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경혜 지음, 바람의 아이들 (중1부터)
<난 두렵지 않아요>, 프란체스코 다다모 지음, 이현경 옮김, 노희성 그림, 중앙M&B (중1부터)
<상상력 먹고 이야기 똥 싸기>, 다니엘 페낙 외 지음, 김병호 외 그림, 박언주 외 옮김, 낮은산 (중1부터)
-인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새소리 백가지>, 이우신 글, 유회상 녹음, 다니구치 다카시 그림, 현암사 (중1부터)
<고딕 성당>, 데이비드 맥컬레이 지음, 하유진 옮김, 한길사 (중1부터)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 지음, 길찾기 (중2부터)
<내일로 희망을 나르는 사람들>, 박수정 지음, 이학사 (중2부터)
<부자 엄마 부자 딸>, 언니경제연구회 지음, 이유책 (중3부터)
<5교시 국사 시간>, 윤종배 지음, 역사넷 (중3부터)
<권력과 테러>, 존 준커먼, 다케이 마사카즈 엮음, 홍한별 옮김, 양철북 (고1부터)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 이명옥 지음, 다빈치 (고1부터)
<니가 뭔데>, 고상만 지음, 청어 (고1부터)
<백기완의 통일이야기>, 백기완 지음, 청년사 (고2부터)
<헌법의 풍경>, 김두식 지음, 교양인 (고2부터)
<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나무와숲 (고2부터)
<철학 읽어주는 남자>, 탁석산 지음, 명진출판 (고3부터)
-과학-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화산 이야기>, 이지유 지음, 미래M&B (중1부터)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자>, 한영식 지음, 이승일 사진, 사이언스북스 (중2부터)
<발견하는 즐거움>, 리처드 파인만 지음, 승영조 ․ 김희봉 옮김, 승산 (고1부터)
<파브르 평전>, 마르틴 아우어 지음, 인성기 옮김, 김승태 감수, 청년사 (고1부터)
<아톰으로 이루어진 세상>, 라이너 그리스하머 지음, 송병찬 옮김, 생각의나무 (고1부터)
<사고(思考) 뭉치 아인슈타인 엘리베이터를 타다>, 송은영 지음, 에피소드 (고2부터)
<엉클 텅스텐>,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바다출판사 (고2부터)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라몬 이 카할 지음, 김성준 옮김, 지식의풍경 (고2부터)
<판스워스 교수의 생물학 강의>, 프랭크 헤프너 지음, 윤소영 옮김, 도솔 (고2부터)
<과학 우리시대의 교양>,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기획, 이필렬 외 지음, 세종서적 (고3부터)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경혜 지음, 바람의 아이들 (중1부터)
제목이 눈길을 끈다. 제목은 오토바이 사고로 아깝게 세상을 등진 남학생의 일기장 처음에 쓰여진 문장이다. 사고로 죽은 중2 남학생은 우리네 중학생들과 별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낸다. 학원을 오가고, 여학생을 짝사랑하고, 게임을 좋아하고, 권위적인 아빠에게 속으로만 대항하고. 그리고 그 남학생과 우정을 나누었던 여학생이 이제 남겨진 일기장을 읽는다. 학교에서의 절망과 희망, 시체처럼 죽음을 가장하는 놀이, 그 시기의 간절한 사랑, 새롭게 맺는 가족의 모습은 한 발짝만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우리 교실에서도 익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연애소설만 읽는 아이들이나, 꽤 심각한 소설을 읽는 아이들 모두에게 반응이 좋았다. 농촌에서 자란 어른들의 성장기가 아닌, 자기들과 똑같이 생활하고 환호하고 절망하는 책 속의 인물이 마음에 와닿았다고 했다. 학교와 가정의 위선에 대해 아이들의 눈으로 엄정하게 바라보는 책, 이 책을 읽고 나는 간절히 아이들의 우군이 되고 싶었다. 이 책의 유미와 재준이같은 친구들이 올 여름 이 책을 읽고 외로움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 서미선 추천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화산 이야기>, 이지유 지음, 미래M&B (중1부터)
‘지식을 위한 지식’ 전달에만 급급한 많은 과학서적에 비해서 이 책은 쉬우면서도 즐겁게 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우리에게 화산이라는 소재는 그리 친밀하지 않다. 그런 친밀하지도 않은 소재를 지은이는 체험(지은이는 1년 동안 하와이에 살면서 화산구경을 다녔다고 한다)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또한 함께 곁들여진 별똥별 아줌마가 직접 그린 그림과 가족들의 사진들이 훨씬 내용을 친근감 있게 전달하도록 돕는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화산이라는 것은 단지 무서운 자연의 재앙이라기보다는 자연의 변화과정이며 지구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려운 지구과학 이론들을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고 흡족해들한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자연 현상들이 인간 중심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현상 그 자체에 담긴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공부를 했으면 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 이수정 추천 (경기 양일종고 국어교사 jina-mam@hanmail.net)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새소리 백가지>, 이우신 글, 유회상 녹음, 다니구치 다카시 그림, 현암사 (중1부터)
제목 그대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새소리를 담은 책. 그저 새의 모습이나 생태 등을 보여주는 기본 설명서와 함께 대단히 빼어난 새소리 씨디가 함께 제공되어 보고 듣는 책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실제로 멧비둘기와 소쩍새, 파랑새가 우는 마을과 숲을 비롯하여 산과 계곡, 습지와 바다 등을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새들의 다양한 소리를 들으면서 관련 설명을 읽는 것은 무척 훌륭한 체험이 될 것이다. 어떤 음악도 자연의 소리를 따라올 수 없다는 사실도 곁들여 깨닫고. 어느 정도 새소리에 익숙해지면 어떤 새소리인지 혼자 또는 여럿이 맞혀 보는 것도 재미있다.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야외로 나갔을 때 들리는 새소리들을 모두 알 수 있다면 자연에 대한 관심과 사랑, 생명 존중과 환경 보호에 대한 자연스러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성적과 결부시키지 않는다면, 개학 후 재미있는 새소리 알아맞히기 퀴즈 잔치도 열 수 있다. 이 소리는 어떤 새의 소리인가? 백문(百聞)과 백견(百見)이 서로 합친 그야말로 ‘딱!’인 책.
