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김장을 심어 바닷물 절임배추를 판매했던 밭에 감자를 심어봤습니다.
농사 경력 30년에 감자 농사는 처음입니다.
김장 뽑은 밭을 그 이듬해까지 놀리기 싫어 궁여지책으로 감자를 심어 봤습니다.
종자는 '수미' 라는 품종이고 강원도 대관령에서 구입했죠. 참고로 감자는 자기밭에서 캔 종자를 심으면 수확량이 60% 감소 한다고 하네요.
300평 정도의 밭에 20kg 상자 5상자를 구입헤서 심었습니다.
올봄엔 유난히 봄비가 잦아서 파종을 늦게 했기 때문에 감자 씨알이 굵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물론 퇴비는 충분히 뿌렸고요.
감자 싹이 올라오고...감자꽃이 피고.... 그렇게 봄날이 갔습니다.
무성하던 감자 이파리가 시들기 시작한 건 여름이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흔히들 감자를 두고 하지(夏至) 감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감자 수확을 하지 무렵에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하지 무렵에는 감자가 홍수 출하되기 때문에 모두들 일찍 캐서 대도시 공판장에 보냅니다.
덜 여문 감자가 소비자의 식탁에 올라가는 것이죠.
해토마루는 일손이 딸려서 하지가 지나고도 한참 있다가 감자를 캤습니다.
정말 감자가 잘 영글었을 때 캔 것이죠.
감자가 가장 맛있을 때는 감자의 표피에 거미줄 형상이 있을 때라고 하네요.
이는 감자의 속살에 전분이 가득 찼다는 뜻이랍니다. 당연히 감자의 씨알도 굵고요.
무척 무더웠지만 감자 캐는 재미가 정말 좋았습니다. 감자 두둑을 경운기가 지나가면 감자가 데굴데국 굴러나오는데 돈하고는 상관없이 수확의 기쁨을 만끽했죠. 보통 잘 지었다는 감자 농사는 수확이 30배라는데 우리는 40배 수확을 했답니다.
씨감자 5상자를 심었는데 200상자를 캤어요.
일하는 분들 모두 놀랐습니다. 그것도 감자의 크기가 아이들 머리통만한 것들로....
처음 생각에는 해투마루를 통해 인터넷으로 판매를 할려고 했는데 감자 수확이 너무 많아 서울 가락동에 경매를 했답니다. 그때는 감자가 홍수출하를 할 때라 시중 시세가 1상자에 잘해야 12,000원 정도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주체를 할 수 없어 서울로 감자를 시집 보냈습니다.
그날 저녁 밤 11시 쯤이었습니다. 서울 가락동 한국청과 경매과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감자농사 잘 지었습니다. 오늘 가락동 시장 감자 중에서 최고로 뽑혔습니다. 가격은 1상자 당 20,000원에 경매 낙찰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근래 들어 농사지어 이렇게 기쁜 날은 오랫만입니다. 비가 잦았던 지난 봄날과 무더운 여름의 수고가 스르르 사라졌습니다.이웃에게 나눠주고 싶은 만큼 나눠주고도 몇 상자 남았습니다. 사진으로만 선을 뵈어서 죄송!
해토마루 감자.... 참, 미련하게도 크다.
첫댓글 감자농자 정말 잘 지으셨네요.
수고한 보람과 수확의 기쁨이 배가 되셨을것 같네요.
축하합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