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뿌리(원인) 조건 Hetu paccaya
뿌리 조건이란, 조건 짓는 법이 굳건함과 고정됨을 조건 따라 생긴 법들과 나누어 가짐으로써, 나무의 큰 뿌리와 같은 기능을 하는 조건을 말한다. 마치 뿌리들이 나무의 생존과 성장과 안정의 기본이 되듯이, 이 뿌리들도 조건 따라 생긴 법들을 생기게 하고 굳건하고 안정되게 한다.
빳타나에 이렇게 나와 있다.
Hetū, 1* hetu sampayuttakānaṃ dhammānaṃ 2* taṃ samuṭṭhānānañ ca rūpānaṃ 3*
hetupaccayena paccayo.
뿌리들은, 1* 뿌리와 결합한 법들과 2* 그 뿌리 때문에 생긴 물질들에게 3*
뿌리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1* “뿌리(헤뚜)”: 여섯 가지 마음부수들 즉 세 가지 불선한 뿌리인 탐욕[貪. 로바], 성냄[瞋. 도사], 어리석음[痴. 모하]과 선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것[無記. 아비야까따]인 세 가지 아름다운 뿌리 즉 탐욕없음[無貪. 알로바], 성냄없음[無瞋. 아도사], 어리석음없음[無痴. 아모하]을 말한다.
2* “뿌리와 결합한 법들”: 뿌리 있는 마음 71가지 및 그 마음과 결합한 마음부수들이다. 마음부수들은 어리석음이라는 뿌리를 가진 2가지 불선마음(11, 12번 마음)과 결합한 어리석음을 제외한 52가지 마음부수들을 말한다.
3* “뿌리 때문에 생긴 물질들에게”: 마음에 의한 물질, 재생연결 때의 업에 의한 물질에게
해설:
조건(paccaya. paccayo)이란
① 아직 생기지 않은 것을 생기게 하고 ② 생긴 것을 잘 머물게 하고 ③ 머무는 것을 번성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빳타나의 첫 번째 조건은 뿌리 조건(헤뚜 빳짜야)이다. 세 가지 불선한 뿌리들은 탐욕(lobha로바, 貪), 성냄(dosa도사, 瞋)과 어리석음(moha모하, 癡)이고 이것들에는 여러 등급이 있다. 탐욕은 작은 것을 바라는 약한 욕망일 수도 있고, 갈망, 열망이나 집착일 수도 있다. 성냄은 못마땅해 하는 약한 것일 수도 있고, 분노나 증오처럼 강한 것일 수도 있다.
어리석음은 실재를 모르는 것이고, 무엇이 선법인지 불선법인지 모르는 것이며, 사성제(四聖諦) 즉 고(苦, 둑카, dukkha, 괴로움, 불만족)라는 진리[苦聖諦], 고의 원인(탐욕)이라는 진리[集聖諦], 고의 소멸(열반)이라는 진리[滅聖諦], 고의 소멸로 이끄는 길(팔정도)이라는 진리[道聖諦]를 모르는 것이다. 어리석음은 모든 불선한 것의 뿌리이며, 모든 불선심(해로운 마음)과 항상 같이 생긴다.
아름다운 뿌리에는 탐욕없음(alobha알로바, 보시, non-attachment or generosity, 無貪), 성냄없음(adosa아도사, 자애, 無瞋)과 어리석음없음(amoha아모하, pañña빤냐, 지혜, 정견, 이해, right understanding, 無癡) 세 가지가 있다. 세 가지 아름다운 뿌리에도 여러 등급이 있는데, 열반을 경험하는 출세간 lokuttara 마음과 함께 생길 때에는 출세간일 수도 있다.
이 여섯 가지 뿌리들은 마음과 함께 생기는 마음부수(쩨따시까)들이다. 그것들은 마음의 확고한 기초이므로 뿌리라고 한다. 나무가 뿌리에 의지할 뿐만 아니라 뿌리를 통해서 수액(樹液)을 공급받아 자라는 것처럼, 불선심과 아름다운 마음은 뿌리에 의지하고 뿌리가 없이는 생길 수 없다. 그리하여 뿌리에 의지하고 있는 마음에 대하여 뿌리는 강력한 조건이 된다.
불선심이 생길 때에는 항상 어리석음에 뿌리박고 있으며, 탐욕과 성냄이라는 뿌리를 추가로 가질 수도 있다. 열두 가지의 불선심은 뿌리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누어진다.
