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기자 honey@kookje.co.kr | |
섬 때문에 가슴앓이를 해본 이라면 안다.
섬은 언제나 막연한 그리움과 알 수 없는 향수의 대상이란 것을….
하루해를 모눈종이처럼 잘게 쪼개야 하는 뭍사람의 시계추는 바다와 파도를 경계로 한없이 더디고 여려지기 마련이다.
'느려터진' 감성적인 여름휴가를 보내기에 아직 섬만 한 곳도 없다.
한국관광공사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휴양하기 좋은 섬 30곳'을 선정했다.
3000여 개의 국내 도서 가운데 추리고 추린 1%의 섬들이다.
이 가운데 탐승, 트레킹, 답사기행, 바다체험, 하이킹 등 5개 테마별로15개 섬을 다시 간추려 본다.
◆ 비경 탐방 … 소매물도 대청도 홍도
경남 통영의 소매물도 | |
소매물도의 진수는 본섬과 100여 m 떨어진 새끼섬인 등대섬. 썰물 때 하루 두 차례 몽돌 해변길이 나면서 두 섬을 오갈 수 있다. 여름에는 초원 사이로 피어오른 노란 원추리꽃이 눈부시다. 언덕 위에 세워진 하얀 등대와 주황색 등대지기 숙소는 지중해에서나 봄 직한 정취다. 영화와 CF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이름 없는 외딴 섬을 남해안 관광책자의 첫머리에 올려 놓았다. 등대섬 동남쪽 벼랑 아래 글씽이굴에는 과거 불로초를 구하러 온 진시황제의 사신이 남긴 글귀가 새겨져 있다.
선착장 바로 앞 다솔찻집도 섬의 명물. 긴 꽁지머리를 한 주인장은 소매물도에 반해 20여 년 전 무작정 섬에 들어와 차를 달이고 민박을 치며 살아가고 있다. 찻집에서 기르는 시베리안 허스키는 소매물도의 마스코트가 된 지 오래. 몸집에 안맞게 사람만 보면 재롱을 떨어 섬을 찾은 여행객을 무장해제시킨다.
인천항에서 185㎞ 떨어진 대청도(인천 옹진군)는 백령도 연평도 소청도 우도와 함께 북녘의 턱밑에 붙은 서해 5도의 하나. 뭍에서 외떨어진 만큼 천혜의 자연풍광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대청도는 길이 2㎞, 폭 1㎞의 거대한 모래사막으로 유명하다. 모래톱은 풍향에 따라 다른 형상과 무늬로 바뀌어 '움직이는 모래산'으로 불린다. 고비 사막이나 사하라 사막을 연상시킨다.
가거도와 함께 국토의 맨 서남단에 박힌 홍도는 다도해의 진주라는 수사가 붙어다닌다. 전남 신안군의 1004개 도서 가운데 최고 경승지다. 억겁의 풍상이 빚어낸 천태만상의 기암 절경이 관광객의 마음을 멀게 만든다.
◆ 트레킹 … 사량도 우이도 울릉도
통영 사량도의 옥녀봉 | |
사량도 윗섬에는 지리산(398m)이 있다. 규모는 명산 지리산과 비할 바 못되어도 볼모산(399m)을 거쳐 옥녀봉(291m)으로 이어지는 6.5㎞의 종주코스는 진짜 지리산 못지않게 험준하고 산행 묘미도 쏠쏠하다. 쏟아낸 구슬땀은 옥녀봉과 주능선에서 바라보이는 한려수도 풍광이 보상한다.
모래가 곱게 깔린 대항해수욕장은 사량도의 유일한 해수욕장. 해변에서 올려다보는 옥녀봉의 기암벼랑들이 웅장하다. 해안도로가 개설되어 있어 카페리에 차를 싣고 갈 수도 있다. 민박집과 취사장, 샤워시설 등이 갖춰져 여름에는 등산 해수욕 낚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우이도(전남 신안군)는 영화 '가을로'의 오프닝 장면에 등장해 화제가 된 섬.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모래산(80m)이 있다. 모래산 정상을 딛고 서면 해안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독특한 분위기 덕에 누드사진 촬영지로도 각광받았다. 몇해 전까지 모래썰매를 타기도 했지만 지금은 보호 차원에서 출입을 막고 있다. 모래산 아래 돈목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단단하고 경사가 완만해 가족 단위 피서객이 많이 찾는다.
울릉도 트레킹 코스 중 일주도로 미개통구간인 석포와 내수전을 잇는 옛길이 가장 유명하다. 길은 평탄하지만 하늘을 가리는 원시림을 지나고, 드문드문 죽도와 검푸른 바다가 보인다. 태하등대 가는 길과 도동항 해안산책로도 산책코스로 좋다. 특히 도동항에서 저동까지 연결된 해안산책로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길로 꼽아도 무방하다. 발밑으로 밀려온 파도가 벼랑에 깨지면서 생기는 포말이 청록빛 바다색과 뒤섞여 몽환적인 색감을 빚어낸다.
◆ 답사기행 … 보길도 청산도 사도
전남 보길도의 부용동 | |
보길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윤선도가 안빈낙도하며 풍류를 즐긴 부용동이다. 지세가 마치 연꽃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한 데서 이름 붙여진 부용동은 우리 정원문화를 한눈에 만날 수 있는 곳. 부용동 내의 세연정은 고산 유적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쳔연기념물인 상록수림과 갯자갈이 어우러진 예송리해수욕장도 보길도의 명소. 또 해수욕장 반대편의 야트막한 보족산 기슭에 아름다운 갯돌해변도 있다. 갯돌이 공룡알만큼 크다 해서 공룡알 해변으로도 불린다. 보족산(195m)에선 맑은 날에는 제주도까지 보인다.
