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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우수작품상
8월의 우수작품상 선정 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수상 작품
동시 부문: ‘모내기’-박방희 시(열린아동문학 여름호 발표)
동화 부문: ‘용감무쌍 하룻강아지 하롱이’-이미애 동화(어린이와 문학 7월호 발표)
심사위원
예심: 노여심, 박혜선, 이성자, 서석영, 정혜원, 류근원
본심: 정두리, 전병호, 송재찬, 김재원
시상 내용
상패와 기념품
시상식: 2011년 정기총회 시
심사 경위
이번 우수작품상 대상 문예지는 <월간문학 7월호>, <어린이와문학 7월호>, <열린아동문학 여름호>, <계절문학 여름호> 에 실린 회원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하였다. 예심을 통해 본심 추천 작품(동시 5편, 동화 4편)을 뽑았으며, 본심위원들은 대상 작품을 꼼꼼히 살피고 토론하여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이번 심사에서는 동시부분과 동화부분 모두 수상작이 쉽게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대상 문예지가 한정되어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앞으로 대상 문예지의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며, 엄중한 신사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우수작품상’ 선정이 회원들의 왕성한 작품 활동의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심사평-동시부문
새로운 감각에 의한 새로운 표현
두 사람의 심사위원은 박방희 시인의 ‘모내기’를 이 달의 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쉽게 합의하였다. 심사위원들이 각자 예심에서 넘어온 작품을 읽고 이 중에서 2편을 골라 후보작을 추천하는 방법으로 심사에 임하였는데 박방희 시인의 작품을 모두 첫 번째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박방희 시인의 작품은 모내기가 끝난 봄 들녘의 모습을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때 얻은 시상을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그중에서도 현대 감각적 표현과 무형의 바람을 도입하여 나타낸 역동적 이미지, 형태주의 기법을 도입한 시각적 표현 등은 다른 작품들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움으로 주목을 끌었다. 박방희 시인은 오랫동안 일반 시를 쓰다가 동시로 재등단했지만 젊은 시인들 못지않게 시적 감각이 새롭고 지속적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선정이 그의 창작 생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반면에 예심에서 넘어온 다른 작품들은 나름대로 공력을 들여 썼지만 이미 시대적으로 빛바랜 감수성과 상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익숙한 기법을 변화 없이 답습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흠이었다. 언제나 우리는 끊임없는 변화하는 시대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시를 빚는 감각도, 표현 기법도, 시적 관심의 대상도 시대의 흐름이 반영되도록 점진적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 정두리 전병호
심사평-동화부문
이번에 심사 대상으로 올라온 작품을 읽고 정말 잘 쓴다는 게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심사자도 좋은 작품을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면 한 달에 한 편 정도는 무릎을 칠 만한 작품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올해는 기록적인 살인 더위라서 그런지 작가들도 더위를 먹은 것 같았다.
예심에서 올라온 심사 대상 작품은 ‘비실이의 어린이날’, ‘도첨지와 허첨지’, ‘도도새는 정말 살아 있다’, ‘용감무쌍 하룻강아지 하롱이’ 이렇게 4편이었다.
두 심사자는 문단 경력이나 수상 이력 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작품만을 읽고 우수작을 가리기로 했다. 이점 선후배 작가들은 충분히 양해하길 바란다.
‘비실이의 어린이날’은 나이가 서른이면서 아이 같은 어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너무 가난해서 어린이날조차 잘 못 보낸다는 줄거리이다. 이 동화는 동심이 잘 담겨있긴 하지만 이미 이런 류의 작품이 많이 나왔고, 과연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캐릭터가 먹혀들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도도새는 정말 살아 있다’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물이야기였고 추리 소설처럼 사라진 도도새를 소재로 삼은 점이 장점이긴 하지만, 도도새를 정말로 보았는가 하는 점이 미스터리라서 리얼리티가 걸렸다.
‘도첨지와 허첨지’는 상당히 공이 들어간 역작이지만, 이 동화 역시 소재 측면에서 요즘 어린이들에겐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이고 많이 다룬 소재라서 신선하지 않았다. 동화 소재를 지나간 과거에서도 구할 수 있겠지만 현대적인 감각과 시각으로 써야 요즘 어린이들에게 어필하지 않을는지.