- 허병두 추천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dreamwiz.com)
파키스탄 소년 이크발 마시흐의 짧지만 아름다웠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이크발은 ‘아동노동의 착취’를 고발하고 13살의 나이에 괴한의 총에 맞아 생을 마감한 ‘소년 노동 운동가’다.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폭력에 시달리며 노예처럼 사는 파키스탄 아이들이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과 카펫을 보러 온 외국 사람들 앞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펫을 칼로 잘라버린 이크발의 두려움 없는 행동은 처절하면서도 아름답다.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과 그들의 소박한 꿈과 끈질긴 생명력은 우리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 이미숙 추천 (책따세 운영진, 학부모 loveljy@kornet.net)
<상상력 먹고 이야기 똥 싸기>, 다니엘 페낙 외 지음, 김병호 외 그림, 박언주 외 옮김, 낮은산 (중1부터)
교사가 된 첫 해에 아이들과 ‘이야기 이어가기’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우리의 전설 중에 하나인 ‘아기장수’ 전설의 앞부분만 제시하고 나머지를 학생들이 완성하게 했다. 사실 내가 이 수업을 한 이유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자는 목적도 있었지만 우리 나라 전설을 하나 알려주자는 의도가 더 컸다. 그런데, 아이들이 완성한 글은 그야말로 훌륭했다. 기발한 생각과 넘치는 재치가 가득한 글이 많았다. 혼자 그 글들을 읽으면서 킬킬대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아이들이 썼던 글을 모아두었으면 좋은 자료가 되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여기에 이런 아쉬움을 채워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재미있는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이야기의 첫 부분을 시작하면, 청소년들이 뒤를 이어 결말을 쓴다. 작가와 아이들이 호흡을 맞춰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엿보는 것이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또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가의 첫 부분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일 수업 시간에 당장 이 책의 한 꼭지를 복사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그리고 함께 글 쓰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 작품을 직접 써보는 것보다 더 좋은 문학 공부는 없으니 말이다.
- 조영수 추천 (서울 창문여고 국어교사 notshy0120@hanmir.com)
<고딕 성당>, 데이비드 맥컬레이 지음, 하유진 옮김, 한길사 (중1부터)
이 책은 아름다운 건축물인 고딕 성당이 어떻게 지어지는가 흥미 있게 알려 준다. 저자는 1252년, 가상의 중세 도시인 쉬트로 지방에 대성당이 지어지기 시작했다고 설정한다. 이어서 무려 86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이 대성당이 어떻게 지어지는가 짤막한 설명과 함께 단계별로 잘 보여 준다. <도구와 기계의 원리>를 지은 저자답다.
특히 놀랍도록 훌륭한 세밀화가 책 전체에 가득한데, 간결한 흑백 색상으로 꼼꼼하게 그려져 학생들의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림을 관찰하게 하게 됨으로써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고딕 성당의 일반적인 건축 과정이 속속들이 떠오르게 해준다.
인문서와 과학서, 어느 한쪽으로 규정하기 곤란한 책이다. 같은 시리즈인 <큰 건축물>, <도시>, <땅 속 세상>, <성> 등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중1부터 일반인까지, 나아가 건축과 과학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교 고학년에 이르기까지 권할 만하다.
- 허병두 추천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dreamwiz.com)
<내일로 희망을 나르는 사람들>, 박수정 지음, 이학사 (중2부터)
어릴 적 버스에서 두 아저씨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철근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땅속으로 꺼질 것 같다며 욕을 써가면서 허허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슬퍼 보였던지...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 아저씨의 조그만 체구와 얼굴이 선명하게 생각이 났다. 그리고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쪼글쪼글한 할머니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모두 우리의 이웃들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이웃인데도 멀리 있거나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이웃들을 옆자리로 끌어다 놓는다. 작가는 구로동의 공부방 아이들, 중국교포, 여성농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탈북자, 비전향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펼쳐놓는다. 지금은 비록 힘들고 지친 삶이지만 내일은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들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웃의 희망을 노래하고 그들의 따뜻한 이웃이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가는 ‘내일’은 좀더 따뜻한 세상이 되어있지 않을까?
- 이미숙 추천 (책따세 운영진 학부모 loveljy@kornet.net)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 지음, 길찾기 (중2부터)
역사책의 묘미는 바로 관성적으로 받아들이는 역사적 사건, 그 이면을 들춰보는 것이 아닐는지. 그런 면에서 확실히 이 책은 감춰진 이면을 들춰보는 재미가 있다. 십자군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이면을 만화적 유머와 재치, 그러면서도 녹록지 않은 역사적 지식들을 바탕으로 재밌게 들려준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에 빠져 있노라면 우리 몸에 젖어 있는 서구 중심의 지식들과 사고체계가 그동안 얼마나 절대적이었는가에 놀라게 된다.
1000년 전의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오히려 더욱 깊이 있게 오늘날 일어나는 지구상 구체적 사건들을 나름대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 준다. 아무리 세계화가 된다고 하지만 결국 아시아인일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늘상 서양인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중간중간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시사적인 유머들이 섞여 있다는 점이 학생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만화가의 재치와 능청스러움이 이를 잘 극복하여 쉽게 읽힌다.