어리석음과 탐욕을 뿌리로 하는 여덟 가지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 4*
어리석음과 성냄을 뿌리로 하는 두 가지 ‘성냄에 뿌리박은 마음’ 5*
어리석음만 뿌리로 하는 두 가지 ‘어리석음에 뿌리박은 마음’ 6*
4*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lobha-mūla-citta): 물라(mūla)는 뿌리라는 뜻이다. 네 가지는 기쁨(somanassa소마낫사)이 함께 하고, 네 가지는 사견과 결합되고, 네 가지는 자극받지 않고 (asaṅkhārika, not-induced or spontaneous), 네 가지는 자극받은 (sasaṅkhārika, induced) 마음이다. 모두 여덟 가지가 있다.
5* 성냄에 뿌리박은 마음(dosa-mūla-citta): 자극 받지 않은 마음과 자극 받은 마음 두 가지이다.
6* 어리석음에 뿌리박은 마음(moha- mūla-citta): 한 가지는 들뜸(uddhacca웃닷짜)과 결합되고, 다른 한 가지는 의심(vicikicchā위찌낏차)과 결합된 마음이다.
모든 아름다운 마음들은 탐욕없음과 성냄없음을 뿌리로 하며, 일부는 어리석음없음(지혜)까지 뿌리로 한다. 여기에는
여덟 가지 ‘욕계 선심 mahā-kusala citta’
여덟 가지 ‘욕계 과보심 mahā-vipākacitta’,
여덟 가지 아라한의 ‘욕계 작용 마음’ 7*
이 있다. 여덟 가지씩 세 가지 묶음 가운데, 네 가지는 지혜가 있지만, 나머지 네 가지는 지혜가 없으므로, 두 가지 아름다운 뿌리인 탐욕없음과 성냄없음만 함께 생긴다. 아름다운 마음들과 함께 생기는 아름다운 뿌리들은 뿌리 조건으로 그 마음들에게 조건이 된다.
7* 아라한은 과보를 받는 업을 짓지 않으니, 아라한에게는 불선심도 선심도 없다. 아라한에게 아름다운 특성을 수반하는 아름다운 마음(소바나 찟따)이 생기면, 그것은 작용만 하지 아무런 과보가 없는 욕계 작용 마음(mahā-kiriyacitta, 마하끼리야 찟따)이다.
역주 첨부 1 “마음”의 (47)~(54)번 마음이다.
수행자가 사마타 수행에 능숙해지면 선정에 들어갈 수 있다. 바른 조건들이 갖추어지면 선정 마음이 생긴다. 선정 마음에는 색계 선정인 루빠 자나의 단계들과 무색계 선정인 아루빠 자나의 단계들이 있다. 8* 지혜가 없이는 선정이 생기지 않으므로, 색계 선정 마음과 무색계 선정 마음에는 항상 세 가지 뿌리인 탐욕없음과 성냄없음과 지혜가 있다. 9*
8* 색계(色界) 선정[루빠(rūpa) 자나]의 명상주제는 물질에 의존하는 반면에 아루빠 자나는 물질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무색계(無色界) 선정[아루빠(arūpa) 자나]은 더 고요하고, 더 세련된 것이다.
9* 색계 마음은 15가지, 무색계 마음은 12가지이다. 첨부 1. “마음” 참조.
위빳사나 수행을 해서 실재에 대한 바른 견해가 점차 향상되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지혜가 계발되면, 열반을 대상으로 경험하는 출세간 마음이 생긴다. 출세간 지혜와 함께 일어나므로 출세간 마음에는 항상 세 가지 뿌리인 탐욕없음과 성냄없음과 지혜가 있으며, 이 뿌리들도 출세간에 속한다. 10*
10* 출세간 마음은 8가지 혹은 40가지이다. 첨부 1. “마음” 참조.