이 네 편 중에서는 ‘용감무쌍 하룻 강아지’가 동심을 잘 담은 작품으로 보였다. 하룻강아지가 엄마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참 애틋하고 아이들도 개 이야기라 좋아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안정된 줄거리에 문장도 간결하여 우수작으로 뽑았다. 많은 작가들의 건필을 기원한다.
-심사위원: 송재찬 김재원
8월의 우수작품상-동시
모내기
논에 물이 들고
구름이 들고
하늘이 들면
푸른색이 들어가
점을 찍는다.
모모모모모모
모모모모모모
모모모모모모
마지막으로
바람이 들어가
줄이 잘 맞는지
푸른 점들을
파르르, 흔들어 본다.
수상 소감-박방희
행복의 향기가 깃든 상
2010년의 여름은 길고도 무더웠습니다. 전국 최고 더위를 자랑하는 이곳은 더욱 그러했지요. 하루하루 헉헉대며, 그래도 더위를 피해 도망가지 않고 버티는 중이었습니다. 지쳐가는 저녁답, 전화로 듣게 된 ‘이달의 우수작품상’ 수상 소식은 한 줄기 청량제였습니다. 그 동안 소진된 에너지가 갑자기 재충전되는 느낌이었지요. 9월까지 이어지리라는 남은 더위는 이제 아무것도 아닙니다. 힘을 얻은 걸음으로 다시 걸어가면 가을에는 더 많은 수확을 거둘 것이니까요.
근래 동시가 각광받고 동시인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들도 많이 나오고 좋은 동시집도 잇달아 출간되어, 올가을 동시 서가는 더욱 풍성할 전망입니다. 자연히 기존 성인시단에서 동시에 갖는 관심도 뜨겁고 동시를 지망하는 문학도들도 놀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하지요. 동시인으로서 긴장하고 있던 차에, 제가 하는 작업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어 큰 힘이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다는 우리나라 동시가, 하루 빨리 만인의 사랑을 받고 만인이 애송하는 국민시로 발전하길 기대하며, 우리 동시인 또한 국민시인으로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꿈꾸며 부지런히 동시를 쓰겠습니다.
약력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85년 무크지 <일꾼의 땅>과 1987년 <실천문학> 등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01년 <아동문학평론>에 동화, <아동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어린이문학에 마음을 쏟아 푸른문학상, 새벗문학상, 불교아동문학작가상,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하고, 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그동안 선보인 시집으로 <불빛 하나> <세상은 잘도 간다>가 있고, 동시집으로 <참새의 한자 공부> <쩌렁쩌렁 청개구리> <머릿속에 사는 생쥐>가 있다.
8월의 우수작품상-동화
용감무쌍 하룻강아지 하롱이
털 뭉치처럼 동글동글 오동통한 강아지들이 햇살 좋은 마당을 쫄랑쫄랑 돌아다녀요.
모두 여섯 마리가 뒤엉켜서 토닥거리며 놀고 있어요.
꼬리를 물고 당기고, 서로 배를 깔고 드러눕고, 깔리고 깔리면서 신이 났어요.
그 바람에 잘 다져진 흙 마당인데도 먼지가 풀풀 일어요.
하지만 제일 큰 형인 하롱이는 엄마에게 착 달라붙어 빈 젖꼭지를 물고 있어요.
엄마는 더 이상 젖이 안 나오는데도 하롱이를 밀쳐내지 않고 가만히 옆으로 누워 있어요.
하롱이는 강아지 일곱 마리 중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무녀리이거든요.
엄마는 형제들 가운데서 가장 몸집도 작고 약해서 비실거리는 하롱이가 불쌍해서 가만히 있는 거랍니다.
“하롱아, 젖이 안 나와서 배 많이 고프지?”
“멍, 배고파요. 엄마.”
하롱이가 망설이지도 않고 냉큼 대답하는 걸 보고 엄마는 가슴이 찌르 아파왔어요.
