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말 필자의 종로점포가 있는 상가를 완전히 개축하면서, 뒷 쪽에 공냉식 분리형 7.5톤 짜리 패케이지에어콘을 새로 설치하였는데, 측면에 환기구를 만들어 붙일 수 없을까 하고 내부를 들여다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유인 즉슨, 팽창변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서키트가 9개로 되어있는 증발기의 디스트리뷰터 (Distributer)에 모세관 9개를 달아 팽창변 역할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용량이 적고, 공장에서 규정의 냉매를 미리 주입하여 출고하는 냉장고나 룸쿨러 같은 기종에는 모세관 하나로 훌륭하게 냉매 흐름을 제어하여 팽창변 구실를 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증발기 온도를 10도로 하고, 응축기 온도를 50도로 하는 1톤 짜리 룸쿨러를 설계한다면, 그 상태에서 압축기가 압축해야 할 기체 냉매의 부피가 계산됩니다. 모세관은 압축기가 처리하는 냉매 량 만큼만 통과시키도록 그 굵기와 길이를 측정하여 달아주면 됩니다. 냉매의 과열 (superheat)와 과냉 (sub cooling)은 냉매 주입량으로 조정을 해야 합니다 (공장에서).
문제 1
냉매의 흐름을 일정하게 하기 위하여서는 모세관을 하나만 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위와 같이 모세관 9개를 병렬로 달면 어떤 형상이 생길까요. 길이와 굵기가 똑 같은 모세관 9개가 일 직선으로완전히 평행하게 달려 있다면 문제가 없으나, 9개 모세관 중 한 개가 약간이라도 더 꾸뿌러 있다면, 그 모세관의 냉매흐름에 대한 저항이 증가할 것이고, 그 모세관으로 흐르는 냉매량은 다른 모세관 보다 적을 것이며, 그 모세관이 달린 회로 (circuit)는 설계대로의 냉동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문제 2
패케지에어콘에도 모세관을 못달 이유는 없으나, 수냉식처럼 냉매싸이클이 공장에서 완전 봉합된 기종에 해당됩니다. 분리형 공냉식은 현장에서 냉매를 주입해야 하는데, 냉매의 과열도 (superheat)와 과냉도(subcooling)을 철저히 측정하면서 냉매를 주입하여야하고 ("서비스 - 서비스 이야기"편 참조), 측정하면서 적정량을 주입하였다 하더라도, 증발온도와 응축온도가 설계치 보다 달라지면 냉매의 과냉도와 과열도가 자동으로 변하게 됩니다 (감온팽창변과 달리). 냉매의 과냉도와 과열도가 설계치에서 벗어나게 되면 냉동 효율의 저하를 가져옵니다.
현실은 어떻습니까.
대부분의 서비스맨들은 냉매의 과열도와 과냉도를 측정하면서 현장에서 냉매를 주입하지 않습니다 ("서비스 - 시운전 이야기" 참조).
매니폴드의 압력만 보면서 대충 냉매를 주입하고 맙니다.
문제 3
시스템 내부에 있는 냉매량이 얼마 안되는 적은 시스템에 모세관을 적용해야합니다.
7.5톤 짜리는 너무 큽니다.
써모스타트에 의하여 에어콘의 운전이 정지하면, 모세관을 통하여 냉매가 계속 흐르기 때문에, 증발기와 응축기의 압력은 즉시 평행이 됩니다. 실외기가 2층 건물의 옥상에 설치되어 있어, 그림과 같이 냉매 배관이 수직으로 길 게 늘어져 있으면, 운전이 정지되면, 이 수직 배관에 있던 액 냉매가 모두 증발기 안으로 들어갑니다.
(오른 쪽 사진의 오른 쪽에 보이는 희고 꾸불꾸불한
수직 선이 냉매배관입니다.)
이 액매가 미쳐 증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에어콘이 재 가동하게 되면, 압축기가 액압축을 하게 됩니다. 액 압축을 하게 되면 오일폼잉 (oil foaming)현상이 일어나, 냉동유가 묽어지고, 냉동유가 넘어가며, 윤활 부족으로 압축기의 수명이 단축됩니다. 로타리 압축기나 스크롤 압축기는 영향을 덜 받겠으나, 왕복동 압축기는 발브플레이트가 휘거나 파손되는 원인이 되고, 휠 경우 압축능력이 떨어져, 냉동용량의 현저한 감소를 가져옵니다.
이와 같은 에어콘은 당장 압축기가 망가져 못쓰게 되는 일은 드믈지 몰라도, 설계된 대로의 냉동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전기만 많이 먹고, 냉동용량은 떨어지는 시원찮은 에어콘이 되고 맙니다.
제조자는 감온팽창변을 생략하여, 에어콘 제작 원가를 낮추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효율을 희생한 원가 절약이기 때문에 회사 망해먹는 원가 절감입니다.
에어콘의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절약을 우선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상기 에어콘의 실제 용량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ARI 같은 냉동용량 인정 공식기구가 하루 속히 발족하여, 위와 같은 속임수 장치를 장착한 에어콘이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기대해 봅니다만, 모든게 거꾸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