모든 마음에 뿌리가 있는 것은 아니고, 뿌리 없는 마음인 아헤뚜까 찟따도 있는데, 이는 과보심이거나 작용 마음(원인도 결과도 아닌 마음, 끼리야 찟따)이다. 11*
형색은 눈-감성물질에 부딪혀서 안문인식과정(眼門認識過程)에서 생기는 마음들에 12* 의해서 경험된다. 13*
그것은 뿌리 없는 과보심인 안식(眼識. 봄)과 다른 뿌리 없는 마음들, 그리고 자와나(javana, 速行 속행) 역할을 하는 마음들에 의해서 경험된다. 이 자와나 마음은 (아라한이 아닌 경우에) 선심이거나 불선심이고 그렇기 때문에 뿌리가 있다. 14*
11* 첨부 4. “마음-마음부수의 자세한 도표” 참조
12* 안문에서 생기는 마음은 오문전향식, 안식, 접수 마음, 조사 마음, 결정 마음, 자와나 마음, 여운 마음이다.
13* 육문(六門)에 부딪치는 대상은 인식과정에서 일어나는 몇 개의 마음들에 의해서 경험되는데, 이 마음들은 각각 자기의 역할을 행한다. 이 마음들의 일부는 뿌리가 없는 작용 마음이고, 일부는 뿌리가 없는 과보심이며, 선심(善心) 혹은 불선심(不善心)인 자와나 마음(javana-citta)들은 뿌리가 있다.
첨부 5. “오문인식과정과 의문인식과정의 마음들” 참조.
14* 첨부 9. “선심-불선심-무기 마음” 참조.
안문인식과정이 끝난 다음에, 형색은 의문(意門)을 통해서 경험되는데, 이 의문인식과정(意門認識過程)에는 뿌리 없는 작용 마음인 의문전향식(意門轉向識), 그 다음에는 선심들이거나 불선심들인 자와나 마음들이 이어진다. 15*
15* 첨부 5. “오문인식과정과 의문인식과정의 마음들” 참조.
선행이나 악행은 자와나의 순간에 행해진다. 그러면 나중에 과보를 생기게 할 수 있는 업이 축적된다. 미래에 선심이나 불선심이 생기는 조건이 되는 선하거나 불선한 성향도 축적된다. 선한 자와나 마음이 실재에 대한 바른 견해인 지혜와 함께 생길 때, 바른 견해가 축적된다.
아름다운 뿌리를 가진 마음의 분류에서 본 것과 같이, 뿌리를 가진 과보심들이 있다. 업은 과보심인 재생연결식 paṭisandhi-citta 을 생기게 하고, 이 과보심은, 자신을 생기게 한 업의 종류와 등급에 따라서, 뿌리가 없을 수도 있고, 탐욕없음이나 성냄없음이라는 두 개의 뿌리를 가질 수도 있고, 여기에 지혜가 추가된 세 개의 뿌리를 가질 수도 있다. 뿌리는 마음 그리고 함께 생기는 마음부수들에게 뿌리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모든 바왕가 마음(존재지속심)과 16* 죽음의 마음은 17* 재생연결식과 같은 종류이다.
16* 바왕가(bavaṅga) 마음 즉 존재지속심(存在持續心): 인식과정과 인식과정 사이에 생기며, 존재의 삶의 지속성을 유지한다. 바왕가 마음은 다섯 가지 감각기관(안이비설신)과 의문에 부딪치는 대상들을 경험하지 않고, 재생연결식이 경험하는 대상과 같은 대상을 경험한다. 바왕가는 영어로 “life-continuum”이라고 번역한다.
17* 죽음의 마음: 사몰심(死沒心), cuti-citta, dying-consciousness.
첨부 16. “죽음과 재생” 참조.
지금 현재 어떤 종류의 마음이 생기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뿌리가 있는 마음인가, 없는 마음인가? 불선심인가, 선심인가? 탐욕이 여러 겁에 걸쳐서 축적되어 왔기 때문에,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은 되풀이해서 생기게 되어 있다. 모든 살아 있는 중생들의 첫 번째 자와나 마음은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이며, 집착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다. 중생은 육문에 나타나는 모든 종류의 대상들에 대해서 집착하고 있고, 집착을 근절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앙굿따라 니까야』에 18* 이렇게 나와 있다.
8* ① 대림 스님 옮김, 『앙굿따라 니까야 1』[희망(Āsā. Longing) 경 A2:11:1], 초기불전연구원, 2006, 269쪽.
② 강종미 번역, 『앙굿따라 니까야 Ⅰ』, 도서출판 호두마을선원, 2009, 229쪽 참조.
“비구들이여, 두 가지 갈망은 버리기 어렵다.
두 가지는 무엇인가?
이익에 대한 갈망과 생명에 대한 갈망이다.
이 두 가지 갈망은 버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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