“그래, 배고플 거야. 젖이 조금은 더 나와야 할 텐데……. 우리 하롱이는 아직 젖을 더 먹어야 하는데 말이다. 휴.”
엄마는 요즘 들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요.
밤이 되면 일곱 마리 강아지들을 노리느라 부스럭거리며 집 근처를 돌아다니는 산짐승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어느 날 밤에 눈에 불을 켜고 대문을 넘어서는 오소리를 본 적도 있었어요.
컹컹! 엄마가 벌떡 일어나 무섭게 짖는 바람에 주인아저씨가 불을 켜고 마당에 내려섰어요.
오소리는 화들짝 놀라 뒷산으로 달아나버렸어요.
‘휴, 강아지 태어난 게 산에까지 소문이 났나보다. 산짐승들이 강아지를 채갈지도 모르니까 조심 또 주심해야지.’
그 다음부터 엄마는 한 쪽 눈을 뜬 채 잠을 자다시피 했어요.
바람이 세게 불어 가지가 부스럭거리기만 해도 엄마는 발딱 일어나 주위를 살피곤 했지요.
그러다보니 잠도 못 자고 걱정도 깊어져서 젖이 말라버린 거예요.
엄마 젖이 말라도 다른 여섯 마리 강아지들은 이미 잘 자라서 문제가 없었어요.
다른 강아지들은 주인아저씨가 물에 말아주는 개밥을 먹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무녀리 강아지 하롱이는 아직 젖을 더 먹어야 되는데, 엄마 젖이 안 나오니 누구보다 더 답답했지요.
하롱이는 몸도 작고 힘도 약하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약한 건 아니었어요.
‘우리 엄마를 잠 못 들게 하는 게 뭘까? 대체 뭐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거야. 젖도 못나오게 말이야.’
하롱이는 고개를 삐딱하게 꼬고서는 골똘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그래, 내가 무녀리라 쪼그마하지만 어쨌든 큰 형이잖아. 내가 범인을 잡고 말겠어. 엄마를 괴롭히는 녀석이 누군지 잡히기만 해 봐. 내가 그냥 캭!’
하롱이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남몰래 다짐했어요.
하롱이는 입에서 엄마의 젖을 빼내고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철없는 동생들이 마당을 돌아다니며 장난 칠 동안, 하롱이는 마당가를 요리조리 꼼꼼하게 살피며 돌아다녔어요.
‘음, 뭔가 실마리가 있을 거야.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지.’
그때 하롱이 눈에 뭔가가 띄었어요.
젖었다가 말라버린 땅위에 엉망으로 찍힌 여러 발자국이 보였어요.
“오, 딱 걸렸어.”
하롱이는 다가가서 눈이 뚫어져라 살폈지요.
크기가 큰 발자국, 작은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어요.
하롱이는 자기 발을 들어 크기를 재어 보았어요.
자기 발보다 조금 큰 검 동생들 발자국인 것 같은데, 모양이 다르고 조금 작은 발자국이 보였어요.
“어, 이 발자국은 뭐지?”
고양이 발자국인지 개 발자국인지, 괴발개발 엉망으로 찍힌 모양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었어요.
“안되겠다.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봐야지.”
하롱이는 일찌감치 자고 밤에 일어날 생각으로 형제들보다 일찍 잠들었어요.
텅 빈 배에서 꼬르륵 물소리가 났지만 뭐, 참을 수밖에요.
‘범인만 잡으면 엄마도 편히 주무실 테고 다시 젖도 나올 거야. 그럼 젖을 열심히 먹고 나도 통통해질 거야. 암.“
하롱이는 퉁퉁 분 엄마의 젖을 실컷 빨아먹는 꿈을 꾸며 히죽 웃었어요.
밤이 깊었어요.
형제 강아지들은 도로롱 도로롱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요.
초저녁부터 실컷 자고 난 하롱이는 발딱 잠을 깼어요.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드릴ㄴ 것 같았어요.
하롱이는 설핏 잠든 엄마를 깨우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집을 빠져나왔어요.
하롱이는 낮에 어지럽게 괴발개발 발자국이 찍혀 있던 곳으로 가서 턱 버티고 섰어요.