- 임영환 추천 (서울 우신고 국어교사 choyain@hanmail.net)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자>, 한영식 지음, 이승일 사진, 사이언스북스 (중2부터)
도서관의 400번대 서가에서 사는 학생이 있다. <개미제국의 발견>에서부터 <애완동물도감>까지 그 학생의 손길이 가지 않는 책이 없다. 이 책은 그 친구가 반납하면서 재미있어서 늦게까지 다 읽고 잤다고 입이 침에 마르게 칭찬을 한 책이다. 같은 곤충매니아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 것은 아닌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곤충맹(盲)인 내게도 잘 읽혔다.
이 책의 저자는 곤충학자가 아닌 딱정벌레 동호회를 운영하는 애호가 입장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딱정벌레 왕국을 소개하기 위한 꿈을 꾸고 있다고 한다. 학자가 쓴 글은 아니지만 10여 년 동안의 채집과 연구 활동을 통해 전문 연구가 못지 않은 안내 자료와 함께 자연을 꼼꼼하게 살펴본 과정을 함께 실었다. 딱정벌레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경험한 것을 경이롭게 설명하는 글이 공들여 찍은 사진과 함께 잘 어울린 책이다.
관심을 가지고 보니 이제까지 볼 수 없던 것들이 다 보인다는 말을 한다. 문화유산이 그렇고 제각각 다른 나무의 세계가 그렇고, 이젠 딱정벌레의 왕국이 그렇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관점일 뿐, 우리가 생기기도 이전에 이미 딱정벌레는 지구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고 번성했다. 이 책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딱정벌레를 통해서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 어릴 때부터 뭇것들을 키운 경험이 있는 아이들, 자연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열정과 지식과 감동을 준다. 이 책을 읽고 꼬마 파브르들이 좀 더 많아지길 바란다.
- 서미선 추천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소녀의 마음>,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 (중2부터)
이혼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가족이 너무나 소중한 존재임을 알면서도, 때때로 이해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고, 또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이유로 쉽게 다투며 차라리 헤어져 살기를 꿈꾸는 요즘, 여기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고 새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는 열여덟 살 소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담담한 가르침을 전해 준다.
주인공 소녀 ‘가스리’는 부모님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오히려 부모님에게 자신이 조그만 도움이라도 줄 수 있기를 바라는데, 나는 같은 또래로서 그녀가 얼마나 자기 자신을 다듬으려 노력했을까 또 얼마나 자기 마음을 조절하려 애썼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가스리’는 스스로 서는 건강한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가스리’는 우리에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잘하고 세세한 일상 생활을 진실되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지금 나는 조그맣지만 꿋꿋한 마음을 지닌 한 소녀에게서 솔직하고 진실된 편지 한 통을 받은 느낌이다. 너무나도 바쁜 이 시대에, 우리 주위의 사람들과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 양유경 추천 (서울 백암고 1학년 학생)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임길택 지음, 보리 (중3부터)
조그만 아이 둘과, 그 아이들 앉은 키 만큼 머리를 아래로 숙이며 빙그레 웃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인다. 올망졸망한 그 모습을 본 순간, 이 책의 느낌이 전해진다.
시인이면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평생을 산 글쓴이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산골에서, 탄광마을에서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참 따뜻하다. 어린 친구들의 마음을 곁에서 지켜보며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어하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렸다. 공부를 좀 못하고 몸이 좀 불편한 특수반 아이의 때 낀 손톱을 깎아주며 아이의 가난한 삶을 함께 느끼고, 토를 한 아이를 옆에서 그냥 지켜보는 아이들을 보고는 직접 토한 것을 치우면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가르친다.
이 책을 읽으면 가난한 사람들과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잘은 못해도 성실하게 사는 것이, 많이 가지는 것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나눠 먹는 것이 가치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착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과서 내용을 머리로 알고 있는 것보다 실제로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름답고 의미있는 것임을 아이들도 마음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이다.
- 노훈금 추천 (책따세 운영진, 사서교사 hungum@hanmail.net)
<5교시 국사 시간>, 윤종배 지음, 역사넷 (중3부터)
학교에서 10년 넘게 국사를 가르쳐 온 현직 교사가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역사를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갈무리한 책이다. ‘지루하고 따분한 골칫거리’ 국사를 우리 인간의 삶이 담긴 이야기로 둔갑시키려는 게 윤 선생님의 기획 의도였다.
구석기를 ‘뗀석기’로 표현하는 등 까다로운 역사 용어나 고리타분한 표현을 알기 쉬운 말투로 바꾸고자 애썼다. 또, 삼국 통일이니 전분 6등법이니 하는 중요 사건의 의미를 모의 재판, 역사 뉴스 등 다양한 방법을 써 탐구해 가는 과정을 그대로 실어 역사가 ‘암기해야 할 낱낱의 정보’가 아닌 ‘살아 있는 이야기’로 다가오게 하였다.
아이들이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요.” 물어 올 때 이 책을 권해 주면 대개 중간에 덮지 않고 끝까지 읽어 보는 것은, 이런 책의 특징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모둠 토의 등의 과제가 주어졌을 때 보조 자료로도 괜찮다.
