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내 와 사라지는 습지
-지명에서 찾아보는 돼지와 모래내-
국토지리정보원은 2019년 기해년 돼지의 해를 맞이해 전국의 지명을 분석했다. 십이지의 열두 번째 동물인 돼지는 시간으로는 해시(오후 9시∼11시), 방향으로는 북서북, 달로는 음력 10월에 해당하며 이 시각과 방향에서 오는 사기(주술적으로 나쁜 기운)를 막아주는 동물로 여겨진다. 돼지는 제천의식의 제물로 사용되어, 제의의 희생을 의미하는 동시에 신통력이 있는 영물이며 길상의 동물인 까닭에 길조를 나타낸다. 많은 새끼를 낳는 습성 때문에 다산과 풍년의 상징인 동물로 재물과 다복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런 돼지와 관련된 지명은 총 112곳이며, 그 중 전남이 27개로 제일 많다. 경남 21개·전북 16개·경북 13개 등으로,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하고 평야지대라 소보다는 돼지를 많이 키워 퇴비로 활용하던 남쪽 지역 주변의 지명에 돼지가 자주 사용되는 듯 하다. 하늘에 제사지내기 위한 신성한 제물로 유래되는 지명으로는 전북 김제시의 ‘사직’, 경북 울진군의 ‘돗진’, 충남 당진시의 ‘이배산’ 등이 있다.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돝섬’은 가락국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사라진 후 사람들을 괴롭히는 황금돼지로 변했고, 그 후 괴이한 빛이 되어 이 섬으로 날아가 돼지가 누운 모습의 섬이 되었다고 한다.경기도 이천시에는 옛날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던 효자가 절벽에서 약초를 뜯던 중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려 올라가 보니, 효자의 몸에 매달았던 밧줄이 바위모서리에 긁혀 끊어질 지경이 되었음을 보고 돼지울음이 효자를 살렸다 해 저명산(도드람산)이라 칭했다는 전설도 있다. 야생동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돼지는 두려움과 근심의 대상이기도 했는데 경북 의성군 ‘도직골’, 경북 문경시의 ‘돌마래미’, 강원 삼척시 ‘돗밭골’ 등 돼지가 많이 나타나 농작물에 피해를 줘 유래된 지명도 있다. 또한 마을의 형상이 돼지머리, 돼지코 등을 닮았다고 해 유래된 흥미로운 지명도 있다. 충남 보령시 ‘도투머리’, 충남 태안군 ‘둔두리‘는 마을 모습이 돼지머리처럼 보인다 해 유래됐다. (제주돼지,강화돼지들이 유명했으며 100년 이전 돼지들의 평균 무게는 30kg정도였으며 삼겹살 부위는 없었다.)
돼지해에 돼지와 연관된 지명을 찾아 보면서 전 국토가 도시화되면서 사라져가는 하천변 모래톱을 떠올려 본다.
모래와 연계된 지명으로는 모래재(말재),모래내로 명명하고 있는데 큰 고개, 크다,큰내라는 뜻을 품고 있다.
모래내라는 지명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서울 북가좌동과 연희동 사이의 홍제천을 끼고 있는 모래내를 비롯하여 충북음성 덕정리, 전북완주 덕천리,전주 인후동,인천 구월동,강원도 원주시 단계동이 있다.
전주의 모래내 마을은 과거 후백제의 왕도인 전주를 수호하였던 사방신 중 우백호에 해당하는 기린봉에서 발원해 북현무(거북바위) 아래로 흐르던 전주천의 지류가 곡류로 흐르던 하천에 모래 퇴적물이 쌓여 불려졌다고 전한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모래내는 전통시장이 있지만 이미 폐허가 되어 온존한 시장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2천원짜리 칼국수,3천원짜리 자장면등으로 손님을 끄는 식당이 모래내의 말미를 끈질기게 지키고 있다.
북한산에서 발원한 홍제천(弘濟川)은 1983년과 1988년에 하천 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해 1999년 2월 현재 18.94km에 달하는 유역의 하천 개수가 완료되었는데 평균 너비는 50m이다.
