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합자회사 ‘하강기차’ 핵심기술 입찰 특혜 의혹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포스코가 중국의 국영 철강기업 하북강철과 50대50 지분으로 만든 합자회사 공장의 설비 업체 선정과정에서 특정 협력사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해당 협력업체가 그간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을 통해 크게 성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무엇보다 중국 국영업체의 사업자 선별에는 공정 경쟁 입찰이 필수지만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는 경쟁 입찰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 일고 있다. 또한 최종 선정 업체를 두고 중국 및 다른 국가에서도 과거 기술력 수준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내년 상반기 완공을 계획으로 시작된 자동차강판 공장 설립에 파장이 일고 있다
자동차강판 핵심기술 ‘에어나이프’ 업체 선별과정 공정한 입찰 경쟁 있었나?
합자회사 ‘하강기차’와 포스코건설도 선택했는데 포스코 본사가 배제시켰나?
지난해 세계 3위 철강사인 중국의 국영 철강업체 하북강철집단(하북강철)과 손잡고 합자회사 하강포항기차판유한공사(하강기차)를 설립한 포스코. 합자회사인 하강기차는 자동차강판을 생산하며, 중국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한다. 더불어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만큼 글로벌 자동차산업까지 영향력을 끼칠 초대형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강기차는 연산 90만 톤 이상의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예정으로 최근 자동차강판 공장 착공에 들어가며, 내년 상반기 완공을 예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 포스코가 45만 톤 규모의 광동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 공정)을 자회사로 편입시켜, 연 145만 톤 이상의 자동차 강판 생산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동차강판 공장의 핵심 기술로 여겨지는 에어나이프(Air knife) 사업자 선정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에어나이프는 강판에 묻은 알루미늄이나 아연을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를 뿜어 균일한 도금이 이뤄지도록 하는 핵심기술이다. 이에 대한 입찰 과정에서 포스코가 특정업체로 몰아주기 식의 입김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내용이었다.
하강기차, 포스코건설에 4개 업체 입찰안내 요청
앞서 하강기차의 설비 공사를 맡게 된 포스코건설은 패키지형태 계약으로 핵심 기술 에어나이프 사업자를 데리고 들어가게 돼 있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산업 관련법에 따른 공정 경쟁 입찰을 위해 하강기차는 포스코건설 측으로 총 4곳에 입찰안내서(ITB) 발송을 요청했다.
포스코건설은 하강기차의 요청대로 4곳에 ITB를 발송하고자 했으나, 이를 두고 포스코본사로부터 포스젯한도가 배제돼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충분히 기술력에서 앞서고 가성비도 인정받은 업체의 배제 요청에 그 배경을 알아본 포스코건설은 최종적으로 포스젝한도를 제외한 입찰을 준비했다.
해당 과정에서 총 4 곳에 ITB가 발송됐지만, 포스젯 한도는 포스코 본사의 요청대로 배제됐고, 한 곳의 중국업체는 수준미달로 스팩 아웃, 이에 최종 독일의 폰테인(Pontein)사와 국내 협력사인 삼우에코만 남게 됐다. 그러나 독일 폰테인은 중도 하차한 것으로 전해진다.
폰테인사의 경우 이미 하북강철과 1차적으로 에어나이프 분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단가가 맞지 않아서다. 특히 폰테인사의 에어나이프 가격은 국제적으로도 공개돼 있다. 이에 삼우에코는 단독 입찰에 가까운 입찰 과정을 거쳐 최종 낙찰됐고, 지난 3월 하강기차와 계약이 성사됐다.
수상한 포스코의 행동, 낙찰 업체 선별했나?
업계에 따르면 1개 CGL에 들어가는 에어나이프 설비의 가격은 폰테인사의 경우는 50억 원, 국내 업체인 포스젯한도와 삼우에코의 경우는 30억 원 미만에 거래된다. 현재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운영 중인 에어나이프 설비의 가격이 29억 원대에 형성된 것으로 유추해볼 때, 가격 경쟁에서 폰테인사가 중도 하차할 것은 자명해 보였다.