- 김미경 추천 (경기 의정부공고 국어교사 mi10@orgio.net)
<부자 엄마 부자 딸>, 언니경제연구회 지음, 이유책 (중3부터)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부자’라는 낱말이 몹시도 거슬렸다. “너도 나도 <부자>타령이라니 이런 속물같은 책을 어찌!”라는 마음에 한쪽으로 치워놓았다. 그러다 찬찬히 읽어보니 내가 생각한 책과는 영 다른 책이었다. 진정한 부자는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미친 듯 노력하며 살고, 자신에게 주어졌던 것을 - 돈이든 재능이든 - 사회에 다시 환원하여 다른 이들과 나누며 사는 것을 바탕에 두고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정치부 기자, 변호사, 개그우먼, 공무원, 한의사, 마술사, 디자이너, 축구심판, 댄서, 안무가, 육군소령, 수의사, 만화예술가, 여행사 대표, 패션정보 이사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의 열정적인 삶을 그려 놓았다. 그리고 ‘○○○○이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내 딸을 ○○○으로 키우고 싶다면’의 글을 통해 직업의 세계로 가는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첫 부분의 지나치게 발랄한(?) 구어체 문장들이 거부감을 주긴 하지만 이 책이 지닌 보석 같은 가치는 그대로이다.
- 서경은 추천 (서울 중앙여고 사서교사 snose@hitel.net)
<뽀뽀 상자>, 파울로 코엘료 외 지음, 임미경 옮김, 문학동네 (중3부터)
어린 시절을 주제로 나름의 독특한 빛깔을 지닌 17명의 작가가 엮어낸 이야기들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때론 황당함으로, 때론 슬픔과 애처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또한 한 번 읽고 지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곱씹어야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쩌면 유년기나 청소년기를 거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의 이야기들처럼 모두 나름대로 삶의 결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어린 시절을 다 지나온 어른으로서 그 시절은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그때라고 고민이 없었겠는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인생에서 아무런 고민 없던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유년기나 청소년기를 지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그러기에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삶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며, 심오한 삶의 먼먼 길을 걸어가는데 필요한 내공을 쌓게 할 것입니다. 또한 이 책을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께서 읽는다면 어린 시절을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이 책을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이번 여름방학에 서로에게 한 발짝씩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로 삼길 바래봅니다.
- 이수정 추천 (경기 양일고 국어교사 jina-mam@hanmail.net)
<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북폴리오 (중3부터)
엄마의 쓸데없는 책 읽지 말라는 잔소리가 있다면, 우리에겐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심리가 있다. 그 법칙에 따라 더 열심히 읽은 <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카즈키의 책은 진짜 충격적이었다. 재일교포와 일본이 배경인 이 소설은 엄마랑 시시콜콜 말다툼이나 벌이고 학원을 오가는 우리와는 다른 환경, 다른 경험이었다. 그러나 먼 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 소설이 내겐 같은 소년 입장이었기에 공감하는 바가 컸다. 책에서 소년은 어른들이 꼼꼼하게 따져보고 고민하는 일들을 무모하게 저지른다. 폭행당한 딸의 아빠와 가해자 복싱 선수에게 싸움판을 만들고 성적처리 기계에 들어가 모두 100점으로 올려 버리는 일이 전개된다.
이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몽환적인 분위기도, 하이타니 겐지로의 교육자적인 문체도 없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유쾌하게 읽으면서 작가가 왜 이렇게 썼을까 곰곰이 따져보게 만드는 책이다.
- 김도영 추천 (서울 구룡중 3학년 tedybear112@hanmail.net)
<니가 뭔데>, 고상만 지음, 청어 (고1부터)
인권운동가가 우리 사회의 인권침해에 맞서 겨루며 살아온 이야기를 적었다. 인권침해 현장에 가서 문제를 제기하면, 그때 상대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 ‘니가 뭔데’였다고 하는데, 그 말을 책 제목으로 썼다. 책 속에 담긴 일들이 우리 사회, 지금 현실에서 실제 있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소설보다 더 믿겨지지 않고 영화보다 더 놀랍다.
하나같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들이어서, 학생들은 이 책을 굉장히 잘 읽는다. 책 구성이 울퉁불퉁해서 소제목마다 분량이 많이 다르지만, 그런 단점은 글쓴이가 겪고 고민한 내용이 워낙 강렬해서 이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세상을 만만히 보고 일찍부터 늙은 티를 내는 학생이나, 어디에다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무기력해하는 학생이 읽으면 좋겠다. 재능이 뛰어나서 대체로 이긴 자 쪽에 많이 있던 사람이 읽으면 세상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야성이 있는 책이다.
- 송승훈 추천 (경기 광동고 국어교사 wintertree91@hanmail.net)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이야기 1-2>, 홍순명 지음, 부키 (고1부터)
춘향전, 홍길동전, 나뭇꾼와 선녀, 심청전을 다시 쓴 이야기다. ‘더불어 사는 평민이 되자’는 말을 교훈으로 삼는 풀무학교 홍순명 교장선생님이 교지에 쭉 연재한 글을 책으로 묶었다.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는 옛이야기라고 해서 지나칠 책이 아니다. 큰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구석구석 손을 본 곳이 많고 세부 사실이 풍부해져서, 읽는 맛이 다르다.
글 중간중간에는 삶의 지혜를 담은 구절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데, 이 구절들은 세상을 오래 살면서 고뇌한 사람이 자기 삶에서 건져올린 문장들이라 보통이 아니다. 그런 문장에는 줄을 그으면서 읽으면 좋다. 이런 글을 보며 나는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옛이야기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익히고, 이 세상을 넘는 꿈을 가슴에 품기를 바란다.
너와 내가 함께 어우러져 여럿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 그런 밝은 세상을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책 전체에 가득하다. 반면 글쓴이가 읽는이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너무 드러난 글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 문장이 읽기 좋은 면도 있다. 가르치려는 의도가 강한 글, 그러면서 잔잔하게 읽히는 아름다운 글이다. 학생들은 대체로 재미있게 잘 읽는다.
- 송승훈 추천 (경기 광동고 국어교사 wintertree91@hanmail.net)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 이명옥 지음, 다빈치 (고1부터)
달리, 르누아르, 뭉크, 모네, 고흐, 신윤복, 김홍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화가들이다. 학생 때 미술 교과서에 실린 저들의 그림은 너무나 멀리만 느껴졌다. 그림이나 미술에 원체 관심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림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은 수학 공식만큼이나 어렵게 받아들여졌던 기억이 난다.