‘우리 엄마 잠 못 자게 하는 녀석, 어디 나타나기만 해 봐.’
작고 작은 무녀리 강아지 하롱이는 눈을 크게 뜨고 이를 으드득 갈며 기다렸어요.
드디어 뭔가가 날짱날짱 가벼이 다가오는 게 보였어요.
어둠 속에서 얼핏 봐도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큰 동물이었지요.
하지만 하롱이는 무섭지 않았어요.
큰 동물이 더 가까이 다가오자 하롱이는 겁을 주기 위해서 있는 힘껏 캉캉 짖어댔어요.
그러자 검은 그림자가 우뚝 멈춰 섰어요.
하롱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마주보았지요.
“아하, 하롱이구나. 누가 이렇게 겁도 없이 짖나 했네. 야아옹.”
주인집 푹신한 방석 위에서 살고 있는 뚱보 고양이 아주머니였어요.
고양이 아주머니는 새끼를 배어서 배가 불룩했어요.
그래서 덩치가 훨씬 더 커다래 보였던 거예요.
“아,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전 또 우리 엄마를 밤마다 잠도 못 자게 하는 나쁜 산짐승인 줄 알고 짖었어요. 죄송해요. 멍.”
뚱보 고양이 아주머니는 호호 웃으며 말했어요.
“아유, 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은 들었지만 네가 겁이 없긴 없구나.”
“예? 하룻강아지가 뭐예요? 고양이 아줌마.”
“하룻강아지란 건 말이다. 때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를 말하는 거야.”
“아하, 태어난 지 하루 된 강아지로군요……. 어, 그런데 전 태어난 지 두 달 가까이 된 걸요? 그러니까 전 하룻강아지 아니에요.”
고양이 아주머니는 또 호호 웃으며 말했어요.
“하룻강아지란 건 하루 된 강아지라 아니라 일 년도 안 된 어린 강아지를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하롱이 너도 하룻강아지 맞아.”
하롱이는 뭐라고 대들고 싶었지만 침을 꼴깍 삼키고는 참았어요.
가르치기 좋아하는 고양이 아주머니는 아주 달 됐다 하고는 계속 말했어요.
“그러니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건 말이야. 너처럼 어린애가 겁 없이 돌아다니다가 범처럼 무서운 산짐승한테 물려갈지도 모르니까 조심하라는 뜻이야. 알겠니?”
하롱이는 가만히 고개만 주억거리다 말고 불쑥 한마디 했어요.
“그러니까요. 아주머니가 밤에 깨서 돌아다니시니까, 우리 엄마가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신다고요. 엄마가 못 주무시니까 젖도 더 안 나오고 제가 이렇게 조그맣잖아요. 전 아직 젖을 더 먹고 더 자라야 해요. 제일 큰 형인데 몸도 제일 작아서 속상해요.”
하롱이는 말하다보니 작은 자신이 서글퍼져서 눈물이 어롱어롱해졌어요.
그 모습을 보자 고양이 아주머니는 더럭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아, 그래. 내가 밤바람 쐬려고 돌아다녀서 어머니가 잠을 편히 못 주무셨겠구나. 지금 안 주무시면 사과드리러 가야겠다. 함께 갈래?”
“네.”
하롱이는 고양이 아주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닌 게 아니라 엄마는 그새 서 집 앞을 지키고 서 있었어요.
“아니, 하롱아, 너 어디 갔다 오니? 네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자꾸 무슨 소리가 나서 바짝 귀 기울이고 있었지 뭐니.”
엄마가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그러자 고양이 아주머니가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조아렸어요.
“아, 미안합니다. 제가 요즘 밤마다 답답해서 밤바람 쐬어 돌아다녔거든요. 저 때문에 신경 써서 잠도 잘 못 주무신다고 하롱이가 말해주었어요. 하롱이가 어리긴 해도 어지나 용감한지, 엄마 잠 못 자게 하는 범인을 잡겠다고 나와 있었다네요.”
고양이 아주머니는 집 앞을 지켜드릴 테니 푹 주무시라고 했어요.
