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아름다운 섬, 크레타! 서양 문명의 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리스 문명보다 앞서 발생하여 그리스 문명을 키운 고대 문명이 바로 이 크레타 섬에서 출발한 미노아 문명입니다.
크레타는 유럽과 소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해양 삼각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일찍부터 해상 무역이 발달했어요. 그래서 근처 고대 이집트와 오리엔트의 앞선 문명을 받아들여 찬란한 미노아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지요. 미노아라는 이름은 크레타의 전설적인 군주 미노스 왕의 이름에서 유래했어요.
미노아 해양 문명의 핵심인 크노소스 궁전으로 가 봐요. 40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에 발굴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복원했다고 해도 당시의 모습을 완전히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들만 봐도 그 크기와 웅장함을 상상해 볼 수는 있겠지요.
크노소스 궁전은 성벽 없이 지어진 것이 특징이에요. 섬이라서 외부 침입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대신 각각의 쓰임새에 따라 구조가 잘 짜여 있는데, 왕실과 접견실, 창고와 주방, 각종 물건을 만들던 공작장과 예배를 드리는 성소의 장소까지 1,500개가 넘는 작은 방들이 꼬부라진 복도와 계단으로 서로 얽히고설켜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왜 사람들이 크노소스 궁전을 미궁각주 이라고 불렀는지 알 만하지요? 미궁 크노소스는 미로를 뜻하는 영어 단어 라비린토스의 유래가 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미궁 크노소스에는 영웅 테세우스와 얽힌 재미있는 전설과 신화가 있답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크레타의 왕 미노스가 크노소스를 만든 것은 반은 황소, 반은 인간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서였어요. 천재적인 기술자 다이달로스를 시켜 만든 이 미궁은 너무나 복잡해서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가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미노스의 하나뿐인 아들이 아테네에서 열린 경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아테네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화가 난 미노스는 아테네를 공격해 함락시키고 9년에 한 번씩 소년, 소녀 각각 일곱 명씩을 미노타우로스에게 바쳐서 잡아먹히도록 했습니다.
이때 아테네에는 테세우스라는 용감한 청년이 있었어요.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청년들이 제물로 잡혀 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미노타우로스를 잡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제물이 되어 크레타로 건너갔지요. 그런데 배에서 내리는 테세우스를 본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첫눈에 반하고 말았어요.
‘테세우스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아리아드네는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를 찾아가 해답을 들은 후 테세우스를 찾아갔어요. 그러고는 실타래를 건넸지요. 미궁을 나오는 방법이란 바로 실타래를 입구에 묶어 두고 들어갔다가 그 실을 따라 되돌아오는 것이었어요. 물론 괴물 미노타우로스에게 잡아먹히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말대로 실을 미궁의 입구에 묶어 두고 들어가서 미노타우로스를 죽였어요. 그리고 실을 따라 무사히 미궁을 탈출할 수 있었답니다.
한편, 미궁을 탈출하는 법을 알려 준 사람이 다이달로스라는 것을 안 미노스 왕은 화가 나서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를 미궁에 가두어 버렸어요.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이달로스는 걸어서는 미궁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두 쌍의 날개를 만들어 달고 미궁을 벗어나기로 했답니다.
“이카로스, 너무 높이 날지 않도록 조심해라.”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에게 충고했어요. 하지만 막상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게 되자 이카로스는 신이 나서 그만 아버지의 충고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어요.
“아버지! 정말 제가 하늘을 날고 있어요!”
그렇게 하늘 높이 올라간 이카로스는 결국 아교풀각주 로 만들어 붙인 날개가 태양열에 녹아 버리는 바람에 바다로 떨어져 죽고 말았답니다. 바로 이 이야기 때문에 사람들은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을 ‘이카로스의 꿈’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많은 전설과 신화를 품은 화려한 미노아 문명은 기원전 2600년부터 기원전 1100년까지 1500년 동안 번성했고 지중해와 오리엔트, 이집트를 잇는 해상 무역으로 부와 평화를 누렸어요. 하지만 기원전 1450년경 인근 산토리니 섬의 대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파괴된 뒤 세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여요. 그 와중에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 사람들의 침입을 받아 미노아다운 독창성을 잃어버리고 그리스 문명 속으로 녹아들고 말았답니다.
[문명 이야기 여행]
서양 정신의 뿌리 - 그리스 신화
그리스 신화는 구약 성서와 함께 서양 정신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엮어 낸 이야기 속에는 그리스 신과 영웅, 삶과 우주와 진리에 대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이집트나 오리엔트도 신화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지요.
결혼과 출산의 신 헤라, 바다의 신 포세이돈, 지하 세계의 신 하데스, 제우스의 딸로 전쟁의 여신이며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 태양의 신 아폴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 술의 신 디오니소스 등······. 그리스 신들은 신이지만 사랑하고 싸우고 질투하는 등 매우 인간적이어서 그리스 신화 신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이야기처럼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나 테세우스 같은 뛰어난 인간 영웅들이 헤쳐 나가는 모험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야말로 영화보다 재미있지요. 그래서 그리스 신화는 많은 연극 작품과 서사시의 주제가 되었고, 현재까지 계속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면서 미술과 문학 등 동서양 예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