이런 나의 주관적 판단으로 보면 이명옥의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은 우리의 주변을 맴도는 교과서 미술에 대해 친근하게 설명하며 미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폭을 넓게 해주는 안성맞춤의 책이다. 풍속화, 누드화, 자화상, 정물화, 풍경화 등 17개의 주제를 통해 작품의 창작 배경과 기법, 주인공의 심리, 그리고 작품의 모델과의 관계 등, 이런 지은이의 설명은 미술 작품에 대한 내 걱정을 없어지게 만들었다.
독자들과 대화하는 듯한 지은이의 친근한 설명을 통해 예술가들의 불안과 절망, 인간 삶의 가치 그리고 예술가의 고뇌를 느낄 수 있고, 또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회 현실과의 치열한 충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미술 교과서가 더 이상 딱딱한 ‘미술 교과서’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지은이의 말처럼 친구처럼 미술과 사귀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
- 홍용기 추천 (서울 숭문고 지리 교사)
<권력과 테러>, 존 준커먼, 다케이 마사카즈 엮음, 홍한별 옮김, 양철북 (고1부터)
세계적 언어학자이기도 한 노엄 촘스키는 고발한다. 거의 모든 전쟁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폭력을 쓰는 강대국들의 권력 다툼에서 비롯된다고. 민간인을 향해 행사하는 폭력은 모두 테러며, 특히 “ ‘강한 자의 약한 자에 대한 테러리즘’이라는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서 ‘약한 자의 강한 자에 대한 테러리즘’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이 책은 ‘테러와 미국의 권력’에 대한 노엄 촘스키의 시각을 다큐멘터리 영화 <권력과 테러-우리 시대의 노엄 촘스키>(2002)로 만들면서 정리한 성과물이다. 직접 인터뷰를 하고 그가 행한 대중 연설 등을 옮겼기에 아주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평화를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내용들이 그의 다른 책보다 비교적 쉽게 제시되어 있다. 풍부한 자료와 명료한 비판을 접하다 보면 문제 제기하는 능력과 논리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키울 만하다. 기존의 관점을 깨뜨리는 데서부터 새로운 문제 해결의 싹이 돋는다. 우리는 얼마나 일방적인 고정 관념으로 현상을 해석하는가. 사회 문제에 관심 많은 중3부터 읽을 수 있지만, 대체로 고1부터 읽으면 무난하다.
- 허병두 추천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dreamwiz.com)
<발견하는 즐거움>, 리처드 파인만 지음, 승영조․김희봉 옮김, 승산 (고1부터)
여러 해 전 <파인만씨 농담도 정말 잘 하시네요!>를 읽으면서 내내 깔깔대고 웃었다. 그리고 리처드 파인만 씨의 ‘팬’이 되었다. 그는 현대 이론물리학에서 중요한 업적을 많이 남겼고,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약력으로 그를 설명하기는 한참 부족하다. 그는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 같다. 한때 그는 ‘금고 털이’로 명성을 날렸는데, 다른 방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그의 서류함에 기대어, 심심해서 손장난한다는 듯이 다이얼을 만지작거려 번호를 알아내 자신의 사무실에 적어 놓고는 긴급한 상황이면 서류함을 열어 주곤 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전하러 새벽에 전화한 기자에게 “아침에 전화해도 되잖소.”라고 쏘아 붙였고, 노벨상을 받게 한 연구를 2분 안에 설명해 달라는 사람들에게 “이봐요, 그걸 그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게 노벨상 감이 되겠소?”라고 대답했다는데 사실 그 답은 택시 운전기사의 충고를 따른 것이라고 한다.
동료들은 이런 그를 “반은 천재 반은 광대”라고 했는데,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한 일을 만년(1981)의 인터뷰에서 “아마 나는 성취감에 눈이 멀었나 봅니다.”라면서 ‘비도덕적인 일’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과학자들이 밤새워 연구하는 진짜 이유는 “짜릿한 발견의 순간, 발견하는 즐거움에 이르기 위해서이다.”라고 이야기하던 그에게서 자신의 처지를 진리의 바닷가에 서 있는 조개 껍데기를 줍는 어린아이와 같다고 말한 뉴턴의 겸손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과대광고(?)가 될까?
이 책은 단순히 파인만의 일화만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고 과학관련 강연, 인터뷰, 통찰이 담긴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학생들부터 읽는 것이 좋겠다.
- 서경은 추천 (서울 중앙여고 사서교사 snose@hitel.net)
<아톰으로 이루어진 세상>, 라이너 그리스하머 지음, 송병찬 옮김, 생각의나무 (고1부터)
아톰, 즉 원자로 이루어진 세상에는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까?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 적합한 과학교양서가 바로 <아톰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저자는 원자를 의인화하여 화학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준다. 이때 원자들의 교실에 등장하는 과학자 2명이 바로 원소주기율표를 창안한 천재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1907년 작고)와 세계적 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철 카슨(1907년 출생). 이들은 교사로서 원자들에게 원자의 세계에 대해 가르치게 하지만 이내 원자 스스로가 자신이 설정한 주제에 따라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서로 특성이 다른 원자들을 교실의 학생들로 비유하고 다시 이들을 가르치는 교실로서 책을 구성한 것이 재미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화학 개념이 소개된다. 화학이라면 그저 외우는 과목, 온갖 분자식과 원소주기율표로 딱딱하게만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재미있고 유쾌한 화학책이다.
