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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 중 국수에 관련된 내용이 나와 이렇게 소개글을 올리니 양해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인의 밥상!! 앞으로도 좋은 내용으로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파이팅!!
제 105회 국수기행 2부 - 면발의 힘
제작 KP커뮤니케이션 / 연출 서유석 / 작가 박신자
2013년 1월 24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방송
기차가 쉬어가는 간이역에서 먹던 가락국수를 기억하십니까? 이렇게 국수 하면 저마다 떠오르는 추억들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기억을 그리듯 맛을 추억하곤 한다. 그 추억엔 가난한 사람들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준 국수 한 그릇이 있었다. 척박한 땅과 거친 환경을 견디며 살았던 시절, 강원도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토속 국수엔 밀가루가 아닌 메밀, 도토리 등 구황작물이 있다. 산에는 작물들이 있어 국수의 재료가 되었다면 바다에는 다양한 해산물이 있어 별미 국수가 탄생했다.
국수기행 1부 <국수 한 그릇 묵고 가이소>에서 다룬 경상도는 한국전쟁과 기근으로 인해 국수문화가 발전했음을 보여줬다면 2부 <면발의 힘> 에서는 강원도의 척박한 땅이 국수 문화를 발전시켜 사람들의 삶속에 국수는 어떤 의미인지를 조명해 본다. 국수 문화가 가장 발달한 경상도와 강원도를 이어주는 7번 국도를 따라 국수 맛을 찾아가본다.
다양한 해산물을 넣어 함께 먹어야 진짜 모리국수!
7번 국도를 따라 부산을 출발해 들린 곳은 바로 철강 산업이 발달된 포항 구룡포이다. 1970년대 초 포항공업단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뱃사람들 뿐 아니라 노동자들도 즐겨먹는 국수가 탄생했다. 가장 싸고 많이 나는 어종을 가지고 만든 서민 음식, 바로 모리국수다. 지금 포항 구룡포는 대게가 제철이다. 모리국수에 현장에서 바로 잡은 대게를 넣어 끓인다. 지금이야 대게도 넣지만 과거 배고픈 시절엔 생선으로 쳐주지도 않는 어종들을 넣고 끓이는 국수였다. 그래도 사람들과 함께 하면 정으로 한 번 먹고, 맛으로 두 번 먹는 음식이 아니었을까? 모리국수는 다 함께 먹어야 더 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김태일 씨(57세) 부부는 모리국수를 끓일 때면 이웃에 살고 있는 우옥자 씨(52세) 부부를 꼭 부른다. 함께 조업을 하면서 잡은 아귀로 아귀찜을 곁들인다. 이웃의 정을 돈독하게 해 주는 행복한 시간이다.
척박한 땅, 거친 환경에서 국수는 주식이었다
강원도는 대부분이 산악지대로 이뤄져 농경지의 비율이 10%로 굉장히 낮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는 산에서 나는 구황작물이 겨울철에 유용하게 쓰였다. 메밀 못지않게 구황작물로 알려진 게 도토리다. 도토리에는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되어 풍부한 열량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세종실록에 ‘흉년에 대비해 일정한 수량의 도토리를 예비하도록 하다’는 기록이 증명해 준다. 강원도 태백에서는 이런 도토리로 국수를 만들어 밥 대신 자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주길자 씨(71세)는 도토리를 직접 갈아 면을 만들고 여기에 시아버님이 좋아하셨다는 된장을 풀어 국수를 만든다. 도토리된장국수와 시래기콩가루무침에는 시아버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강원도 동해바다에서 건져 올린 국수를 맛보다
강릉 안인진리 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영동선 철도와 나란히 달리는 7번국도이다. 국도를 따라 국수 기행을 하는 중 강원도 동해 바다를 만났다. 바다로 조업을 나간 이원규 씨(45세)는 배에 가자미를 싣고 돌아온다. 배가 도착하면 항구에서 그물 손질을 하는데 이때 즐겨 드시는 국수가 바로 임연수어국수다. 다양한 해산물을 넣고 끓이는 모리국수와 달리 임연수어국수에는 시래기와 임연수어 생선 한 마리뿐, 특히 된장으로 맛을 낸다. 잡은 고기를 다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던 시절 다양한 고기를 넣어서 끓이는 것조차 사치였다. 바다에서 갓 잡은 가자미로 만든 가자미회국수는 감자녹말로 국수를 만들고 가자미회를 넣어 비벼 먹는 함흥냉면과 비슷하다. 심퉁이는 지금이 제철이다. 심퉁 맞게 생겼다하여 심퉁이로 불리는 도치로 만든 도치두루치기도 소면과 함께 비벼 먹으면 별미 중의 별미다.
동치미와 메밀이 만난 까닭은?
막국수의 주재료인 메밀은 1600년대 명나라에서 건너왔다. 임진왜란 이후 계속된 흉년으로 식량이 부족해 구황작물로 도입한 것이다. 구황작물로 배고픔을 달래주던 메밀은 특이하게도 무를 이용해 중화시켜야 할 정도의 독성이 있다. 그래서 동치미와 메밀은 환상 궁합을 이룬다. 음식에도 사람들의 지혜와 재치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 동치미막국수가 탄생된 게 아닐까? 동치미 막국수는 조선시대 고종이 겨울에 즐겨먹던 별식이기도 했지만 강원도의 막국수는 한겨울에 차가운 냉면을 먹는 이북 국수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강원도 고성군 해상리 마을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꼭 함께 모여 메밀을 직접 누르고 꽁꽁 언 동치미를 장독에서 꺼내 말아서 먹는다고 한다. 동치미막국수와 꾸덕꾸덕한 메밀부침개로 마을 사람들은 추운 겨울을 함께 견디어 낸다.
가족을 그리는 마음에 국수 한 젓가락과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 또 한 젓가락을 뜬다.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단임골. 오지라 통하는 이곳에는 고향이 그리워 하루에 한 번씩 꼭 산에 가 고향을 바라보는 이영광 씨(68세)가 있다. 이영광 씨의 고향은 이북 함경도다. 강원도에 전파된 이북식 국수를 고향의 맛으로 직접 차린다. 이영광 씨가 고향에서 즐겨먹었다는 콩나물과 갓김치를 고명으로 올린 국수엔 기다란 국수가닥과 콩나물처럼 길게 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