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30일
자전거와 옷 등 일체의 장비를 해일이한테 빌려 '대전-산청행 자전거 여행'에 돌입했다.
정인씨는 자전거열쇠, 팔토시를 구입해 주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8:50 차로 함께 출발하기로 한 이금곤과 그 아들 동현이가 1~2분 정도 늦어 화정터미널에서 버스를 놓쳤다. -.-;;
그 다음시간의 버스표(10시)를 끊어 화정터미널에서 가까운 마을학교에서 대기하는 중이다.
삼실 열쇠는 없고, 다른 이들은 모두 출근 전이라 복도에서 퍼질러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정경화.
또다시 버스출발시간에 간당간당 도착해서 자전거를 버스에 실으려고 하니, 버스짐칸이 작아 잘 안 들어갔다.
기사님의 찌푸린 얼굴에 눈치를 살피며 거의 구겨넣다시피 자전거 세 대를 짐칸에 실었다.
출발 전부터 여러모로 땀이 비 오듯 하는 상황~간신히 버스에 올라타니 바로 차가 움직인다.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이금곤이 "야, 나 핸드폰 없어졌다! 자전거 실을 때 흘렸나봐~ㅠㅠ"
머피의 법칙이 떠오르는 상쾌하지 못한 출발.
어쨌든 대전터미널에 도착. 자전거 내리는데도 비협조적인 기사님때문에 불편한 마음은 여전했다.
구겨넣은 탓인지 자잔거 안장이 조금 찢어져서 가슴이 철렁했다. 해일아~ 미안...
점심을 돈까스+짬뽕으로 먹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전 기념촬영.
폭염주의보의 날씨를 비웃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해 머들령터널 넘어 추부에 있는 서대산주유소에 들렀다.
물도 얻어 마시고 화장실도 들르고~
알바생 친구들이 자전거 여행하는 모습이 부럽다며 얼음물을 선물로 건넨다. 최고의 선물!
금산에서 내가 앞지르다가 길이 엇갈려 이금곤+아들팀과 헤어져 혼자 금산 시내에서 30분동안 노닥거렸다.
해일이랑 통화하고, 정인이형과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느낌이 이상해서 연락을 취해보려했더니, 아뿔사...이금곤 핸펀이 없잖아! -.-;;;
간신히 이금곤 와이프한테 전화해서 아들 동현이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연락이 닿았다.
나보다 10km나 앞서 가고 있단다. 헐~
열라 무주로 무주로~~~
빠른 속도로 이금곤 부자를 놀래키며 따라잡아서 함께 해발 510m의 덕유산 자락의 안성재를 넘었다.
저녁8시, 벌써 해가 넘어가 어두워졌고, 라이트를 밝히며 달렸다.
장계로 향하던 중 안성면의 중국집에서 양송이덮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동현이가 퍼져서 더이상 못가겠다고 해서 내일 새벽일찍 출발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여장을 풀었다.
자전거에 달린 계측기에 오늘 달린 거리는 80km. 달린 시간은 8시간.
우리의 숙소는 안성면 동명파크. 주인이 노사모쯤 되는 모양이다.
노무현대통령 스티커가 입구에 붙여져 있고, 통일시대라는 잡지도 구독하고 있었다.
주인의 친절로 세탁기를 빌려 빨래도 하고 독방을 차지한 나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30분 동안 예약해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너무 피곤했는지, 열대야 탓인지 새벽 2시반쯤 잠이 깼는데 더 이상 잠들지 못했다.
세월 한참 지난 '행복이 가득한 집'이란 잡지 한 권을 독파하고, TV 켜서 뉴스를 시청했다.
약속한 새벽 6시, 자전거를 세워 둔 뒷마당으로 나갔다.
역시나 이금곤과 그의 아들은 또 늦었고, 나는 '상쾌하지 못한 출발'에 대해 자꾸 투덜대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도 즐거운 여행을 위해 표시내지 않았고, 동네 24시간편의점에서 아침식사를 즉석우동+삼각김밥으로 때웠다.