- 허병두 추천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dreamwiz.com)
<파브르 평전>, 마르틴 아우어 지음, 인성기 옮김, 김승태 감수, 청년사 (고1부터)
과학의 달에 쓸 독후감을 위해서 도서관을 찾은 학생이 시튼의 전기도 되냐고 물었다. 내게도 왔던 시튼과 파브르가 그들에게도 찾아왔다. 나는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쥘 베른의『해저 이만 리』나, 다윈의 일생을 다룬 전기도 충분히 과학책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며 책을 골라줬다.
이 책은 파브르의 친구였던 르그로와 들랑주의 전기, 그리고 ‘파브르 곤충기’로 알려진 그의 저술을 바탕으로 쓴 평전이다. 한낮의 태양을 받으며 관찰에 몰두하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곤충들이 사는 지구, 그곳에서 파브르가 산 역사적 시간을 언급하며 시작한 글은 인간 파브르를 우리 곁에 되살렸다. 어린 시절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는 쇠똥구리나 나나니벌의 솜씨가 그저 놀라웠는데 다시 읽어보니 거기 사물의 비밀을 순진한 눈으로 탐구했던 인간 파브르가 있었다.
그러나 학문적인 성과를 앞세우기 전에, 파브르는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배움의 기쁨이나 세계를 해명하는 일을 멀리해야 했던 당시에 정신적 삶의 소중함을 몸소 실천한 교사였다. 배우는 기쁨을 전하기 위해 그가 참여했던 시민 강좌, 교과서 집필 작업에서 그가 되뇌었다던 ‘이해하지 못하는 가르침은 사람을 퉁겨 나가게 만듭니다’는 문장, 그리고 충분히 엄숙하지 못해서 비난을 받았다는 그의 관찰 기록은 지금 우리의 공부와 글쓰기,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가르침을 준다.
이 책을 초등 시절 과학 동화로 파브르와 시튼을 만났던 아이들에게 권한다. 저자가 달아놓은 소제목들의 의미를 상상하며 책을 읽다가, 파브르의 식을 줄 모르는 열정과 끈기를 배워도 좋고, 이 책을 징검다리로 삼아서 곤충의 세상과 만나도 좋겠다. 스스로 찾아 읽는 책은 아니지만, 과학자의 삶을 깊이 있게 안내하고 있어서 고등학생 이상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 서미선 추천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휴전선의 무지개>, 이명희 엮음, 문학과지성사 (고2부터)
전쟁이니 분단이니 하는 것을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저 먼 나라 이야기거나 먼 옛날 일로만 생각하며 거침없이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김하기, 이창동, 이호철, 곽학송, 김원일, 송원희, 윤흥길, 임철우, 황순원 씨의 분단과 관련된 단편 소설들을 모아 놓았다. 아이들이 달가워하는 읽을거리는 아니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는 일들이다.
‘분단이라는 벽’, ‘분단의 깊은 상처’, ‘분단 극복을 위하여’의 주제로 나뉜 9편의 글을 읽고 우리 아이들에게 사물의 행간을 읽어 낼 능력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서경은 추천 (서울 중앙여고 사서교사 snose@hitel.net)
<백기완의 통일이야기>, 백기완 지음, 청년사 (고2부터)
윤오영의 「방망이 깍던 노인」이란 수필이 있다. 한자리에 묵묵히 앉아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노인의 이야기다. 백기완 선생님은 우리 세상에서 올곧게 통일운동을 하신 장인이다. 우리 주위에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백기완 선생님처럼 해오신 분이 또 있을까. 백기완 선생님의 삶은 통일문제와 항상 맞닿아 있다. 이 책은 백기완 선생님의 삶이면서 동시에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잊고 있는 삶의 진실을 선생님은 진솔하게 가슴으로 이야기한다. 선생님이란 먼저 세상을 산 사람이란 뜻이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먼저 세상을 산 사람으로서 우리가 잊고 지내고 있는 우리 삶의 이야기를 가슴저리게 쏟아놓으신다. 자신의 목소리로 어쩌면 우리 목소리를 잃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목청껏 소리치라고 하신다. 노나메기 세상에서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
고등학생들이 방학 동안에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쉽지 않은 순 우리말 어휘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 구수한 우리말은 이 책을 읽는데 또 다른 맛이라 여기고, 가슴으로 읽는다면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지 않을까.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우리가 꿈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모습이 어떠한 것이지를.
- 오복섭 추천 (분당 낙생고 국어교사, maru1042@hanmail.net)
<헌법의 풍경>, 김두식 지음, 교양인 (고2부터)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삶의 목표가 ‘돈 벌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이 적어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설사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는 이가 있었다 해도 주위의 이목이 두려워서라도 정의실현이나 사회봉사와 같은 고상하고 이타적인 삶의 목표를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 학교에서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자기 삶의 목표가 ‘돈 벌기 위해서’라고 말하는데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 그리고는 장래 희망으로 너도나도 의사를 말하고, 판사, 검사를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부와 특권을 누리고 싶어 법조인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이런 불순한 동기를 접하면 씁쓸하다. 게다가 고시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 나라에서 사법시험이 여전히 합격만 하면 일거에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신분 상승의 열쇠로 인식되고, 신림동 고시촌에 이러한 신분 상승을 노리고 자신의 청춘을 배팅하고 있는 어른 학생들이 넘쳐난다는 소식을 접하면 착잡해지곤 한다.
이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만나게 된 책, <헌법의 풍경>은 내게 시원함을 안겨주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헌법의 정신을 일깨우고, 그 헌법 정신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법률가들이 이 땅에서는 얼마나 일그러진 초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법이라면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소장 법학자는 자신의 경험, 영화, 시사 사건들을 통해 친근한 목소리로 우리의 권리를 이야기해준다.
이기적인 동기로 법조인을 꿈꾸는 성적이 좋은 범생이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이 생긴 것 같아 반갑다.