조선시대에 이 하천 연안에 중국의 사신이나 관리가 묵어 가던 홍제원(弘濟院)이 있어 홍제원천(弘濟院川)이라고도 한다. 모래가 많이 쌓여 물이 모래 밑으로 흘렀다고 해서 모래내 또는 사천(沙川)으로도 불리며, 세검정 인근의 상류 부근에서는 세검천(洗劍川)이라고도 불린다.
서울시가 편찬한 ‘서울의 가로명 연혁’을 보면 세검정 아래의 맑은 물이 홍제원에 들어와 모래가 많아지면서 하천물이 이곳으로 오면 물이 모래속으로 스며들어 붙여진 이름이다.
홍제원천이라 불리게 된 것은 모래내 옆에 조선시대 중국 사신들이 무악재를 넘어 한양성에 들어가기 전 일상복을 벗고 예복으로 갈아 입었으며 나그네의 숙소와 환자에게 약을 주던 구훈기관인 홍제원(洪濟院)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래톱,사빈(沙濱)은 하천에서 운반되거나 파도에 의한 해안 침식으로 인해 생긴 모래가 퇴적되어 만들어지는 모래해안이나 모래강변을 말하는데 4대강 사업과 함께 많은 모래톱이 사라지기도 했다.
소설가 김정한이 1966년 발표한 소설 ‘모래톱이야기’에는 주인공 황거칠이 식수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산의 수도를 연결하면서 발생되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친일 인사들과 정치권력의 방해 속에서도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적극적으로 삶을 대응하는 주인공을 통해 삶의 개선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60년대에 이미 소설가는 도시개발의 문제와 국유지의 권력남용을 통한 부정적인 사용등을 소설로 고발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가 최근 3년간 전국의 습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74곳의 습지가 소실되고 91곳은 면적이 감소했다는 씁슬한 보고를 했다.
국가습지현황정보 목록에 등록된 2,499곳의 습지 중 총 1,408곳의 습지를 대
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실된 습지 74곳을 지역적으로 나눠보면, 경기 23곳, 충
청 21곳, 강원 13곳, 전라 12곳, 제주 3곳, 경상 2곳으로 확인되었다.
면적이 감소된 습지 91곳은 전라 52곳, 경기 19곳, 경상 12곳, 강원 8곳 순인
데 과수원등 경작지로 변질된 곳이 29곳, 산업단지와 택지로 전환된 곳 20곳
등 내륙습지 대부분이 무분별한 개발압력에 사라지고 있다.
환경부는 단기적으로는 앞으로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할 때,
사업부지에 습지가 포함된 사업의 경우 중점평가 대상에 포함시켜 습지 훼손
을 최소화하고 훼손이 불가피한 경우는 이에 상응하는 신규 습지 조성을 유도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시행하고 있는 습지총량제와 같이
습지의 훼손을 근본적으로 사전예방하기 위해 자연자원총량제 도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의 습지총량제를 보면 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경우, 습지 개발자로 하여
금 상실되는 습지의 면적과 그 가치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으로 훼손된 원습지를
복원 또는 대체습지를 훼손된 습지 면적의 약 1.4배 이상을 조성해야 한다.
지역간 분쟁 등 대체습지를 조성할 수 없을 경우에는 습지은행으로부터 습지
권(credit)을 구매하거나 일정 금액을 대체납부금으로 납부함으로써 보상 조치
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습지는 2017년 12월 기준으로 2,499개의 내륙습지가 등재되어 있
는데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산업개발로 인해 더 이상의 습지 훼손을 방지하는
노력을 절감하면서 지명에서 찾아보는 모래톱(모래내)의 옛 향수를 더듬어 본
다.
언젠가는 제진역에서 동해선 열차를 타고 금강산역을 지나 원산항에서 명사십
리(鳴沙十里) 모래밭 십리길을 걸어가며 동해로 떠오르는 해를 안아보리라 꿈을
꾼다.(꿈은 언제나 자유롭고 찬란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