7시쯤 아침식사를 마친 편의점 앞에서 또하루의 출발을 앞두고 한 컷.
'태양이 위력을 발휘하기 전 열심히 가자'는 생각으로 달리고 또 달렸는데...
해발 510m의 집재고개 넘어,
남덕유산을 타고 있는 중이라 계속 오르막길만 나왔기 때문에 속도는 평균 10km/h 미만이었다. ㅠㅠ
장수군 장계면에 있는 마사회 경주마목장에서도 얼음물을 선물 받았다.
육십령 고개 정상을 200m쯤 앞두고 아빠와 통화를 했다.
아빠 - "지금 어디냐?"
나 - "여기 덕유산 육십령 고개 넘고 있어"
아빠 - "넌 니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산다"
나 - "40 평생에 처음 자전거여행하는 거야~"
70 평생 자전거 여행을 못해보신 아빠가 어이가 없으신지 웃으신다. ㅎㅎㅎ
숨이 턱에 차올라 정신이 까마득해질 정도가 되니 육십령휴게소와 함께 정상이 보였다.
해발 730미터.
예전에 산세가 너무 험해 산적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고개를 넘으려면 60명이 모여야만 넘을 수 있었다고 해서
'육십령'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산행을 하러 오셨다는 한 아저씨가 사진도 찍어주고, 커피도 주셨다. 감솨~ ^^
전북 장수군과 경남 함양의 경계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도착문자를 날리고, 내리막길을 달렸다.
시속 60km/h까지 나왔다. 저절로 환호성이 터졌다. 야~홋!
이런 짜릿함으로 아까 오르막의 고충이 싹 다 날아가는구나~싶었다.
'안의갈비찜'을 아시는지?
교북교차로를 지나 안의에 도착했다. 온통 갈비탕과 갈비찜만 파는 식당들이 즐비했다.
베지테리언 이금곤과 나는 백반만 먹었고, 동현이는 힘내라고 갈비탕을 시켜줬다.
이제부터 속도 내지 말고 천천히 가도 되겠다고 판단하고 슬렁슬렁 놀면서 가기로 했다.
370년 된 느티나무다. 보호수로 지정된 것은 1972년.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줘서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좀 잤다.
안의에서 수동 지나 생초 들러서 산청터미널로 갔다.
거기서 빵을 좀 사고, 목적지인 둔철산 간디학교 옆 '봄이 오는 집' 이 준 위원장님댁으로 향했다.
홍화원에서 가까울 줄 알았던 이 준 위원장님댁은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거기다 가파른 경사까지!
동현이는 거의 울기 직전이고~ 이금곤도 탈수현상을 보였다. 물마저 떨어진 상태.
먼저 올라간 나는 둔철산 정상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에코브리지에서 기다리다가 이준위원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결국 위원장님 차가 출동해서 이금곤+동현이를 실고 올라왔다.
나는 끝까지 자전거로 골인을 했고.
7월31일 하루동안 달린거리 97km, 달린 시간 13시간.
해고자 곽장영위원장님, 민동진, 쥔장 이준위원장님, 정경화, 이금곤,
앞에서 파워레인저 동작의 아이는 사진 찍고 있는 김대권의 아들 산이다.
8월1일 우등고속버스를 타고 하루 먼저 올라갈 나를 위해 모두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원지터미널에서 서울남부터미널까지 버스에 실려온 자전거와 나는 지하철 3호선에 실려 원당역에 도착해 집으로 무사귀환했다.
2박3일의 대전-산청간 자전거여행은 나에게 또다른 도전이었다.
작은 성취감도 밀려오고, 가족들의 응원과 주변사람들의 격려가 따뜻하게 남는다.
그리고...내 안의 질주본능을 확인했다! ^^
첫댓글 삼복더위 조심 ..우리처제 정말대단 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 이런사람하구 살아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