- 이소연 추천 (서울고등학교 국어교사 2priti@hanmail.net)
<사고(思考) 뭉치 아인슈타인 엘리베이터를 타다>, 송은영 지음, 에피소드 (고2부터)
이 책에서 아인슈타인은 재미있는 사고실험을 한다. 그는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나는 엘리베이터(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우주선이 없었다)를 타고 여러 가지 조건 하에서 다양한 실험을 한다. 얼핏 보면 우습게 보이는 이 실험은 철저하게 과학적 이론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다. 머릿속 상상만으로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큰 업적을 이루어낸 셈이다.
학생들은 상대성 이론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많은 지식을 얻게 된다. 뿐만 아니라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다. 결론을 미리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므로 차분하게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책 중간 중간마다 실험에 얽힌 일화들이 소개되어 있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 조영수 추천 (서울 창문여고 국어교사 notshy0120@hanmir.com)
<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나무와숲 (고2부터)
“진짜 웃기다.”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맨 처음 하는 말이다. 미국의 정치사회 문제를 이야기한 책인데, 풍자 솜씨가 워낙 뛰어나서 10분마다 한번씩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말이 안 되는 짓을 하면서 자기가 힘이 세다고 젠체하며 거드름을 피우는 권력자들에게서 모순을 찾아내 확 잡아틀고 비틀어서 그네들을 우스꽝스럽게 했다. 하하하 웃는 동안, 우리 정신 속에 자리잡은 ‘강자들의 권위’는 무너져간다.
글쓴이는 미국사람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볼링 포 컬럼바인>이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타고, 올해 칸영화제에서 <화씨 911>이 황금종려상을 타서, 우리 주변 사람들이 다 아는 사람이다. 미국에서 이 책을 찍은 날이 911테러 하루 전이었는데, 책이 다섯 달이나 창고에서 묵혀 있다가 세상에 나왔단다. 911테러가 나자 출판사에서 부시를 비판하는 내용을 고치라고 요구했는데, 글쓴이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도서관 사서들이 들고 일어나자, 출판사에서는 아무런 광고와 서평 없이 단지 서점 세 군데에 책을 툭 던져놓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은 아마존 판매 1위가 되고, 그 뒤로 40주 동안이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된다.
평소 미국을 꿈나라로 여겨서 그 나라에 조기유학을 가려는 청소년이나, 형편이 안 되어서 조기유학을 가지 못해 속상해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책이다. 현실도피로 미국에 가고 싶었다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어설프게 미국에 머물다 온 사람에게서 얻어듣는 이야기가 아닌, 생생하고 놀라운 정보를 얻게 된다. 우리 나라 텔레비전에서는 왜 이런 내용을 잘 전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세상이 거칠게 나쁜 쪽으로 돌아간다고 한숨쉬는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웃음 속에서, 웃음의 힘에 대해 사색하게 된다.
최근에 나온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도 좋은데, 그전에 나온 <멍청한 백인들>이 더 재밌고 쉬워서 청소년에게 먼저 권한다. <멍청한 백인들>을 읽은 다음에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를 읽어보면 좋겠다.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죽는 사람이 몇 명인지 아는 사람? 예, 저요. 11,127명! 10년 동안 죽은 사람이 아니라 1년 동안 죽은 사람들이다. 난 처음에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영화도 꼭 보기 바란다.
- 송승훈 추천 (경기 광동고 국어교사 wintertree91@hanmail.net)
과학자를 꿈꾸고 있는가? 과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과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에게 실제적이고 친절한 길잡이다. 특히 과학고와 자연계의 학생들은 ‘어떻게 과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충고와 조언을 듣고 싶다면, 이 책을 보면 된다. 이 책이 세심하고 정확하게 답을 알려 준다. 실험연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바탕으로 과학연구의 단계인 관찰, 가설설정, 실험, 증명을 할 때의 구체적인 지침을 비롯하여 과학논문을 쓸 때의 규칙과 문체에 이르기까지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라몬 이 카할은 진정한 과학자란 “매우 인간적이며 인류를 사랑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이런 감정은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되어 친구, 낯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현재와 미래의 인류에게 향한다.”라고 말한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만이 아닌 어떤 과학자가 되어야 하는 것까지를 알게 한다.
시간이 흘러도 보편타당한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1896년에 쓰여져 100년이 지난 이 책이 과학자를 꿈꾸는 여러분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전선미 추천 (충남 연무고 생물교사 smjwits@dreamwiz.com)
<엉클 텅스텐>,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바다출판사 (고2부터)
밀도가 높고 열에 강하며 화학적으로 대단히 안정된 금속인 텅스텐! 불확실한 세계에 변함이 없는 완벽한 금속인 텅스텐은 ‘삼촌’의 금속이었다. 자연과학에 대한 애정과 사물의 본질을 파헤쳐 규명하고 설명하려는 열정으로 가득 찬 집안 분위기에서 꼬마 올리버는 성장한다. 화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펑’하는 소리와 코를 찌르는 냄새가 떠오르는 화학실험실이다. 꼬마 올리버는 ‘화학놀이’를 통해 알고 있는 지식을 실험을 하면서 화학이라는 마법의 세계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나날을 보낸다.
화학은 물질의 성분 즉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꼬마 올리버가 화학을 사랑한 이유 중 하나는 화학이 ‘전환의 과학’이기 때문이다. 즉 성질은 고정되어 변환이 없는 몇 십 개의 원소가 그 숫자보다 훨씬 많은 화합물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렇듯 올리버의 생각과 성장과정을 통해 화학이라는 학문이 무엇을 연구하고,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책이다. 그리고 “새로운 과학을 배우는 사람은 과학이 겪는 발전과정을 한 단계 한 단계 거쳐야 한다.”는 말처럼 과학 하는 태도를 배운다.
