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리커, 마켓, 세탁소, 식당, 봉제업 등에 편중됐던 한인 자영업 업종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프랜차이즈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앞세워 주류사회의 거대한 시장을 직접 겨냥하는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인들의 선호 업종 상위 순위로 손꼽힐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프랜차이즈의 창업 과정을 소개한다.
미국 프랜차이즈의 어제와 오늘
옛 프랑스말로 특권, 자유를 뜻하는 프랜차이즈(Franchise)는 산업혁명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업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초기 형태의 프랜차이즈를 정립시킨 대표적 성공사례로 코카콜라를 꼽을 수 있다. 코카콜라는 사업권은 물론 지역독점권을 보장해 준 결과 1921년 당시 미국 전역에 2,000여 가맹점을 유치, 오늘날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삼았다.
또 자동차 산업을 필두로 대량생산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자동차 판매상, 주유소, 숙박업소, 편의점, 식당, 부동산 등 업계 전반에 프랜차이즈 사업방식이 급속히 보급됐다.
그 결과 70년대 무렵엔 미국의 프랜차이즈 기업수는 3,000여개로 급증, 치열한 가맹점 유치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 결과 무리한 경쟁과 사업확장으로 재정난에 봉착한 프랜차이즈 본사(Franchisor)들이 줄이어 도산했고, 그 어수선한 틈을 타서 일확천금을 노린 악덕 기업인들의 사기행각이 기승을 부리면서 금전적 피해를 입은 프랜차이즈 가맹업자(Franchisee)가 속출하게 됐다.
이처럼 프랜차이즈의 폐해가 만연되자 연방기관인 FTC(Federal Trade Commission)는 지난 1979년 가맹업자를 보호하는 법안(FTC Rule 436)을 제정했다.
이 법안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기 전에 창업비용 규모는 물론 로열티와 홍보비 내역, 재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재무제표, 소송관련 여부, 경영진 인적사항, 가맹점 현황 그리고 프랜차이즈 계약서 사본 등 모두 23개 항목이 수록된 UFOC(Uniform Franchise Offering Circular: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 요강)을 반드시 공개토록 규정하고 있다.
주정부들도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시키는 등 선의의 피해를 원천봉쇄 시키는데 큰 몫을 해내고 있다.
특히 한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가장 엄격하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규제하고 있어 초보 가맹업자들의 든든한 후견 역할을 해주고 있다.
3차 산업의 모든 분야에 확산되는 프랜차이즈
연방 및 주정부의 가맹점 권익보호 움직임은 미국 프랜차이즈 산업을 더욱 번성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에 따른 각종 사기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 프랜차이즈 업계에 진출하려는 예비 가맹업자를 보호하는 한편 프랜차이즈 본사의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2001년말 현재 FTC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기업수는 7,200여 업체로 가맹점이 13만여개에 달하는 등 미국의 프랜차이즈는 소매유통, 서비스 등 3차 산업의 모든 분야에 걸쳐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프랜차이즈는 3차 산업을 주도하며 급속하게 팽창, 미국의 거대한 소매유통시장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을 넘어설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예전엔 도심지 주요 상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이제는 동네 길목까지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80년대 이후 연평균 성장률 5~6%를 유지해 왔던 것처럼 미국 프랜차이즈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한인들의 편견
유감스럽게도 우리 한인사회의 프랜차이즈 사업에 관한 인식은 아직 걸음마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진출한 한인 숫자가 극히 미미한 수준인데다 프랜차이즈 입문의 첫 관문을 넘어서기 위한 기본적인 필요 조건(영어구사 능력, 신용기록, 사업자금 투명도, 주류사회의 문화관습 이해 등)을 갖춘 한인 사업자가 그리 많지 않은 까닭이다.
