운동량입니다. 나만 해도 중학교 때 왕복 8km를 2년 동안 걸어 다녔고 3학년 때는 자전거로 통학을 하였습니다. 일만 보를 걸었을 때 거리로 환산하면 약 6~8km, 시간으로 따지면 90~105분 정도가 됩니다. 교통이 불편하였을 때는 대개의 사람들은 20,000 보 이상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에 걷는 양이 5,000보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동 수단이 기본적으로 도보였던 시절과 지금의 운동량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고질적인 운동 부족의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먹을거리가 풍족하고 더하여 칼로리만 높고 영양가 없는 음식이 많아 필요 이상의 열량을 섭취하기가 쉽습니다. 이는 당연히 비만으로 연결됩니다. 다니엘 에이멘 ‘뇌는 늙지 않는다’는 저서에서 비만은 뇌를 쪼그라들게 하고 이것이 나중에 치매나 알츠하이머 병 등을 유발한다고 하였습니다. 운동 부족은 단순히 몸을 둔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뇌를 일찍 늙게 만든다는 주장입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체중을 줄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예로부터 독서와 운동은 불가분의 관계였다.
운동은 단순히 열량만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뇌를 활성화시키고 뇌세포를 생성하게 합니다. 중국에서도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란 말이 있었습니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걸어라”는 뜻입니다. 리는 중국의 거리 단위로 1리가 약 4km에 해당하니 만 리는 4만km 즉 지구 한 바퀴에 해당하는 거리가 됩니다. 과학적인 관찰과 실험의 결과는 아니었지만 신체 활동과 독서 활동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옛 사람들은 체득하고 있었습니다.
운동은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닌 등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켜준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상식이 되었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은 뇌세포인 뉴런간의 연결인 시냅스를 강화시켜 결과적으로 학습 효과를 극대화 시켜 줍니다.
그 외에도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숙면을 취할 수 있으며, 새로운 뇌세포를 생성시켜 뇌의 손상을 막고,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어 주며 우울증을 없애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운동과 뇌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운동은 창의적인 뇌를 만든다.
앞의 기사에 나오는 네어퍼빌의 0교시 체육 수업을 토대로 ‘운동화 신은 뇌’를 쓴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교수는 2012년 한국을 방문하여 ‘학생들이 온종일 학교나 학원에 앉아 몸을 쓰지 못하게 하는 한국식 교육은 학생들 역량을 저하시키고 우울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공부를 하느라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선진국들은 체육을 강화하는데 한국만 역행한다’며 ‘매일 40분은 땀을 흘려야 뇌를 자극해서 집중력과 성취욕, 창의성이 증가한다’고 하였습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