청산도(전남 완도군)는 영화 서편제로 유명해진 섬. 구불구불한 황톳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돌담은 영화 속 장면 그대로 인상적이다. 손바닥만 한 다락논과 구들장논 그리고 가매장 형태의 풀무덤인 초분(草墳)도 만날 수 있다.
여수항에서 27㎞ 떨어진 사도(전남 여수시)는 작지만 묘한 신비감을 머금고 있다. 사도를 본섬으로 7개의 작은 섬들이 서로 이웃하고 있다. 섬 사이가 멀지 않아 썰물 때 물갈라짐 현상이 볼만하다. 음력 정월대보름 등 일년에 5차례 2~3일 동안 7개의 섬들이 'ㄷ자'로 이어진다.
섬들 대부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이다. 시루떡 같은 퇴적암에 3500여 점의 공룡발자국이 새겨져 있다. 사도마을과 추도마을의 850m 돌담이 지난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 바다체험 … 삽시도 소안도 가거도
전남 신안군의 가거도 | |
해안선을 따라 환상적인 기암괴석의 풍광과 울창한 송림이 섬을 에두른다. 해변 대부분은 조개잡이 체험이 가능하다. 썰물 때 호미로 모래펄을 살살 파헤치면 속이 꽉 찬 조개들이 줄줄이 걷어 올려진다. 갯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홍합과 소라는 손으로 따도 된다. 바닷물이 빠지면 맑은 석간수를 뿜어낸다는 '석간수 물망터'는 삽시도만의 명물.
소안도(전남 완도군)는 개막이체험이 가능한 섬이다. 개막이란 조수간만을 이용해 갯벌에 대나무나 통나무를 박은 뒤 그 사이로 그물을 놓아 물고기를 잡는 전통어구를 말한다. 매년 피서철에 체험행사를 갖는다.
묵석(墨石)으로 불리는 검은 갯돌이 깔린 해수욕장들은 물놀이와 야영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옛날 섬 안에서 의병활동과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돼, 큰길가에 항일운동기념탑과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행정구역상의 명칭이 소흑산도인 가거도(전남 신안군)는 국토의 최서남단에 자리잡은 절해고도. 흔히 '가도 가도 보이지 않는 섬'이란 의미로 통한다. 목포항을 출항한 여객선은 흑산도와 홍도를 거쳐 뱃길로 233km, 5시간 가까이 거친 바다를 건너야 닿을 수 있다.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촬영지이다.
섬은 크지 않아도 신안군에서 가장 높은 639m의 독실산이 섬 중앙에 우뚝 솟아 있고 섬 전역의 갯바위에는 따개비와 거북손이 빼곡히 붙어 있다. 거북이 손처럼 생긴 거북손은 맑은 바다에만 서식하며, 흑산도 홍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좀체 맛보기 어려운 별미. 지역에 따라 보찰, 부채손 등으로 불린다.
◆ 하이킹 … 선유도 증도 우도
제주의 우도 | |
자동차가 없는 선유도는 서해에서 가장 인기 높은 하이킹 코스. 섬에서 자전거를 빌려 운치 깊은 연도교를 통해 4개 섬을 구석구석 살펴보기에 좋다. 선유도해수욕장의 낙조, 장자도 밤바다에 떠다니는 고깃배의 어화, 기러기 형상의 모래톱인 평사낙안 등 선유팔경이 유명하다. 여름철에는 깨를 볶듯 풀숲에서 톡톡 튀어오르는 여치들이 장관이다.
증도(전남 신안군)는 곧잘 보물섬으로 통한다. 실제 1975년에 앞바다에서 다량의 송·원나라 때 유물을 실은 보물선이 발견되었다.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Slow city)로 인증받았고 섬 전역을 자전거섬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350대의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준다.
단일 규모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태평염전(260㏊)이 있다. 끝에서 맞은편 끝이 아스라할 만큼 광활하다. 또 썰물 때 너른 개펄로 바뀌는 우전해수욕장은 게르마늄 함량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피서철에는 머드를 주제로 갯벌축제도 열린다.
'섬 속의 섬' 우도는 제주도 동북쪽 젖무덤에 붙은 제주의 새끼 섬. 부속섬들 가운데 가장 크다. 모래찜질을 하면 성인병에 효험이 있는 검은 모래사장의 검멀레 해변과 서빈백사로 알려진 국내 유일의 산호해변이 유명하다. 해변을 걸으면 사각거리는 맑은 소리가 발밑에서 퍼져나온다.
섬 전역으로 도로가 실핏줄처럼 이어져 국내 최고의 하이킹 코스로 손꼽힌다. 자전거 외에 근래 도선에 스쿠터를 싣고 우도를 돌아보는 여행객들도 많아졌다.
◆ 휴양하기 좋은 섬 베스트 30
경북 ▶ 울릉도
제주 ▶ 추자도 우도
전남 ▶ 보길도 청산도 관매도 거문도
임자도 외달도 상하조도 흑산도 소안도 우이도 가거도 증도
비금도 홍도 사도
전북 ▶ 선유도
충남 ▶ 대난지도 삽시도 원산도 외연도
인천 ▶ 석모도 대이작도 덕적도 대청도
◆ 섬 여행하고 경품도 타자
'휴양하기 좋은 섬 베스트 30'에 선정된 도서를 여행한 여행후기나 섬을 촬영한 동영상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갖는다.
공모전에 당선된 500명의 여행객에겐 부상으로 관할 자치단체들이 특산품을 제공한다. 응모기간은 7월 10일~10월 31일 이며 행정안전부 홈페이지(www.mopas.go.kr)로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