심지어 프랜차이즈에 대해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거나 사기 당하기 쉽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프랜차이즈가 우리에게 극히 상반된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가까이 접하는 비즈니스임에 불구하고 이에 대한 상식 및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편견 때문일 것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고객들로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면서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프랜차이즈를 업주가 일 하지 않고도 황금알을 낳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비즈니스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손을 대지도 않고 코 푸는 식의 불로소득이 보장된 사업이라면 아마도 후발 이민자들인 우리의 몫이 남겨져 있지 않을 것이다.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한인들이 갖고 있는 또 다른 편견은 프랜차이즈 본사는 사기꾼 집단이라는 것.
앞서 언급한 것처럼 79년이후 연방정부가 프랜차이즈 사업에 직접 관여하면서 가맹점 유치와 관련된 불법 상행위나, 계약내용의 교묘한 은폐 등은 자취를 감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인들의 불신이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은 전문적인 식견 부족, 그리고 프랜차이즈와 체인 사업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한 탓으로 여겨진다.
여기에다 97년 한국에 IMF 한파가 엄습했을 즈음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처럼 태동하면서 빚어진 부작용도 한몫 거든다.
당시 한국에서는 제품 공급, 교육, 경영지원 등 가맹점 지원에 대한 별다른 준비조차 갖추지 않은 채 대대적인 가맹점 모집 홍보를 벌인 후, 본사가 도산하거나 아예 의도적으로 계약금을 착복하는 사기가 성행했던 것이 바로 엊그제의 일처럼 생생히 기억되기 때문이다.
왜 요즘들어 부쩍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가
그렇다면 프랜차이즈란 무엇일까.
프랜차이즈는 본사의 성공적인 사업 경험을 토대로 지속적인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과 공급, 지역독점권 부여, 공동 마켓팅 등 제반 사업여건과 권한을 제공해 주는 댓가로 가맹업자로부터 로열티(일반적으로 총매상의 5~9%), 상품 판매 차익에 따른 수입을 올리는 사업이다.
본사의 주수입원은 로열티. 따라서 본사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가맹점의 매상증진에 총력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점이 프랜차이즈의 최대 강점중 하나로 꼽힌다.
일반 자영업의 경우 점포 입지선정, 임대계약은 물론이고 제품구매, 마켓팅 등 모든 문제를 업주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사업체 운영 전반에 관한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방중소기업청(SBA)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새로 창업한 스몰 비즈니스가 1년내 폐업하는 경우는 전체의 38%, 5년내 사업실패율은 77%에 달하는데 반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사업실패율은 첫해엔 3%, 5년내엔 8%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점포(Multi Store) 운영의 기회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매니저에 의해 운영 되는게 보통이다. 즉 종업원 관리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마련돼 있어 업주가 온종일 매장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한인업주들이 사업을 이끌어 가는데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현금매상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다. 대다수 프랜차이즈가 POS(판매자동화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지 영업상황을 점검할 수 있고, 재고관리 시스템도 효율적인 점포운영에 큰 도움을 준다.
기존의 가맹점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도 투자의욕을 북돋워 주는 요인이다. 높은 투자 안전성 때문에 제2점포를 창업할 사업자금을 융통하는데 일반사업체 보다 유리하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는 주택 등 추가 담보 없이 기존 매장의 현금 유동성만으로 창업자금 80~110%를 대출을 해 주고 있다. 이러한 잇점 때문에 프랜차이즈 가맹업주들은 보통 2~5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업경험이 없는 초보자 일 경우 쉽게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마다 가맹업주들의 성공을 위해서 4~8주 과정의 교육제도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8시간씩 강행되는 교육 과정은 제품내역 상식, 조리법 및 메뉴개발, 제품 구입, 종업원 고용과 관리, 재정관리 그리고 현장실습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의 본사는 개업 직전과 직후 2주동안 가맹점에 전문직원을 파견, 종업원 교육과 개업준비, 마켓팅 및 고객개발 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본사에서는 24시간 서비스 센터 핫라인을 운영, 가맹점들의 사업성공을 지원하고 있다.