화학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는 이유는 화학교과서에 나오는 학습내용을 지식이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자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설명하여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화학이 과학으로 자리 잡게 한 열린 과학의 대변인 로버트 보일, 촉매의 원리를 발견한 어린아이 같은 활기와 열정, 엄청난 모험심,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충동의 험프리 데이비, 모든 원소를 하나로 아우르는 원리를 발견하여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예프 등 살아 있는 화학을 여러분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화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더욱 좋아하게 하고, 화학을 사랑하는 학생은 행복하게 할 것이다.
- 전선미 추천 (충남 연무고 생물교사 smjwits@dreamwiz.com)
<판스워스 교수의 생물학 강의>, 프랭크 헤프너 지음, 윤소영 옮김, 도솔 (고2부터)
과학책 읽기가 어렵고 딱딱하다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래서 혼자 읽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선생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우리는 연무고의 책읽기 모임인 드림스(Dreams) 학생들이다. 특히 이 책은 자연과정의 심화과정인 <생물Ⅱ> 내용이라서 더욱 더 함께 읽기가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스터디그룹을 만든 기분이었고, 단기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읽을 책이다. 우리 동아리는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 민영: 우선 이 책은 생물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심화과정이 주를 이루고 있으므로 생물을 못 하는 친구들보다 생물에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생물에 기본 지식이 있는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 정아: 대화구조로 되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고, 교수의 재치로 따분함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또한 생물 용어가 좀 어렵기도 하지만 설명이 쉽게 되어 있어 이해가 잘 된다.
○ 선민: 생물 공부에 흥미를 잃었거나 생물공부가 잘 되지 않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
○ 성은: 대화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좀더 쉽게 읽을 수 있었고, 교과서에는 내용이 많이 요약되어 있어서 혼자 공부하긴 힘든데, 이 책은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어서 공부하기도 더 쉽고 이해가 잘 된다.
○ 규선: 생물Ⅱ를 배우는 자연과정의 고등학생에게 권한다. 이유는 고등학교 생물교과 과정과 같기 때문이다.
○ 천운: 생물에 관심은 있지만, 공부할 자료가 부족한 학생이나 암기력이 약한 학생에게 전해주고 싶다.
- 드림스(Dreams) 추천 (충남 연무고 2학년으로 구성된 책읽기 모임)
<철학 읽어주는 남자>, 탁석산 지음, 명진출판 (고3부터)
내가 고등학교 때 ‘철학’이란 과목을 배웠다. 나는 이 과목을 무척 좋아했다. 시험을 보지 않는 교양 과목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시간마다 ‘자아성찰 일기’를 썼기 때문이다. 담당 선생님은 일기쓰기에 앞서 명언을 하나씩 칠판에 적어주었다. 더러 어려운 문구도 있었지만 대부분 한번쯤 음미해볼 만한 문장이었다.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는 것, 그것이 철학과 가장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 그 때부터 나는 철학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철학을 좋아한다. 그래서 철학에 관한 책을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하지만 마땅히 아이들에게 권해줄 책이 없다. 학생들의 눈높이를 훌쩍 뛰어넘은 책이 많다.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다. 시원스레 웃고 있는 작가의 사진이 있는 책 표지, 깔끔한 구성과 편집. 일단 철학 하면 혀를 내두르는 아이들에게 접근하기에 좋은 책이다. 현실 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통해 철학을 해설하기 때문에 내용 면에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철학은 고된 훈련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삶과 세계에 대한 전문 지식이자 전문 기술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읽기에 어렵고 까다로운 부분도 있다. 그럴 때는 저자가 제시한 대로 2장부터 읽기를 권한다. 철학에 대한 관심이 있거나 책읽기에 익숙한 1, 2학년 학생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 조영수 추천 (서울 창문여고 국어교사 notshy0120@hanmir.com)
<과학 우리시대의 교양>,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기획, 이필렬 외 지음, 세종서적 (고3부터)
이 책은 편협한 과학 지식이 아닌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현실과 직결되는 과학의 맥을 시원스레 짚어준다. 겉표지의 파스텔 톤의 오색 무지개는 다섯 갈래로 나뉜 책 내용을 암시한다. 이 다섯 갈래는 이해하기 쉽게 과거, 현재, 미래의 큰 시간 순서로 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우리 사회와 밀접한 과학의 발전을 간략히 아우르면서 글의 방향을 잡는다. 2부는 과학자의 삶과 업적을 살펴보며 과학의 과거를 돌아본다. 3부와 4부에서는 현대 과학의 화두인 생명공학과 정보기술에 대해 살펴보고, 5부에서는 에너지와 환경에 관련하여 미래의 대안까지 깔끔하게 정리한다.
이렇게 5부에 걸쳐 과학 전체를 큼지막하게 다루기에 내용의 깊이는 분야별 전문서적에 비해 아무래도 떨어지는 면이 있다. 그러나 핵심을 찌르면서도 흥미로운 내용으로써 독자를 과학의 세계로 유혹하는 데는 탁월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업적을 도둑맞다, 로잘린 프랭클린’, ‘나일론에 바친 짧은 인생, 윌리스 캐러더스’ 등의 제목(2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학자를 짧은 전기문을 통해 만나 보는 듯 실감난다. 또 ‘배아를 인간생명으로 볼 수 있는가’, ‘안락사, 허용해야 하는가’, ‘유전자 조작, 이대로 안전한가’(3부) 등에 대한 팽팽한 찬반 입장을 긴장감 있게 서술하여, 과학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신중히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단, 내용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으므로 얼마간의 배경 지식이 없다면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신동우 추천 (서울 숭문고 3학년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