다만 이는 삼우에코에 대한 특혜의혹이 제기된 점이기도 하다. 폰테인사가 당연히 비싼 기준 가격으로 빠질 것을 알았고, 포스젯한도를 제외하라는 답을 전해들은 포스코건설로서는 아무리 기술력이 앞선다 하더라도 끝까지 끌고 갈 수 없었기 때문. 결국 삼우에코는 국내에서 진행한 설비보다 약 30% 비싼 가격을 불렀음에도 낙찰에 성공했다. 가격을 올려도 낙찰 범위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면 포스코 본사는 왜 포스코 건설에 삼우에코의 최대 경쟁사인 국내 기업 포스젯한도를 배제시키라고 했을까. 포스코는 포스코건설에 “해당 업체가 포스코와 5년 간 입찰제한이 걸려있으니, 이곳을 빼고 입찰을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포스젯한도는 포스코와 5년간 입찰제한 및 제철소 출입제한이 걸려있다.
포스젯한도는 이시우 포스코 생산기술본부장이 광양제철소장으로 취임하던 2019년 그간의 해외 수출 건에 대해 기술유출 등으로 고발당했다. 불과 수년 전 진행된 광양제철소 7CGL 에어나이프에도 참여한 바 있었으나, 당시 이시우 광양제철소장은 이 업체를 고발했다. 포스코건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영업비밀보호 및 특허침해 등이다.
지난 3여년의 기사를 종합해보면, 포스젯한도가 포스코 특허 관련 유출을 했고, 2019년 포스코가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2월 재판부에 의해 기술유출이 인정되며 1년의 집행유예를 받았고, 포스코는 위와 같이 입찰 등에 제약을 걸었다. 하지만 포스젯한도는 포스코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해당 기술에 대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에 걸쳐 진행됐던 공동개발에 참여했고, 이때부터 약 20여 년간 해외시장에서 에어나이프 수출 및 설비를 진행해왔다.
해당 기술을 바라보는 해외 철강업체의 시각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에어나이프를 포함한 자동차강판 기술은 독일과 일본에 뒤쳐졌다. 에어나이프는 대부분 독일 또는 일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포스코가 앞장섰고 포스젯한도 등이 참여해 특허까지 얻어내며 높은 기술력으로 에어나이프 수준을 끌어 올렸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입찰 및 제철소 출입 제재 등으로 포스젯한도를 배제한다하더라도, 포스코가 직접 설비에 나서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21년 2월 판결이 난 이후, 지난해 6월 하북강철과 합자회사 설립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올 초 합자회사 하강기차가 에어나이프 업체를 선정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포스코가 소송을 제기하고 하북강철과 합자회사 설립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준비했더라면 무려 2년여에 가까운 시간이 있었다.
무엇보다 해외 유출에 대한 이유로 고발하거나 소송을 제기했다면, 포스코건설이 이번 합자회사 사업에 이 회사를 입찰자로 참여시키고자 할 때 반대 또는 배제하라고 요구한 것은 더욱 의문이다. 특허권자가 포스코인데, 소규모 협력업체의 해외기술유출 우려 없이 내부적으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과거 삼우에코의 에어나이프 기술이 베트남이나 태국 등으로 납품된 바 있으나, 현지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000년대 초 포스코를 퇴직하고 해외철강사에 근무한 바 있는 A씨는 일요서울에 “베트남에서 그렇게 힘들어 하던데, 그 회사가 정말 중국에 들어가나”라고 물으며 “당연히 중국 현지에서도 포스코가 특허 가진 기술력과 삼우에코의 차이를 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우에코는 독일 폰테인이나 포스젯한도에 이어 기술 수준으로는 3위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포스코가 배제 원칙을 과하게 확장하며 국내 판매가격보다 높게 부른 삼우에코를 선정하도록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하강기차는 포스코 50% 지분의 관계사이기에 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포스젯한도를 참여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관계사이기 전에 하강기차는 엄연히 중국에 있는 다른 법인 기업체다. 포스젯 한도에 내렸다는 입찰 제한에 포스코가 아닌 다른 기업도 포함되는지 또한 의문이다.
포스코의 지분이 50%나 들어있는 하강기차에, 포스코건설이 비싼 비용으로 삼우에코의 에어나이프 기술력을 패키지 형태로 들고 갔으나, 문제는 이후 수리와 정비 등에서 요구될 비용도 일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추가 설비가 요구될 때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왜 자신의 발등을 찍으면서 3위 업체를 안고 들어가게 했을까. 의문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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