일반 소매업소에 비해 상호 또는 비즈니스 인지도가 월등히 높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McDonald's의 경우 세살바기 코흘리개부터 80대 노인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브랜드 파워가 막강하다.
편의점 프랜차이즈인 '7-Eleven' 역시 동네마다 빈틈없이 들어서면서 리커와 소형 마켓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7-Eleven은 경쟁 업소보다 높은 가격대를 책정하고 있지만 24시간 영업, 깨끗하고 밝은 매장, 효과적인 상품진열, 충분한 주차공간 등 서비스를 내세우며 고객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이 망설이는 이유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또 사업성과 투자 안전성이 월등히 높다고 하더라도 프랜차이즈도 단점이 있다.
가장 커다란 걸림돌은 내 사업인데도 내 맘대로 못 한다는 불만 때문이다. 소유의식이 어느 민족보다 강한 한인들에게 있어서 내것에 대한 주변의 간섭은 분명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 때문에 로열티와 장기계약, 판매상품의 제약, 소득 노출 등을 이유로 한인투자자들이 최종 결정 순간에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 계약은 10~20년 정도인데 반해 눈썰미와 손재주가 뛰어나고 사업감각이 높은 한인사업자들의 경우 창업 6개월에서 1년쯤 지나면 해당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거의 완벽하게 파악, 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장기계약에 묶여서 계속 로열티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품거나, 본사가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만을 취급하는 제약 등으로 본사와 갈등을 겪게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사업수완과 능력이 뛰어난 사업자들은 '기껏 장사해서 남 좋은 일 시킨다'는 불만이 갈수록 증폭될 것이 자명하다.
창업초기 투자금액이 많다는 것도 또다른 기피요인. 예를 들어 1,000sq.ft 크기의 샌드위치 전문점을 개인적으로 차릴 경우 5만~10만 달러면 충분하지만 Subway, Quizno, TOGO's 등 유명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을 창업하는데 드는 비용은 15만~30만 달러에 이르는 등 투자비용이 비교적 높게 책정된 편이다.
사업체를 팔려고 할 때도 본사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는 것도 한인 사업자들이 기피할 수 있는 요인이고, 매상을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을 경우 프랜차이즈 계약의 파기 사유라는 것도 큰 부담이다.
더구나 경영 부실이나 고객기호 및 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서 본사가 망할 경우 직접적인 재산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곱지 않는 시선으로 보게끔 만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본사와의 관계를 '경영 간섭' 쯤으로 여긴다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선 곤란하다. 상품 진열, 판매 가격 책정 등 매사를 놓고 번번이 갈등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사와의 관계를 것경영 지원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본격적인 주류시장을 겨냥,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례>
노후대책의 일환으로 XXX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32만달러에 인수했던 C씨는 1년도 채 못돼서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계약을 일방 해지 당했다.
불성실한 매출 보고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마다 매상을 정확하게 보고해야 한다는 본사의 규정을 무시한 C씨가 세금을 줄이겠다는 욕심으로 실제 매출보다 15% 정도 줄여서 고지한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가맹점을 인수한 첫달에는 제대로 보고를 했지만 세금을 정확하게 내는 것이 아깝다고 잘못 판단, 매달 2~3%씩 매출규모를 줄였는데 인근의 다른 가맹점에 비해 급격한 매출 감소한 것에 이상하게 여긴 본사의 정밀감사 때 거짓 보고 사실이 드러난 것.
프랜차이즈 간판과 메뉴를 교체 하자마자 매출은 곤두박질, 프랜차이즈 가맹점 일때와 비교해서 약 60%나 줄었다. 6명의 종업원중 1명만 남겨두고 모두 정리했지만 임대료 조차 납부하지 못해 폐업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C씨는 뒤늦게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했지만 승소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결국 한순간의 실수로 이민생활 20여년동안 쌓아온 땀의 결실을 송두리째 잃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