한편 잠을 다 자버린 하롱이는 고양이 아주머니 옆에 자리 잡고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어요.
수다 떨기 좋아하는 고양이 아주머니는 하롱이에게 고집 센 소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벽창호라는 말 들어봤니?”
“네, 엄마가 가끔 들개인 우리 아빠가 벽창호 같아서 말도 안 듣고 고집 세게 떠돌아다닌다고 하셨어요.”
“호호, 옛날에 아무 말도 안 듣는 고집쟁이 소를 벽창우라고 했으니, 네 아버지께서 고집쟁이 소처럼 어지간히도 남의 말을 안 들으시나 보다.”
말똥말똥 하던 하롱이도, 피곤에 지친 엄마도 나긋나긋하게 들려주는 고양이 아주머니 목소리를 들으며 어느 덧 고로롱 고로롱 잠이 들었어요.
“이제 밤에 산짐승이 대문을 넘어 올 일은 없으니 안심하시고 푹 주무세요. 강아지들 다 자랄 때까지 밤잠 없는 제가 집 앞을 지켜드릴 테니까요.”
고양이 아주머니는 밤이면 주인아저씨가 대문을 꽁꽁 걸어 잠그는 바람에 ‘밤 마실’도 at 다닌다고 했거든요.
엄마는 정말 오랜만에 잠을 푹 잤답니다.
다음 날이었어요.
하롱이는 버릇처럼 엄마의 빈 젖을 찾아 물다가 기쁨에 겨워 소리쳤어요.
“와, 엄마, 젖이 나와요.”
마당에서 뒹굴던 동생들도 기뻐하며 말해 주었어요.
“형아, 축하해. 젖 많이 먹고 튼튼해져서 우리랑 놀아줘.”
“걱정 마. 너희들보다 더 크게 자랄게. 난 형이니까!”
마루 끝 방석 위에서 졸던 고양이 아주머니도, 엄마도 하롱이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흐뭇하게 웃었어요.
수상 소감-이미애
용감무쌍 하롱이처럼….
우수작품상 소식에 앞 뒤 없이 그냥 확 치민 생각은 ‘아! 부끄럽다. 어떡하지?’ 였습니다. 진짜로 뺨도 확 빨개졌습니다. 수상소감 쓰려니 다시 슬슬 빨개지는 것 같네요.
꾸역꾸역 쓴 장편들을 공들여서 프린트하고 표지까지 턱 만들어서는 속도 깊은 서랍에 고이 담아두기 7년 (썩거나 발효되었겠지요.) 그 뒤 첫 동화책이 나온 지 11년입니다. 제겐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요. 그동안 단편은 손에 꼽을 만큼도 쓰질 못해서, 청탁이 들어올라치면 ‘아이고, 단편은 자신 없습니다.’가 준비된 대답이었지요.
이 글은 동물에서 우리말의 유래를 찾아보려고 쓴 기획동화 중 한 편이었습니다. 정해진 단어를 집어넣어 이야기 가닥을 잡아간 글이다 보니, 발표하고도 누가 볼세라 부끄러워하던 터였습니다.
심사위원 선생님. 자신감 주셔서 고맙습니다! 근거 없는 근자감이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바뀌도록, 더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무장한 채 덤벼들어보겠습니다. 짧은 글 속에 깨지지 않는 향기를 가둘 수 있는 단편동화! 언젠가는 꼭 쓰고 싶습니다.
약력
1964년 대구생, 1987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동시 등단. 동시집 <큰나무 아래 작은 풀잎> 그림책 <가을을 만났어요> ><고인돌>, 동화집 <그냥 갈까 아니아니 손잡고 가자> <행복한 강아지 뭉치> <꿈을 찾아 한걸음씩> <뚱보면 어때 난 나야> <나만의 단짝> <달콤씁쓸한 열세살> <할머니의 레시피> <어린이를 위한 아마존의 눈물> 등을 펴냈다. 이천의 산마을 풀 마당에 멍하니 앉았다가도, 어디선가 사람들 모여 논다고 하면 칠락팔락 달려 나간다.
--끝